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2

  • 기사입력 2017.01.08 16:10
  • 최종수정 2020.09.01 18:42
  • 기자명 모터매거진

Muscle Mania

BMW M 라인업의 뜨거운 감자 M2가 국내에 상륙했다. 작지만 다부진 몸 안에는 370마력의 뜨거운 3.0ℓ 터보 심장을 품었고 짧은 휠베이스는 코너를 잡고 도는 재미를 선사한다. M2는 이렇게 마땅한 경쟁자를 찾기 힘든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며 공도를 제압한다.

글 | 안진욱

사진 | 임근재

“우와! XX M2다.” 시승하면서 욕을 듣긴 처음이다. 20대 남자들이 신호대기 중인 BMW M2를 보고 한 말이다. 관심이 있다는 노골적인 표현이다. 페라리, 포르쉐 등 고가의 스포츠카를 쉽게 볼 수 있는 도산대로에서도 M2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기자 역시 시승 날짜만 기다려온 터.

M2는 여타의 M카보다 신선했고 호기심을 자극했다. M3는 지인이 갖고 있어 수시로 접할 수 있었고 M5는 아침저녁으로 지하주차장에서 보는 흔한 차였다. 자동차 마니아들은 M3, M5보다 M2를 기다려 왔다.

여하튼 M2는 M카의 심볼 M3(M4)보다 파워는 조금 낮지만 작은 체구에서 오는 기민한 운동 성능이 기대되는 스포츠카다. 우리보다 먼저 출시된 해외에서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야무지게 생겼다

시승차를 처음 본 순간 조금 당황스러웠다. 화이트 보디에 M 스트라이프가 여기저기 둘러져 있었다. 보통의 차로 이렇게 꾸몄다면 ‘양카’라고 손가락질을 받았겠지만 M2는 제법 잘 어울린다. 오히려 데칼 없는 M2 사진을 보니 밋밋해 보이기까지 했다.

작은 체구지만 극단적으로 짧은 프런트 오버행으로 다부지고 역동적인 자세를 연출한다. 2시리즈보다 앞뒤 각각 55, 80mm 부푼 펜더는 기본형을 ‘어좁이’처럼 보이게 한다.

1M은 1시리즈 휠 아치에 덧댄 애프터마켓용 오버 펜더를 단 느낌이라 어색한 감도 있지만 M2는 인위적인 느낌 없이 근육질이 균형을 이룬다. 호텔 피트니스에서 개인 트레이너를 통해 만들어진 몸매를 가졌다.

앞트임을 하지 않은 유일한 M

코로나링이 또렷한 M2의 헤드램프는 프런트 그릴로 뾰족하게 떨어진다. 먹이를 찾는 맹금류처럼 눈매가 매섭다. M 가문의 막둥이지만 가장 사나운 분위기다. 프런트 범퍼는 큼지막한 3개의 공기 흡입구가 있는데 그 주변부의 디자인이 무척 과감하다.

여느 M버전과 달리 유광 블랙으로 마무리된 프런트 그릴에 M2 배지를 달아 멋을 더했다. 하지만 M3나 M4처럼 중심부가 불룩 솟아오는 보닛과 조각품 같은 사이드미러를 과감히 생략해 M버전의 디테일한 요소가 줄었다.

차를 세워 놓고 옆에서 바라보면 짜리몽땅해 귀여워 보인다. 앞뒤와 같이 화려하게 가꿔놓은 흔적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작은 차에 19인치 휠을 끼워 놓은 것만으로 자세가 위풍당당하다. 트윈 5스포크 휠 안에는 파란색의 캘리퍼보다 거대한 타공 브레이크 디스크 로터가 눈에 띈다.

배지를 봤다면 들이대지 말자

앞뒤의 크기는 차이가 있다. 앞에는 380mm, 뒤에는 370mm를 끼웠는데 앞뒤 제동력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뒤쪽으로 가면 다시 화려함이 살아난다. 리어 범퍼 양쪽 가장자리에 에어덕트가 있을 법한 모양에 리플렉터가 세로로 들어서 있다. 트윈 듀얼 머플러는 디퓨저와 어우러지고 트렁크 오른쪽에 자리 잡은 M2 배지와 더불어 고성능 모델임을 따라오는 차에게 알려준다.

‘L’자형 면발광 LED가 들어간 테일램프는 깔끔한 디자인이다. 옵션으로 카본파이버 파츠를 장착할 수 있다. 트렁크 끝에 소심하게 자리하고 있는 리어 립 스포일러와 디퓨저, 그리고 사이드 윙과 프런트 윙은 미적 효과는 물론 공기를 더 잘 다스리게 돕는다.

19인치 트윈 5스포크 휠

실내 센터페시아의 레이아웃을 보면 천상 BMW다. M모델 중에서 유일하게 M버튼이 없는 3스포크의 도톰한 스티어링 휠은 한 번 잡으면 놓기 싫을 정도로 그립감이 좋다.

경쟁사 고성능 모델들의 D컷 타입처럼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차를 조금 돌려 본 운전자라면 원형 스티어링 휠이 ‘펀 드라이빙’에 적합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어노브 역시 M 모델에서만 누릴 수 있는 달걀 모양이다.

재밌는 점은 센터콘솔에 운전자 무릎 보호대가 달려있다는 것. 횡가속을 마음 놓고 즐기라는 BMW의 위트이자 배려다.

인테리어는 천상 BMW다.

시트는 등받이에 M이 새겨진 세미 버킷형이다. 착석감이 좋고 코너에서 운전자를 잘 붙잡는다. 밝은 파란색의 스티치로 시트의 끝을 마감해 포인트를 줬다. 허나 시트 포지션을 최대한 낮추더라도 스포츠카와 같은 낮은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예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처음 M2에 앉았을 때 시트 포지션이 높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뒷좌석은 외투나 가방을 놓는 전용 공간일 뿐, 사람은 착석금지. 트렁크 공간은 일본 여행을 다녀오는 여자 친구를 픽업 가기엔 충분하다. 허나 태평양을 건너 돌아오는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리무진 버스를 권해야 할 정도로 좁다.

빈틈없는 파워트레인

BMW 전매특허 실키식스 엔진

외관과 실내가 갑론을박할 필요 없이 이 녀석의 가장 핵심은 파워트레인이다. 상급 모델인 M3, M4와 같은 직렬 6기통 3.0ℓ 엔진이 올라간다. 하지만 터빈은 하나만 달았다. 터보차저는 트윈스크롤 방식이라 응답성이 빠르고 최고출력 370마력을 뽑기에 위안이 된다.

드라이섬프 윤활방식은 아니지만 오일팬 안에 오일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주는 섬프 커버를 추가했고 제동 시에 앞으로 오일이 쏠리면 보조 석션 펌프가 오일을 뒤로 밀어준다. 서킷에서도 별다른 튜닝 없이 탈 수 있다.

게트락에서 가져온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번개 같은 변속 속도를 보여준다. 더욱 진화한 게트락 변속기는 무리하게 조작하더라도 클러치에 열을 받아 순간적으로 ‘멍 때리는’ 현상이 없다. 운전자가 반복된 시프트 업다운 명령을 내리더라도 타코미터의 바늘은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인다.

무릎 보호대는 BMW의 위트다

기어노브 주변에 변속 감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은 M2에는 찾아볼 수 없다. 부드러움과 박진감을 포용하는 7단 변속기는 뒤통수가 헤드레스트에 부딪히는 변속 충격은 없다.

이제 M2와 신나게 놀 시간이 찾아왔다. 계속해서 M4와 비교하게 되는데 그만큼 비교할 상대가 형격인 M4밖에 없어서다. M2가 M4보다 20kg가량 가볍고 50마력 낮다. 덩치에 비해 무게 차이가 크지 않은 이유는 M4의 드라이브 샤프트와 스트럿바 그리고 루프 등은 카본파이버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둘의 가격 차이가 3000만원 정도 나는 것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수치에 불과하지만 운전자를 위협하는 M4의 과격함은 M2에는 없다. 비슷한 무게에 50마력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한 몸은 아니다. 힘을 쏟아내는 세팅의 차이가 있다.

시트포지션이 낮았더라면…

M2는 터보보다는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처럼 지속적으로 전진한다.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힘은 충분히 뒷바퀴에 전달된다. 47.4kg·m 토크는 달리는 차들이 정지되어 있는 것처럼 추월을 가능케 한다.

일반적으로 M버전은 기어노브 주변에 버튼들이 즐비하다. 이 버튼들은 서스펜션과 변속기, 스티어링 반응을 섬세하게 조절한다. 하지만 M2는 그런 기능이 없다. 뷔페보다는 단출한 메뉴의 기사식당을 선호하는 기자의 성향과 맞아 떨어진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성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주행안정화장치(DSC)는 아주 세련되게 개입한다. 달리기 전부터 잔소리하는 엄마가 아닌, 넘어지기 직전 몸을 일으켜 잡아주는 아빠처럼 작동한다. 시승 당일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온도가 낮고 살짝 젖어 있는 상태였지만 세련된 주행안정화장치는 노면을 놓치지 않고 운전자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작동한다.

99% 뉴트럴스티어

코너링뿐만 아니라 교차로에서 좌회전할 때도 짜릿하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코너에서 차체의 균형을 잘 잡아 준다. 짧은 휠베이스에 대해 과장을 조금 해보자면 리어 액슬이 프런트 액슬과 같이 움직이는 느낌이다. 살짝 오버스티어가 나는 것 같았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어 놓을 찰나, ‘보통의 차들이 언더스티어 성향이라 뉴트럴스티어 성향의 차를 몰면 오버스티어로 느끼는 경우가 있다’는 본지 김양현 위원의 말이 생각났다. 이 말에 힘을 얻어 스티어링 휠의 움직인 양과 코너를 돌아가는 라인을 맞춰보니 뉴트럴스티어다.

M2는 운전자가 생각한 만큼 도화지에 완벽하게 그린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말 가지고 놀기 ‘딱 좋은’ 코너링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다.

터보랙이 뭐야?

코너링 한계는 높지만 극한 코너링에 도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앞서 말한 시트 포지션 때문이다. 환상적인 차체 밸런스, 파워풀한 파워트레인, 최강 그립의 타이어까지 흠잡을 곳이 없다. 허나 운전자의 위치가 높은 것이 옥의 티다.

코너링에서 자신의 성능을 전부 쏟아내질 못한다. 시트 포지션이 지금보다 낮아진다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너를 쉽게 공략할 수 있을 터. M2를 뽑고 난 후 교체 우선순위에 애프터마켓 버킷 시트가 오를 것 같다.

휠베이스가 짧으면 고속 주행 안정감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M2는 그렇지 않다. 단단하기만 할 것 같았던 서스펜션은 요철의 충격은 잘 걸러주고 차가 정말 똑바로 간다. 휠 얼라이먼트와 밸런스를 잘 마친 후 새로 포장한 도로에 차를 올린 느낌이다. GT카로서의 덕목도 충분히 지녔다.

제동력은 전체적으로 준수하나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들어갈 시 브레이크 스티어와 노즈다이브 현상이 살짝 일어난다. BMW의 일반 모델에서도 찾기 어려운 단점이 M버전의 막둥이에게 발견되었다. 불안할 정도는 아니지만 스포츠 드라이빙을 표방하는 BMW, 그것도 M2에서는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일상생활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M2의 경쟁자는 딱히 찾기 힘들다. 있더라도 이만한 녀석은 없다. M2의 아쉬운 점은 단 두 가지. 시트 포지션과 수동변속기의 부재다. 사패산보다 중미산이 어울리는 코너링 머신이지만 오른손과 왼발의 재미를 느낄 수는 없다. 1M은 수동변속기만 출시되어 하드코어 아우라를 마니아에게 보여주었다.

이 점을 제외하면 자칭 튜닝 마니아인 기자가 보더라도 특별히 손 볼 부분이 없을 정도로 잘 다듬어진 훌륭한 장난감이다.

드라이브 셀렉터의 도움으로 성능을 바꾸지 않는, 운전자가 마음먹은 대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신통방통한 녀석이다. 1M의 후속작이 아닌 새로운 M의 탄생이다. 날씨 좋은 날 다시 한 번 M2를 만나길 소원하며….

SPECIFICATION _ BMW M2

길이×너비×높이 4468 x 1854 x 1410mm | 휠베이스 2693mm | 무게 1520kg

엔진형식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79cc | 최고출력 370ps/6500rpm

최대토크 47.4kg·m/1400~5560rpm |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 구동방식 RWD

서스펜션(모두) 맥퍼슨 스트럿/5링크 | 타이어(앞/뒤) 245/35 R 19, 265/35 R 19

0→100km/h 4.3초 | 최고속도 250km/h(속도제한) | 가격 74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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