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WTCR에서 얻은 소중한 것들

  • 기사입력 2023.03.13 22:19
  • 기자명 모터매거진

현대차는 2022 WTCR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열정과 함께 전기차 시대에도 즐거움을 추구하는 모습이 있었다.

WTCR이 뭐길래

일단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 전에, WTCR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이미 알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들도 있겠지만, 복습한다는

의미에서 한 번 더 읽어 주셨으면 한다. World Touring Car Cup의 준말인 WTCR은 이름 그대로 전 세계 서킷을 무대로 경쟁을 벌이는 대회다. 출력

등을 레이스 규정에 맞춰 만든 자동차가 참가하는데, 반드시 양산되는 자동차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현대차는 이 WTCR에 아반떼 N을 기반으로 한 엘란트라(수출명)

N TCR을 투입하고 있다.

WTCR은 현대차가 직접 참가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레이스용 자동차를 만들어 각 모터스포츠 팀에 판매하고, 이

팀이 참가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공유한다. 때로는 팀의 요구에 따라 자동차를 개선하기도 한다. 그동안도 WTCR 무대에서 꽤 좋은 성적을 얻었던 현대차인데, 사실 2022년에는 약간의 위기가 있었다. 그동안 현대차와 호흡을 맞춰오던 ‘팀 엥슬러’가 2022년에 현대차 대신 일본 혼다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WTCR 무대를 위해

BRC 현대 N 스쿼드라 코르세(Squadra

Corse) 팀을 골랐다. 팀의 중심이 되는 레이서는 두 명. 헝가리 출신의 노버트 미첼리즈(Norbert Michelisz)와

스페인 출신의 미켈 아즈코나(Mikel Azcona)였다. 미켈

아즈코나는 이전까지 쿠프라 팀에 있었지만, 현대차로 이적하면서 조금 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차전마다 상위권을 거의 획득해가면서 2022년 시즌 현대차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현대차와 협력하는 이탈리아의 TCR 강호 ‘타겟 컴페티션(Target Competition)’도 “모든 WTCR 레이스에 참가하는 건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대모터스포츠를 총괄하고 있는 틸 바텐베르크(Till Wartenberg) 상무는 의연했다. 성과를 낼 수 있는

최고의 팀과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규모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엘란트라 N TCR은 많은 팀에서 선택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브라이언 헤르타(Bryan Herta)팀이 이 차를 이용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22년의 어려움 그리고 성장

미켈 아즈코나가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언뜻 보면 현대차가 쉽게

WTCR 챔피언을 획득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엘란트라

N TCR이 뛰어난 자동차인 것은 맞지만, 극적으로 역전할 수 있는 퍼포먼스까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애초에 출력 규정이나 BoP(Balance of

Performance)가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는 2022년 시즌에 유독 가혹한 BoP를 받았다. 같이 참가하는 혼다, 그리고 링크앤코와 비교해도 말이다.

이 점에 대해 한때 레이서로 활약했고 지금은 팀 매니저로 일하는 가브리엘 타퀴니(Gabriele Tarquini)가 열정적으로 대답해 주었다. 자동차를

잘 만들어도 그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꽤 많았다고.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가 BoP 규정에 영향을 덜 받는, 브레이킹 또는 차량의 밸런스 등의

소소한 부분들을 계속 강화해서 역량을 많이 상승시켰다고. 2022년

6월 스페인전을 앞두고 겨우 스프링 규정이 정립됐기에 대응 속도도 중요했을 것이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현대차는 WTCR에서는 꽤 잘 대응했다고

보인다. 사실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WTCR과 같이 개최되는 ETCR 레이스다. 이 레이스는 전기차로만 개최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전기차가 아니라 뒷바퀴만 굴리는 강력한 출력의 전기차가 투입된다. 평범한 형태의 차체를 가졌지만 포뮬러 E와 비슷하다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레이서가 자동차에 익숙해지면 되지 않냐고? 맞는

말이지만 이 ETCR에는 큰 함정이 있다.

WTCR과 ETCR 레이스가

하루 차이로만 열려도 걱정은 안 할 것이다. 두 레이스는 약 1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열린다. 레이서는 1시간 이내에

전기차 주행 방법에서 일반 자동차 주행 방법으로 운전 스타일을 바꾸어야 한다. 브레이킹도 코너를 주행하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터리 전기차라는 특성상 연습 주행 시간도 짧다.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는 것에 대한 고민이 레이스 세계에서도 거의 똑같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ETCR 무대에서는 아무래도 독일 DTM 출신 레이서들이 강세를 보인다. 2023 다카르 랠리에도 참가했던 ‘마티아스 엑스트롬’도 DTM 출신이며, 쿠프라 팀을 이끌며 강세를 보였다. 미켈 아즈코나는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그들을 상대로 경쟁을 하는 게 너무 좋은 경험이었고 자신을 비교할 수 있었다. 그것이 즐거우며 그들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23년에는 조금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차가 모터스포츠에 뛰어드는 이유

아마도 이 시점에서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현대차는 왜 불모에 가까운

모터스포츠에 이렇게 뛰어들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N을

담당하는 박준우 상무는 ‘사명감’이라는 간단한 단어로 대답했다. 그 자신도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해 왔고,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브랜드인 현대가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으면 누가 만들겠느냐고 느꼈다는 것이다. 현대 N 브랜드를 12년부터 스터디하고,

13년도에 론칭의 재가를 받고 준비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N Vision 74라든지

RN22e처럼 롤링랩 콘셉트가 나온 것도 모터스포츠로부터 시작된 힘이다. 원하는 차를 만들어볼

수 있는 연구원들의 놀이터라는 개념으로 만든 자동차들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한국 사람들이 더 자신감을

느끼게 하고 그러한 부분들이 현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해외에서 WRC와 WTCR에 참가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고성능 N 차량으로 N 페스티벌 운영하고

있다. 한국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한 노력이다.

그리고 현대차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레이싱 게임 그리고 시뮬레이터를 통한 경쟁이다. N-e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데, 그 유명한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 시리즈’가 레이스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보면 쉬울 것이다.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를 통해 운전을 익힌 레이서가 성공적으로 레이스 무대에 데뷔한 사례들이 속속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노버트 미첼리즈’도 ‘그랑프리 레전드(Grand

Prix Legends)’라는 게임으로 레이스를 익혔다.

이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레이싱 키즈 조성이다. 피겨 스케이팅

부문에서 김연아가 탄생하고 그 뒤를 따르는 김연아 키즈들이 탄생했듯이,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그리고 이렇게 키운 선수들을 해외로 보내 수련을 시키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현재 국내 슈퍼레이스에서 활약하는 이정우 선수가 카트 연습 비용이 부담되어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로 레이스를 익히면서 데뷔했다는 것이 현대차에게도 큰 교훈이 될 것이다.

노버트 미첼리즈(Norbert Michelisz)

Q 2022년 7월, 티에리 누빌과 자동차를 바꿔서 운전하는 것을 흥미 깊게 보았다. WRC 자동차는 ETCR과 어떻게 달랐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WRC 자동차에 흥미를 보였는데, 혹시 미래에 WRC로 뛰어들 생각이 있는 것인가?

A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실 나는 어릴 때 삼촌의 영향으로 레이스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랠리를 접했다. 지금은

TCR에 매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랠리 드라이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WRC에 참가하는 i20은

여러모로 어려운 자동차였다. 겉으로 봐도 어려운 자동차라고 느꼈는데,

속은 더 그랬다. 강력한 출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물론 롤러코스터 같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게다가 놀라운 건 서스펜션이었다. 점프 후 착지할 때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 마치 리무진과도 같았다.

티에리 누빌은 특정한 면에서 운전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느꼈다. 그는

두세 개의 코너를 지나자마자 노면이나 코스의 특성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굉장한 레이서라고 생각한다.

Q 팀메이트인

미켈 아즈코나는 당신을 굉장히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서킷에서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되는데,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떠한가.

A 기본적으로는

팀메이트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존경하는 관계로써 말이다. 같은 목표를 갖고 서킷에서 달린다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서로 존경하는 이 느낌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켈 아즈코나(Mikel Azcona)

Q 당신은

스페인 출신으로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러고 보면 스페인 출신의 레이서들이 큰 활약을 보이는

것 같다. F1에는 ‘페르난도 알론소’가 있고, 모터사이클 부문에서는 ‘호르헤

로렌조’가 있다. 스페인 출신들이 이렇게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A 일단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해 둔다. 스페인은 모터스포츠가 정말 흔한 나라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접할 기회가 굉장히 많다. 연습할 기회도 있고 서킷을 접할 기회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모터사이클도 카트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래서

큰 활약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Q 스페인의

작은 마을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신이 레이서라는 것을 이웃들이 알고 있는지, 응원을 해 주는지 궁금하다. 이번에 트로피도 획득했는데, 마을에서 환영받는가?

A 맞다. 스페인 북부 나바라주에 있는 팔체스(Falces)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이다. 인구가 2000명 정도인 작은 마을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오랫동안 지원해줬다. 내가

레이스에서 이길 때마다, 그리고 돌아갈 때마다 모두가 광장에 모여서 손뼉을 치며 축하해준다. 좋은 일이다.

글 | 유일한   사진제공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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