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F 2.0D

  • 기사입력 2017.04.09 15:55
  • 최종수정 2020.09.01 19:38
  • 기자명 모터매거진

THE MOST PRACTICAL JAG

수입차 시장에서 2.0ℓ 디젤 엔진은 비중이 높다. 세단, SUV, 심지어 스포츠 쿠페에까지 다양한 장르에 탑재된다. 재규어의 E세그먼트 XF 역시 마찬가지. 두툼한 토크로 차를 이끌기 부족함 없으며 소음 진동을 완벽에 가깝게 잡았다. 거기에 14.2km/ℓ의 복합연비로 운전자는 매달 나이키 운동화를 살 수 있다.

글 | 안진욱

사진 | 임근재

국내 수입차 시장은 이미 유럽 브랜드가 점령한지 오래다. 그 중에서 특히 독일 브랜드의 강세는 여전하다. 다음으로 소비자들에게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것이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포함한 영국 브랜드다.

사실 독일 브랜드와 비교해 판매량이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국에 유독 하이엔드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 들어오는 영국 브랜드만 나열해 봐도 알 수 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그리고 애스턴마틴과 맥라렌처럼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낼 브랜드다.

그 중 가장 대중적이라 볼 수 있는 재규어는 자동차시장에서 포지션이 조금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분명 독일 프리미엄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비슷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구매 목록에 잘 적히지 않는다.

독일차들이 실용성과 완벽함을 내세울 때 재규어는 내세울 게 영국 특유의 고급스러운 감성 밖에 없어서일까? 재규어는 벌써 100년을 바라보는 기업이다. 감성만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했다면 이미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재규어의 매력을 찾기 위해 하얀색 재규어를 만났다. 정확한 모델명은 XF 2.0D다.

나쁜 남자와 훈남 사이

정갈한 레이아웃과 베이지 색상으로 고급스럽다

기자는 15분 째 XF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못생긴 부분을 찾으려고 했는데 시승차를 반납하는 날까지 찾지 못했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XF는 훌륭한 외모를 지녔다. 큼지막한 프런트 그릴 가운데 재규어 배지가 박혀 있으며 매서운 헤드램프와 잘 어우러진다.

주간주행등은 L자로 세련되었다. 재규어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잘 반영되었다. 잘 빚어놓은 프런트 범퍼는 안개등이 존재하지 않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옆에서 바라보면 늘씬한 몸매가 일품이다. 선들이 과감하지 않지만 우아하게 정돈되어 오랫동안 소유하더라도 지겹지 않을 디자인이다. 프런트 펜더에 크롬장식이 있다. 에어덕트처럼 생겼지만 실제로 뚫려 있지는 않다. 사이드 스커트는 살짝 접어놔 다운포스를 올리면서 안정적인 자세를 완성한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싼 시트

뒷좌석 공간에 대한 불만은 없다

트윈 7스포크 18인치 휠은 디자인은 훌륭하지만 차체 크기에 비해 작아 아쉽다. 19인치 정도만 되더라도 미적지수가 30% 이상을 향상될 것 같다. 타이어는 앞뒤 똑같은 245/45R 사이즈를 끼고 있다.

트렁크 리드 라인은 끝을 살짝 올리면서 날카롭게 처리해 다이내믹한 느낌을 준다. 길쭉한 두 개의 테일램프가 크롬으로 이어져있다. U자 모양으로 파도치는 LED라인이 인상적이다. 시승차는 2.0 디젤 트림이기에 머플러 팁이 왼쪽에만 위치한다.

트윈 머플러 팁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머플러 팁이 디퓨저 밖으로 길게 뻗어 있어 나름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트렁크는 당연히 전자동으로 열리며 공간 역시 505ℓ로 넉넉하다.

갖고 싶다. 메리디안

센터페시아를 깔끔하게 구성했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베이지 색상의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기 그지없다. 대시보드는 브라운 톤으로 마감해 윈드실드에 반사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베이지 색상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센터페시아는 대칭형으로 잘 정돈되어 있다. 좌우측 송풍구는 사용할 때만 등장하는 세레모니를 보여준다. 다이얼 기어노브와 함께 색다른 차를 타는 느낌을 주는 점은 만족스럽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두툼하며 그립감이 좋다. 크기가 조금 더 작았더라면 더욱 조작하는 맛이 살아날 것 같다.

까꿍!

시트는 부드러운 가죽을 두껍게 씌웠다. 촉감도 좋을뿐더러 쿠션감이 훌륭하다. 안마기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장시간 운전을 하더라도 운전자에게 피로를 전하지 않는다.

12.3인치 계기판과 10.2인치 메인 디스플레이 모두 LCD로 되어있는데 시인성이 좋으며 반응속도 또한 재빠르다. 특히 계기판은 지도로 꽉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

뒷좌석에 앉아 봤다. 성인남자 평균키보다 조금 큰 기자가 앉더라도 헤드룸과 레그룸이 여유 있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있어 뒤에 친구를 태우더라도 볼멘소리를 더 이상 들을 일은 없겠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시인성이 높다

기어레인지는 돌려야 제맛이지

2열을 위한 공조기 컨트롤러와 송풍구가 마련되어 있으며 베이비 시트를 두 개는 장착할 수 있어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앞좌석 뒤쪽에 달린 네트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잡지를 꽂아 놓음으로써 쉽게 차의 품격을 올릴 수 있으니까.

재규어에서 이례적으로 HUD가 달려있다. 선명하며 폰트 역시 세련되었다. 편의사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오디오 시스템이다. 메리디안 제품이 탑재되는데 오디오만 보고 XF를 구매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기자의 음악 취향은 록이다. 록의 본고장 영국차여서 일까? 일반적인 음량으로 들을 때는 다른 차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볼륨을 점점 올리면 비로소 메리디안의 진가가 발휘된다.

그동안 수천 번은 들었던 노래인데 듣지 못했던 악기가 들리기 시작하고 풍부한 사운드가 귀를 즐겁게 한다. 오디오 시스템은 정말이지 훔쳐다 내 미니에 박고 싶을 정도였다.

광활한 트렁크 공간

재규어가 이렇게 배려가 깊었나?

오디오의 여운을 앉고 다시 밖으로 나와 보닛을 열어본다. 2.0ℓ 디젤 엔진이 깔끔하게 자리 잡고 있다. 엔진을 살펴보려 보닛을 열었지만 엔진보다 눈에 먼저 띄는 것이 있다. 서스펜션 마운트 부분이다. 보통의 차보다 댐퍼의 각도를 바깥으로 향하게 세팅했다.

보통 이렇게 체결하면 서스펜션이 엔진룸의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에 비효율적이다. 특히 실용성과 거주성이 우선인 세단에서는 이렇게까지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얻는 장점은 분명하다. 노면으로부터 받는 서스펜션의 충격 방향은 수직에 가깝다. 이러한 충격을 수직으로 내리 받는 것 보다 비스듬히 받는 것이 충격량이 덜하다. 그러므로 승차감과 고속안정감에서 유리하다. 더구나 XF는 더블 위시본 타입이기에 이 항목에서 보너스 점수를 더 획득한다.

거기에 코너링 중에 코너 바깥쪽으로 쏠리는 하중을 서스펜션이 잘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예사된다. 이 부분은 시승을 하면서 다시 짚고 넘어가겠다.

차분한 디젤 엔진

얌전한 2.0ℓ 디젤 엔진

바깥으로 퍼져있는 서스펜션으로 얻는 이득은 많다

다시 엔진을 살펴본다. 인제니움이라 불리는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힘을 낸다. 엔진스타트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웠을 때 조용하다. 정숙성은 동급 최고 수준이며 가솔린 엔진과 구분이 안 갈 정도이다.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진동은 거의 느끼기 힘들고 소음 차단 역시 완벽에 가깝다. 보통 지하주차장에서 공명음이 심해 디젤 소음이 더욱 잘 들리기 마련인데 XF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재규어 디젤 엔진이 조용하다는 소문을 듣는다면 헛소문은 아니니 믿어도 괜찮다.

얌전한 엔진과 결함되는 변속기는 ZF 8단 자동변속기다. 변속충격이 없으며 변속 속도 또한 빠르다. 다운시프트 명령에도 적극적이어서 스포츠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패들시프트의 클릭감 역시 좋다. 다만 패들시프트의 길이가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손가락이 긴 당신이라면 신경 쓸 필요 없다.

요소수를 넣을 때 조심해야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본다. 승차감은 좋다. 서스펜션 세팅은 단단한 편이지만 요철을 잘 걸러주기 때문에 통통 튀지 않는다. 국산차나 일본차 승차감을 기대한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허나 이러한 하체 세팅으로 얻는 것이 훨씬 많다.

일단 앞서 짐작한 대로였다. 고속 안정감이 탁월하다. 대한민국 도로가 포장이 잘 되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과목은 독일차들이 휩쓸고 있지만 재규어 역시 그에 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

굽이진 코너를 만나더라도 자신감이 넘친다. 운전자가 의도한대로 코너 라인을 잘 그린다. 코너링은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는데 진입속도만 적절하게 맞춘다면 코너 라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디자인은 훌륭하지만 19인치였더라면…

L자 주간주행등은 재규어의 상징이 되었다

작은 차체가 아니지만 코너에서 한 체급 아래 세그먼트를 타는 듯하다. 공차중량이 1800kg가 넘지만 둔한 움직임을 읽을 수 없다. 튼튼한 하체를 잘 조율한 덕이다.

브레이크 성능 또한 만족스럽다. 원래 영국 브랜드들이 브레이크 시스템을 파워트레인에 비해 오버 스펙으로 장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며 운전자가 예측한 범위 내에서 차가 완벽하게 정지한다. 페달의 답력은 여느 승용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재규어 XF에는 가솔린을 포함한 여러 트림이 있다. 그 중에서 2.0 디젤 모델을 선택할 때는 연비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연비가 좋다. 시승차의 경우 연비주행을 하기는커녕 무자비 주행으로 혹사당한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파도가 친다

오른쪽에 하나 더 달아줬으면…

기자가 차를 처음 받았을 때 누적 연비는 ℓ당 12km대를 기록하고 있었다. 시승 후 반납할 때 여전히 12km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주행과 연비주행을 병행한다면 공인 복합연비 14.2km/ℓ는 쉽게 마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차들이 잔치인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여러 유럽산 브랜드들이 자국의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볼보는 스웨덴의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담백함을, 푸조는 프랑스의 알뜰살뜰함을, 그렇다면 영국의 재규어는 어떠할까?

분명 영국차라 하면 고급을 뛰어넘는 최고급이 떠오른다. 재규어가 고급스럽긴 하지만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와 같은 최고급은 아니다.

이번 재규어와 함께 하면서 놀란 점이 있다. 재규어의 매력은 기본기라는 것이다. 과거 영국차라 하면 화려하지만 완성도에 있어서는 엉성한 면을 보였다. 2017년의 재규어는 다르다. XF의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면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희소성에서 유리하고 디자인은 흠잡을 곳이 없다. 거기에 경제적인 2.0ℓ 디젤 엔진은 얌전하기까지 하다. 폭발적인 퍼포먼스는 아니지만 안정감 있고 정확한 코너링을 구사하는 재규어 XF 2.0D는 충분히 매력 있었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54×1880×1457mm | 휠베이스 2960mm | 무게 1830kg | 엔진형식 4기통 디젤 | 배기량 1999cc

최고출력 180ps | 최대토크 43.9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R |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 | 타이어 (모두)245/45 R 18

0→시속 100km 8.1초 | 최고속도 229km/h | 복합연비 14.2km/ℓ | CO₂배출량 133.0g/km | 가격 6100만~68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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