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GLE350d 쿠페

  • 기사입력 2017.01.11 16:49
  • 최종수정 2020.09.01 18:50
  • 기자명 모터매거진

STYLISH UTILITY VEHICLE

메르세데스-벤츠 SUV 라인업 중에서 가장 화려한 외모를 지닌 GLE 쿠페. AMG 패키지 보디 키트를 둘러 우람한 차체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었다.

트렁크로 떨어지는 루프 라인으로 세련미를 뽐내어 도회적인 이미지를 머금고 있다. 정숙성과 두툼한 토크가 일품인 3.0ℓ 디젤 엔진은 9단 자동변속기와 잘 어우러져 여유 있는 주행을 담보한다.

글 | 안진욱

사진 | 임근재

세기의 라이벌을 논할 때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빼놓을 수 없다. 독일 브랜드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벤츠는 고급스러움으로, BMW는 스포티함으로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라이벌인 두 브랜드는 먼저 선보인 기술을 나머지 브랜드가 바로 채택하지 않는다.

일례로 과거 메르세데스-벤츠가 사이드미러에 방향지시등을 넣었을 때 BMW는 그러지 않았다. 반대로 BMW가 HUD를 대중화시킬 때, 메르세데스-벤츠는 외면했다.

이렇게 친해질 수 없는 관계인데 묘한 일이 펼쳐졌다. 메르세데스-벤츠가 GLE의 뒤를 깎아 만든 GLE 쿠페를 선보였다. 다분히 라이벌 BMW X6를 표방했다고 볼 수 있다. X5를 베이스로 만든 가지치기 모델 X6로 큰 재미를 본 BMW가 부러워서일까?

이유가 어찌되었건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존심을 잠시 접고서 X6의 실루엣을 연상케 하는 GLE 쿠페를 선보였다. 단순히 따라한 것인지 아니면 메르세데스-벤츠만의 또 다른 SUV 쿠페에 대한 해석이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GLE 쿠페를 만났다.

유려한 루프라인

오랜만에 우람한 녀석을 만났다. X6와 실루엣만 비슷할 뿐 느낌은 전혀 다르다. X6가 조금 사나운 느낌이라면 GLE 쿠페는 온순해 보인다. 앞에서 보면 GLE와 같다. 프런트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의 공기 흡입구의 크기가 큼지막해 시원시원하게 생겼다.

범퍼 하단을 크롬으로 마무리해 블랙 색상의 보디를 돋보이게 만든다. 눈이 예뻐야 미인이듯 LED를 박아 넣은 헤드램프는 아름답다. 보닛에는 두 개의 에어덕트가 있는데 실제로 엔진룸과 이어져 냉각 효과를 높인다.

GLE와 GLE 쿠페의 차이점은 측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박스형의 SUV와 달리 루프 라인이 B필러부터 뒤쪽까지 급격히 떨어진다. 독특한 느낌을 주지만 커다란 덩치로 세련미를 내는 데 일조한다. 덕분에 도심의 높은 빌딩숲 사이에 차를 세워 놓아도 잘 어울린다.

잘 빚어진 헤드램프는 GLE 쿠페를 미남으로 만들었다

반면 펜더에 프로텍터를 달고 펜더의 모양이 살짝 사각형인 것에서 SUV 본연의 DNA는 빼놓지 않겠다는 결의를 엿볼 수 있다.

거대한 펜더는 21인치 휠이 채운다. 타이어 사이즈가 프런트만 하더라도 275mm 광폭인데 리어는 무려 315mm를 끼워 후면에서 보면 빵빵함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참고로 포르쉐 911 GT3 리어 타이어 사이즈 305mm보다도 넓다.

뒤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최근 벤츠가 만든 공식을 볼 수 있다. 쿠페형 모델에는 S클래스 쿠페처럼 가로로 긴 테일램프가 장착된다. GLE 쿠페 역시 이 공식을 따른다. 보통 SUV는 해치라고 부르지만 GLE 쿠페는 트렁크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다.

21인치 휠은 거대한 차체와 잘 어우러진다

트렁크 라인 끝이 올라간 모양으로 멋스러우면서 리어 스포일러 역할까지 한다. 정중앙에 위풍당당 붙어있는 삼각별은 후진 기어를 넣으면 숨겨놨던 카메라를 꺼낸다.

카메라가 나올 때 운전석에서도 모터 작동소리가 들린다. 모터의 작동소리는 귀에 거슬리기는커녕 작동의 유무를 보고해주고 변신하는 것 같아 은근히 듣기 좋다.

실내는 GLE와 같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지만 화려하지 않다. 가격이 보다 낮은 C클래스도 S클래스에 준하는 인테리어를 보여주는데 1억이 넘는 가격을 생각하면 아쉽다. 밑을 자른 D컷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보닛에 위치한 에어덕트는 엔진룸의 열기를 빼준다

2~5시, 7~10시 부분은 타공 가죽으로 마무리해 그립감이 좋다. 푹신푹신해 안락함을 주는 나파 가죽 시트는 조절 레버를 운전자에 맞게 잘 조작하면 편한 자세를 만들어 준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컵홀더는 냉온 기능이 있어 편리하다.

뒷좌석으로 들어가면 1열 시트 뒤에 부착된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자녀를 둔 운전자에게 유용하다. 고급차답게 2열 공조기 컨트롤러가 빠지지 않았다. 뒷좌석 시트는 등받이 각도가 적당히 누워 있어 편안하다.

레그룸은 충분하지만 문제는 헤드룸이다. 평범한 키의 성인 남성이 타기엔 머리카락이 천장을 스친다. 그리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만 높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트렁크 공간은 생각보다 훨씬 넉넉하다

트렁크에는 선반을 구비해둬 평소에는 깔끔함을 유지하면서도 트렁크 하부에서 올라오는 주행 소음을 조금이나마 막아준다. 트렁크 공간은 디자인에게 양보한 줄 알았다. 뒷좌석 폴딩을 하지 않더라도 넉넉한 공간을 자랑했다.

이민 가는 수준의 촬영 장비를 정리하지 않고 마구 넣어도 잘 들어갔다. 트렁크에 12V 전원단자까지 있으니 GLE 쿠페와 캠핑을 떠나도 좋다. 쇼핑백 걸이도 양쪽에 있어 마트에서 장 볼 때 쓰임새가 좋다.

편의장비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 시스템 등 보편적인 사양들은 다 들어가 있다. 오디오 시스템은 하만 카돈의 제품이 달렸다. 한 장르에 특화되었다기보다 여러 장르를 두루두루 만족시켜주는 포용성 넓은 음색을 보여준다.

그 밖에 경사가 심한 내리막을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DSR(Downhill Speed Regulation), 오프로드를 위한 차고 리프트 시스템 및 4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지원한다.

9단 변속기는 굿!

시승차의 풀 네임은 GLE 350d 4매틱 쿠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V6 3.0ℓ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63.1kg·m의 힘을 내며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시간은 7.0초로 무거운 차체에 비해 준수한 순발력을 보여준다.

시동을 켜면 단연 가솔린인지 디젤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다. S클래스에도 들어가는 엔진인 만큼 정숙성은 최고 수준이다. 정차 때는 물론 주행 중에도 스티어링 휠과 시트로 전해지는 진동을 느끼기 힘들다.

가속 페달에 힘을 가져가면 무섭게 뛰쳐나간다.

두툼한 토크를 후반까지 뿜어줘 시원시원한 가속력을 즐길 수 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변속기다. 타코미터 바늘의 움직임이 듀얼 클러치 변속기 같았다. GLE 쿠페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새로이 개발한 9단 자동변속기를 달았기 때문이다.

차고와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기자는 이 변속기를 처음 접했는데 성능에 감탄했다. 물론 패들 시프트로 전해지는 명령에는 살짝 뜸을 들였지만 타코미터 바늘의 반응은 민첩했다. 패들 시프트의 로직이 조금 느릴 뿐 변속 속도는 재빠르다. 다운시프트 시 엔진회전수를 보정할 때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도 여전히 파워는 남아돈다. 고속도로에서 가끔씩 볼 수 있는 급한 사정으로 달리는 이들을 쉽게 제칠 수 있을 정도다. ‘벤츠는 고속도로의 황제다.’ 영화 <택시>에서 악당의 대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톱클래스의 고속안정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브랜드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시승할 때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기도 하다. GLE 쿠페는 삼각별 배지를 단 차답다. 여태껏 타 본 차들 중 가장 높은 시트 포지션이었음에도 불안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다양한 체형을 포용하는 시트

루프라인 때문에 헤드룸을 손해 봤다

자녀를 둔 운전자에게 유용한 디스플레이

타이어와 사륜구동 시스템의 공이 포함된다. 어마어마하게 큰 사이즈의 타이어는 온도가 낮은 노면을 놓치지 않았다. 과거 4매틱은 U턴을 할 때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진동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육중한 몸이지만 높은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더라도 좌우 롤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언더스티어가 크게 발생하지 않아 급격한 핸들링에 부담이 없다. 차고 조절이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이 들어가 있어 지상고를 최대한으로 높이면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와 시선을 나란히 할 수 있다. 길이 험한 도로에서 사용하면 차체를 보호하고 충격을 잘 걸러준다.

브레이크 성능은 무난하다. 무거운 차체를 흐트러짐 없이 잘 세운다. 다만 앞 타이어의 사이즈가 넓어 노면을 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주행 성능에 있어서 단점이 딱히 보이지 않지만 시야가 조금 답답하다.

냉온 기능이 있어 미지근한 커피를 마실 필요 없다

윈드 실드와 사이드 윈도의 크기가 작진 않지만 사각지대를 형성한다. 사이드미러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리어 윈도는 누워 있어 후방 시야를 좁힐 것 같았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연비도 준수하다. 디젤이지만 배기량이 크고 차체가 무거워 기대하지 않았다. 시승 중 연비주행은 한순간도 한 적이 없었다. 시승촬영 중 교통체증을 겪기도 했지만 300km를 타는데 연료 탱크에는 반 이상의 기름이 남았다.

출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소음과 진동을 발생시키지도 않아 가솔린 신봉자가 아니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디젤 엔진이다. 일상적인 주행을 한다면 공인연비 이상은 쉽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장거리 주행이 많은 주말 골퍼에게 안성맞춤인 차다.

후진 시에 볼 수 있는 ‘까꿍’ 카메라

시승을 마치고 X6와 비슷한 점을 수첩에 적어봤다. 오직 루프 라인뿐이었다. 얼굴과 성격이 극명하게 다르다. 짜릿함은 없지만 여유 넘친다. 비가 오는 올림픽대로를 안락하게 달린 적이 있었나 싶다. 수트와 트레이닝복을 모두 소화해내는 SUV는 흔치 않다.

GLE 쿠페에게는 ‘세련된 개성이 있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오픈톱 모델을 타고 공도에 나오면 시선 집중이다. 이와 같은 시선을 받을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UV, GLE 쿠페였다.

SPECIFICATION _ MERCEDES-BENZ GLE 350d COUPE

길이×너비×높이 4880 x 2030 x 1725mm | 휠베이스 2915mm | 무게 2405kg | 엔진형식 V6, 디젤

배기량 2987cc | 최고출력 258ps/3400rpm | 최고속도 226km/h | 최대토크 63.2kg·m/1600rpm

변속기 9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 타이어 (앞)275/45 R 21, (뒤)315/40 R 21 0→100km/h 7.0초 | 복합연비 10.1km/ℓ | CO₂배출량 193g/km | 가격 1억6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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