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투리스모에서 즐기는 람보르기니 쿤타치 25주년 기념모델

  • 기사입력 2023.03.08 21:36
  • 기자명 모터매거진

람보르기니 쿤타치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25주년 기념모델은 특별했다. 시안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쿤타치가 등장한 지금에도, 그 인기는

여전하다.

카운타크? 쿤타치?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만약 1980년대 후반에 국산 프라모델을 접했던 분들이라면, ‘람보르기니

카운타크’라는 이름이 꽤 익숙할 것이다. 그때는 일본에서

들어온 자동차 정보들을 주로 접하던 시절이었으므로, 일본 발음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고 말이 많았었다(그리고 그 중심에 모터매거진도 있다. 그렇다. 모터매거진은 원래 일본 잡지였다). 그래서 후에 ‘카운타크’가 아니라 ‘쿤타치’라고 불러야 한다며 여러 매체에서 언급했었다.

‘쿤타치’는 이탈리아어로 ‘대단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람보르기니는 이를 자동차 이름으로 사용했다. 그렇다면 왜 ‘카운타크’라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람보르기니 본사의 위치 때문에 그렇다. 본사가 있는 ‘산타가타’는

모데나와 볼로냐 한복판인데, 이 지역에서는 사투리 때문에 ‘쿤타치’라고 부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쿤타치는 조금 더 북쪽에 있는 피에몬테(Piemonte)주 억양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쿤타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던 ‘베르토네’의 공방이 있다.

어쨌든 그런고로 쿤타치라고 부르기는 하나, 사실은 카운타크도 틀린

발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뭐 이것도 람보르기니를 실제로 소유하지 못 한 사람들의 질투가 가득 담긴 이야깃거리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람보르기니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이 차는 엄연한 수퍼카, 아니 하이퍼카다. 꿈을 먹고 사는 자동차라는 이야기다. 특히 이번에 운전하게 되는 쿤타치 25주년 기념 모델은, 람보르기니 골수 마니아라면 반드시 환호하고 마는 모델이기도 하다.

마르첼로 간디니와 호라치오 파가니

쿤타치를 디자인한 사람은 당시 ‘베르토네’에 있던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다. 쿤타치 프로토타입은 매끈함을 자랑했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일반도로 주행 시험을 하면서 엔진이 제대로

냉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람보르기니에는 비상이 걸렸고, 결국

디자인 일부를 희생하면서 도어에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는 형태의 에어 덕트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이를

무광 블랙으로 다듬어 디자인의 일부로 만들어냈다.

1971년에 쿤타치 프로토타입이 공개된 뒤 본격적인 양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쿤타치는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았다. 물론 그 동안 한 모습을 유지해왔던 것은 아니다. 조금씩

모습을 바꾸고, 엔진도 조금씩 강화했다. 그 과정에서 석유왕 ‘월터 울프’가 이름을 알렸고, 그의

요청을 받아 ‘장 파울로 달라라’가 엔진을 좀 더 강하게

만들었다.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만든 오버펜더는 어느 새 쿤타치 고성능 모델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1987년, 당시

어려운 나날을 보내던 람보르기니를 크라이슬러가 인수하면서 쿤타치는 그 끝을 고하고 있었다. 그 때,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카를

좋아했던 ‘호라치오 파가니(Horacio Pagani)’다. 그는 전설적인 F1 레이서 ‘후안

마누엘 판지오’를 만났고, 그의 소개를 받아 람보르기니에

입사했다. 람보르기니 경영 사정 때문에 입사가 지연되자, 아내와

함께 무작정 이탈리아로 건너와 텐트 생활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파가니는 어린 시절부터 직접 자동차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입사하자마자 활약했다. 람보르기니의 SUV LM002를 다듬기도 했지만, 제일 큰 활약은 쿤타치 25주년 기념 모델의 제작이다. 파가니는 특히 탄소섬유 소재를 좋아했는데, 1985년에 등장한 쿤타치 5000QV 모델에 부분적으로 적용했다. 그리고 25주년 기념 모델은 곳곳에 탄소섬유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람보르기니가

신경을 쓰고 있는 탄소섬유의 시대는 파가니가 연 것이나 다름없다.

박력,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이제 쿤타치 25주년 기념 모델에 시동을 걸어보자. 게임 속이라면 항상 시동이 걸린 상태일 것이니, 느낄 것은 포효하는

엔진의 음색이다. 진동과 고동도 전달된다면 참 좋겠지만, 버킷

시트가 직접 움직이는 호화 사양의 시뮬레이터가 아닌 이상 그런 건 없다. 그저 잡고 있는 건 초라한

스티어링 휠 뿐이니까. 이것도 사실 실제 쿤타치의 스티어링 휠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아, 울프 쿤타치라면 지금의 스티어링 휠과 감각이 딱 맞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쿤타치와 함께 몬자 서킷에 뛰어든다. 음색은 좋지만 발진

성능은 의외로 좋지 않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페라리 테스타로사 보다도 가속이 조금 느리다고 생각될

정도다. 엔진의 힘은 확실히 느껴지는데 가속도, 최고 속도도

빠르지 않다. 분명히 그때는 시속 300km는 가볍게 넘긴다고

선전했던 것 같은데, 게임 속에서는 느리다는 느낌이고 최고 속도도 그 정도로는 절대 나올 거 같지 않다. 게임을 잘못 만든 걸까?

그건 아니다. 나중에 찾아보고 안 것이지만, 사실 쿤타치는 시속 300km에 도달하기가 꽤 힘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25주년 기념 모델은 탄소섬유를 곳곳에 사용한 것에 비해

무게가 꽤 나간다. 1600kg을 넘어갈 정도이니, 당연히

엔진의 성능에 비해 박력이 없을 수밖에. 게다가 슈퍼카라는 존재를 고려해보면, 브레이크의 성능도 좋은 편이 아니다. 무거운 차체를 제대로 세우는

것도 힘들지만, 서킷을 3~4바퀴 주행한 정도로 페이드가

걸리는 것 같다.

사실 쿤타치의 휠은 굉장히 작다. 유명한 휠 제조사인 OZ에서 제작한 3피스 휠은 꽤 멋지지만, 15인치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 안에 이 거대한 차체를 세울

수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짜 넣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 게임 속에서는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

관리가 되고 있으니, 성능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자동차를 부딪쳐서 망가뜨리고 외형을 손상시켜도, 정비소에 넣고 푼돈을 들여 오버홀을 진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람보르기니 모델인데 코너링이 꽤 인상적이다. 생각 외로 차체 강성도 꽤 높다고 느껴진다. 왜냐하면 요철을 만나거나

연석을 이용하고 있어도, 차체가 쉽게 흔들리거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폭이 2m나 되는 자동차다. 게다가 실내를 찬찬히 보고 있으면, 폭에 비해 상당히 좁다는 걸

단박에 알고 만다. 로커 패널의 폭을 넓혀 차체 강성과 함께 안정성을 높인 것 같다.

어쨌든 성능에 대해서는 약간 실망한 점도 있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된다. 쿤타치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그 거대한 차체를 움직이게 하는 것만으로도 어렵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직접 운전하고 그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감동의 연속이다. 그러니까 게임 속에서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레이스에 참가해 돈을 번다’는 행동이 쿤타치와

함께하면 엄청난 감동이 되는 것이다.

물론 성능이 우수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자동차가 뉘르부르크링에서

엄청난 랩타임을 기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쿤타치를 운전하고 있으면, 게임 속을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을 달리는 자동차의 제왕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아마도 대형 트럭을 운전한다 해도 쿤타치의 그 박력과 제왕의 느낌을 따라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란투리스모는 살짝 내리고 유로트럭으로 갈아타

본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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