메르세데스-벤츠 GLC220D 쿠페 4매틱

  • 기사입력 2017.06.10 16:44
  • 최종수정 2020.09.01 20:08
  • 기자명 모터매거진

SO SLEEK

거짓말 살짝 보태면 C클래스 쿠페로 착각할 수 있다. 볼륨감 넘치는 차체를 덮는 선이 참 곱다. SUV에 쿠페 라인을 어색하지 않게 잘 녹였다. 외출 전 적어도 세 벌 이상 옷을 바꾸는 이들이 좋아할 디자인의 GLC 쿠페. SUV가 넘쳐나는 도로에서 감각적인 스타일을 자랑할 수 있다.

글 | 안진욱

사진 | 임근재

세 명의 아저씨들에게 포위당했다. 이어 질문 세례가 기자에게 쏟아졌다. 도대체 이차는 무엇이며 가격은 얼마고 이렇게 조용한데 디젤이냐? 역시 삼각별은 한국 아저씨들에게 진리이자 로망이 확실했다. 허나 어르신들만 좋아한다기엔 최근의 메르세데스-벤츠는 아주 패셔너블하다.

보수적인 독일 수트 대신 잘 빠진 이탈리아 수트를 입고 있다. 과거에는 메르세데스의 아우라를 구매했다면 지금은 메르세데스 디자인이 소유욕을 자극한다.

이러한 메르세데스의 물오른 디자인은 SUV까지 물들였다. 영원한 라이벌 BMW와 과거 고성능 디비전에서 전투했었다면 최근 전장은 SUV다. 두 브랜드 모두 라인업에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SUV 모델 수가 세단 모델에 버금갈 정도다. 올해 기자가 탄 메르세데스 SUV만 하더라도 다섯 대는 족히 넘는다.

따끈따끈한 신상, 메르세데스 벤츠 GLC220d 쿠페가 지금 기자 앞에 서 있다. 앞서 말한 아저씨들을 끌어당긴 주인공이다.

옆태 미녀

나무 그늘 아래 서 있는 GLC 쿠페를 쳐다본다. 앞에서 바라보니 GLC와의 차이점을 찾긴 힘들다. 그냥 군더더기 없이 잘 생겼다. 발걸음을 측면으로 옮기니 ‘쿠페’라는 모델명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루프라인이 보통 SUV처럼 해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늘씬한 쿠페처럼 잔잔하게 흘러내린다.

깍두기 타입의 SUV를 좋아하는 마초라도 예쁘다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낮은 담장 너머로 본다면 4도어 쿠페라고 착각이 든다. 사실 이러한 디자인은 높은 차고에서는 어색할 수 있지만 메르세데스는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광활한 휠하우스를 채우고 있는 20인치 휠은 근육질의 차체를 더욱 다부지게 만든다. 수많은 스포크로 세차하기 힘들겠지만 차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눈이 가는 것은 타이어 사이즈다. 리어 타이어의 두께가 무려 285mm다. 이 차는 500마력의 AMG가 아니라 200마력도 안 되는 디젤 트림이다.

아리송하게 만드는 것은 또 있다. 에코 타이어다. 초광폭 에코 타이어라니. 연비를 포기한 두께에 그립이 낮은 타이어일까? 아니면 연비를 놓치지 않으면서 주행안정감까지 선사할까? 어찌됐건 빵빵한 엉덩이를 완성시켜줬다. 그럼 됐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다시 열고 나왔다. 여닫는 느낌이 좋다. 인테리어는 GLC와 같다. 역시 흠잡을 곳 없는 인테리어다. 현재 메르세데스가 밀고 있는 인테리어 레이아웃은 전혀 지겹지 않다. 메르세데스는 무조건 인테리어 담당자의 퇴직연금을 최소 월 630만원 이상은 보장해 줘야한다.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적당하고 그립감 역시 만족스럽다. 다만 두께가 조금 더 두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툼한 가죽으로 마무리된 시트는 쿠션감이 좋지만 코너에서 운전자를 꽉 붙잡지 못한다.

정성스레 만진 헤어스타일을 걱정하며 뒷좌석에 앉아봤다.

181cm의 기자가 탔을 때 레그룸은 여유 있지만 역시나 헤드룸이 빠듯하다. 아니, 이미 왁스 발린 머리카락이 천장을 비비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이나 여성들은 전혀 무리 없다. 아름다운 루프라인과 공기저항계수(cd) 0.31을 위해서는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트렁크는 GLC보다 높이만 낮을 뿐 보통의 짐을 적재하는 데는 문제없다. 트렁크에 위치한 폴딩 버튼을 누르면 1400ℓ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교과서적인 주행

운전석 왼쪽 아래 레버를 당겨 보닛을 열었다. 보닛에는 방음 처리가 잘 되어 있다. 넓은 엔진룸 속에 작은 4기통 2.2ℓ 디젤엔진이 자리하고 있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내며 토크컨버터 타입의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BMW의 2.0ℓ 디젤엔진과 비교하면 배기량은 높지만 출력은 떨어진다. 실제 성능은 차이가 나지 않을지언정 분명 핸디캡이다. 그럼에도 영리한 사륜구동 시스템이 바퀴를 굴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3초로 끊어준다.

엔진스타트 버튼을 눌러 심장을 깨운다. 조용하다. 방음이 상당히 잘 되어있다. 진동 역시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로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물론 수능 영어듣기 정도의 집중력을 보이면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만 4기통 디젤을 감안하면 수준급의 NVH다.

가속페달에 힘을 실으면 여느 메르세데스처럼 묵직하게 전진한다. 엔진은 응답성이 아쉽지만 회전질감은 매끄럽다. 170마력은 화끈하지는 않지만 푸짐한 토크로 일상적인 주행에서 쉽게 추월 가능하다. 고속도로에 올리더라도 스피드미터의 바늘을 쭉 올릴 수 있다. 고속안정감은 무난한 수준.

의아한 점은 변속기다. 최근 기자가 꼽는 최고의 변속기는 메르세데스 9단 자동변속기다. 번개 같은 변속으로 마음에 쏙 들었다. GLC 쿠페의 것은 사춘기 여고생 같다. 기어를 올릴 때나 내릴 때 자꾸 망설인다. GLE와 GLS 6기통 디젤엔진과 맞물리는 변속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같은 제품이기에 하드웨어 문제라기 보단 TCU 로직 자체를 느슨하게 조율해놓은 듯하다. 6기통 엔진보다 낮은 토크를 처리하는데 이렇게 방어적으로 세팅한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변속충격이 전혀 없다는 것에 위안을 삼자.

서스펜션은 생각보다 꽤 단단하다. 그럼에도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에서 튕기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쿠페라는 이름에 걸맞은 세련된 세팅이다. SUV이지만 차고가 그리 높지 않고 탄탄한 하체 덕분에 코너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언더스티어 현상이 크지 않아 과감하게 코너를 공격할 수 있다.

연비 중심 타이어가 끼워져 있지만 차체 밸런스가 좋아 코너링 한계점이 높다. 또한 GLC(16.1:1)보다 낮은 스티어링 기어비(15.1:1)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재미가 있다.

기대하지 않은 운전재미를 느끼며 시승을 마쳤다. GLC 쿠페의 매력은 뚜렷하다. SUV이기에 높은 시야로 여성 운전자들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거기에 풀사이즈 SUV가 아니기에 주차할 때 끙끙 댈 일도 없다. 가장 큰 매력은 개성이 넘치면서 예쁘다는 것이다.

개성파 배우 중에 미모를 자랑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니까. 라이벌 모델인 BMW X4는 어떠냐고? 그 친구는 진정한 연기파다. 복합연비 12.9km/ℓ으로 지갑을 사수하면서 스타일을 부릴 수 있는 아이템으로 메르세데스-벤츠 GLC220d 쿠페 만한 것도 없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700 x 1910 x 1610mm | 휠베이스 2875mm | 무게 1915kg | 엔진형식 4기통, 디젤

배기량 2143cc | 최고출력 170ps | 최대토크 40.8kg·m | 변속기 9단 자동 | 구동방식 AWD

서스펜션 멀티링크/멀티링크 | 타이어 (앞)255/45 R 20, (뒤)285/40 R 20 | 0→시속 100km 8.3초

최고속도 210km/h | 복합연비 12.9km/ℓ | CO₂ 배출량 148.0g/km | 가격 73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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