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패션 브랜드를 만났을 때

  • 기사입력 2023.01.20 14:03
  • 기자명 모터매거진

자동차가 패션 브랜드와 어울린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여기 그

사례들이 있다.

자동차와 패션 브랜드와 짝을 이루고 있다. 최근의 사례들을 살펴봐도 BMW가 미국 뉴욕의 스트리트 브랜드 KITH와 협업을 했고, 현대 캐스퍼는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카시나’와 협업했다. 이것만 보고 있으면 자동차가 패션 브랜드와 어울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자동차는 오래전부터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었다. 그것도 필요성에 의해서 말이다. 자동차와 패션이 어떤 필요성을 느껴

협업했던 것일까?

루이 비통이 시초다?

지금이야 멋 좀 낼 줄 안다는 여성들의 필수 브랜드처럼 여겨지는 루이 비통이지만, 시작은 전혀 달랐다. 1821년 프랑스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루이 비통은 1837년에 파리에서 유명 가방 제작 전문가의 수습공으로 일을 시작했다. 훗날 독립한 그는 뇌브 데 카푸신 4번가에 자신의 이름을 건 가방

전문 매장을 열었다. 기차 여행이 인기를 얻으면서 기존 가방에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들이 루이 비통이

만든 가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 가방들이 대부분 상단이 볼록해 쌓기가 힘들었던 것에 비해 루이 비통의 가방은 평평하게 다듬어져 마차에 적재하거나

기차에 넣기 편했다. 게다가 기존의 나무가 아닌 천 소재로 가볍게 만들어 부담도 덜어냈다. 루이 비통은 1892년에 사망하고 아들인 조르주 비통(Georges Vuitton)이 사업을 물려받았는데, 20세기가 열리면서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도로를 다니게 되자 자동차에 맞춘 여행용 가방 라인업을 선보이게 된다.

당시 자동차들은 별도의 트렁크가 없어서 후면에 거대한 박스를 매달고 다녔는데,

루이 비통은 이 박스를 만드는데 능했다. 또한 고장이 잦았던 만큼 자가 정비도 필수였는데, 다양한 공구가 담긴 상자를 자동차의 실내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부분에 놓는 것도 기술이었다. 루이 비통은 그 공구를 주로 차체 측면에 매달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에

따라 당시 거리를 다니던 수많은 자동차들이 측면에 상자를 단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한 루이 비통과 자동차의 인연은 협업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9년

인피니티가 공개한 콘셉트카, 에센스(Essence)는 화물칸에

딱 맞는 크기의 독특한 트렁크를 갖고 있다. 루이 비통에서 제작한 것으로, 측면에 디자이너인 ‘나카무라 시로’의

이니셜이 새겨진 것이 특징이다. 2014년에는 BMW와 협업, 스포츠카 i8에 어울리는 가방을 만들기도 했다. 두 개의 여행 가방, 비즈니스 케이스 및 의류 가방으로 구성되며, i8에 딱 맞춰 적재할 수 있다.

때로는 스포츠 패션 브랜드와 함께

라코스테(LACOSTE)는 국내에서도 꽤 알려진 스포츠 패션 브랜드다. 프랑스의 테니스 선수였던 ‘르네 라코스트’가 설립한 브랜드로, 코트에서 상대를 끈질기게 압박하는 플레이로 유명해

팬들이 별명으로 붙인 ‘크로커다일’을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악어의 무늬와 유사한 니트 조직을 개발해 운동에 적합한 의복을 만들었고, 왼쪽

가슴에는 자신의 상징인 악어 자수를 부착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로 만들었다.

프랑스 브랜드인 만큼 프랑스 자동차와 협업한 전력이 있다. 1984년

푸조가 테니스 경기 중 하나인 ‘롤랑 가로스’를 후원하면서

시작됐는데, 이후 푸조 205를 기반으로 한 라코스테 협업

자동차를 출시했다. 이것이 인기를 꽤 얻어서 그랬을까. 이후 2010년에 푸조 대신 시트로엥 브랜드를 내세워 라코스테와 협업한 ‘시트로엥

라코스테 콘셉트’를 공개했다. T톱 형태의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로, 시트에 라코스테 특유의 니트 조직 무늬를 넣었다.

국내에도 스포츠 패션 브랜드와 자동차가 협업한 사례가 있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과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가 협업한

것이다. 휠라는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정통 스포츠 브랜드로 스포츠 전문 브랜드의 기술력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스타일리시 퍼포먼스(Stylish Performance)’를

지향한다. 이는 모터스포츠로부터 얻은 경험 및 기술력을 바탕으로 ‘운전의

재미’라는 주행 감성을 강조하는 고성능 N의 철학과 일치하는

것이다.

명품이 빠질 수는 없다

루이 비통 외에도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자동차와 협업했다. 그중에서

잘 알려진 것이 바로 ‘구찌’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피아트 500C와의 협업을 먼저 떠올린다. 구찌가 이탈리아 브랜드이니 피아트와의 협업이 굉장히 자연스러운데, 사실

놀라운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그 구찌가 미국의 자동차 브랜드인 ‘캐딜락’과 협업했다는 것이다. 1980년 중반부터 구찌의 위기가 오고 90년대 중반부터 ‘톰 포드’가

구찌의 디자이너가 된 역사를 생각하면 이때가 진정한 구찌일지도 모른다.

당시 구찌는 캐딜락 ‘세빌’을

기반으로 협업 자동차를 만들었다. 공장에서 자동차가 만들어지면, 그

차를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별도의 회사로 갖고 와 구찌의 색을 입혔다. C필러를 덮은 구찌 특유의 장식과

보닛을 장식한 구찌 엠블럼, 트렁크 리드를 가로지르는 구찌 특유의 붉은색과 녹색이 섞인 띠가 인상적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가면 구찌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는데, 여기에

구찌 캐딜락 한 대가 전시되어 있다.

명품이라고 하면 에르메스도 빠질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역사 속에

묻힌,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자동차도 있다. 바로 현대차가

만든 ‘에쿠스 바이 에르메스(Equus by Hermes)’다. 에쿠스 리무진을 기반으로 에르메스가 디자인과 실내 제작에 참여했으며, 에르메스

고유의 캔버스 천인 ‘트왈 에이치(Toile H)’, 그리고

에르메스 특유의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단 세 대만 제작됐으며 판매는 되지 않았으나 한 대의 가격이

약 18억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명품이 언제나 고급 자동차와 협업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짜릿하게

주행할 줄 아는 스포츠카 또는 슈퍼카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한다. 그중 유명한 것이 바로 베르사체와 람보르기니의

협업이다.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인 베르사체는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을 완벽한 명품 자동차로 다시 만들었다. 색상은 흰색과 검은색만 제공되며, 시트와 대시보드 하단, 도어는 베르사체 특유의 세련된 술로 덮었다. 뿐만 아니라 여행용 가방과 신발 등 다양한 액세서리도 제작했다.

협업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패션 브랜드 혹은 그 브랜드를 이끄는 디자이너는 자연스럽게 자동차에 끌리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꽤 많이 접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Ralph Lauren)’은 부가티

타입 57 SC 아틀란틱을 소유하고 있으며, 여기서 영감을

얻은 시계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니스커트가 자동차 ‘로버

미니’에서 영감을 얻어서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니 또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패션 브랜드와 자동차의 협업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폴

스미스(Paul Smith)가 자신만의 영감으로 미니를 새롭게 탄생시켰듯이, 파격으로 유명했던 패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자신만의 영감을 담아 벤츠 G 클래스를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냈듯이 말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어느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실에서, 아니면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인실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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