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골프 R VS 메르세데스-AMG A45

  • 기사입력 2017.06.10 16:11
  • 최종수정 2021.06.25 15:18
  • 기자명 모터매거진

POCKET MONSTERS

핫해치란 이런 것이다. 단정했던 기존의 이미지에 과감한 패션으로 성격까지 거칠어졌다. 4기통 2.0ℓ 엔진에 터빈을 달아 공도를 접수할 만큼의 힘을 키웠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영리한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전투 장비를 완벽하게 갖췄다. 코너에서도, 뻥 뚫린 길에서도 겁먹지 않는 작은 괴물들이다.

글 | 안진욱

사진 | Chris. C

# INTRO

요즘 기자는 ‘인형뽑기’에 푹 빠졌다. 중학교 시절 스티커로만 보던 귀여운 포켓몬스터들을 인형으로 보니 도전정신이 마구 생긴다. 이번엔 <모터매거진> 트윈테스트를 위해 포켓몬스터 두 마리를 뽑았다.

핫해치 혹은 포켓로켓이라고도 불리는 고성능 해치백들이다. 성능을 보자면 어쭙잖은 스포츠 쿠페들은 단숨에 잡아먹을 수 있는 녀석들이다.

청코너에는 폭스바겐 골프 R이 대기하고 있다. 해치백의 교과서라 불리는 골프에 R배지를 달았다. 물론 GTI보다도 위급인 골프의 보스 되시겠다. 홍코너에는 메르세데스-AMG A45가 출전준비를 마쳤다. 고급 세단 전문인 메르세데스가 플랫폼을 준비하고 해치백을 난생 보지도 못한 AMG가 완성시켰다.

두 녀석의 전투 조건은 비슷하다. 똑같은 배기량 엔진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물렸고 전륜기반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스피드미터에 300이상 적혀 있는 것도 빠트릴 수 없다. 이 둘이 한바탕 붙었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의 계급장을 뗀 골프 R과 A45의 진검승부다.

# EXTERIOR

땅땅하게 생긴 것은 매한가지다. 평평했던 해치백에 보디 키트를 둘러 반항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두 대를 보고 있자면 어린아이가 주머니에 손 넣고 껌 씹는 모습이 연상된다. 먼저 A45는 작은 메르세데스의 디자인을 AMG가 한껏 끌어올렸다. 덩치가 작다고 해서 저렴해 보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에이프런이 물결치는 프런트 범퍼로 세련된 얼굴을 만들었다. 뒤쪽엔 해치백 특유의 후방 난류를 정리하기 위해 리어 스포일러와 디퓨저를 달았다. 뒤태를 꾸며주는 악세사리로도 그만이다. AMG 특유의 사각 머플러 팁도 갖췄다.

골프 R이 조금 더 낮고 넙대대해 보여 안정감이 느껴진다. 시선을 사로잡는 블루 보디 컬러부터 예사 골프가 아니란 것을 암시한다. 공기흡입구를 시원하게 뚫어 놓은 프런트 범퍼는 다이내믹하며 무광 실버로 처리한 사이드미러는 예쁜 귀걸이 역할을 한다.

차체에 비해 큰 19인치 휠은 쭉쭉 뻗은 스포크 때문에 1인치 더 커 보여 빵빵해 보인다. 반면 뒷모습은 트윈 머플러 커터를 제외하면 노멀 모델과 큰 차이점이 없다.

# INTERIOR

현재 메르세데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인테리어를 보여준다. 작은 차에도 정성을 듬뿍 담았다. 대칭형 레이아웃으로 균형미를 잡고 원형 송풍구로 포인트를 줬다. 값비싼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벨트와 스티치, 그리고 송풍구 등을 레드로 포인트를 줘, 원가절감의 흔적을 찾으려는 기자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

AMG GT에서 가져온 스티어링 휠은 D컷 타입으로 두툼해서 잡는 맛이 훌륭하다. 반가운 것은 기어노브가 칼럼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 시트는 쿠션감이 좋으며 알칸타라 덕분에 고급스러워 보인다. 1열 탑승객의 배려만 있다면 뒷좌석에 성인 남성이 무리 없이 탈 수 있다.

이제 A45에서 내려 골프 R의 도어를 열었다. 센터페시아가 운전자를 향해 있는 레이아웃을 적용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군더더기 하나 없다. 정갈함 그 자체다. 이러한 디자인은 시선을 확 끌지는 못하지만 오랫동안 함께해도 질리지 않는다.

버튼들의 직관성과 유격 없는 조작감도 좋다. 디스플레이는 IMF 시절 만들었는지 인터페이스와 터치감, 그리고 반응속도 등 뭐하나 2017년스러운 것이 없다. 밑동을 날려버린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알맞고 그립감이 좋다. 두께만 조금 더 두꺼웠으면 A45가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시트는 골프 R의 것이 훨씬 운전자를 꽉 잡아준다. 뒷좌석은 메르세데스와 마찬가지로 레그룸이 부족하다. 1열과 2열 둘 중 하나는 좁게 타야한다.

# POWER TRAIN

독일에서 날아온 이 포켓몬스터들의 심장 사이즈는 2.0ℓ다. 작은 4기통 엔진에 터빈을 달아 힘을 키웠다. 골프 R은 최고출력 292마력, 최대토크 38.7kg·m의 힘을 내고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네 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5.1초 걸린다. 최고시속은 250km다.

300마력도 안되냐며 비웃고 있는 A45는 자신 있게 보닛을 열고 있다. 이렇게 작은 엔진 커버에 AMG 배지가 달려있어 어색했지만 출력은 기가 막히다. 골프 R보다 훨씬 높은 최고출력 381마력, 최대토크 48.4kg·m의 힘을 낸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의 힘을 합친 결과 0→시속 100km가 4.2초, 최고시속은 250km다.

두 터보 엔진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A45가 고성능 디비전이이라면 골프 R은 튜닝카 느낌이 난다. 출력은 더 큰 터빈을 사용하는 A45가 높지만 터보랙은 오히려 골프 R에서 느껴진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았을 때 엔진응답성이 늦을뿐더러 터빈으로 힘을 끌어 모아 발산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전형적인 애프터마켓 튜닝카 느낌이다. 터빈이 크지 않아 반응속도가 늦을 리가 없는데, 설정된 부스트가 낮은 것 같다. 기자가 골프 R을 사게 된다면 ECU 맵핑을 통해 스풀업 타이밍을 당길 것이다.

치고나가는 느낌은 A45가 훨씬 매끄럽다. 2.0ℓ에서 과급기로 쥐어짜는 게 아닌 대형 자연흡기 엔진 같은 느낌이 든다. 기를 모을 필요 없이 힘이 꾸준하게 나온다. 운전자의 명령에 빠릿빠릿하게 엔진이 반응한다. 부스트를 높게 사용하는 결과인데 걱정되는 것은 내구성 하나다.

포르쉐 복스터가 2.0ℓ 엔진으로 300마력을 내는데 이보다 81마력이 높으니 노파심이 생긴다. 아무튼 90마력 가까운 출력 차이는 고속도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A45가 골프 R을 쉽게 추월할 수 있으며 이 후 골프 R은 절대로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배기량이 깡패가 아니라 출력이 깡패다.

변속기 부문에서도 골프 R이 열세였다. 명성이 자자한 DSG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과거에는 기가 막히게 빠른 변속을 자랑했지만 이제 시대가 변해 이정도 변속 속도는 토크컨버터 타입 자동 변속기도 보여준다.

거기에 클러치의 허용 토크가 낮은지 변속기를 과잉보호하도록 TCU가 세팅되었다. 다운시프트에 적극적이지 않아 불만스럽다. 낮은 기어로 명령을 내릴 때는 운전자가 질주를 결심한 순간이기에 더욱 아쉽다.

반면 A45의 것은 훌륭하다. 과거 메르세데스 변속기 좋다고 하는 사람 한명도 못 봤다. 절치부심해서 최근 변속기의 수준을 올렸다. 7단 듀얼 클러치는 변속 속도가 빠르고 낮은 기어를 물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적당한 변속충격까지 가미해 박진감을 선사한다. 패들시프트의 조작감 역시 골프 R보다 좋다. 듀얼 클러치 과목은 A45가 더 높은 점수를 가져갔다.

# PERFORMANCE

코너에서 둘은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이지만 탈출속도는 골프 R이 더 높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일단 골프 R의 서스펜션이 더 야무지다. 좌우롤링을 A45보다 억제해 코너라인을 짧게 가져간다. 다음으로 엔진의 위치가 골프 R의 것이 더 낮게 배치되었다는 점이다.

무거운 엔진을 최대한 내려 무게중심이 낮다. 게다가 타이어 그립에서도 격차가 벌어졌다. A45는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3(PS3), 그리고 골프 R은 브리지스톤의 포텐자 S001을 끼웠다.

포텐자 S001은 PS3보다 윗급인 파일럿 슈퍼 스포츠와 동급이며 트레드 또한 A45보다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산길을 달리는 재미 또한 골프 R의 승. 타이트한 스티어링 기어비로 손맛이 좋다.

주행안정화 장치를 끄고 달리니 두 녀석의 좋은 섀시 밸런스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거칠게 몰아붙이더라도 다시 자세를 안정화시키기에 만만하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심적 안정감을 선사한다.

네 바퀴를 굴려 트랙션을 확보하는 장점도 있지만 토크 스티어 현상을 억제시키는 것 또한 메이커의 의도였을 것이다. 골프 R은 리어 액슬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느낌이 들어 전륜기반이라는 태생을 영리하게 감춘다.

메르세데스는 후륜기반 사륜구동 시스템이 익숙해서일까? A45를 타는 내내 뒷바퀴에 동력이 전달되고 있는지를 의심했다. 고속주행 시 리어 타이어의 그립이 떨어진다. 차체가 노면에서부터 멀어지며 붕 떠서 달려 불안하다. 스티어링 휠을 보니 분명 삼각별이 박혀있는데도 말이다.

멋스러운 리어 스포일러와 디퓨저가 없었다면 고속안정감은 더 떨어졌을 것이다. 또한 고속에서 풀 브레이킹이 들어가면 뒤쪽이 휘청거린다. 따라 오던 골프 R은 아주 브레이크스티어나 노즈다이브 현상 없이 잘 멈췄다.

# EXHAUST NOTE

4기통이라도 AMG 배지를 달아서일까? 배기사운드는 A45의 압승이다. 골프 R이 얌전한 것은 아니다. 나름 존재감 있는 배기 사운드이지만 부밍이 심하고 음색이 그리 깔끔하지 못하다. 애프터마켓 배기 시스템을 장착한 듯한 사운드다.

A45로 옮겨 시동을 켜면 바로 화끈함을 느낄 수 있다. 배기량과 터보를 감안하면 아주 좋은 배기사운드다. 시프트업을 할 때나 스로틀이 닫힐 때 중통의 배압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백프레셔는 계속 듣고 싶어 가속페달을 반복적으로 괴롭히게 된다. 또한 조용한 주택가의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버튼 하나로 운전자가 배기 플랩을 열고 닫을 수 있다.

# CONCLUSION

종합점수는 골프 R이 가격과 브랜드 차이를 극복했다. 오랫동안 해치백을 만들어온 폭스바겐의 노하우는 대단했다. 허나 문제는 상품성이다. A45는 저렴한 AMG이지만 골프 R은 가장 비싼 골프다.

반대로 생각하면 A45의 오너는 AMG를 갖기 위해 적금을 깬 것처럼 보인다면 골프 R 오너는 뼈 속까지 골프 마니아로 보일 수도 있다. 약 1000만원의 가격 차이는 구매에 있어서 결코 무시할 순 없지만 구성으로 보면 합당하다.

잘난 놈들끼리 붙여놔서 상대적인 약점이 밝혀져서 그렇지, 어디에 내놔도 완성도에서는 뒤지지 않는 녀석들이다. 여자친구들이 많고 사패산을 자주 간다면 A45를, 진한 사나이들과의 시간을 즐기고 중미산이 익숙한 당신은 골프 R이 어울린다.

# TEST FILE

# SPECIFICATION

VOLKSWAGEN GOLF R

길이×너비×높이 4255×1800×1450mm | 휠베이스 2640mm | 무게 1540kg | 엔진형식 4기통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994cc | 최고출력 292ps | 최대토크 38.7kg·m

변속기 6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 타이어 (모두)235/35 R 19 | 0→100km/h 5.1초 | 최고속도 250km/h | 복합연비 9.9km/ℓ

CO₂배출량 179g/km | 가격 5010만원

MERCEDES-AMG A45

길이×너비×높이 4350×1770×1435mm | 휠베이스 2700mm | 무게 1600kg | 엔진형식 4기통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991cc | 최고출력 381ps | 최대토크 48.4kg·m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 / 트레일링 암 | 타이어 (모두)235/40 R 18 | 0→100km/h 4.2초 | 최고속도 250km/h (LIMIT)

복합연비 9.5km/ℓ | CO₂배출량 183g/km | 가격 60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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