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같은 드리프트를! 기아 EV6 GT
2023-01-11 22:56


이제 전기차로 고성능을 즐길 수 있다.  그것도 납득할 수 있는 가격에!



로망이다. 그르렁대는 엔진을 깨운 뒤 울부짖도록 만들고, 바퀴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즐긴다. 모름지기 스포츠카라면, 경량이 아니라 고출력을 자랑한다면, 그렇게 즐기고 싶을 것이다. 굵은 머플러에서 연신 토해내는 거친 음색은 덤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즐기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탄소 중립을 외치는 시대에 배출가스는 환경을 넘어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는 적이 되었고, 휘발유 또는 경유를 태우는 것은 죄악이 되었다.

그렇게 전기차 시대가 온다. 그런데도 로망을 찾는 사람들은 전기차에서도 힘을 찾는다. 스포츠카의 성능을 넣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어렵지 않다. 강한 출력을 자랑하는 전기모터를 탑재하고 배터리에게 조금만 더 힘을 쓰도록 하면 된다. 그런데 이 세상이 이론만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강한 모터를 탑재하고 나니 엄청난 열이 발생하고, 단번에 배터리를 사용하려 하니 과열된 배터리가 제대로 힘을 내주는 일이 드물다.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 그러한 저항을 해결했다 해도 과제는 여전히 남았다. 가뜩이나 일반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보다 더 비싼 전기차인데, 나름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출시하는 게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전기차에 로망이 없다’고 단언하고 마는 스포츠카 마니아들을 설득하기도 어렵다. 그 시점에서 기아가 고성능 전기차, EV6 GT를 세상에 내놓았다. 신세대를 열게 될 고성능 전기차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을까? 과연 마니아들은 이 차에 납득할까?

특별함을 더하는 네온
EV6 GT는 일반 EV6 모델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GT 라인 모델과 구분하라고 하면 더더욱 어렵다. 전면 범퍼의 그래픽이 약간 다르고 후진등 형태가 다르다는 정도? 그러니까 고성능 전기차라고 해서 탄소섬유를 두르거나 하는 기교는 부리지 않았다. 고성능 GT 모델이라고 하면 탄소섬유 정도는 조금 과하게 두른다고 해도 용서할 것인데, 가격 인상 요인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일까? 전기차 시대이니까 엔진 자동차와는 다른 형태로 역동성을 과시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고성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휠과 타이어, 그리고 브레이크 캘리퍼다. GT 라인만 해도 공기역학을 고려한 바람개비 형태의 휠을 갖고 있는데, GT는 공기역학은 그냥 접어두고 멋을 살린 형태의 5 스포크 휠을 갖고 있다. 그 크기가 무려 21인치나 되고, 타이어도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를 신었다. 이것만 해도 이 차가 얼마나 무서운 성능을 가진 모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전기를 절약하겠다는 기교는 없다.

브레이크 캘리퍼는 크기도 크기지만, 연두색을 품었다. 기아가 네온(Neon)이라고 부르는 색인데, 앞으로 기아에서 만드는 고성능 전기차의 대표 색상이 될 것 같다. 실내로 들어오면, 그 네온으로 꾸며진 스티치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일단 운전석에 있는 스웨이드 버킷 시트를 보자마자 스포츠카를 탄다는 느낌에 저절로 긴장하게 될 것이다. 상체와 허벅지를 잘 붙잡아주는 것은 좋은데, 무릎 쪽이 조금 높아지는 느낌이라 이 부분도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다면 좋겠다.

버킷 시트 외에는 GT만의 무언가를 찾기가 힘들다. 대시보드 우측에 GT 엠블럼이 있는 것과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네온 GT 버튼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고성능 모델이지만 EV6의 실용성을 거의 그대로 갖고 있으니, 가족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면 이것이 장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차체의 보강도 되도록 바닥 쪽으로 진행했는데, 트렁크를 넓게 사용하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다. 덕분에 2열 등받이를 젖히는 것만으로 꽤 넓은 적재 공간이 나온다.

짜릿한데 실용적이다!
고성능이라고 하는데, 사실 잘만 다룬다면 그 고성능 때문에 당황할 일은 없다. 애초에 전기차는 힘을 내기 위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 모델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면, 이 특징이 친절한 운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 것이다. 아무리 터보차저를 장착해 낮은 회전에서 토크가 나온다고 해도, 엔진을 어느 정도 돌려야만 하기 때문에 오른발에 힘을 주는 게 엄청나게 어렵다. 아무리 친절하게 다듬어져도 그렇다.

아마 많은 이들이 드래그 레이스를 통해 짜릿한 가속 능력만을 봤을 것이다. 기아 역시 EV6 GT 출시 전, 엔진을 탑재한 슈퍼카들을 불러서 드래그 레이스를 펼쳤으니 말이다. 물론 그 가속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이야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능력들을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기도 한다. EV6 GT의 진정한 능력은 가속 그 자체보다 가속하면서도 차체에 이상한 진동이 없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아주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그렇게 짜릿함을 즐기기 전에 필히 해야 할 일이 있다. 사실 안 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스티어링 휠에 있는 GT 버튼을 눌러 GT 모드에 돌입하는 것이다. 만약 일반적인 주행 모드, 그러니까 에코 또는 노멀로 주행한다면, 서스펜션 자체가 꽤 부드럽기 때문에 어색함이 느껴질 것이다. GT 모드에 돌입해 서스펜션을 조금 더 조이고, 기왕이면 사운드도 별도로 선택해 ‘가속하는 기분’이 제대로 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조금 더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다.

제일 놀라운 것은 브레이크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너에 진입하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는 것을 생각하게 되지만, EV6 GT는 브레이크를 조금 강하게 밟아도 패드가 디스크를 잡는 일이 드물다. 그만큼 회생 제동 영역이 넓은데, 특히 GT 모드에서 그렇다. 브레이크를 길들일 때는 고생을 좀 해야겠지만(물리적으로 붙잡는 영역까지 깊게 밟아야 할 것이다), 한번 길을 들여놓고 나면 그 뒤로 패드를 교체할 일은 적을 것 같다. 이 정도라면 서킷에서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드리프트는 당연히 가능하다. 싱글 감속 기어를 사용하고 있으니 가속 페달의 깊이에 따라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꼬리를 흔들면서 멋있게 코너를 돌아서 나갈 수 있다. 당연하지만 이때는 TCS를 꺼 두는 게 좋다. 만약 GT 모드에서 TCS를 꺼 두었다면, 그걸 기억했다가 GT 모드에 돌입하는 순간 바로 TCS가 알아서 꺼진다. 드리프트는 되는데 번아웃이 안 된다는 게 아쉽긴 한데, 전자 제어가 기본이 된 요즘 시대에 번아웃은 꽤 힘든 일이니 포기할 수밖에.

한 가지 아쉬움은 있다. 짜릿한 고성능을 즐기기에는 배터리가 금방 부족해진다는 아주 잔인한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고성능을 즐기다 보면 휘발유를 사용한다고 해도 기름통이 금방 바닥난다. 그런데 무엇이 아쉽냐고 한다면, 체감상 휘발유보다 배터리가 더 빠르게 바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인제야 조금 몸을 푼 것 같은데, 그래서 고성능을 조금 즐기다가 본격적으로 더 가속하고 싶은데 배터리가 부족하다고 표시되면 그 기분이 빠르게 식는다. 뭐 그 정도의 아쉬움이다.

EV6 GT는 생각해보면 대단한 자동차다. 아무리 고성능 전기차를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해도, 이 정도 성능을 손에 넣으려면 억대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독일의 스포츠카 제조사에서 만든 전기 스포츠카를 생각해 보면 된다. 그런데 EV6 GT는 그 스포츠카보다 출력도 살짝 높으면서 7200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한다.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가격에 이 정도 성능의 전기차를 만들었다는 게 기아의 대단한 면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95×1890×1545mm  |  엔진형식  전기모터
휠베이스  2900mm  |  최고출력  585ps  |  최대토크 ​​​ 75.5kg·m
구동방식  ​​AWD  |  주행거리(복합)  342km  |  배터리 용량  77.4kWh
공차중량  2160kg  |  복합연비(전비)  3.9km/kWh  |  가격  ​​​​​​7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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