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올드카를 찾아서

  • 기사입력 2023.02.20 17:58
  • 최종수정 2023.02.23 10:49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자동차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올드카. 이번 시간에는 한국의 올드카를

모으고 복원하는 이들을 만났다. 완벽한 복원을 위해 365일 24시간 레이더를 돌린다는 그들의 이야기.

대중들이 즐기는 자동차 문화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튜닝, 모터스포츠, 세차 등 세세하게 나누자면 분야도 무척 다양하다. 그중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분야는 역시 올드카 혹은 클래식카라고 부르는 문화다. 오래된 자동차를 수집하고, 자신의 취향 혹은 순정 상태를 향해 복원하는

문화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문화에 흠뻑 빠진 A와 B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이 올드카 문화에 빠져들고 즐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 취미를

가진 지 올해 8년 차에 접어든 A와 B는 과거의 향수로 시작했다고. “지금 수집한 자동차들은 모두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자동차들입니다.” 현대자동차 포니, 그랜저, 기아 베스타를 포함해 다양한 올드카를 모으고 복원한 그는 차마다 얽힌 이야기를 풀었다.

“기아 베스타는 저희 고모부님께서 타셨던 차입니다. 어린 시절 이 차를 타고 친척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던 기억이 생생해요. 흔히

각그랜저라고 말하는 이 차는 제가 갓 취업한 당시 카센터 사장님 때문에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복원한

이 차와 같은 색상에 같은 옵션이었어요. 뒷좌석엔 아기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당시에는 언제 저런 차를 타보나 싶었는데, 그때가 90년도였으니 약 30년이 지나 꿈을 이룬 셈입니다. 제가 모은 차들은 단 한 대도 아무 이유 없이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그가 가져오는 차들은 그의 기억은 물론, 그 차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했다. “포니 승용 역시 특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

차주는 수원에 계시는 할아버님이셨습니다. 40년간 차를 아끼고 관리하셨어요. 제가 이런저런 부품을 구해드리면서 도와드렸는데, 그런 모습에 제게

연락을 주셨어요. 이 차의 다음 주인으로 저를 선택하신 거죠. 차를

가져오는 날 한참을 운전석에 앉아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이렇듯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는 올드카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복원될까? 이

취미를 시작하는 개인의 경우는 자본과 시간 등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A는 복원은 물론 유지관리에

필요한 부품을 찾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전했다. 비용은 물론이고 시간도 무척 오래 걸린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옛 모델들은 부품을 구하는 일이 까다롭다고 전했다.

“부품은 발품을 팔면 구해지긴 구해집니다. 다만 그 과정에 쏟는 시간과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마니아들이 아는

루트가 따로 있기도 하고 말이죠. 부품을 미리 비축하고,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파는 이 과정 자체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만두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특히 한국자동차복원연구소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도저히

구하지 못하는 부품은 직접 만들어 주시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부품이 구하기 어려운 데에는 국내의 법규도 영향을 끼쳤다. 현행법상

하나의 모델이 단종된 후 그 모델의 부품은 8년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이후에는 대리점들의 재고 부담 등을 이유로 제조사가 부품을 회수해서 폐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00년에 가까운 자동차의 부품마저 신품으로 보관하고 있는 해외의 경우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간혹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되었던 자동차의 부품이 미국 부품시장에 남아있어 그 부품을 다시 사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수입차 복원보다 국산차 복원의 난도가 훨씬 높다. 애초에

부품을 구하는 난이도 자체가 다르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원 후의 쾌감이 더 크다고도 말한다.

게다가 당시 연식과 트림에 맞춰 부품을 맞추는 고증도 이 바닥에서는 중요하게 여긴다. 고증이 완벽할수록 더 높은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부품을 구하지

못해 다시 제작해야 할 때는 당시의 모습과 동일한지 까다로운 고증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고증이 가능한

이유는 한국자동차복원연구소가 가진 풍부한 자료 덕분이다. 때로는 제조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자료도 보유하고

있어 올드카 복원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길게는 5년 이상 걸리던 복원이 최근에는 1년이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게 어렵게 복원한 올드카의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A는 몇

가지 노하우를 전했다. “이 차들을 유지하기 위해 가급적 한 달에 두세 번은 도로에 나갑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차의 상태를 몸으로 느끼죠. 만약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는 부분은 즉시 정비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합니다. 또 도장면의 보호와 차체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언제나 실내에 주차합니다. 이 당시의 차들은 어쩔 수 없이 부식에 약하거든요. 이 과정 자체가 무척 즐거운 일이고 남들의 시선을 받는 것도 즐깁니다. 죽은

것을 되살리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A와 B가 이 문화에 처음

뛰어들었던 8년 전과 비교해서 지금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최근

각광받고 있는 문화인만큼 주변의 시선을 비롯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은 분명했다. 특히 올드카들이 출시되었을

때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들이 이제는 경제력을 가진 기성세대로 성장해 향수를 찾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5, 그랜저 등을 광고하며 헤리티지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B는 이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일반인들이 노력하는 만큼 관련 법규와

정책들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것을 토로했다. “국내 법규는 자동차 문화 선진국들에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오래된 자동차들이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고, 주행

거리가 짧으니 보험료와 세금도 줄여주고, 언제든지 말소했다가 필요하면 다시 등록하는 등의 제도가 꼼꼼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역사가 짧으니 아직 정부의 인식이 부족한 것이죠. 이 올드카들이 1년에 1000km

달리면 많이 달리는 편인데, 이 차들이 매연을 배출해봐야 얼마나 배출하겠습니까? 그런데도 서울 시내에 진입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도들을 개선해서 서울 시내에도 40년, 50년 된 포니, 브리샤가 돌아다니면 얼마나 좋은 구경거리가 될까요? 이런 기본적인

제도가 받쳐줘야 일반인들의 인식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입니다.”

올드카 문화가 급격히 성장한 데에는 투자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이 역시 개인의 성향에 따라 나뉜다. A는 단순히 소장이 목적이기에 꾸준히 차들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 무언가를 부지런히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어요. 게으른 사람은 못 하는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B는 조금 달랐다. “솔직히

저는 투자의 목적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것들이 지금 당장의 재산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판매에 목적이 있는 것도 분명히 아니고요. 하지만 저의 손자, 증손자까지 이 차들을 좋은 상태로 보존하면, 100년 뒤에도 이 차들이 멀쩡히 굴러다니는 상태면 그 가치는 어떨까요? 저의

자손들이 조상 덕을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보물창고 구경을 마쳤다. 이 정도 복원된 올드카를 보는 것만 해도

진귀한 볼거리인데, 이보다 더 귀한 차들은 어딘가에 꽁꽁 숨어있다고 전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문화다. 이 문화가 더욱 커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좋아지는 날에는 숨어있던 보물들이 우리 앞에 나타날까? 더

나은 문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다.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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