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와 함께하는 이별 여행

  • 기사입력 2023.02.20 17:48
  • 기자명 모터매거진

람보르기니의 상징, V12 자연흡기 엔진과 이별할 시간이 왔다. 아벤타도르의 마지막 버전인 울티메 로드스터와 이별 여행을 떠났다. 람보르기니

본사를 출발해 볼로냐의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를 누볐다. 큰형을 보내는 이별 여행에 우라칸 STO도 함께했다.

지금 서 있는 곳은 이탈리아 산골의 작은 마을. 람보르기니 볼로냐

공장에서 약 1시간 30분을 달려왔다. 온 동네 사람들이 자그마한 주차장에 모여들었다. 그곳에 모인 황소

네 마리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이번 여행을 리드하는 우루스와 한국에서 방문한 세 명의 기자가 타고 있는

우라칸 STO, 아벤타도르 SVJ, 그리고 아벤타도르 울티메

로드스터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 즐겁고 신기한 일, 화나고 짜증 나는 일 등 다양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물론 완벽히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5일간 머무르며 보아온 모습은

그렇다. 특히 이렇게 작은 마을의 주민들은 연령대가 높다. 모두

합쳐 42기통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녀석들이 나타났으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몰려들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심지어 이 마을까지 달려오는 동안에도 저 멀리서 들리는 엔진음에 창문을 열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마을의 노인들은 우리를 이끈 람보르기니 본사 드라이버에게 이것저것 말을 건다.

이탈리아어라 전혀 알아들을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 드라이버에게 그들이 무슨 질문을 했는지

물어보니 “우리 옆집 사는 누구의 친척의 아들이 람보르기니에 다닌다고 하던데 그 사람 알아요?”, “이런 차들은 가격이 얼마나 해요?” 등이라고. 사람 사는 모습 다 똑같다. 아마 한국이라도 이런 질문을 듣지 않을까?

시점을 다시 시승의 출발로 돌려보자. 이탈리아에서 람보르기니를 시승한다는

사실로도 가슴이 벅차다. 심지어 출발지는 람보르기니 본사다. 황소들이

생산되는 공장을 견학하고, 람보르기니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박물관도 살펴보았다. 점심 식사는 람보르기니의 창업주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생전 가장 좋아했다는 식당인 ‘Ristorante Da Taiadela’에서 했다. 람보르기니

박물관에서 도보로 약 10분 떨어진 곳이다. 1962년에

문을 연 이 식당은 정통 볼로네제 파스타의 맛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정식집인 셈이다.

오랜 기다림이 끝나고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을 만날 차례. 앞서 말한

것처럼 세 대의 시승차가 준비되어 있다. 먼저 탑승한 차는 우라칸

STO다. 공도에서 레이스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모델이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감동적이다. 10기통 엔진의 격렬한 움직임과

소리가 고스란히 실내로 전해진다. 차의 컬러는 진한 보라색이다. 이탈리아의

강한 햇살을 받으니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그런데 고난은 산타가타 볼로네제 공장을 빠져나온 순간부터 시작이다.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를 달려 나가야 하는데, 맞은편에서는 거대한 트럭과

버스가 맹렬히 달려온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섭다. 차체가

낮고 시야가 좁아 아직 차폭에 대한 감도 덜 익혔는데 도로 옆은 바로 논두렁이다. 분명 시속 50km도 되지 않는 속력이건만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릴 때보다

더 긴장된다. 사이드미러로 계속 남은 공간을 확인한다. 과장을

보태지 않고 좌우로 느껴지는 여유가 한 뼘이 될 듯 말 듯 하다.

긴장감에 두 손이 촉촉함을 넘어 축축해질 때쯤 겨우 넓은 길이 나타났다. 이제야

우라칸 STO의 움직임이 조금 느껴진다. 레이스카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고 자신하는 람보르기니의 말이 허풍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단단하게 조인 하체의 느낌과

예민하고 강력한 파워트레인의 조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다루기 까다롭거나 차가 신경질적이지

않다. 잘 조련된 경주마를 타는 기분이다.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면 운전석 뒤에 자리 잡은 엔진의 회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회전수를 높여갈수록 더 강한 소리와 진동을 전달한다. 저속에서는 나긋하던 변속기가 점점

거친 충격을 전달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가속페달에 슬쩍 힘을 주면 그 즉시 천둥과 같은 소리를 내며

달려 나간다. 5.2ℓ V10 자연흡기 엔진은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조합된다. 최고출력 640마력, 최대토크 57.7kg∙m에 달하는 우라칸 STO는 공차중량이 1339kg에 불과하다. 즉 1마력이 감당하면 되는 무게는 단 2.09kg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을 단 3초 만에 끝내며 시속 200km 가속은 9초 만에 주파할 수 있다.

리드카를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와인딩 코스에 진입했다. 이제 우라칸 STO의 몸놀림을 알아볼 시간. 물론 잠재된 성능을 한껏 끌어낼 수

있는 트랙에 비하면 반의반도 채 사용하지 못했다. 낯선 환경에서

640마력짜리 후륜구동 슈퍼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코너를 헤집는 솜씨가 탁월한

것은 느낄 수 있다. 손과 엉덩이로 전해지는 노면의 정보는 무척 섬세하다. 정확한 피드백 덕분에 부담은 적어지고 차와 내가 하나가 된 듯 함께 춤을 출 수 있다. 감히 한계에 도달할 수 없어서일까? 이 녀석이 트랙에선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지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산길을 한참 오르자 첫 번째 목적지인 Pieve di Trebbio에

도착했다. 기록에 따르면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지킨 오래된

예배당이다. 잠시 간단한 촬영을 진행하는 중 이탈리아 경찰이 우리 앞을 지나가다 멈췄다. 우리가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는지 순간 당황했지만, 그들 역시 차를

구경하러 온 것이었다.

촬영 후 다시 굽이친 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Castello’ 라는

작은 마을. 이곳이 이 글의 시작에 나온 그 마을이다. 근처에는

자그마한 와인 농장이 있다. 와인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잘은 모르지만,

관광객들의 후기도 제법 많은 곳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람보르기니 담당자가 SVJ의 문을 열고 후진 주차를 하는 이른바 올드 스쿨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

장면을 실제로 보다니.

이제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을 탈 시간이다. 목적지는 다시 람보르기니

본사다. 위로 열리는 시저 도어를 활짝 열고 아벤타도르 울티메 로드스터의 운전석에 앉는다. 전 세계에 단 250대뿐인 귀한 몸이다. 꿈만 같은 자동차의 시동을 걸자 12기통 엔진이 깨어난다. 도산대로나 유튜브에서 감상했던 폭력적인 배기음이 이제 내 등 뒤에서 들린다.

지난 2011년 등장한 아벤타도르는 람보르기니 역사상 가장 성공한 12기통 슈퍼카다. 아벤타도르 울티메 로드스터는 10년 전에 등장한 아벤타도르의 디자인과 크게 다른 점도 없는데, 여전히

심장이 떨리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울티메 로드스터는 람보르기니의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자동차다. 비록 이제 실내는 구식의 티가 나지만, 뭐 어떤가? 문제없다.

6.5ℓ V12 자연흡기 엔진과 싱글 클러치 7단 변속기를 장착하고 네 바퀴를 굴린다. 성능, 소리, 감성 이 모든 면이 꿈만 같은 자동차다. 특히 이 7단 변속기! 격렬한

가속을 시작하면 몸 전체로 충격이 느껴질 만큼 강력한 변속 충격을 가지고 있다. 토크컨버터 방식도 아닌

수동 기반이라서 그렇다. 일상에서 타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충격인데,

시프트 업을 할 때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식으로 조절하면 괜찮다.

출력? 일단 내가 타본 자동차 중 가장 마력이 높다. 최고출력은 무려 780마력, 최대토크는 73.4kg·m에 달한다. 무게당 중량비는 1.99kg/1마력으로 앞서 탔던 우라칸 STO보다 더 강력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거의 순간이동을 하는 기분이다. 회전수를 높일수록 12기통의 웅장한 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변속할 때마다 거칠게 터지는

백프레셔는 거의 총소리가 난다. 작은 마을을 지날 때 이탈리아 아저씨 두 명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들에게 화답하듯 양쪽 패들 시프트를 당겨 중립 기어에 두고 가속 페달을 콱 밟는다. 거대한 배기음이 울려 퍼지는 그 순간 아저씨들은 어린아이로 변신해 내 귀에 들릴 만큼 “Nice!”라고 소리 지른다.

그렇게 한참을 내달렸다. 거대한 아벤타도르의 선명한 피드백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생각보다 운전이 쉽다.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도

그립을 쉽게 잃지 않는다. 카본 터브와 푸시로드 타입 서스펜션, 사륜조향

시스템의 조화는 환상적이다. 처음 몰아보는 자동차지만 원래 타고 다니던 자동차처럼 즐겁게 운전할 수

있다.

그저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정답이다. 드라이브 모드가 어떻고, 엔진의 반응이 어떻고, 하체가 어떻고를 생각할 겨를도 없다. 성능은 이미 뉘르부르크링에서 검증했다. 고작 한두 시간 탄 내가

평가하는 것은 어쩌면 건방진 발상일지도 모른다. 아벤타도르의 후속 모델은 이 이상 어떻게 강력해질까? 이미 테스트카를 운전해본 윙켈만 회장은 아벤타도르를 확실히 뛰어넘은 강력함이라고 자랑하던데….

재미난 코스가 끝나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린다. 이제 이별 여행이 실감

난다. 환경규제로 인해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람보르기니의 자연흡기

12기통 엔진을 경험해본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지경이다. 볼로냐 공장에 돌아왔을 때 이미

해는 저물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저 도어를 여닫는다. 그곳을

떠나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미련이 가득하지만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안녕 아벤타도르!’

글 | 조현규   사진 | 조현규, 람보르기니

 

 

SPECIFICATION

LAMBORGHINI AVENTADOR LP780-4 ULTIMAE

ROADSTER

길이×너비×높이  ​4797×2030×1136mm  |  휠베이스 2700mm

공차중량 

1550kg  |  엔진형식  V12, 가솔린  |  배기량  6498cc

최고출력 

780ps  |  최대토크  73.4kg·m 

|  변속기  ​​​7단 자동

구동방식 

AWD  |  0→시속 100km  ​2.9초  |  최고속력  시속

355km

연비 

​​​-  |  가격  ​​​-

SPECIFICATION

LAMBORGHINI HURACAN STO

길이×너비×높이  ​4549×1945×1220mm  |  휠베이스 2620mm

공차중량 

1339kg  |  엔진형식  V10, 가솔린  |  배기량  5204cc

최고출력 

640ps  |  최대토크  57.6kg·m 

|  변속기  ​​​7단 DCT

구동방식 

RWD  |  0→시속 100km  ​3초  |  최고속력  시속

310km

연비 

​​​-  |  가격  ​​​4억3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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