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GTS

  • 기사입력 2017.04.09 15:15
  • 최종수정 2020.09.01 19:37
  • 기자명 모터매거진

GENUINE MASERATI

6기통 디젤, 가솔린 엔진이 힘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효율도 좋다. 허나 마세라티는 이렇게 합리적으로 다가가서는 안 될 것 같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세뇌받은 것도 아니다. 콰트로포르테에 V8 엔진을 얹고 GTS로 모델명을 마무리했다. 달린 소감은? 이것이 마세라티다.

글 | 안진욱

사진 | 임근재

카라멜을 녹여 만든 인테리어. 여심도 녹인다

기자는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와 그들의 철학에 대한 기획을 매달 연재하고 있다. 본지 3월호에는 마세라티 이야기를 담았다. 8기통 엔진을 품어야 진정한 마세라티라는 기사를 썼는데 공교롭게 이번호에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GTS를 시승하게 되었다.

그렇다. GTS라는 배지를 달고 심심한 녀석은 자동차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작년 시승했던 6기통 콰트로포르테만 하더라도 400마력이 넘는 최고출력으로 파워에 대해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때문에 진짜 마세라티, 마세라티 현역 대장, 530마력 콰트로포르테 GTS가 더욱 기대가 되었다.

만남의 장소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지하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소리만으로도 단박에 8기통 마세라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급스러운 그레이 페인트를 바른 콰트로포르테 GTS가 기자 앞에 나타났다.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처럼 군더더기 없이 잘 빠진 몸매가 인상적이다.

주행 중 계기판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예로부터 아날로그 시계는 고급차의 상징

상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프런트 그릴에는 여지없이 커다란 마세라티 배지가 박혀있다. 이것만으로 대한민국 어디서든지 대접 받을 수 있다. 보닛은 마세라티 스포츠 쿠페 그란투리스모처럼 중앙부를 엣지있게 파놓았다. 헤드램프는 크기가 차체에 비해 작지만 세련되게 만져 놨다.

옆에서 차를 바라보면 5m가 넘는 길이가 비로소 체감된다. F세그먼트 세단이지만 실루엣은 보수적이지 않다. 프런트 펜더에 3개의 숨구멍을 뚫고 크롬으로 마무리해 마세라티임을 옆차선에 알려준다. C필러의 마세라티 배지 역시 마찬가지.

측면을 물결치며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은 소극적이지만 긴 차체를 심심하지 않게 한다. 20인치 휠은 스포크가 얇게 쭉쭉 뻗은 형상이고 그 안에 붉은색 대형 캘리퍼가 자리한다. 타공 브레이크 디스크와 함께 강력한 제동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는 슈퍼 세단답게 피렐리 피제로가 끼워져 있다.

ZF 8단 자동변속기는 무결점이다

지금도 느껴진다. 철컹철컹

트렁크 쪽으로 이동하면 큼지막한 머플러 팁이 눈에 들어온다. 6기통 트림이 원형을 사용했다면 GTS는 사각형이다. 확실히 GTS의 것이 멋스럽고 더 강해 보인다. 양쪽의 테일램프는 크롬장식으로 이어진다. 그 아래 위치한 후방카메라가 계속 신경 쓰인다.

후방카메라 위치를 크롬장식의 뾰족한 중앙부에 맞췄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가운데로 옮기기 힘들다면 후방카메라를 떼어 버리는 게 어떨까? 마세라티를 좁은 공간에 직접 주차할 일은 별로 없을 텐데 말이다.

엄한 곳에 까다롭게 굴지 말고 실내로 이동하자.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인테리어를 살펴본다. 어린 시절 즐겨먹던 밀크 카라멜 색상의 가죽으로 도배를 했다. 가죽 질감과 색상만으로 이미 감성지수는 폭발한다. 센터페시아는 8.4인치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정갈하게 배치했다.

날개가 두툼해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헤드룸이 부족하지만 껄렁하게 앉으면 된다

중앙부 송풍구 사이에 있는 푸른빛 아날로그 시계는 고급스럽다. 스티어링 휠은 두툼해 잡는 맛이 좋지만 크기가 조금 큰 것이 아쉽다. 패들 시프트는 현재 양산차 중에서 최상의 디자인과 조작감을 선사한다. GTS 모델인지라 패들이 카본파이버로 마감되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인테리어에 메탈 소재로 포인트를 줬다. 스피커 커버와 도어레버 그리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풋레스트를 비롯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은 금속의 차가운 느낌을 잘 살렸다.

이러한 조합은 고급스러우면서 스포티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소소한 것이지만 매트에 GTS, 사이드스텝에 마세라티 로고를 박아 마니아들의 소유욕을 치솟게 만든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지만 끝판왕의 소리가 아니다

이러한 포인트가 구매욕을 자극한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싼 시트는 쿠션감이 좋다. 헤드레스트에 마세라티 로고를 새겨놓아 완벽한 셀카존으로 활용할 수 있다. 뒷좌석은 긴 휠베이스 덕분에 레그룸이 넉넉하다.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을 정도다. 등받이의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장거리 이동에도 쉽게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

단 매끈한 루프 라인 때문이었는지 건장한 성인 남성이 타기엔 헤드룸이 조금 빠듯하다. 불편할 정도는 아니고 공들여 만진 머리카락 끝이 스친다. 콰트로포르테가 쇼퍼드리븐이 아니라는 마세라티의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트렁크는 독일산 F세그먼트보다 넓다

부드러운 천장은 고급스럽지만 손대면 때 탈 것 같다

오디오 시스템은 영국의 하이엔드 브랜드 바워스 앤 윌킨스(B&W)의 것이 탑재된다. 오디오 취향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떠한 수치를 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분명 출력은 높다. 허나 음색의 선명함과 묵직함이 조금 떨어진다. 마세라티에 맞는 클래스의 오디오 브랜드임에도 성능이 아쉽다.

기타 편의 및 안전사양은 알차다. 스톱앤고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시스템, 그리고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어시스트 등으로 구성되었다.

Beautiful Bomb

530마력을 터트리는 V8 엔진의 위엄

8기통 마세라티다. 하이라이트는 달리기가 아니겠는가? 칼럼 왼쪽에 위치한 엔진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볼로냐 호랑이가 깨어난다. 콰트로포르테 GTS 보닛 아래에 V8 3.8ℓ 엔진과 터빈 두발이 들어있다. ZF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66.3kg·m의 힘을 리어 액슬에만 보낸다.

토크밴드가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치솟고 후반부까지 이어져 2t이 넘는 차체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7초 만에 도달한다.

작지만 매서운 눈을 가졌다

일상 주행을 할 때는 여느 플래그십 세단처럼 편안하다. 파워트레인의 긴장감도 없으며 요철의 충격을 잘 걸러주는 서스펜션으로 승차감도 보장받는다. 도심을 빠져나와 한산한 도로에 콰트로포르테 GTS를 올렸다. 본격적인 전투를 위해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에 설정하고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데로 나간다. 아니 밟은 것보다 더 빨리 전진한다. 얌전히 있던 녀석이 어느새 배기플랩을 개방하면서 시원한 배기사운드로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변속기의 반응속도와 적극성 모두 만족스럽다.

테일램프보다 GTS 배지가 눈에 들어온다

정말 빠르다. 고속도로에서 지치는 법이 없다. 오히려 힘이 남아돌아 그 한계가 궁금할 정도다. 메이커가 밝힌 최고시속 310km는 순식간에 찍을 기세다. 거기에 안정감을 놓치지 않았다. 공기저항계수가 0.28cd에 불과한 매끈한 보디로 공기를 잘 뚫고 달린다.

직진성이 뛰어나 스티어링 휠을 계속 조타할 필요가 없다. 정말 똑바로 간다. 때문에 530마력이 뒷바퀴에만 집중되지만 운전이 전혀 버겁지가 않다. 새벽 라운딩에 지각한 에쿠스와 S클래스들을 모조리 잡아먹을 수 있다. 마세라티는 누구나 쉽게 몰수 있는 슈퍼세단을 만들어 놨다.

휠베이스가 3m를 넘지만 코너링 퍼포먼스도 뛰어나다. 촬영 진행을 도와준 BMW E92 M3를 산길에서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갔다. 또한 스티어링 휠 반응속도가 빨라 코너를 잡아 돌리는 맛이 있으며 좌우롤링이 크지 않아 무거운 차체가 코너라인을 벗어나지 않는다.

코너에 진입하고 일찍 가속페달을 밟아도 뒤가 날아가지 않는다. 영리한 주행안정화 장치가 세련되게 개입해 운전자의 실력을 높여준다. 주행안정화 장치를 끄더라고 밸런스가 좋아 다루기가 어렵지 않다. 알맞은 앞뒤 무게 배분과 섀시의 기본기로 얻은 효과다.

대형 캘리퍼만 보더라도 제동성능에 대한 신뢰도는 급상승한다

브레이킹 퍼포먼스는 정말이지 100점을 주고 싶다. 기가 막히게 차를 세운다. 타이어가 못 버티는 경우가 몇 번 있었을 뿐, 고속에서 수차례 강한 브레이킹을 가져가더라도 페이드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노즈다이브 없이 차체 전체가 가라앉으면서 안전하게 차를 세운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살짝 무겁지만 정교한 브레이킹에는 유리했다. 운전자가 예상한 지점에 원하는 속도로 떨어뜨릴 수 있다. 거기에 차체 하중이 한쪽으로 쏠린 상태에서 제동이 걸려도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조금 과장하자면 1000마력짜리 하이퍼카에 달아도 괜찮을 것 같다.

시승을 마치고 콰트로포르테의 브로셔에 형광펜을 그어 가며 생각했다. 4000만~6000만원 정도 저렴한 6기통 콰트로포르테와 비교하면 어떨까? 6기통 트림도 훌륭하다. 파워가 부족한 것도, 외모에서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허나 넘치는 파워를 즐기고 싶다면 GTS가 답이다. 단순 직진 가속력만 빨라진 것이 아니라 핸들링 및 브레이크 퍼포먼스까지 월등히 높다. 거기에 배기사운드는 비교불가다. 결론이 쉽게 나왔다. 마세라티가 타고 싶으면 6기통을, 마세라티를 느끼고 싶다면 8기통 GTS를 선택하면 된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265 x 1950 x 1475mm | 휠베이스 3170mm | 무게 2040kg

엔진형식 8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 배기량 3799cc | 최고출력 530ps | 최대토크 66.3kg·m, 72.4kg·m(오버부스트)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RWD |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 타이어 (앞)245/40 R 20, (뒤)285/35 R 20

0→100km/h 4.7초 | 최고속도 310km/h | 복합연비 6.6km/ℓ | CO₂배출량 255g/km | 가격 2억27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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