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라인업

  • 기사입력 2017.06.10 15:42
  • 최종수정 2020.09.01 20:06
  • 기자명 모터매거진

SHEER DRIVING PLEASURE? YES!

실용성이 높은 520d x드라이브, 헐크 같은 X6 M50d, 남자들의 로망 M4,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서 온 i8. 그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천사의 눈동자를 가졌다는 것과 운전이 재밌다는 것.

글 | 안진욱

사진 | 주보균(시공간작업실)

<PROLOGUE>

BMW는 Bayerische Motoren Werke의 약자다. 독일어로 바이에른에 있는 자동차 공장이란 뜻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역 중 하나가 BMW다. 수준 높은 엔지니어링으로 소비자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다. 또한 BMW 만큼 특징이 많은 브랜드도 찾기 어렵다.

키드니 그릴과 엔젤아이(Angel Eye)라 불리는 헤드램프, 짧은 프런트 오버행 등은 BMW 유전자 검사를 할 때 사용되는 항목이다.

또한 BMW는 핸들링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유는 50:50의 앞뒤 무게배분이다. 이러한 밸런스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슈퍼카야 실용성을 따질 필요가 없지만 BMW는 탑승공간과 트렁크를 생각해야만 하는 승용차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허나 BMW는 이를 잘했었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 BMW의 현주소를 알아볼 기획을 만들었다. 노멀, M 퍼포먼스, M, 그리고 i 시리즈까지 각 대표선수를 <모터매거진> 시승팀이 한 곳에 모았다.

BMW 520d xDrive

MAIN PLAYER

과거 디젤하면 SUV, 혹은 트럭만을 떠올렸다. 디젤 세단이 낯설었던 국내 자동차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6세대 5시리즈(F10)다. 수려한 외모에 뛰어난 연료 효율성으로 인기를 얻었다. 라이벌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수입차 판매 1위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작년 메르세데스는 풀체인지된 E클래스를 선보이고 올해 7세대 5시리즈가 등장했다. 2017년 드디어 이 두 라이벌이 대한민국 땅에서 2차전을 펼칠 해다. 때문에 BMW 노멀 라인 중 5시리즈, 그중에서도 520d를 호출한 것이다. 트렁크에는 x드라이브 배지가 붙어 있었다.

앞트임 성형을 해서인지 언뜻 보면 7시리즈처럼 보인다. 3시리즈처럼 보이는 5시리즈는 경쟁력이 없으니 BMW의 탁월한 선택이다. 키드니 그릴이 이전 세대 보다 훨씬 커졌지만 헤드램프와 잘 어우러져 어색하지 않다.

LED로 치장한 헤드램프는 멋도 멋이지만 정말 빛의 강도가 높다. 야간에 방향지시등만 켜더라도 세상이 밝아진다. 프런트 펜더 하단에 에어 덕트를 뚫어, 휠 하우스 안에 맴도는 프런트 휠의 난류를 빼주면서 주행안정성을 높인다.

공기저항계수(cd) 0.22로 매끄러운 측면 라인과 짧은 프런트 오버행은 분명 BMW다. 도어핸들을 가로지는 캐릭터 라인은 과감하게 그었다. 엔트리 모델임에도 듀얼 머플러 팁이 장착된 점도 반갑다. 아쉬운 점이라면 18인치 휠이다. 차체 크기를 감안하면 19인치 정도는 달려야 균형이 잡힐 듯하다.

인테리어는 7세대로 오면서 더욱 고급스러워졌다. 운전석을 향해 있는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은 그대로이지만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툭 튀어나왔다. 디스플레이 앞에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오디오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제스처 컨트롤이라 불리는 이 기능은 운전자가 입력한 동작을 인식해 해당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 찌르는 동작만으로 다음 곡으로 넘길 수 있다. 주행 중 버튼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동승자의 놀란 표정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두꺼운 가죽으로 감싼 시트는 부드러운 촉감이 참 좋다. 쿠션감이 좋고 등받이 날개가 두툼해 코너에서도 운전자를 잘 지지해준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은 6세대와 비교해 보면 정말 잘 바뀌었다. 직경이 크지 않고 잡는 맛이 좋다.

패들시프트가 달려있는데 위치가 적절하고 조작하는데 유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공조기 컨트롤러는 수동과 터치 방식을 혼용하는데 터치할 부분이 작아 주행 중에는 조작하기엔 불편하다. 뒷좌석과 트렁크의 공간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편의장비는 반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다. 고속도로에서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을 건들지 않고 주행할 수 있다. 스스로 차선을 지키면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무탈하게 간다. 맹신하기보단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도우미’로 생각하자.

가려운 등을 긁거나, 옷매무새를 고치는 순간에 유용하다. 오디오 시스템은 과거 BMW 오디오가 아니다. 하이엔드 브랜드 배지가 붙어 있지 않지만 묵직한 베이스와 선명한 보컬을 운전자에게 들려준다.

이제 달려볼 차례다. 먼저 520d x드라이브 핸들링 수준을 말하자면 동급 최강이다. M4와 i8의 핸들링 테스트 진행을 마치고 바로 520d x드라이브로 핸들링 테스트를 진행했다. 원래 캡사이신 먹다 고추장 먹으면 매운맛이 거의 안 느껴지지 않는가?

허나 520d는 달랐다. 달리기 선수들과 비교하더라도 그리 처지는 실력이 아니다. 그렇게 타는 장르가 아님에도 슬라럼 코스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억지로 자세를 망가뜨리기도 힘들다. 역시 BMW다.

롤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서스펜션이 딱딱해야 핸들링이 좋은 것은 아니다. 섀시와 서스펜션의 밸런스가 잘 맞아야 한다. 주행질감이 전체적으로 부드럽게끔 서스펜션을 세팅했다.

섀시의 모든 부싱의 틈새를 메우고 볼트와 너트를 꽉 조여 버린 느낌의 5시리즈는 이제 BMW가 만들지 않는다. 항상 긴장되어 있는 섀시 세팅을 좋아하는 이들은 안타깝겠지만 안락함은 기함급 세단 부럽지 않다.

고속안정감 역시 탁월하다. 휠밸런스와 얼라인먼트를 완벽하게 세팅하자마자 갓 포장된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직진성이 좋아 전진에 있어 스티어링 휠을 자주 조타할 필요가 없다. x드라이브의 힘이기도 하다.

8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루는 2.0ℓ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낸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적고 스티어링 휠과 시트로 전해지는 진동도 억제되어 있다. 또한 시내주행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파워가 부족하지 않다. 브레이크 성능은 출력을 감당하기 충분하다.

5시리즈는 BMW에서 핵심 모델이다. 국내시장에서는 특히 520d가 BMW 코리아의 지갑을 채워준다. 멋진 외모에 복합연비 높은 연비효율, 그리고 운전재미까지.

거기에 6세대까지 우수한 핸들링만을 E클래스에게 자랑했다면 7세대부터는 고급이라는 무기까지 챙겨왔다. 7시리즈의 안락함과 3시리즈의 경쾌함 거기에 영리한 x드라이브로 안정감을 무장한 520d x드라이브였다.

xDrive History

BMW 사륜구동 시스템이 처음으로 탑재된 것은 1985년 325i(E30)였다. 당시 아우디 콰트로가 사륜구동 시장을 제패하던 시절이라 재미있는 사륜구동에 초점을 두었다. 구동력 배분을 앞뒤 37:63으로 후륜 성향을 많이 띄게 하면서 핸들링의 감을 잃지 않게 하려 했다.

후에 계속 개선을 거듭하면서 현재 x드라이브라는 명칭은 2003년 X3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앞뒤 구동력을 분배하는 전자제어 트랜스퍼 케이스가 빠릿빠릿한 작동이 가능해지면서 더욱 진화했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36×1868×1479mm | 휠베이스 2975mm | 무게 1770kg | 엔진형식 4기통, 디젤 | 배기량 1995cc | 최고출력 190ps

최대토크 40.8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 타이어 (앞)245/45 R18, (뒤)275/40 R18

0→100km/h 7.6초 | 최고속도 232km/h | 복합연비 13.9km/ℓ | CO₂배출량 136g/km | 가격 6980만원

BMW X6 M50d

BIG UNIT

BMW 노멀 라인과 고성능 M 라인을 이어주는 M 퍼포먼스 라인이 존재한다. 아우디로 비유하자면 S모델이라 보면 되겠다. 진정한 M이 아니라 싱겁다고 하는 마니아들이 있다. 그렇지만 엔진룸에 M 배지가 있는 것만으로 공도를 호령하기엔 충분하다.

M2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1M도 M 퍼포먼스 모델이다. M과 차이점은 고성능 디젤 엔진과 x드라이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M을 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M을 사면 안 되는 이유를 가진 소비자가 타겟이다.

M 퍼포먼스 라인업은 빵빵하다. 거의 모든 BMW 모델에 M 퍼포먼스를 고를 수 있다. 기함 7시리즈에도 M760Li x드라이브가 존재하니 말이다. 이번 기획에서 M 퍼포먼스 대표선수로 나온 것은 X6 M50d다. 정통적인 SUV 디자인을 거부하고 파격적인 옷을 입어 X6는 등장부터 ‘빅 이슈’였다.

쌍용 액티언을 따라했다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지만 이제는 SUV 쿠페의 상징이 되었다. 여기에 더욱 과감한 보디 키트와 강력한 디젤 유닛으로 무장한 것이 X6 M50d다.

첫인상은 일단 덩치에서 오는 압박감이 있다. 이보다 더 큰 SUV들도 많지만 유난히 X6는 커 보인다. SUV의 큰 덩치에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으니 분명 이점이다. 거대한 공기흡입구를 뚫어 놓은 프런트 범퍼와 그 아래 달린 립 스포일러만으로 잘 달리는 차임을 눈치 챌 수 있다.

BMW 가문에서 가장 큰 콧구멍을 가지고 있다. 키드니 그릴을 블랙으로 처리해 헤드램프와 함께 강인한 인상을 완성한다.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루프 라인이다. B필러에서부터 해치까지 떨어지는 라인은 옆에 있는 M4의 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뒷모습에는 뒤따라오는 차들을 향한 경고장을 여기저기 붙여 놨다.

트윈 머플러 커터와 M 배지, 범퍼 하단에 달린 윙, 그리고 리어 립 스포일러 등은 웬만해선 추월하기 힘들다고 말해준다. 육군 대장 어깨에 별 네 개가 삐져나올 것 같이 기나긴 모델명의 배지에서 무게감이 느껴진다.

실내로 들어가면 BMW 최고급 가죽을 즐길 수 있다. 대시보드도 가죽으로 덮어 귀티가 줄줄 흐른다. 오렌지 빛이 감도는 브라운 시트로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시트는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며 운전자에게 딱 맞는 포지션을 제공한다.

대개 시트에 운전자가 자신의 몸을 맞추는데 X6 M50d의 것은 돈을 지불한 만큼의 시트다. 쿠션감과 운전자를 잡아주는 능력도 좋다. 통풍 기능까지 있으니 여름도 두렵지 않다. M 스티어링 휠은 아직까지는 지겹지 않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타기에 레그룸은 충분하다. 문제는 역시나 헤드룸. 조금 건방지게 앉으면 소중한 당신의 헤어스타일을 지킬 수 있다. 아름다운 루프 라인 때문에 양보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작은 리어 글라스로 후방 시야가 살짝 답답하다.

주차할 때야 어라운드뷰 기능이 있기에 별 상관없지만 일상 주행을 할 때가 문제다. 뒤차 신경 쓸 시간에 달리기나 하라는 BMW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이 녀석의 하이라이트는 엔진이다. 직렬 6기통 3.0ℓ 디젤 엔진에 터빈을 두 발도 아닌 세 발을 달았다. 세 개의 터빈 중 두 개가 고압, 한 개가 저압 터보다. 평소엔 터빈이 두 개만 돌다가 급가속 시 혹은 큰 힘이 필요할 때 나머지 하나까지 돈다.

최고출력이 381마력, 최대토크는 무려 75.5kg·m이다. 변속기는 ZF의 8단 자동이 달리며 괴력을 네 바퀴로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5.2초 걸린다. 그리 빠르지 않은 것 같다고? 이 멧돼지는 2.1t이 넘는다.

이제 X6 M50d를 몰아붙일 차례다. 사실 기자는 작년에 이 차를 3시간가량 탄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잘 나지 않은 상태로 가속페달에 발을 가져갔다. 순간적으로 2016년 11월이 기억나기 시작한다. 심지어 당시 동승자의 표정까지 생생해졌다.

가속페달을 살짝 건들기만 하더라도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엄청난 토크는 무거운 차체를 깃털처럼 다룬다. 실제로 i8과 함께 달리더라도 얼마든지 거리를 유지하고 따라갈 수 있었다.

일반적인 디젤 엔진의 특성과는 다르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반짝하고 후반 영역에서 초라해지는 토크밴드가 아니다. 전 영역에서 막강한 토크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토크를 감당해 주는 변속기를 만들어준 ZF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심지어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해 변속기에 걸리는 부하가 상당할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변속 속도가 빠르고 변속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핸들링은 어떠할까? 겉모습에서 오는 편견이 있다. 격하게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분명 휘청거리다가 전복될 것 같다. 살짝 두렵기는 하지만 스티어링 휠의 BMW 배지와 M 배지를 믿고 핸들링 테스트를 진행한다. 러버콘의 간격은 M4를 테스트 할 때와 동일하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정말 날쌘 멧돼지다. 서스펜션은 좌우롤링이 살짝 있지만 무거운 차체를 잘 받쳐줘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거기에 스티어링 반응 속도 또한 재빨라 슬라럼 코스를 통과하는 재미를 준다. 11월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X6 M50d의 매력은 뚜렷했다. 스타일리시한 고성능 SUV를 원한다. 그런데 고급휘발유를 찾기는 귀찮다면, 이 녀석이 해답이다.

Quad Turbo

BMW가 처음으로 터빈 3발을 달았을 때 파장은 컸다. 굳이 8기통 디젤을 만들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그만큼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부터는 4개다. 터빈 4발이 달려있는 차는 부가티 시론만 생각했다.

저압터보 두 개 고압터보 2개를 달아 쿼드터보를 완성했다.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7.5kg·m의 힘을 낸다. 트라이터보보다 출력은 올라갔지만 연료효율은 5%정도 향상됐다. 7세대 550d와 750d에 먼저 탑재된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09×1989×1702mm | 휠베이스 2933mm | 무게 2185kg | 엔진형식 6기통 트라이터보, 디젤 | 배기량 2993cc

최고출력 381ps | 최대토크 75.5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 | 타이어 (앞)275/40 R20, (뒤)315/35 R20

0→100km/h 5.2초 | 최고속도 250km/h | 복합연비 10.7km/ℓ | CO₂배출량 188g/km | 가격 1억4160만원

BMW M4

I AM M

고성능 디비전의 상징이다. 1972년 BMW 모터스포츠를 담당하면서 M의 역사는 시작된다. 즉 M은 모터스포츠의 M을 의미한다. 양산차에 처음으로 M 배지를 단 모델은 전설전인 M1이다. 이 후 M5와 M3를 출시하면서 대박이 터진다.

특히 마니아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BMW가 M3다. M이라는 알파벳에 숫자 3이 붙었을 뿐인데 누군가의 로망이 되었다. 차에 관심이 없는 이라면 흔한 3시리즈로 볼 테지만 M3 오너들은 이러한 시선을 개의치 않는다. 노멀 모델보다 2배정도 값을 지불하는 이유는 단 하나. 질주 본능을 위해서다.

고성능 쿠페의 대명사였던 M3는 이제 BMW의 작명법에 따라 문짝 네 개짜리 세단이, 쿠페는 M4가 되었다. 출시 당시 M4라는 모델명이 낯설었고 M3의 상징성 때문에 왈가왈부했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따로 있다.

이전 세대 M3(e92)가 8기통 자연흡기를 사용했던 것에 반해 M4에는 6기통 터보 엔진을 탑재한 것이다. 그나마 BMW 주재료인 직렬 6기통으로 요리했기에 분명 M 맛을 낼 것이다. 이제 M3 대신 사나이 가슴속에 새겨진 M4를 만나러 간다.

블랙 사파이어 메탈릭 페인트를 씌운 M4가 폭발적인 배기사운드를 뽐내며 테스트장으로 다가온다. M 퍼포먼스 배기시스템을 장착한 것이 분명하다. 부풀어진 펜더 때문에 확실히 노멀 4시리즈보다는 넙대대해 보이고 M 배지의 위력인지 아우라가 느껴진다.

기교를 잔뜩 부린 프런트 범퍼와 리어 범퍼, 그리고 큼지막한 에어 덕트를 뚫어 놓은 프런트 펜더는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지 멋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 구멍들로 인해 M4가 공기를 잘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남자들이 좋아할 요소들로 가득하다. 카본 파이버 트림과 빨간 립스틱을 바른 버킷시트를 갖추었다. BMW는 운전자가 달리고 싶은 기분을 확실하게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디자인이 훌륭하고 두툼해서 잡는 맛이 좋다. 가죽 질감도 좋지만 조금 큰 직경 때문에 회전각이 커져 아쉽다. 뒷좌석 공간은 내 몸에 많은 양보를 해야만 탑승이 가능하다.

중앙부가 볼록한 보닛을 열면 직렬 6기통 3.0ℓ 엔진이 박혀 있다. 거기에 터빈 두 발을 장착해 최고출력 431마력, 최대토크 56.1kg·m의 힘을 발사한다. 여기에 밸브트로닉과 더블바노스 기술을 적용했다.

쉽게 말하면 스로틀보디 없이 흡기 밸브로 직접 실린더로 유입되는 공기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빠른 응답성을 자랑하는 엔진이다. 변속기는 게트락 7단 듀얼 클러치가 달리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단 4.1초다. 최고시속은 250km에 묶여있다.

M 모델이 재밌는 이유 중 하나는 운전자의 취향에 딱 맞는 퍼포먼스 세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티어링 휠과 변속기, 그리고 엔진의 감도를 원하는 데로 조절할 수 있다. 노멀 모드에서는 주행질감이 부드러워 여느 세단처럼 편안하게 탈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건너뛰고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본래의 성격이 나온다. 섀시와 파워트레인이 잔뜩 긴장해 운전자의 마음가짐을 달라지게 만든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의 엔진 응답성은 빠르다. 아니 급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겠다. 타코미터 바늘이 솟구치는 속도는 비현실적이다. 쏜살같은 변속 속도에는 적당한 충격을 가미해 박진감을 선사한다.

가속력은 화끈하다. 최고출력 431마력이 엄청난 수치는 아니지만 M4의 431마력은 500마력 이상으로 체감된다. 그 어떤 차와 달리더라도 이길 기세다. 고속도로에 올리더라도 힘이 남아돈다. 앞차와 속도를 맞추고 추월을 마음먹으면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

이는 가벼운 차체 덕분이기도 하다. 공차중량이 1540kg으로 메르세데스-AMG C63보다 300kg 정도 가볍다. 거기에 드라이브샤프트를 카본 파이버로 만들어 순발력이 엄청나다.

M 배지의 위력으로 핸들링, 엔진 반응 속도, 변속 속도 등 뭐하나 무딘 것이 없다. 주행안정화 장치도 M 모델답다. 달리기 전부터 잔소리하는 엄마가 아닌, 넘어지기 직전 몸을 일으켜 잡아주는 아빠처럼 작동한다. 주행 중 주행안정화 장치의 개입을 눈치 챌 수 없었다.

만약 엄마한테 혼날 정도로 놀고 싶다면 주행안정화 장치를 해지하면 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리어 타이어를 태울 수 있다. 차체 밸런스가 워낙 좋아 쉽게 뒤를 날리고 잡고를 반복할 수 있다.

코너링 퍼포먼스도 빼놓을 수 없다. 운전자가 원하는 라인을 쉽게 그릴 수 있다. 뉴트럴스티어에 가깝지만 방심하면 오버스티어를 일으키니 조급한 탈출은 삼가야 한다. 전륜에 4피스톤, 후륜에 2피스톤 캘리퍼로 장착되는 브레이크 시스템은 무난하다.

고속에서 풀브레이킹을 여러 차례 시도하더라도 페이드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페달 답력은 가벼워 미세한 브레이킹 컨트롤은 힘들다.

M4와 한바탕 놀고 나니 다리가 후들후들하며 떨렸다. 온 신경을 스티어링 휠과 페달에 집중하니 티셔츠는 젖어 버렸다.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았다. 데일리카로 사용하기에 적절하다. 부드러운 주행질감을 보여주며 과속방지턱과 지하주차장이 두렵지 않다.

트렁크에 일주일치 장을 넣을 수도 있다. 야심한 밤엔 M 버튼을 눌러 화려하게 달릴 수도 있다. 이것이 M, 그리고 M4다. 이 녀석은 M3의 핏줄이면서 현시대의 M3다.

MANUAL PLIZ

기자는 수동변속기를 사랑한다. 왼발로 클러치를 밟아 오른손으로 기어를 맞추며 나아가는 것이 훨씬 능동적인 재미를 주기 때문. 운전이 즐거운 BMW에 수동변속기가 달렸다고 상상해보자. 막히는 출근길도 감수할 수 있다. BMW가 팬서비스 차원으로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모른 라인업이 힘들다면 M 모델만이라도…. M4에 수동변속기를 장착할 경우 0→시속 100km는 듀얼 클러치에 비해 0.2초 늘어난다. 허나 우리는 공도에서 랩타임을 재지 않잖아?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71×1870×1383mm | 휠베이스 2812mm | 무게 1540kg | 엔진형식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79cc

최고출력 431ps | 최대토크 56.1kg·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RWD |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 타이어 (앞)255/35 R19, (뒤)285/35 R19

0→100km/h 4.1초 | 최고속도 250km/h | 복합연비 9.6km/ℓ | CO₂배출량 185g/km | 가격 1억1500만원

BMW i8

SUPER STAR

주행 중 시선이 쏟아진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니다. BMW를 타고 있다. 도로 위에서 쉽게 BMW를 볼 수 있음에도 이 녀석은 다르다. 기자가 지금 잡고 있는 스티어링 휠의 주인공은 BMW i8이다. BMW가 작정하고 디자인하면 이런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겉모습은 엄청난 배기음과 배기가스를 뿜는 슈퍼카지만 친환경 모델이다. BMW가 그리는 미래형 모델 i시리즈다. 전기차 i3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i8이 있다. 기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i8을 불렀다.

바닥에 잔뜩 엎드려 있음에도 주눅 들어 보이지 않는다. 넓고 낮은 차체는 잘생긴 스포츠카의 면모를 보여주기 충분하다. 말똥말똥한 LED 헤드램프와 키드니 그릴은 분명 BMW. i8은 BMW의 수준급 금형기술을 보여준다.

음각과 양각을 자유자재로 연출했는데 엔지니어가 디자이너에게 전혀 제약을 주지 않은 모양이다. 특히 리어 펜더에서 뒤쪽으로 흘러가는 라인은 경이롭다. 판금 수리가 불가능하니 도로에서 i8을 만나면 안전거리 이상으로 떨어져야 한다.

i8을 가장 갖고 싶은 이유는 도어다. 환상적인 오프닝 세레모니를 보여준다. 버터플라이 도어는 열 때마다 운전자를 연예인으로 만들어준다. 열고 닫는 느낌이 둔탁하지 않고 세련되게 닫힌다. 보통의 도어와 열리는 각도가 다르니 주차 후 내릴 때 주의가 필요하다.

실내는 정갈하면서도 스티치나 벨트를 블루 색상으로 마감해 친환경차의 티를 팍팍 내고 있다. 시트는 착석감이 좋으며 뒷좌석은 인간이 앉으면 큰일 난다.

파워트레인 이야기 할 차례다. i8은 3기통 1.5ℓ 터보엔진과 전기모터가 달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6단 자동변속기와 결합되는 내연기관은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7kg·m의 힘을 리어 액슬에 보낸다.

섀시 앞쪽에 달린 전기모터는 2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만든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힘을 프런트 액슬로 보낸다. 구동력을 끌어 모으면 최고출력 362마력, 최대토크 58.2kg·m의 성능이 완성된다.

네 바퀴 모두를 굴리지만 앞뒤 구동원을 달리하는 독특한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된 것이다. 0→시속 100km는 4.4초로 순발력은 뛰어나다.

드라이빙 모드는 총 3가지다. 기어노브 근처에 있는 E드라이브 버튼을 누르면 순수 전기모터로만 차체를 이끈다. 즉 전륜구동이 되는 것이다. 최대 37km 떨어진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시속 120km까지 달릴 수 있다.

충전은 가정용 220V를 사용하면 2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충전을 안 하더라도 내연기관이 깨어나면 배터리의 게이지가 조금씩 채워진다. 트렁크에 낯선 충전케이블이 있어도 겁먹을 필요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한 후 가속페달을 밟는다. 얌전했던 녀석이 갑자기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3기통 엔진이 깨어나서일까? 아니다 분명 8기통 사운드다. 그렇다.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스피커를 통해 전달하는 소리다. 물론 차체 하부에 외장 스피커도 달려 있어 외부에서도 들을 수 있다.

운전자의 명령에 대한 가속 응답성은 최고다. 힘의 전개에 있어 초반부는 전기모터가 후반부는 내연기관이 책임진다. 물론 전 영역에서 함께 힘을 합쳐 분출한다. 작디작은 3기통 엔진에 대한 불만도 전혀 없다. M 디비전과 같은 폭발적인 가속력은 아니지만 공도에서 가지고 놀기에는 딱 좋은 출력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핸들링이다. 기자가 여태껏 경험해본 BMW 모델 중 최고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카본 파이버로 만들어진 문턱 때문에 터브 타입의 섀시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알루미늄과 카본 파이버를 조합한 모노코크 타입이다.

터브 타입이 아니지만 핸들링 반응은 터브 타입처럼 움직인다. 핸들링 느낌이 BMW 보다는 세련된 로터스라고나 할까? 마음먹은 대로 차체를 움직일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젓는 재미는 형용하기 힘들 정도. 산길에서 i8은 정말 날아다닌다.

여기에는 탄탄한 하체도 한 몫 한다. 앞쪽에 더블 위시본, 뒤쪽에는 5링크 타입으로 변화무쌍한 노면에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앞뒤 바퀴는 노면을 움켜잡아 안정감 있다. 고속에서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브레이크 성능 역시 만족스럽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특유의 브레이킹 이질감도 없으며 예상한 만큼, 원하는 위치에서 차를 세울 수 있다. 또한 차체의 거동을 걱정하며 제동을 걸 필요가 없다. 불규칙한 노면이나 코너에서 제동을 걸더라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 스티어 현상도 적다.

고백컨대 기자는 i8을 좋아하지 않았다. 2억에 가까운 금액으로는 더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주는 녀석들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i8 오너들은 허세 가득하다고 생각했다. 이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속되게 표현하자면 i8은 돈값을 충분히 한다. 아니, 하고도 남는다.

최고출력이 400마력이 채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362마력이나 된다. 1.5t을 밑도는 가벼운 차체를 쉽게 놀린다. 기름을 많이 먹지 않는 것도 이점이다. 거기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디자인과 위로 열리는 문을 갖췄다. M을 꿈꾸는 남자가 친환경차에 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것이 i8이다.

Jealous

i8과 가격이 비슷한 AMG GT를 타고 있다. 가격은 비슷하지만 성격은 다르기에 더욱 i8이 궁금했다. 시승 후 두 가지가 부러워졌다. 먼저 연비효율이다. 기름값을 걱정하지는 않지만 주유소에 자주 가기가 귀찮기 때문이다.

출력은 AMG GT보다 낮음에도 가속력에 아쉬움은 들지 않았다. 가장 부러운 것은 버터플라이 도어다. 내차와 i8로 문을 열고 인기투표를 한다면 몰패당할 것이다. 그래도 난 AMG 사운드를 포기할 수 없다. - 이홍준(38, 건축가)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89×1942×1291mm | 휠베이스 2800mm | 무게 1485kg | 엔진형식 3기통 터보, 가솔린 + 전기모터 | 배기량 1499cc

최고출력 362ps | 최대토크 58.2kg·m | 변속기 6단 자동, 2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 | 타이어 (앞)215/45 R20, (뒤)245/40 R20

0→100km/h 4.4초 | 최고속도 250km/h | 복합연비 14.2km/ℓ | CO₂배출량 42g/km | 가격 1억96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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