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3,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볼보 XC90 T8

  • 기사입력 2017.03.09 12:55
  • 최종수정 2020.09.01 19:30
  • 기자명 모터매거진

Less fuel, More energy

미래차에 대한 비전, 그 끝에는 전기차가 있다. 순수하게 전기만 먹는 자동차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전기차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회자되고 있다.

<모터매거진> 시승팀은 전기차 산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미국 차 대신에 독일, 일본, 스웨덴의 대표 전기차를 몰고, 아니 모시고 서울 근교로 시승을 나섰다. 혹여 입맛 까다로운 i3가 허기지기라도 할까 전전긍긍하며.

글 | 박소현

사진 | 임근재

고대 부족에게 코끼리는 여러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 코끼리는 육식을 하지 않고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혼자서 사자 열 마리를 상대할 수 있는 강한 존재로 여겨졌다. 한편으론 사람이 완전히 길들일 수 없는 동물이기에 신성시되기도 했다.

또한, 코끼리의 상아는 여전히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왜 코끼리 얘기를 했느냐고? 전기차가 딱 코끼리 같아서다.

전기차는 미래차 산업의 기틀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전기차는 연료를 먹지 않고,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내연기관 없이) 혼자서 수십 킬로미터를 거닐 수 있는 강한 자동차다.

전기 동력만으로 자동차를 오래 움직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많은 연구진들이 붙어 있고, 어느 정도는 양산화가 진행되었지만 아직 완전하다곤 말할 수 없다. 전기배터리는 여전히 비싸게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전기차의 비싼 몸값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독일산, 일본산, 스웨덴산 코끼리들을 모아봤다. BMW i3,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볼보 XC90 T8에서 자동차의 미래를 엿봤다.

전기차에 대한 전망이 썩 좋지만은 않다. 미국에서는 미래차=전기차라는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자산업 동향의 지표로 일컬어지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한동안 가장 뜨겁게 다뤄졌던 전기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직 전기차에 대한 수요나 상업성이 크지 않다고 보도하며 2017년에는 생산업체들이 전기차의 쓰임새와 수익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군다나 미국 내에선 전기차 충전에 드는 세금과 요금을 생각하면 기름 먹는 차를 타는 게 낫다는 인식까지 생겨나고 있다.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정보청(EIA)은 주요 지역의 셰일유 생산량이 다음 달에는 487만 배럴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입맛 까다롭고 데리고 다니기 부담스러운 코끼리, 전기차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은 아직 무리가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미국의 전기차를 제하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독일의 전기차 BMW i3, 일본의 하이브리드카 혼다 어코드, 스웨덴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볼보 XC90을 모았다. 국적, 덩치, 구동방식 모든 게 다른 세 대는 각기 다른 비전을 제시했다.

전기차의 시장성 - 각광받는 코끼리들

BMW i3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의 에너지가 배터리로 저장된다

천연 섬유, 천연 가죽, 유칼립투스 나무 등으로 짜인 내부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구동버튼과 기어레버

심플하고 미래지향적인 전자식 계기판

냉장고처럼 양쪽으로 열리는 측면 코치 도어

길이×너비×높이 3999×1775×1578mm

휠베이스 2570mm

무게 1300kg

엔진형식 BMW eDrive 전기모터

배기량 측정불가

최고출력 170ps/4800rpm

최대토크 25.5kg·m/4800rpm

변속기 자동 1단

구동방식 RR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토션빔

타이어 155/70 R 19(앞), 175/60 R 19(뒤)

0→100km/h 7.2초

복합연비 5.9km/kWh

1회 충전 주행거리 132km

CO₂배출량 0g/km

가격 5760만원

전기차라는 단어를 던지면 많은 사람들이 쉐보레 볼트나 테슬라 모델 S를 우선적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 가장 먼저 상륙한 전기차는 독일에서 온 i3다. i3는 충분히 BMW적이면서 또한 충분히 미래지향적이다. 진화한 자동차임을 드러내기 위해 사람의 꼬리뼈와 같은 흔적기관을 남겨뒀다.

흡기가 불필요한 전기차 특성상 프런트 그릴이 필요 없지만, BMW의 시그니처를 살리기 위해 키드니 그릴 모양 장식을 남겨둔 것이다. 투톤 배색은 루프에만 적용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보닛부터 루프, 트렁크까지 블랙 톤을 씌웠다.

측면에는 스트림 플로 라인을 입혀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마치 미래에서 온 듯. 자동차 산업계에서 미래의 친환경차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게 i3와 같은 전기차다. 내연기관 대신 전기모터가 원동력이 되어 자동차를 움직이니, 연료와 배기가스 걱정이 하나도 없는 순수 전기차.

그러나 i3는 시장 선점자 효과를 딱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순수 전기차에 대한 비전은 뚜렷하나 각종 제약 때문에 ‘미래지향적일 뿐 미래적이진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가로 8cm, 세로 15cm에 불과한 스마트폰 배터리조차도 하루를 버티지 못해서 충전기나 보조배터리가 상용화되고 있는 시점에, 그 스무 배가 넘는 볼륨의 자동차를 충전 없이 굴리는 데에는 더 길고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의로 구성된 i3 차체는 355V, 60A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품고 있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32km에 달해 도심주행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132km를 달릴 전력 수급을 위해 충전에 드는 시간이 길어(완속충전 약 3시간, 급속충전 약 40분) 성질 급하면 못 탈 차다.

게다가 연료 절벽의 도래가 코앞이라던 환경 연구가들의 우려와는 달리 시추 기술이 발달해 셰일유가 풀리는 등 생각보다 전기차가 ‘당장’ 필요하지는 않은 듯 보이기도 한다. 전기세가 싼가, 연료비가 싼가 고민의 여지가 있다는 것부터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업계가 내놓은 대안이 하이브리드카다. 하이브리드카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모두 장착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했다. 내연기관에서 발휘하는 에너지 중 바퀴를 굴리는 힘에 쓰이지 않고 남는 에너지를 전기배터리에 저장해 전력으로 재사용하는 것이다.

저속 구간에서 내연기관 대신 전기모터를 돌리는 방식으로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카 대표로는 연료 효율성에 집착하는 나라, 일본의 혼다 어코드를 데려왔다. 최근 국내에서는 수입 하이브리드카의 인기가 급물살을 타고 상승 중이다.

혼다 어코드

듀얼 디스플레이와 반질반질한 스티어링 휠이 인상적인 내부

우측 사각지대를 비추는 카메라 버튼이 방향지시레버 꼭대기에

어코드의 연료 효율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스마트폰이 누울 자리,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

딱딱한 듯 직관적인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

길이×너비×높이 4945×1850×1465mm

휠베이스 2775mm

무게 1605kg

엔진형식 직렬 4기통 가솔린 및 전기모터

배기량 1993cc

최고출력 215ps/6200rpm(엔진+모터)

최대토크 17.8kg·m/4000rpm(엔진) / 32.1kg‧m/0~2000rpm(모터)

변속기 e-CVT

구동방식 FF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타이어 225/50 R 17

0→100km/h 7.3초

복합연비 19.3km/ℓ

CO₂배출량 83g/km

가격 4320만원

2015년 9786대를 기록한 수입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이 2016년 들어 66.15% 늘어난 1만6259대로 집계됐다. 브랜드별로는 렉서스가 9425대, 토요타가 5721대 판매고를 올렸다.

토요타 텃밭에 출사표를 내면서 혼다가 그냥저냥 어코드를 만들었을 리 없다고 판단해 따끈따끈한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모셨다. 갓 한국 땅을 밟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하나의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i-MMD(intelligent Multi Mode Drive)’를 탑재했다.

앳킨슨 사이클 방식의 2.0ℓ i-VTEC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이다. 두 개의 전기모터 중 하나는 발전용이고 다른 하나는 주행용인데 EV모드로 주행할 때에는 주행용 모터만 사용한다. 모터의 역할이 지대해 연료 효율성이 높고, 일반적으로 ‘엔진1+모터1’로 구성된 심장보다 폐활량도 좋다.

어코드 전면에는 건담 이마에 달려 있는 블레이드형 안테나를 연상시키는 ‘익사이팅-H’ 컨셉트가 적용됐다. 프런트 그릴 위를 지나면서 헤드램프 사이를 잇는 알루미늄 보닛라인 및 크롬장식이 환하게 빛난다.

블루 익스텐션 렌즈를 사용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신비롭고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사이드 가니시와 트렁크 스포일러 등에서는 하이브리드카 답지 않은 역동성도 느껴진다.

동급 최소 이산화탄소 배출량인 83g/km를 기록한 어코드는 깐깐한 환경부로부터 소음 및 배출가스 인증을 받아내긴 했지만 내연기관이 전원공급을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가스를 배출한다. 하이브리드카가 전기로 움직이는 구간을 늘리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에서 진일보한 게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다. 최근 영화배우 이정재가 타기 시작한 볼보 XC90 T8은 T6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플러그인 충전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는 스칸디나비안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다.

전기모터는 공간 확보가 용이한 리어 액슬에 장착됐다. T6 가솔린 엔진은 앞바퀴에 힘을 전하고 전기모터는 뒷바퀴 힘을 더하는 방식. 연비 향상과 배출가스 저감에 적합한 ‘퓨어 모드’는 최고 125km/h에서도 작동하며 최대한 많은 전력을 뒷바퀴로 전달한다.

여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에는 일상생활에 전기차, 주말에 하이브리드카로 이용할 수 있다는 홍보문구가 많이 붙어 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는 하이브리드카와 원리가 거의 같으면서도 전기배터리의 역할이 좀 더 커진 차이며 배터리 용량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의 중간 수준이다.

‘플러그인’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전기배터리의 충전이 가능하므로 충전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다. 내연기관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력을 이용해 달릴 수도 있다.

그래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는 연비 대신에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언급되곤 한다. 충전된 전력을 다 쓴 뒤에는 연료를 쓰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XC90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1km다. 9.2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넉넉한 적재 공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센터 터널에 배치했다.

3열 공간이자 트렁크 화물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하면서 무게를 앞뒤에 안정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모두 함양한 XC90의 엔진은 313마력을 내며 2000대 rpm에서도 40.8kg‧m 수준의 높은 토크를 낸다.

전기모터가 87마력을 거들면 XC90의 시스템 총 출력은 400마력에 달한다. 문제는 충전소가 어디에나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는 마치 입맛 까다로운 코끼리 같다.

비싼 고기 대신에 풀떼기만 먹어서 기특하긴 한데 잘 찾아보기 어려운 여린 잎만 입에 대고,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허겁지겁 먹어도 최소 20분을 먹어야 만족하는 코끼리! 뭐? 당신 여자친구 같다고? 우리 코끼리들한테 사과해라.

전기차의 주행성 - 달리는 코끼리들

볼보 XC90

주행모드 변경은 터치스크린 또는 다이얼로 가능

우수한 해상도를 자랑하는 디지털 계기판

레더 & 우드트림, 바워스 & 윌킨스 모두 고급스럽다

배터리가 센터 터널에 배치된 덕에 넉넉한 3열 공간

프로포션 설계가 자유로운 SPA 플랫폼으로 짜였다

길이×너비×높이 4950×2010×1775mm

휠베이스 2984mm | 무게 2355kg

엔진형식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 및 전기모터

배기량 1969cc | 최고출력 400ps(엔진+모터)

최대토크 40.8kg·m/2200~5400rpm(엔진) / 24.5kg‧m/0~3000rpm(모터)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타이어 275/45 R 20 | 0→100km/h 5.6초

복합연비 14.5km/ℓ | CO₂배출량 64g/km

가격 1억1020만원

시승 중에 가장 마음이 쓰이는 코끼리는 역시 i3였다. 마음이 간다는 것과 쓰인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의미다. 순수 전기차인 i3가 배가 고프다며 파업을 선언해버리면 격하게 곤란한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코끼리 세 마리를 끌고 가는 시승 내내 심장이 쫄깃쫄깃했다.

i3는 히터며 라디오 등을 모두 끄고 시승을 진행했다. 괜한 마음에 샤오미 보조배터리를 두 개나 챙겨 갔다. 쓸모가 없을 걸 알면서도.

순수 전기차 i3에 대한 기자의 첫 경험은 짜릿하면서도 여유로웠다. 전기차 특성상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최대 토크가 발휘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밟아보니 e드라이브 시스템의 가속 우수성은 감동적이었다.

차체 바닥에 넓게 깔린 배터리와 뒷바퀴를 하나씩 담당하고 있는 전기모터가 역동성을 더했다. 시속 0→100km에 7.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무게중심을 낮춘 뒷바퀴 굴림의 민첩한 전기차라니, 역시 BMW다.

환경을 생각한 미래지향적인 차라고 할지언정 주행감성을 빠뜨리지 않았다. 자전거 바퀴처럼 얇은 타이어를 네 발로 쓰면서 이토록 날카로운 핸들링이 가능하리라 예상치 않았다.

그런데 코끼리 다리가 얇다는 모순적 체형이 문제였을까, 얇은 타이어 때문에 고속 안정감은 살짝 아쉬웠다. 서스펜션도 단단한 편이라 노면 요철이 엉덩이에 여과 없이 전해졌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보다 가속 페달 사용성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가속 페달만을 이용한 주행이 가능했다. 훅 치고 나가는 데 특화된 가속성의 이면에는 에너지 재생이라는 미션이 숨어 있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전기모터는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제동 기능을 발휘한다. 말 잘 듣는 코끼리 i3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가라’, 페달에서 발을 떼면 ‘가지 말라’는 얘기로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브레이크로 발이 옮겨가려는 조짐만 보여도 크게 감속이 이뤄져 갑갑한 도심 주행에도 발이 분주하지 않았다.

i3의 주행가능 거리가 못내 아쉬워 이 점을 보완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XC90에 올랐다. 셋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가장 힘이 센 코끼리다. 2톤이 넘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시속 0→100km가 6.5초로 짧은 XC90은 최고속도마저 놀라운 230km/h다.

XC90은 볼보의 플래그십 SUV 답게 거액을 투자해 개발한 SPA 플랫폼 기반으로 짜였다. 202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를 0으로 만들겠다는 볼보의 비전과 함께 탄생한 SPA 플랫폼은 가로 배치 엔진을 기본으로 하며 각 프로포션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XC90은 높이가 1775mm로 껑충 솟아 있다. 에어 서스펜션 기능을 이용하면 높이를 40mm 더 높일 수도 있다. 물론 20mm 낮춰서 공기역학과 조향 성능을 최적화할 수도 있지만 시승은 본래 높이 그대로 진행했다. i3처럼 주행가능 거리가 문제였다면 분명 키를 낮춰 뭐라도 하려고 했을 테지만 말이다.

예리한 T자형 헤드렘프와 프런트 그릴 중심에 박힌 아이언마크로 앞면을 장식한 XC90은 운전석에 앉자마자 원목 우드트림과 가죽으로 정교하게 감싼 대시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바워스&윌킨스 스피커도 여기저기서 보였다. 모두 세어보진 못했지만 총 19개라고 한다.

센터콘솔에 있는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을 돌리자 깔끔한 9인치 터치스크린에 6가지 주행 모드가 표시됐다. ‘평상시 주행’으로 해두고 시승을 진행했다. 생각보다 XC90은 서스펜션이 단단해서 볼보의 기함치고는 다소 아쉬운 승차감을 선사했다.

댐퍼 스트로크는 길지만 스프링 레이트가 높아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꿀렁임이 심했다. i3를 시승하며 멀리했던 브레이크 페달을 한 번 시험해 볼까 해서 급제동을 했더니 노즈 다이브 현상이 약하게 일었다.

반면, 둔할까 걱정했던 스티어링 휠의 반응 속도나 고속안정감은 좋은 편이었다. 덩치와 무게가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고른 영역에서 발휘되는 최대토크 덕에 가속이 시원시원했다.

XC90도 꽤나 조용한 편이었지만,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시동이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헷갈릴 정도로 조용했다. 전기차 모드로 시동이 걸리는 어코드에선 엔진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어코드를 주차하고선 편의점에 가려고 스마트키를 아무리 눌러봐도 ‘삐빅’ 소리가 날 뿐 도어가 잠기지 않아서 고장이라도 난 줄 알고 긴장을 했는데, 시동을 안 끈 것을 깨닫고 혼자 부끄러움을 삼켰다. 전원 상태에서만 조용한 게 아니라 주행 중에도 정숙성이 뛰어났다.

어코드의 주행은 고속에서만 엔진을 보조로 사용하는 모터 중심이라 차분하다. 조용하면서 엔진회전 질감이 부드럽고 고회전 영역까지 지치지 않고 쭉 뻗어내는 성능도 탁월하다.

고속(엔진)에서 저속(모터)으로 전환 시에도 이질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급하게 가속할 때 섞여 들리는 엔진 소리와 모터 소리가 반가울 정도였다.

서스펜션도 훌륭했다. 저속 주행을 하다가 박력 있게 몰아붙여도 어코드는 당황하지 않고 넉살좋게 객기를 받아준다. 진폭 감응형 댐퍼와 NVH 성능을 강화한 어코드는 오히려 고속에서 더 안정감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탄탄했다.

브레이크 스티어와 노즈 다이브 현상이 적어서 급가속이나 급제동 시 쏠림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회생 제동 효율을 위해 장착한 전자식 브레이크는 유압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빈틈없이 반응한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 및 반응 속도가 적당하고 변속도 굼뜨지 않은 편이다.

세 대 중에 가장 연료 걱정이 없는 차라 마음도 넉넉해졌다. 2017년형 차답지 않게 인테리어, 특히 센터페시아 버튼이 조잡하다는 점이 흠이었다.

전기차 충전하기 - 밥 먹는 코끼리들

어코드 덕분에 넉넉해진 마음을 i3와 XC90이 헛헛하게 만들었다. 배가 고픈 코끼리들이 뿌뿌대기 시작한 것이다! 황급히 전기차 충전소를 찾아 코끼리 세 마리를 모두 데리고 갔다. i3와 XC90이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동안 어코드는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기차 충전기, 어떻게 분류할까?

본인의 집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도 있다. 단독주택에 거주할 경우에는 설치형 또는 이동형 충전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지방자치단체에 충전기 설치를 신청하면 된다. 반면, 공동주택에 사는 경우에는 신청 절차가 복잡하다.

입주민 대표회의 또는 입주자 전체 가구의 2/3의 동의를 얻은 상태여야 전기차 제조사 및 충전기 설치 업체가 현장 실사를 나온다.

대체로 전기차 충전 비용은 보조금 내에서 해결되는데 공사 여건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설치 신청자가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충전소를 찾아 나서는 게 합리적인 실정이다.

스탠드형 충전기

우리 동네 전기차 충전소, 어디에 있을까?

환경부는 ‘ev.or.kr’에서 전국의 충전소 운영 현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자가 거주하는 서울의 현황을 조회한 결과, 전기차 충전소는 총 133개소였으나 사용 가능 충전소는 84개에 불과했다. 약 40%의 확률로 충전이 불가능한 충전소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어쨌거나 해당 사이트에서는 지역명이나 건물명을 입력해서 전기차 충전소 여부 확인이 가능하고, 전기차 구매혜택 및 지자체별 전기차 공모절차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 - 코끼리 보급 장려하는 정부

환경부가 애완용 코끼리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 충전기 부족 문제로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소비심리를 파악한 환경부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지난 1월 환경부는 전기차 급속충전 요금을 kWh당 313.1원에서 173.8원으로 44% 인하했으며, 그린카드 사용 시 50%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소비자들의 충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 등과 협력해 1만개 이상의 충전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전국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2017년까지 급속충전기 2610개, 완속충전기 2만273개로 확대될 전망이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 지방자치단체 숫자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01곳으로 확대됐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전기차 보조금 지원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별 구매보조금은 300만~1200만원 수준이며, 국고보조금 예산은 올해 3월까지의 전기차 보급 실적을 토대로 4월 중에 재조정될 예정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에 대해 정부가 마련한 보조금은 150억원에 달하는데 지급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보조금 지급 기준이 유독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 보조금 지급 기준은 탄소배출량이 97g/㎞ 이하로 간단한 반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보조금 지급 기준은 탄소배출량 50g/㎞ 이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0㎞ 이상 등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

현재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보조금은 500만원이다. 정부 보조금을 대략적으로 감안하면, i3와 어코드는 4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아쉽게도 XC90에 대한 보조금 혜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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