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SM6 1.6 TCE

  • 기사입력 2017.03.09 10:37
  • 최종수정 2020.09.01 19:26
  • 기자명 모터매거진

379cc 줄이고 터빈 장착

국산 중형차도 다운사이징 여파를 피할 순 없었다. 세련된 마스크의 르노삼성 SM6가 1.6ℓ의 준중형급 엔진을 달았다. 터보차저를 박은 결과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6.5kg·m의 힘이 생겨 150마력의 2.0 트림이 우스워졌다. 거기에 연비효율이 조금 더 올라간 이득까지 챙겼다.

글 | 안진욱

사진 | GOOOOOD STUDIO

몇 년 전부터 자동차시장에 다운사이징 바람이 불었다.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배기량의 엔진을 집어넣고 소비자들에게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마케팅을 펼쳤다. 일례로 재규어의 플래그십 XJ 라인업에는 2.0ℓ 엔진이 탑재된 모델이 있다.

물론 터보가 장착되어 차체를 이끌기에는 큰 무리 없지만 상징성이 강한 기함 모델에 4기통 엔진은 나초와 고추장 조합 같았다. 이러한 세그먼트와 엔진의 경계선이 사라지는 추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쉽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차만 보더라도 이런 흐름에 합류한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중형차에 가장 많이 장착되는 엔진은 4기통 2.0ℓ였다. 물론 1.8ℓ 혹은 2.4ℓ와 같이 상하위 엔진 트림이 존재하긴 했지만 주력은 2.0ℓ였다.

중형차는 2.0ℓ라는 등식이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어 왔지만 국산 브랜드 중형차 카탈로그를 보면 이제 앞자리가 ‘1’로 시작하는 트림이 많아졌다. 그중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던 SM6 1.6 터보, 정확히 TCE 모델을 만났다.

태생은 분명 도시다

SM6의 가장 큰 장점은 외관 디자인이다. 파리지엥르노 탈리스만을 가져와 배지를 바꿔 달고 전체적인 세팅을 국내 도로 환경에 맞췄기에 당연히 이국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부드러운 실루엣에 군데군데 강한 터치로 포인트를 줬다.

보닛에는 4개의 날카로운 선을 그어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엔진을 깨우는 순간 켜지는 ㄷ자 주간주행등은 미래지향적이면서 이제 르노삼성의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았다.

옆에서 바라보면 야무져 보이는 느낌이 강하다. 우선 휠 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는 19인치 휠로 다부진 자세를 연출하고 쿠페와 같은 매끄러운 루프라인으로 세련미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프런트 오버행이 길지만 프런트 범퍼를 부드럽게 구부려 균형미를 해치지 않았다.

잘 깎아 만든 사이드미러는 크기가 적당하고 사각지대를 거의 형성하지 않는다. 프런트 펜더의 크롬 장식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리어는 트렁크 중앙부의 배지로 모이는 테일램프가 인상적이다. 야간 점등되어 있는 것을 보면 라인이 독특해 한눈에 SM6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배지 가운데 위치한 후방 카메라는 시야를 좁히는 한이 있더라도 번호판 위로 옮기는 것이 깔끔할 것 같다.

머플러 팁은 리어 범퍼 하단에 깔끔하게 매립되어 있으며 그 위에 리플렉터를 박아 놨다. 트렁크 리드 라인 끝을 살짝 접어 립 스포일러를 장착한 것처럼 보이게끔 기교를 부렸다.

도어를 열고 실내를 들어서면 화이트톤 인테리어가 운전자를 기분 좋게 맞이해준다. 내 차라면 절대 선택 안 할 색상이지만 시승할 때 만나면 반갑다. 관리가 어려운 게 흠일 뿐, 고급스러우면서 화려함을 뽐내기엔 최고다.

거기에 도어와 대시보드 트림에는 X자 스티치를 넣어 경쟁 모델과의 차별성을 두었다. 대형 디스플레이와 공조기 컨트롤러, 각종 버튼들은 정갈하게 센터페시아에 정돈되어 있다.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적당하고 그립감도 괜찮다. 살짝 D컷 형상이긴 하지만 조금 더 과감하게 스티어링 휠 밑동을 잘랐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기어노브 아래는 가죽부츠로 마감되어 있으며 그 주변에 수납함과 컵홀더가 위치한다.

시트는 촉감과 쿠션감이 좋고 운전자가 쉽게 자신의 체형에 포지션을 맞출 수 있다. 헤드레스트의 양끝을 모으고 벌릴 수가 있는데 주행 중 머리를 비빌 정도로 편안하다. 거기에 마사지 기능과 통풍 기능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실내 무드 램프의 색상을 상황에 맞게 변화시키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별거 아닌듯하지만 은근히 주행감성을 향상시켜주는 장치다. 오디오 시스템은 보스의 것을 사용한다.

중저음 영역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브랜드답게 묵직한 사운드로 운전자의 귀를 즐겁게 한다. 뿐만 아니라 팝이나 클래식과 같은 선명함이 필요로 하는 장르도 잘 소화해 낸다.

2열 공간은 통상적인 수준이다. 휠베이스가 긴 편이라 레그룸은 여유 있지만 루프라인 때문인지 헤드룸은 머리카락이 스칠 정도로 빠듯하다. 등받이 각도는 바짝 서 있지 않아 장거리 주행에 피로를 덜어준다.

리어 시트 역시 헤드레스트를 1열처럼 접을 수 있게 해 뒷좌석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송풍구와 열선시트, 그리고 컵홀더도 빼놓지 않았다. 트렁크 공간은 571ℓ로 광활하다.

1.6이지만 괜찮아

SM6 1.6 TCE 모델의 핵심은 엔진이다. 4기통 1.6ℓ 직분사 터보 엔진은 시동을 켜는 순간부터 그리 요란하지 않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6.5kg·m의 힘으로 SM6 2.0ℓ 모델(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0.6kg·m) 대비 오히려 성능이 높다.

실린더 용량은 줄었지만 터보차저 하나로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것. 자연흡기를 사랑하고 터보차저를 증오하는 마니아들이 꽤 있다. 물론 기자도 포함된다.

허나 혼다 S2000의 VTEC 엔진과 같은 퍼포먼스를 위한 유닛을 제외하면 2.0ℓ 엔진으로 자연흡기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힘들다. 대개 중형세단에 탑재되는 만큼 하드웨어와 세팅이 공격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페라리 458 스페치알레처럼 9000rpm까지 거침없이 타코미터 바늘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기자가 둔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2.0ℓ 엔진으로 자연흡기 감성을 운운하기엔 무리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SM6의 다운사이징은 대환영이다. 파워가 올라갔지만 연료효율까지 올라갔으니 말이다.

이제 SM6를 괴롭혀 보자.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다행히 터보랙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페달의 응답성이 빠르지는 않지만 답답하지 않아 만족스럽다. 시내 주행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선행차를 추월하기 수월하다.

실용구간에서의 힘은 부족하지 않다. 기대를 하지 않고 탄 덕분인지 생각보다 쭉쭉 잘 나간다. 드라이브 셀렉터를 스포츠 모드로 옮기면 섀시가 긴장하기 시작한다. 노멀 모드에서도 승차감이 단단한 편이지만 더욱 짱짱해져 스티어링 휠을 마구 휘젓고 싶어진다.

터보 엔진과 맞물리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성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 잘 만들어진 토크컨버트 타입 자동변속기가 변속 속도와 변속 충격 면에서 우세하고 메인터넌스 또한 유리하다.

듀얼 클러치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단순히 7단 자동변속기로 속고 시승했으면 불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듀얼 클러치’를 듣자마자 운전자는 자신도 모르게 벼락같은 변속 속도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뜨거웠던 SM6의 리어 서스펜션은 토션빔 타입이다. 맞다. 토션빔이 멀티링크나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보다 원가가 저렴한 것이 분명하다.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게, 튜닝 수준에 따라 얼마든지 준수한 성능을 보일 수 있다.

같은 브랜드는 아니지만 같은 국적의 푸조를 타보면 토션빔의 아쉬움을 느낄 수 없다. SM6 역시 마찬가지. 토션빔의 꼬투리를 잡아야지 하며 작정하고 타지 않는 이상 일상 주행에서 하체에 대한 불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고속안정감도 괜찮은 편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와 같이 노면에 달라붙는 느낌은 없지만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코너링 퍼포먼스 역시 나쁘지 않다. SM6는 와인딩 머신이 아니다. 패밀리 세단일 뿐이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과정에 있어 운전자를 무섭게 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감점은 면한 것이다. 언더스티어 성향이지만 진입속도가 지나치지 않는다면 깔끔하게 코너 라인을 그릴 수 있다. 전자식 스티어링 휠은 이질감이 없고 감도 또한 적당히 묵직해 차를 꺾는 즐거움을 준다.

제동력은 조금 아쉽다. 고속에서 풀브레이킹을 걸면 리어 타이어의 그립이 살짝 줄어들면서 브레이크 스티어를 일으킨다. 그립이 더 좋은 상급 타이어만 끼운다면 이러한 현상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프런트 범퍼가 노면에 닿을 정도의 노즈다이브 현상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SM6 1.6 TCE 모델은 2.0 GDe 모델을 밀어내고 라인업의 주축이 될 것이다. 2.0ℓ 엔진이 차체를 이끌기에 조금 힘이 부쳤는데 1.6ℓ 터보 엔진은 오히려 힘이 남아 돌 정도였다. 고회전 영역까지 도달하지 않더라도 두툼한 토크로 달릴 수 있어 여유있는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급에 1.6ℓ 엔진이라면 무시당했겠지만 ‘최근 트렌트는 이런 것이다’를 SM6 1.6 TCE가 잘 보여주고 있었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850 x 1870 x 1460mm | 휠베이스 2810mm | 무게 1435kg | 엔진형식 4기통 터보, 가솔린

배기량 1618cc | 최고출력 190ps | 최대토크 26.5kg·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FWD

서스펜션(모두) 맥퍼슨 스트럿/토션빔 | 타이어(모두) 245/40 R 19 | 복합연비 12.3km/ℓ

CO₂배출량 137.0g/km | 가격 2805~3250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