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30i x드라이브

  • 기사입력 2017.03.08 22:36
  • 최종수정 2020.09.01 19:24
  • 기자명 모터매거진

HE'S BACK

2017년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거물이 돌아왔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함께 국내 수입차시장의 왕좌를 다투는 BMW 5시리즈가 7세대로 진화되어 한국에 상륙했다. 이전 세대보다 매서운 인상으로 균형미 있는 보디 라인이 압권이다.

다양한 편의사양과 안전장치로 플래그십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다가 안락한 승차감과 BMW다운 코너링 실력으로 어떤 성향의 운전자라도 만족시킨다.

글 | 안진욱

사진 | 임근재

영어 자막을 보고 하루 종일 웃은 적이 있다. 용호상박을 영어로 ‘The Match of BMW vs Mercedes-Benz’라 표현했다. 무릎을 탁 칠 정도의 번역이다! 최고의 라이벌을 뽑을 때 장르를 불문하고 이 두 브랜드를 빼놓을 수 없다.

전쟁이 일어나는 세그먼트는 D, E, F다. 플래그십 대결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D세그먼트에서는 BMW 3시리즈로 전체 스코어 1대1이다. 이 스코어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에 E세그먼트에서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진다.

작년 E클래스가 성공적으로 국내 상륙했다. 이어 올해 2017년 BMW의 공격형 미드필더 5시리즈가 출격했다.

기자에겐 5시리즈에 대한 꽤 많은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E39 5시리즈 카탈로그가 집에 굴러 다녔다. 당시 최고의 코미디언 심형래가 타고 다닌다고 카탈로그에 나와 있었는데 그때 비로소 영구가 영화 감독처럼 보였다. 다부지게 생긴 외관은 어린 카마니아를 홀리기 충분했다.

간결한 디자인이지만 땅땅해 보이는 독일군의 느낌이 좋았다. 후속 모델 E60 5시리즈는 기자의 고등학교 선배인 권상우가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를 찾으러 거침없이 타고 다녀 유명해졌다.

파란색 외관과 베이지 색상의 실내 조합은 정말 부티가 줄줄 흘렀다. 실제 기자가 처음으로 시동 걸어본 5시리즈가 E60이다.

시간이 흘러 디젤 세단이 익숙하지 않던 국내 자동차시장에 디젤 돌풍을 불게 한 것이 F10 5시리즈다. 잘생긴 외모에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며 외부와 달리 실내는 조용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강남 도로에 5분에 한번은 볼 수 있을 정도로 많다.

똑똑한 소비 문화가 자리매김한 요즘은 판매량이 곧 그 차의 가치를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5시리즈는 6세대(F10)까지 최고의 성적만을 BMW에게 가져다 줬다. 2017년부터는 7세대 G30 5시리즈가 주전으로 뛰게 된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차 1위 5시리즈를 만났다.

차갑디 차가운 얼굴

푸른빛이 살짝 감도는 그레이 색상의 5시리즈가 다가온다. 외관의 전체적인 느낌은 이전 세대와 비교해 파격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앞트임을 해서 언뜻 보면 7시리즈처럼 보이는 이득이라면 이득을 챙겼다. 3시리즈처럼 보이는 5시리즈는 메리트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 아주 좋은 결정이다.

키드니 그릴이 이전 세대 보다 훨씬 커졌지만 헤드램프와 잘 어우러져 어색하지 않다. LED로 치장한 헤드램프는 멋도 멋이지만 정말 빛의 강도가 높다. 야간에 방향지시등만 켜더라도 세상이 밝아진다.

국내 출시되는 5시리즈 모든 트림에 M 패키지가 장착되어 스포티함이 물씬 흐른다. 프런트 펜더 하단에 에어 덕트를 뚫어, 휠 하우스 안에 맴도는 프런트 휠의 난류를 빼주면서 주행안정성을 높인다.

0.22cd의 낮은 공기저항계수는 측면에서 차체를 바라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람을 잘 가르게끔 라인이 매끈하다. 특히 도어핸들을 지나가는 캐릭터라인은 날카로우면서 과감하다. BMW 특유의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보통의 세단보다 A필러가 뒤쪽으로 밀려있는 것이 영락없는 BMW다.

사실 옆모습은 6세대와 7세대의 차이가 거의 없다. 휠 하우스는 이전 보다 커졌는지 스포크가 쭉쭉 뻗은 18인치 휠이 작아 보인다. BMW가 하나의 피스톤만으로도 좋은 제동성능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멋이 없었다. 새로운 5시리즈의 캘리퍼에 파란색으로 칠한 후 M 로고를 새겨놨다.

뒤쪽으로 이동하면 테일램프 이전 세대보다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면발광 LED로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전체적인 모양이 이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졌다. 트렁크 리드 라인은 작은 립 스포일러를 얹은 것처럼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갔다. 소소한 것이지만 이러한 굴곡들이 모이고 모여서 공기를 다스리는 것이다.

M 패키지 적용으로 리어 범퍼 하단을 전화기 모양으로 크게 파놓았다. 블랙 하이그로시로 처리하고 머플러 팁 위에 리플렉터를 달아 포인트를 줬다. 사다리꼴의 머플러 팁은 크기가 큼지막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풍긴다.

흠을 콕 집어내기 어렵다

7세대로 오면서 가장 큰 변화를 실감하려면 도어를 열어야 한다. 인테리어 레이아웃이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툭 튀어나와 있다. 특별한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트렌드는 분명 돌출 타입의 디스플레이다. 결이 살아있는 우드 트림으로 차분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브라운 색상의 시트는 가죽이 두껍고 부드러워 촉감이 좋다. 바닥 중앙부와 등받이 상단에 퀼팅 스티치를 넣어 화려함을 배가 시켰다. 쿠션감이 좋고 등받이 날개가 두툼해 코너에서도 운전자를 잘 지지해준다.

반가운 것은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이 바뀌었다는 것. 과거 ‘버스핸들’이라 놀림 받았던 스티어링 휠 대신 7시리즈의 것을 가져왔다. 스티어링 휠의 직경이 크지 않고 그립감이 좋다. 스포크 하단은 무광 실버로 포인트를 줘 세련됐다.

버튼 조작감도 좋고 패들 시프트의 위치와 클릭감 역시 훌륭하다. 기어 노브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조금 길어졌다. 공조기 컨트롤러는 수동과 터치 방식을 혼용하는데 터치할 부분이 작아 주행 중에는 조작하기가 어렵다.

뒷좌석의 레그룸과 헤드룸은 동급 국산 모델에 비하면 좁은 편이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그나마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다리를 조금 펼 수 있어 다행이다. 등받이 각도가 적당히 누워 있고 푹신푹신해 안락함을 준다. 2열에 대한 배려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조기 컨트롤러와 송풍구가 마련되어 편의성까지 놓치지 않았다. 트렁크 공간은 적당한 편이다. 단, 골프 캐디백 4개를 넣어야 한다면 국산차를 알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7세대로 풀 체인지가 되면서 새로운 편의장비를 탑재하지 않았지만 그 완성도가 높아졌다. 일례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및 조향 및 차선 유지 어시스턴트 기능을 단박에 사용할 수 있다. 시승차를 타자마자 이 기능들을 사용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닌데, 5시리즈는 조작이 쉬울 뿐만 아니라 성능 또한 뛰어나다.

고속도로에서 손과 발을 스티어링 휠과 페달에서 떼고 있더라도 주행할 수 있다. 스스로 차선을 지키면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 무탈하게 간다. 허나 맹신해서는 안 되니 피로를 덜어주는 ‘도우미’ 정도로만 생각해야 한다.

앰비언트 라이트는 총 11가지 색상 조합으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BMW가 여심을 사로잡는 장치로서 탑재시켜 놨다. 오디오 시스템은 하이엔드 브랜드 배지가 붙어 있지 않은 노멀 오디오다. 과거BMW 오디오에 대한 불만이 오너들 사이에서 빈번했다.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오디오의 호불호는 전적으로 주관적이다. 즐겨 듣는 음악 장르에 따라 기호가 다르다. 묵직한 베이스와 강한 비트의 록과 힙합을 즐기는 기자의 귀에는 만족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이퀄라이징을 적절하게 건드리니 클래식 전공자의 귀도 충분히 즐겁게 해줄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 근처에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서 오디오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은 정말 신기하다. 제스처 컨트롤 기능은 운전자가 입력한 동작을 인식해 영특하게 해당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 찌르는 동작을 취하면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깜짝 놀란 것은 검지와 중지로 V를 만들어야만 작동된다는 것인데 중지와 약지, 혹은 엄지와 검지로는 반응조차 없다.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주행 중에 편리하고 무엇보다 동승자의 놀란 표정을 보는 것이 재밌다.

4기통 실키식스

시승차 트렁크 우측에 530i 레터링이 박혀 있다. E60 시절만 하더라도 이 트림이 라인업의 주축이었다. BMW의 장기이자 실키식스라 불리던 직렬 6기통 3.0ℓ 엔진을 장착한 5시리즈는 매력적이었다. 허나 F10에서부터 이 트림은 4기통 터보 엔진을 달고 528i라 칭해졌다.

다시 7세대로 오면서 530i 모델명을 찾았다.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낸다. 여기에 x드라이브가 더해져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6.0초(후륜구동 모델 6.2초)가 걸린다.

배기량이 차체 크기에 비해 크지 않지만 파워는 충분하다. 추월하려 하면 가속페달을 살짝 건드리면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실키식스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저배기량에 터보를 장착했지만 터보랙이 없고 엔진 회전질감이 부드럽다.

4기통 특유의 고회전 영역에서 징징거리는 소리가 나질 않는다. 고속에서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토크밴드를 확인해보더라도 최대토크가 4800rpm까지 유지해주고 이후에는 탄력 붙은 차체를 마력으로 밀어붙여 파워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변속기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ZF 8단 유닛이다. 드라이브 셀렉터를 노멀이나 에코 모드에 놓으면 변속충격이 거의 없다. 스포츠 모드는 성향이 달라진다. 적당한 변속충격을 고의로 주면서 번개같이 기어를 바꿔 문다.

변속기의 반응속도가 빠르고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어서 패들 시프트로 변속하는 맛이 있다. 5시리즈가 운전자를 흥분시키는 데는 변속기가 가장 큰 일을 한다.

고속에서 착!

주행감은 고급스럽다. 6세대부터 부쩍 5시리즈가 부드러워졌는데 7세대 역시 그러하다. 섀시의 모든 부싱 틈새를 메우고 볼트와 너트를 꽉 조여 버린 느낌의 5시리즈는 이제 더는 BMW가 만들지 않는다.

항상 긴장되어 있는 섀시 세팅을 좋아하는 이들은 안타깝겠지만 안락함에 있어서는 기함급 세단 부럽지 않다. 방음방청이 꼼꼼하게 잘 되어 있어 시내주행이나 고속에서 실내가 고요하다. 공기역학을 잘 이용해 만든 차체 실루엣 덕분에 풍절음 또한 거의 들리지 않는다.

고속안정감은 최근 1년간 시승했던 차들 중 최고다. 우선 직진성이 뛰어나다. 고속도로라 하더라도 노면이 그리 깨끗하지 않다. 휠밸런스와 얼라인먼트를 완벽하게 세팅하자마자 갓 포장된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앞으로 달려 나갈 때 스티어링 휠을 조타할 필요가 없다. 알아서 앞으로 간다.

국내 도로는 우측으로 살짝 경사가 기울어져 있는데 5시리즈는 지형을 가리지 않고 똑바로 간다. 530i x드라이브는 공기저항이 낮고 똑똑한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되었다. 거기에 서스펜션 세팅은 기가 막히게 세련됐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고속주행을 장시간 하더라도 피곤하지 않다.

비머 골수팬이라면 여기까지 읽는 동안 분명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박진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 세팅으로 생각할 것이다. 굽이진 길로 진입하면 확실히 530i x드라이브는 BMW다. 부드럽게 충격을 걸러주던 서스펜션은 스티어링 휠이 꺾이는 순간 짱짱해진다.

코너를 진입한 후 가속페달을 밟을 타이밍을 재지 않아도 된다. 일찍 전개하더라도 x드라이브 덕분에 안전하게 코너를 탈출한다.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이 있지만 코너 라인을 예리하게 그리는 데는 무리 없다. 공차중량이 이전 세대보다 100kg 정도 감량되어서 연속된 코너도 날렵하게 통과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 속도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다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묵직해지며 명령을 내리는 순간 프런트 액슬이 이등병처럼 빠릿빠릿하게 반응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리어 휠 스티어링 시스템이 빠졌다는 것.

7시리즈에서 먼저 선보였던 이 장치를 7세대 5시리즈에도 탑재할 수 있는데 시승차에는 빠져 있었다. 과거 7시리즈 시승 때 코너에서 5시리즈로 느껴지는 효과를 경험한지라 3시리즈처럼 느낄 수 있었던 현세대 5시리즈이기에 더욱 아쉬웠다.

개과천선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캘리퍼 덕분인지 제동성능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분진이 쉽게 생길 정도의 공격적인 패드인 만큼 제동거리가 짧다. 고속이나 코너에서 풀 브레이킹을 가져가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 스티어가 일어나지 않아 마음 놓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된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은 살짝 무겁지만 오히려 원하는 만큼 속도를 줄이는 것은 수월하다.

역대 5시리즈가 6세대로 흘러가는 동안 흠잡을 것이 별로 없었다. 7세대 역시 마찬가지다. 더 오랜 시간 동안 타보면 단점이 보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시승 3일 동안 이뤄진 혹사 기간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굳이 집어내자면 18인치 휠과 연비다.

멋진 수트를 차려 입은 아빠가 아들 구두를 꺾어 신은 듯한 18인치 휠은 외모 콤플렉스 중 하나. 또한 시승을 마치고 트립에 확인된 7km/ℓ대의 연비는 520d를 떠올리게 했다. 연비주행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530i x드라이브는 정성스럽게 제작된 티가 난다. BMW 엔지니어들은 그들의 기량을 한껏 뽐냈다. 기자는 자동차공학과 출신으로 엔지니어에 대한 동경심이 있다. 5시리즈를 주행하는 동안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힘을 모으는 과정이 떠올랐다.

그들의 컨셉트는 분명하다. 한 체급 위의 안락함과 한 체급 아래의 경쾌함을 담는 것. BMW는 테마를 잘잡았고 엔지니어들은 이를 참 잘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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