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함이 주는 여유 그리고 이동, BMW NEW M850i xDrive 쿠페

  • 기사입력 2023.01.20 14:38
  • 기자명 모터매거진

두 명을 위한 고급 GT가 필요하다면, BMW 특유의 느낌을 포기할 수 없다면, 8시리즈 쿠페가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M850i를 골라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8시리즈가 부활하고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 모터매거진에서 어렵사리 옛 8시리즈(E31)를 모셔 와 같이 출연시킨 적이 있었다. 팝업 헤드램프를 가진

옛 모델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었으니, 새로 태어난 8시리즈가 정제된 운동 성능이라는 면에서 더 좋다는

것이다. 편의장비는 시간이 흐르면서 당연히 발전하는 것이니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때로부터 얼마 흐르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8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등장했다. 외형만 보면 바뀐 부분을

찾기 힘들지만, BMW 페이스리프트의 진가는 외형보다 주행 성능 그리고 서스펜션 세팅 등 달리면서 느낄

수 있는 면에 있다. 게다가 마침 올해는 BMW의 고성능

라인업인 M의 등장 50주년 이기도 하다. 그런 특별한 날을 기념해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등장시킬 정도이니, 허투루

만들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8시리즈에는 또 다른 사명이 있다. 사실 사명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미래로 인해 8시리즈의 존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 세계가 엔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소형 엔진이라면 살아남을지도 모르지만 대배기량 엔진은 어쩔 수 없이 그 끝을

고해야 한다. 그것도 몇 년 안에 해야 하니, 이렇게 엔진을

탑재한 8시리즈를 만나는 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과연 8시리즈는 그 마지막 맛을 잘 내 줄 수 있을까?

얌전한 모습 안에 숨긴 강력함

8시리즈를 놓고 ‘얌전한

모습’이라고 하면 반발하실 분들이 꽤 많으실 것 같다. 실용성을

고려한 4도어 그란쿠페 모델도 아니고 달리는 맛을 한껏 살리는 2도어

쿠페 모델에 얌전하다고 하면 더더욱 그러리라. 그런데도 왜 이렇게 말하는가 하니, 모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카라고 하면 어딘가 튀는

곳이 있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거나, 각을 세운 지점이 있겠지만 8시리즈는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다.

크기와 높이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대형 GT를 지향하는 8시리즈답게 이 차의 길이는 4.8m가 넘는다. 폭도 넓은데 높이는 1.35m가 채 되지 않는다. 차체 크기에 비하면 유리창도 작은 편이다. 그런 요소들을 집합시키고 나니, 유리창을 제외한 하체가 모두 크고

둥글둥글하게 느껴진다. 전면을 꽉 채우고 있는 키드니 그릴도, 가늘게

다듬은 헤드램프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딱 차체 크기에 맞는 것처럼 적당한 두께를 가진 것 같다.

그릴의 디자인이 약간 변했다. 정확히는 그릴 자체는 그대로 두지만, 그 안의 슬릿이 U자 형태가 여러 개 늘어선 형태로 바뀌었다. 밤이 되면 그릴에서도 빛이 들어오는데, 존재감이 크지는 않지만 은은한

느낌이 난다. M 50주년을 맞아 BMW 엠블럼을 감싸는

특별한 색들이 들어갔는데, 그 덕분에 기존 BMW와는 약간

다른 모델을 소유한 특별한 기분이 든다. M8 그 자체는 아니지만, 그래도 M 버전이라고 카본 사이드미러 등 소소한 패키지를 추가해준 것도 기분이 좋다.

지붕이 낮고 A필러 거의 바로 뒷부분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부드럽게

떨어져 내려간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조금 눈에 띄는 더블버블 루프를 가진다. 뒷유리에도 볼록함을 갖게 하는 본격적인 형태의 루프는 아니지만, 이

형태만으로도 달리는 기분이 한층 올라가는 느낌이 난다. BMW 특유의 스포츠카 분위기를 내게 만드는 L자 형태의 테일램프가 이채롭고, 그 아래 위치한 디퓨저와 머플러는

은근히 성능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 기분을 타고 실내로 자리를 옮기면, 조금 수수하다는 느낌도 든다. 정확히 말하면 수수하지는 않은데, BMW 모델에서 많이 보는 실내

디자인이 보이기 때문이다. 익숙하고 다루기 쉬워서 좋다고 할 수도 있고, 스포츠카인데 다른 분위기가 잘 안 나서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만약

실망했다면 낮이 아니라 밤에 운전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실내 곳곳에 앰비언트 라이트가 꽤 예쁘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을 고른다면, 기분이 저절로

상쾌해질 것이다.

음악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바우어스 앤 윌킨스의 오디오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는 주로 클래식 음악을 잘 살려주는 브랜드였는데, 이제는 대부분의 음악을 잘 살려서 재생해준다. 그 음악을 들으면서

스티어링 휠을 잡고, 오른손을 살짝 옮겨 크리스탈 기어노브를 조작하며,

등을 잘 감싸주는 고급스러운 시트의 감각을 느끼는 게 꽤 좋다. 이런 차에서 뒷좌석은 어디까지나

비상시를 대비한 예비 공간이니 비우는 게 좋다.

시동을 걸면, 8기통 특유의 그르렁대는 엔진음이 들려오다가 곧 잠잠해진다. 일반적인 주행 모드인 컴포트에 맞추고 가속을 해 보면, 의외로 배기음도

엔진음도 작게 들려온다. 8기통이니까 엔진 회전을 높이는 것에 맞추어 깊고 박력 넘치는 음색을 낼 거

같은데, 그보다는 아늑함과 조용함에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에 딱 맞추고 장거리 주행을 하기에는 아마도 이 정도로 좋은 세팅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뭔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비록 M8은 아니어도 8기통이니까, 그리고

일단 M이 붙어 있으니 무언가를 보여주겠지 싶었는데, 조용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보자. 조금

거친 음색이 들려오지만, 만약 젊은 시절 시끄러운 자동차도 견뎌냈던 운전자라면 그 정도의 엔진음과 배기음에

만족할 리가 없다. 뭐 소소하게 시내 주행 중 재미를 즐기고 싶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겠지만.

자, 이제 마지막이다. 스포츠

플러스로 돌입하는 것이다. 스티어링을 돌리는 감각이 무거워지니 시내에서는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고속도로라면 이 정도가 딱 좋을 것이다. 인제야 ‘그르릉’ 소리가 ‘으르렁’으로 바뀐다. 배기음은 여전히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라면 만족도 95%에 도달한다. 오른발에 힘을 살짝 주기만 해도 어느 새 고속 영역을 넘어 초고속 영역에 너무 쉽게 진입한다. 요즘 시대의 자동차라 전자 제한이 걸려있는 게 다행이다.

고속 영역에 돌입해서 코너를 돌아봐도 자세는 너무나 안정적이다. 젊은

시절 남들 모르게 익혔던 운전 스킬이 그다지 필요해지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방해되는 때도 생긴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서 나가는 중에

요철을 만나면, 뒷바퀴가 순간적으로 그립을 잃고 튀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잘 보면 차체 뒷부분은 움직이지 않았고 마치 레일처럼 코너를 돌고 있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라 뒷바퀴가 같이 움직이다 보니 그런 느낌이 전달되는 것 같다.

요즘의 자동차가 전자장비라는 것을 강하게 느끼는 순간이다. 운전자가

한계까지 단련하기보다는 있는 전자장비에 의존하면서 그 장비의 성능을 더 끌어내는 것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아직 서킷에서는 그렇지 않겠지만, 적어도 일반도로에서는 그렇게 변하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 크기의 넉넉함을 자랑하는 GT 쿠페라면, 그렇게 여유를 두고 달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번잡한 것은 기계에게

맡기고, 순수하게 운전 그 자체만을 즐기는 것 말이다.

사실 그 여유와 운전 그 자체를 즐기는 게 M850i 쿠페가 주는

선물 아닐까. M8보다 확실히 출력은 낮지만, 500마력이

넘는 출력은 여전히 짜릿함과 즐거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몸이 신날 때는 스포츠 플러스로 강력함을 느끼고, 조금 처지는 몸이다 싶을 때는 컴포트로 조용함과 느긋함을 느낄 수 있다. 2도어가

선사하는 넓은 시야와 풍경은 덤이다. 그리고 8기통 엔진임에도

의외로 연비가 잘 나온다. 느긋함을 즐길 수 있다면 말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851×2137×1346mm  |  휠베이스 2822mm

공차중량 

1985kg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  배기량  4395cc

최고출력 

530ps  |  최대토크  76.48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0→시속 100km  ​3.9초  |  최고속력  시속

250km

연비 

7.6km /ℓ  |  가격  1억42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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