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READY FIND NEW ROAD
불가능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기술 혁신으로 전기자동차 주행거리 100km 시대에 접어들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도로를 빠르고 오랫동안 달릴 수 있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시한부 인생이다. 쉐보레는 볼트 EV를 출시해 빈틈을 파고든다.
60kWh의 배터리 용량을 바탕으로 1회 충전으로 383km 이상 주행 가능하며 ‘202마력’의 힘도 가져 제법 민첩함도 보여준다. 준수한 외모의 볼트 EV는 착한 가격으로 현실과 가깝다.
글 | 손권율
사진 | 임근재
전기자동차는 미래와 과거를 품은 자동차다. 1834년 영국에서 최초의 전기자동차가 탄생해 내연기관의 단점인 냄새, 소음, 진동을 상쇄해 1900년대 초반 세계의 거리를 누볐다.
그러나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기술의 진화를 이루지 못해 얼마 못 가 도로에서 사라졌다. 반면 내연기관 자동차는 높은 출력과 연비로 공도의 빈자리를 채우며, 전기자동차를 골프장 카트로 전락시켰다.
최근 세계적으로 친환경차 바람이 불면서 과거와 상황이 반전됐다. 첨단기술의 수혜로 전기자동차는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해 내연기관에 반격했다. 자동차 메이커는 전기자동차에 집중해 내연기관차의 경제성을 압도하면서 대중화의 물꼬를 트고 있다.
선두주자 격인 테슬라가 있지만 또 다른 미국 브랜드가 있다. 쉐보레는 볼트 EV를 출시해 테슬라를 견제한다. 국내 시장에 상륙한 볼트 EV를 만나보자.
첨단과 정성이 깃든 전기차
볼트 EV는 ‘미국차’ 같지 않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개발 단계를 한국GM 디자인팀이 도맡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디자인을 주도했다. 이에 소형 크로스오버는 친숙함이 느껴진다. 첫 인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모습에 금색 십자가가 빛나고 있었다.
전면을 바라보면 전기모터 덕에 얻은 짧은 오버행은 스포티한 범퍼 디자인과 어우러져 볼트 EV가 민첩하고 젊은 자동차임이 돋보인다. 쉐보레 출신을 강조하는 듀얼 포트 그릴이 범퍼 위아래로 자리해 균형을 맞췄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막혀있는 그릴은 패턴이 적용되어 매끈했다.
범퍼 하단부에 머물러야 할 안개등은 상단부로 넘어와 애굣살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위에 HID 헤드램프는 LED로 아이라인을 그려 초롱초롱한 눈빛을 쏘아 주행의 안전을 책임진다.
범퍼 하단 양쪽에 입체적인 캐릭터 라인으로 전면디자인에 볼륨감을 제공한다. 전측부 헤드램프 위에 자리한 배지는 어색한 공간을 채우며 미적 지수를 향상시켰다.
누워 있는 A필러 라인을 타고 올라가면 공격적인 측면 루프 라인이 루프랙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 높은 차고와 다르게 날렵한 실루엣의 쿠페를 연상케 한다. 사이드미러와, 헤드램프부터 C필러까지 연결 라인에 블랙 포인트는 세련미를 강조했고, 측면 곳곳에 크롬을 이용해 고급스러움을 지향했다.
17인치 더블 5-스포크 휠은 자그마한 차체와 어우러져 스포티함을 뽐내고 휠 하우스의 공간을 줄이며 다운포스를 보여준다. 주유구 대신 자리한 충전캡은 운전석 앞에 있어 첨단기술의 결과물임을 증명한다.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가진 후면부로 넘어가자. 입체적인 테일램프에 LED를 적용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과시한다. 또한, 감각적인 형상의 리어 윈도와 조화를 이뤄 미래지향성을 추구한다. 해치와 상반되는 거대한 크기의 리어 범퍼는 후면부에 볼륨감을 주며 예쁜 뒤태를 완성했다.
머플러가 없어 어색한 모습의 디퓨저는 리어 범퍼로 내려온 방향지시등과 크롬라인을 배치시켜 균형미를 살렸다.
실내로 들어가면 차분한 색감으로 구성된 인테리어를 만난다.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 등에 흰색의 포인트를 주어 시선을 사로잡는 동시에 안정감을 제공한다. 시트에 바느질된 레드 스티치도 감성을 자극했다. 전자식 파킹브레이크와 전자식 기어노브는 전기자동차답게 미래지향적이다.
8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의 10.2인치 대형스크린이 탑재돼 스마트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운전자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기에너지 사용 흐름 등 차에 관련된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반면 공조기와 미디어 조작 인터페이스는 버튼 방식으로 유지해 아날로그 감성을 살렸다.
뒷좌석은 소형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공간 확보를 위해 압축형 씬 시트와 평평하게 만든 바닥으로 넉넉한 좌석공간을 확보했다. 편의사양인 열선시트와 USB 포트도 적용해 미래자동차의 명맥을 보여줬다.
버튼 하나로 6:4 비율로 플랫하게 접히는 2열 폴딩시트는 트렁크 용량을 478ℓ까지 늘려주며 실용성을 생각했다. 또한 트렁크 트레이 공간에 스페어타이어를 배제하며 짐을 위한 시크릿 공간이 생겨 적재능력도 향상시켰다.
전기차의 재탄생
4165 ×1865×1610mm의 길이×너비×높이를 갖는 볼트 EV는 B세그먼트 자동차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안정성 확보를 위해 보디의 81.5%에 초고장력, 고장력 강판을 적용해 차체 중량이 100kg 이상 무거워지기도 했다.
심장에는 전기모터를 얹어 최고출력 204마력(150kW)과 최대토크 36.7kg·m의 준수한 힘을 내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초 이내에 주파한다. 60kWh 용량의 배터리를 1회 완충 시 도심에선 349km, 고속 주행 411km로 복합거리 383km를 보여주며 국내 최장거리 전기차로 올라섰다.
기자는 호두과자도 먹을 겸 볼트 EV 스펙의 크로스체크를 위해 천안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 완충된 볼트 EV를 만나 신나는 마음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시내 주행만 벌써 30km를 했다.
380km의 주행가능 거리가 경부고속도로를 타기도 전에 362km로 내려갔다. 왕복 200km의 계획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충전소를 가기엔 이르다고 판단해 본격적으로 테스트를 시작했다.
초여름의 더운 날씨였지만 연비테스트를 위해 전자장비 사용을 최소화했다. 에어컨과 음악을 배제한 상태로 오직 디스플레이에서 보여주는 정보에 의지하며 달렸다. 목적지까지는 102km. 평일 낮이라 교통량이 적었기 때문에 서울 양재동에서 출발해 무리 없이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려 속력을 올리고 차선 변경을 했다. 볼트 EV는 전기자동차임에도 움직임이 경쾌했다. 차체 바닥에 깔린 288개의 LG전자 배터리로 무게중심을 낮추고 수평으로 배치해 56:44 비율의 무게 배분을 가진 덕이다.
도로에 차가 보이지 않으니 스포츠 모드를 누르고 더욱더 무게를 실어 가속했다. 작지만 1620kg의 무게를 가진 소형 MPV는 최대출력 204마력의 전기모터의 힘을 거침없이 뿜어내며 시속 154km의 안전제한속도까지 무리 없이 쭉 뻗어 나갔다.
높아진 속력을 제어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 뒤에 패들시프트 대신 자리한 리젠 온 디맨드(Regen On Demand)의 버튼을 이용해 감속을 해보았다. 회생 에너지 재생과 동시에 정차까지 이루는 새로운 제동시스템이다. 내연기관차의 제동 느낌과 다르지만, 금방 적응하며 신기술에 찬사를 보냈다.
반면, 17인치 휠과 함께하는 미쉐린의 에너지 세이버는 가끔 그립을 놓치며 연비에만 치우쳐 있어 아쉬웠다. 가감속 주행이 막바지에 접어들 때쯤 천안에 진입했다. 약 100km를 주행해 16kWh/100km(6.5km/ℓ)의 에너지 효율을 기록 했다.
호두과자 미션을 완료하고 트립 모드를 초기화시켜 본격적인 에너지 효율성 테스트를 시작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는 평균 시속 100km 이내를 유지했고, 리젠 버튼과 가속 페달 하나로 가감속을 제어하는 ‘L’ 모드로 주행했다. 이전과 다르게 계기판에 주행가능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고속 주행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드러운 승차감도 느낄 수 있었다. 알루미늄 합금 서스펜션을 사용해 조종 안정성과 편안한 승차감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다. 양재IC에 진입하며 트립 컴퓨터를 확인했다.
주행거리는 약 100km로 같았고, 14.2kWh/100km(7km/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270km였다.
볼트 EV의 총 주행거리는 약 200km, 실제 연비는 15kWh/100km(6.75km/ℓ)이었다. 이는 메이커가 발표한 공인연비보다 높은 수치이며 전기자동차의 발전을 증명하는 결과였다. 허기진 볼트 EV에게 포상을 줄 시간이다.
충전 방식은 ‘DC콤보’ 로 통일해 급속충전과 완속충전을 지원한다. 급속충전기는 1시간에 걸쳐 배터리의 80%가 충전되고 7.2kW의 일반 충전기를 이용하면 9시간 45분이 걸린다. 가정용 220v 충전도 가능하다.
기자는 바쁜 관계로 급속충전기를 이용해 배터리의 80%까지만 약 20kWh를 30분에 걸려 충전해 약 3000원의 요금을 지불 했다.
쉐보레 볼트 EV는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보조금 혜택 전 출고가격 4779만원과 세이프티 패키지 포함 4884만원은 국가와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인해 20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해진다. 국내 준중형차 가격 수준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열기는 뜨겁지만, 공급물량이 현저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잘 만들고 팔지 못하면 그보다 억울한 일이 있을까? 쉐보레가 공급난을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165×1765×1610mm | 휠베이스 2600mm | 무게 1620kg
동력계통 영구 자석 모터 드라이브 유닛 | 최고출력 204ps | 최대토크 36.7kg·m | 배터리 종류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 60kWh |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383km (복합) / 411km (도심) / 349km (고속)
에너지 효율 5.5km/kWh (복합) / 6.0km/kWh (도심) / 5.1km/kWh (고속)
구동방식 FWD | 타이어 215/50 R17 | CO₂배출량 0g/km | 가격 4779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