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의 부활을 꿈꾸며, 지프 그랜드 체로키 & 그랜드 체로키 4xe

  • 기사입력 2022.12.23 17:0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새로운 시대, 새 지프 디자인을 얹고 다시 태어난 그랜드 체로키는

그 때의 로망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지프 그랜드 체로키는 로망이었다. 물론 나이대는 약간 있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어느 새 아이가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이 되는,

90년대 중반에 40대를 보내고 있었던 가장들의 로망이었다. 당시 그랜드 체로키가 지나가기만 해도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던 이들이 꽤 있었다. 아마도 그 때는 이런 형태의 대형 SUV가 적었으니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게다가 우락부락한 게 아니라 그 당시에는 나름 매끄러운 디자인이었으니 말이다.

지프는 그 때의 명성 부활을 언제나 꿈꾸고 있다. 다른 곳에서도, 심지어 역동성을 강조하는 브랜드에서도 대형 SUV를 잇달아 만들어내는

이 시대에도 말이다. 생각해 보면 10년이 넘는 동안 지프는

그랜드 체로키를 한 모습으로 계속 지켜오고 있었다(물론 그 속은 조금씩 바꿨지만 그래도). 그렇다면 오랜 세월을 넘어 풀 체인지를 단행한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진짜로 그 로망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전동화 시대에 적응하면서 말이다.

실내 차이는 거의 없다고……

그랜드 체로키는 5세대가 되면서 3열을

갖춘 롱 휠베이스 모델이 먼저 등장했고, 이번에 등장한 것이 기존 그랜드 체로키의 역사를 잇는 숏 휠베이스

모델이다. 롱 휠베이스 모델의 길이가 5220mm였던 것에

비해 숏 휠베이스 모델은 4900mm로 한 눈에 봐도 조금 짧다는 것이 느껴진다. 플랫폼은 지프 내에서는 신형 플랫폼이지만, 다른 브랜드에서 이미

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알파로메오 스텔비오와 같은 플랫폼을

쓴다.

어쨌든 두 대의 디자인은 미묘하게 다르고(큰 의미는 없지만), 차체 크기도 다르다. 그렇다면 실내 공간에서도 차이가 있을까? 일단 지프에서 이야기하는 바에 따르면, 실내 공간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2열 레그룸도 L 버전이 1000mm인 것에 비해 일반 버전이 970mm이니 기껏해야 30mm 정도 차이가 날 뿐이다. 차체 크기가 크기인만큼, 성인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다. 단, 실내 2열에 있던 카메라는 사라졌다.

실내는 올드한 면이 있는 게 오히려 마음에 든다. 요즘 물리 버튼을

없애고 화면 내에 기능을 몰아넣는 경우가 많은데, 그랜드 체로키는 에어컨 등 물리 버튼을 적절하게 빼놓고

있다. 상위 트림에 들어가는 매킨토시 오디오(하위 버전은

알파인 오디오)는 음악 재생 능력은 좋은데, 아무래도 옛

곡에 잘 어울리는 세팅을 가진 것 같다. 현재 60살 이상인

이들이 즐길 음악들 말이다. 이런 면도 그랜드 체로키 답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6기통 VS 전동화

먼저 V6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골랐다. 3.6ℓ 펜타스타 엔진은 최고출력

286마력을 발휘하는데, 다른 브랜드의 엔진과 비교하면 출력이

낮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엔진의 진면목은 그 출력이 결코 낮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신뢰성에 있다. 지프가 오랜 세월 숙성시킨 엔진이다 보니 고장이 나지 않는다는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 게다가 이 엔진과 오랜 기간 궁합을 맞춘 8단 자동변속기도

꽤 반응이 좋다.

일단 이 차는 SUV다. 그래서

스포츠카처럼 치고 나가는 가속을 생각하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유유자적한 주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고로 최적의 회전 영역을 꼽는다면, 2천 회전에서 3천 회전 사이를 꼽겠다. 그 안에서는 엔진도 적당히 소리를 내고, 출력도 토크도 적당히 발휘된다는 느낌이다. 이전 모델에서도 이 감각은

거의 동일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른 모델들이 워낙 날카롭게 다듬어지다 보니, 이 감각이 꽤 귀하게 되었다.

그래도 차체에 있어서는 변화가 꽤 있는데, 전체적으로 강성이 높아지고

느슨함이 없다는 감각이 크다. 스티어링을 좌우로 돌렸을 때 차체가 그 움직임을 따라오는 감각은 기대

이상이다. 에어 서스펜션이 있어서 그런지 앞 뒤는 물론 좌우 움직임도 억제되어 있고, 승차감 그 자체는 럭셔리 SUV에 어울리는 것이다. 특히 고속 구간을 주행할 때 노면을 읽으면서 실내를 평평한 느낌으로 유지하는 그 감각이 꽤 좋다. 뒷좌석도 이 정도라면 합격점.

이후 돌아오는 길에는 4xe로 갈아탔다. 2.0ℓ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조합한 것으로 의외로 한국 기술이 많이 들어갔다. 가솔린 엔진에는 현대모비스의 부품들이

쓰였고, 배터리는 삼성 SDI의 것을 사용한다. 배터리 충전량이 충분하다면, 출발부터 꽤 부드럽게 그러면서 빠르게

밀어준다. 약 30km 정도의 출근 거리라면 엔진을 깨우지

않고도 갈 수 있다는데, 지금은 겨울이니 그렇게 하기는 힘들 것 같다.

본래 가솔린 엔진만으로는 힘을 내기까지 터보 래그가 느껴지겠지만, 그

부분에서 전기 모터가 힘을 받쳐주니 당연히 리니어하게 힘을 끌어낼 수 있다. 전동화의 혜택을 누리는

것과 동시에 집에 충전기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배출가스를 줄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참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파워트레인은 선택하기에 앞서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일단 차체가 무거워지고 뒷좌석

승차감에 조금 영향이 가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뒷부분에 탑재해서 그럴 수도 있고, 약 500kg의 무게가 더해지니 서스펜션을 조금 더 단단하게 조율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완전히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고, 과속방지턱만 조금

더 조심해서 넘으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이 4xe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일반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선택하고 좀 더 편안함을 누리는 게 맞는 것 같다. 이것도 아마 옛날부터 그랜드 체로키를 보아 온 어느 아저씨의 편견일지도 모른다.

글, 사진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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