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F1 참전 결렬, 그 뒤엔 혼다가 있다?

  • 기사입력 2023.01.02 15:49
  • 기자명 모터매거진

포르쉐의 F1 참전 결렬이 발표된 것이 2022년 9월이다. 반면

아우디는 예정대로 2026년에 F1에 참여할 것이다. 포르쉐와 아우디, 그 안의 복잡한 사정을 약간만 들여다보자.

어느 새 2023년의 새 해가 떴지만, 2022년은 여러모로 복잡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물론 2023년도 평온하게 흐른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그것은 모터스포츠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여서, 2022년 중반에는 ‘포르쉐와 아우디가

F1 참전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흐르고 있었다. 이후 아우디는 ‘2026년 정식 참전’을 발표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가능성이 높았던 포르쉐가 ‘레드불과의 협상이 결렬됐다’라고 발표하고 말았다.

일단 이 시점에서 자동차 회사의 구조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은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다. 포르쉐와 아우디는 모두 ‘폭스바겐 그룹’이라는 거대 그룹 안에 있다. 그 안에서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모터스포츠인

F1 참전을 두 회사가 동시에 할 이유는 적다. 자동차 산업의

상식으로는 ‘상식의 궤를 벗어났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게다가 이런 일이 이전에도 일어났었다. 포르쉐와 아우디가 동시에

르망 24시에 출전하는 일도 있었으니 말이다.

포르쉐 아우디 그리고 폭스바겐

포르쉐와 폭스바겐의 관계는 꽤 오래됐다. 현재의 폭스바겐 비틀을 만든

것이 ‘페르디난트 포르쉐’이니 말이다. 그 아들인 페리 포르쉐가 본격적으로 ‘포르쉐’를 설립했지만, 두 회사는 유대를 유지해왔다. 지금은 그 희귀함 때문에 가격이 오르고 클래식카의 반열에 오른 ‘포르쉐

914’도 폭스바겐 부품들을 이용해 만든 자동차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긴밀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관계였던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른 모델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포르쉐 카이엔’이다.

포르쉐는 본래 카이엔 개발 과정에서 벤츠의 협력을 얻을 예정이었다. 벤츠

모델을 대행 생산했던 경력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츠와 포르쉐의 입장 차이가 커서 협상은 결렬되었고, 벤츠 대신 폭스바겐을 파트너로 선정했다. 그래서 같은 차체를 이용해

포르쉐에서는 카이엔이, 폭스바겐에서는 투아렉이 나왔던 것이다. 그

카이엔은 곧 포르쉐 전체 판매량의 30%를 넘어가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포르쉐는 폭스바겐과의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주식 구매를 결정했다.

2005년 9월, 포르쉐는 ‘폭스바겐 주식 중 의결권을 가진 것으로 약 20%를 인수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인수가 시작됐다. 2021년 말, 포르쉐가 가진 폭스바겐 주식은 53.3%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포르쉐가 비록 규모 자체는 작아도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강한 발언권을 갖게 됐다. 한편, 아우디는

조금 사정이 다른데, 본래 있던 4개의 회사가 1930년대에 독일 정부의 뜻에 따라 통합된 후 ‘아우토 유니온’이 되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호르히, 아우디, DKW,

반더러의 4개 회사로 시작했고(지금의 아우디

엠블럼도 이 때 나온 것),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여기에 NSU가

더해졌다. 그래도 불안한 경영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기에 본래 벤츠가 아우디를 인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폭스바겐이 아우디를 인수, 1960년대에 폭스바겐이

아우디 주식 50.3%를 인수했고 이후 주식이 모두 정리되면서 아우디는 그대로 폭스바겐의 자회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포르쉐의 폭스바겐 주식 인수는 꽤 허망하게 끝났다. 포르쉐는

리먼 사태 영향을 받아 2009년에 거액의 빚을 짊어졌고, 이

때 폭스바겐이 포르쉐의 주식을 단계적으로 구입했다. 그리고 2012년

7월에 주식을 모두 구입, 포르쉐를 폭스바겐 그룹의 구성원으로

완전히 끌어들였다. 그러나 포르쉐는 아우디와 입장이 조금 다른데, 앞서

이야기한 폭스바겐 주식의 보유(정확히는 포르쉐의 홀딩 컴퍼니인 포르쉐 SE가 가진 것이지만) 차이가 있다.

어쨌든 그런 고로 포르쉐는 아우디 그리고 폭스바겐 그룹의 결정과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F1 진출을 모색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레드불을 파트너로 삼았다. 그 과정을 제대로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포르쉐와 레드불의 물밑 협상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협상이 결렬됐다. 그리고

포르쉐는 2022년 9월 9일, ‘포르쉐와 레드불의 파트너십은 없다’라고 선을 긋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포르쉐의 진출 실패에 혼다가 관여했다?

일단 포르쉐가 보도자료를 내놓는 것도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애초에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일을 굳이 보도자료로 낼 필요가 없다. 이전에 르노 얼라이언스의 FCA 인수 소동도 있긴 했는데, 그것은 르노 얼라이언스가 이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인수 의향이 있다’고 보도자료를 이미 냈으니 그

뒷수습을 한 것에 가깝다. 그렇다면 포르쉐는 왜 굳이 의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도 않은 ‘레드불 파트너십 결렬’을 보도자료로 내놓았을까?

생각할 수 있는 답은 하나다. ‘포르쉐가 파트너십 결렬에 대해 너무

화가 났다’는 것이다. 포르쉐는 F1 파워유닛을 공급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팀의 주식을 인수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포르쉐는 아마도 레드불 레이싱 주식 50% 인수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협상 결렬 2~3주 전 까지만 해도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는 시기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막판에 주식 문제 때문에 결렬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면 왜 주식 문제가 생겼을까? 첫 번째로 ‘포르쉐가 주식 인수 사항을 숨기고 레드불에 접근했다’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건 극히 가능성이 낮다. 주식 인수 사항은

포르쉐에게 엤어 중요한 사항이었기 때문에(보도자료로 낼 정도로 말이다),

협상을 진행할 때부터 이를 미리 꺼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설이 유력해진다. ‘막판에 포르쉐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파워유닛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혼다가 F1 무대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레드불은 그 이후 자체적으로 파워유닛을 개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레드불은 엔진 그 자체는 만들 수 있어도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아직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게다가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관련된 개발 시설도 아직

없는 상태이다.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다른 회사가 만들어줄 수 있다면, 굳이 포르쉐와 불리한 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

그 시점에서 다시 혼다의 이름이 올라온다. 혼다는 당초 기술 지원을

2022년까지만 하기로 결정했는데, 그것이 사정이 변해 2025년까지 크게 연장됐다. 2026년에는 파워유닛 규정이 바뀌기는

하지만, 그 시점에서 혼다는 HRC라는 이름으로 2026년 이후 F1 파워유닛 제조사 등록을 공언했다. 혼다와 레드불의 관계는 꽤 밀접한 셈이다. 그래서 혼다의 복귀가

점쳐지고 있지만, 그것도 사실은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혼다는 이미 ‘엔진을 버린다’는

결정을 내렸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2040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차의 판매 비율을 100%로 만들겠다’라고 공언한 상태이다. 혼다의 F1 철수 결정은 그 탄소 중립에 필요한 비용을 만드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실제로 F1 파워유닛 개발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는 전기차 관련 기술 개발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그 시점에서 2년 정도 지난 지금에 와서 ‘미안합니다 F1에 다시 참전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레드불은 이미 자체적으로 파워유닛을 개발하기 위한 시설을 만들고 있는데,

혼다가 관여하게 되면 이 시설이 쓸모가 없어진다. 레드불로써는 자신들이 쉽게 손댈 수 없는

하이브리드 부문만 혼다가 만져줬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혼다에서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기왕 혼다가 복귀한다면 파워유닛 전체를 만져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것 같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길이다. 뭐

이미 뒤에서 협상이 끝났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레드불이 과연 2026년에도 혼다와의 협업을 유지할 것인지, 그것이 관건이 된다. 그것을 보면 레드불이 포르쉐를 거절한 이유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혼다가 다시 F1에 참전한다면, 이사진들과 주주들부터 설득해야 하니 그 길도 꽤 험난하다. 한편, 레드불과의 파트너십을 거절당한 포르쉐는 아직 F1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윌리엄스 팀과 접촉하고 있는 것 같다. 2000년대 초, F1에

진입하지 못한 한을 포르쉐 카레라 GT로 풀어버린 적이 있는 포르쉐이니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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