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 E에서 서울이 사라졌다

  • 기사입력 2023.02.07 23:30
  • 기자명 모터매거진

2022년 여름을 화려하게 불태웠던 포뮬러 E 서울 그랑프리. 그런데 그걸로 끝이 되고 말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는가!

몇 달 전, 필자는 포뮬러 E 서울

그랑프리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잡음도 많았고 관람석 문제도 있었고 서울페스타에 추가 이벤트

같은 느낌으로 개최되었던 것도 아쉬웠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할 수 있었다.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는 레이스가 드디어 개최됐고,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레이서들이 한국의 도로를 직접 달린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괜찮았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아쉬운 점을 개선해 더 나은 레이스가 되기를 빌었다.

그런데, 포뮬러 E 서울

그랑프리가 무산됐다. 2023년 개최 여부를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더니 결국 개최 캘린더에서

서울이 삭제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새롭게 이름을 올린 곳은 미국 포틀랜드. 레이스는 총 16라운드로 결정됐다.

서울 그랑프리 주최 측에서는 ‘적절한 지역을 찾을 수 있다면 2024년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미 떠난 배에 손 흔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가져?

돌이켜보면 포뮬러 E를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할 때부터 조용하게

넘어가는 일들이 없었다. 2019년 7월쯤에 ‘2020년 5월에 개최’를

발표하면서 주최 측은 케이팝과 경제효과, 환경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

애초에 레이스를 진지하게 대했던 사람들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2020년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를 덮쳤고, 포뮬러 E 서울

그랑프리는 기약 없이 연기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2022년, 드디어

개최가 결정되었지만 그 즈음부터 무언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메인이 ‘서울페스타’가 되고 포뮬러 E 서울

그랑프리는 덤이 되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지만, 어쨌든 레이스는 개최되었고 중계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음에 개최할

때는 개선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또 무언가 잘못 흘러가기 시작했다. 기존 ‘잠실 종합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사실 잠실 종합운동장은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일찍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주최

측은 빠르게 다음 후보지를 찾았어야 했다. 그런데 후보지를 찾겠다는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서울시와의 협상도 지지부진했다. 서울이 복잡한 도시라고는 하지만

통행량이 적으면서도 서킷으로 쓰기 좋은 코스는 존재하는 법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제시한 곳은 다름 아닌

노들섬. 아무리 봐도 레이스를 개최하기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주최 측이 아무리 ‘우리는 레이스를 개최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해도, 이쯤 되면 믿어줄 사람이 없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아픈 과거를 겪은 적이 있다. 포뮬러 1이 드디어 국내에서 개최된다면서 좋아했던 그때, 서킷은 저 멀리

전남 영암에 지어졌고 레이스를 볼 수 있는 교통편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 포뮬러 1은 남아있는 레이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금을 지불하면서까지 레이스

개최를 포기한다’는 최악의 선택을 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주최 측의 2024년을 기대하는 멘트도 신뢰할 수 없게 됐다. 배출가스 없는 레이스를 표방하며 도심에서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제공하는 포뮬러

E가 서울에서 딱 한 번만 개최되고 이제 더 볼 수 없게 되는 사태가 되어버릴 것이다. 이

나라의 정부도, 운영 주체들도 레이스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상기시키고 말았다. 그저 경제효과만 반복해서 외치고 있는데, 얼마나 돈을 더 벌어야

그 입을 닫아줄지 궁금하다.

국내 기업들을 찬밥으로 만들었다

아무리 누굴 원망해봐도, 사태를 되짚어봐도 2023년에 포뮬러 E 서울 그랑프리가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인해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았을까? 사실

뜻밖의 피해자가 있다. 바로 한국타이어다. 포뮬러 E는 2022년 시즌까지 미쉐린 타이어를 사용했는데, 새 시즌부터는 한국타이어를 사용한다. 레이스에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한국타이어의 높아진 기술력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다.

만약 포뮬러 E 서울 그랑프리가 열린다면, 한국타이어는 타이어를 국내에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무대를 제대로 갖게 되는 셈이다. 그것도 고성능 전기차용 타이어라는 특별한 물품을 말이다. 그런데

그 무대가 사라졌으니, 이제 어쩔 수 없이 해외로만 돌게 됐다. 아무리

수출이 중요하다고 해도 국내 시장을 결코 내칠 수는 없는 법이다. 이렇게 국내 기업 하나가 서울 그랑프리

개최 무산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레이스에 진심인 자동차 브랜드들도 그 무대를 잃었다. 포뮬러 E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참가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마세라티와 맥라렌이 새롭게 참가하기 때문에 서울을 무대로 두 브랜드를 잘 알릴 수 있었을 것이다. 뭐 지금 와서는 허상이 되었지만 말이다. 이전부터 참가하고 있던

포르쉐와 DS는 꽤 억울할 것이다. 특히 포르쉐는 모터스포츠에

진심인 브랜드이고, 사장이 직접 서울 그랑프리 무대를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서울 그랑프리가 이렇게 무산된 사이, 옆 나라 일본에서는 포뮬러 E 개최를 선언했다. 2024년에 개최되는 포뮬러 E 도쿄 그랑프리인데, 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의 무대인 도쿄 오다이바가 무대가 된다.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열정적으로 유치에 나섰고, 모터스포츠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이 오다이바에 축하 무대를

만들고 레이스 시범을 보였다. 예부터 ‘일본에는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포뮬러 E 개최에서는 져도 되는 것인지 참 궁금해진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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