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자동차 업계에 예고된 태풍, 공급망 ESG 실사

  • 기사입력 2022.12.14 20:45
  • 기자명 모터매거진

2023년 자동차 업계에는 엄청난 태풍이 예고되어 있다. 바로 ‘공급망 실사’가 그 태풍이다. 그럼 도대체 공급망 실사란 무엇인가? 오랜 기간 기업책임경영을 연구해온 안건형 교수(경기대 무역학과)는 논문에서 OECD 가이드라인을 인용하며 공급망 실사 의무에 관하여 ‘기업 자신뿐 아니라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 공급망 내 사업장 등을 포함하여 부정적 영향을 야기하거나 이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 활동을 피하고, 그러한 영향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예방 및 해결해야 할 의무’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OECD 가이드라인의 모델이 된 UN 기업 인권 이행지침(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이하 ‘UNGP’)은 기업의 인권 실사(Human Right Due Diligence)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인권 실사의 4가지 요소로 1) 실질적·잠재적 인권 영향에 대한 평가, 2) 평가 결과의 통합 및 실천, 3) 대응 추적, 4) 영향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에 관한 의사소통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공급망 실사 제도에 관한 논의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장기간 연구가 이루어져 왔던 이슈인데 우리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것이 사실이다. 

이미 프랑스, 네덜란드는 자국 기업 내지 자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게 공급망 실사를 강제하는 법을 마련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왜 2023년의 변화를 주목하는가? 그 이유는 우리나라 자동차부품 업계의 최대 바이어들이 모여있는 독일에서 내년 2023년부터 공급망 실사 의무화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의 적용대상은 2023년부터는 근로자 3000명 이상인 기업, 2024년부터는 1000명 이상인 기업이며, 공급망 실사 의무를 위반한 기업에 대하여는 최대 800만 유로 또는 연매출 2%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자동차 제조업 등 독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사들의 인권 및 환경 보호, 아동노동 금지 등에 관한 실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한국생산성본부도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면서 ‘EU, 독일 등에서 공급망 실사 제도를 시행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부품사들이 먼저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태풍의 위력은 예상보다 더 강력해지고 있다. 일단 EU에서 마련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은 연내 유럽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가 2024년 시행을 목표로 입법 추진 중인 이 지침은 EU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공급망 전체’의 환경, 인권 등 현황에 대한 실사를 의무화뿐 아니라 불이행한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번 지침이 시행되면, 전체 EU 역내 기업 중 1%인 약 1만3000개 사, 역외 기업의 경우 약 4000개 사가 적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 또한 기존 지속가능성 실사법을 보다 강화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추진 중인데, 이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네덜란드 기업들은 자국 외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권·환경 피해 행위에 대해서도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해야만 하고, 그 부작용을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기업은 사업 활동이 중단되며, CEO에 대한 형사책임도 부과될 수 있고, 기업의 면책을 위해 기업에 의무이행을 증명토록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자동차제조업 강국인 미국도 올 6월부터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을 시행하면서 공급망 실사를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외 입법의 흐름은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올해 들어 국내 ESG 경영의 흐름은 다소 주춤하는 듯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글로벌 경기침체 등 기업들에게 닥쳐온 현실적인 이슈들이 많았다. 그러나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착시효과일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공급망 관리에 공을 들여왔고, 협력사와도 ESG 실사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여 별도의 부속 계약을 체결하거나 보증 서약을 받는 등 나름의 방법으로 공급망 ESG 리스크를 관리해오고 있었다. 그에 비하여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떠할까?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견기업의 16.8%만 ESG에 대응하고 있으며 국내 수출기업의 52%가 ESG 경영 수준 미흡으로 향후 계약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결국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한 우리나라 중견, 중소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내에 놓여 있음에도 공급망 실사는 차치하고 ESG 경영 도입에 대한 필요성조차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왕도는 없다. 결국 우리 기업들이 ESG 경영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다(참고로, 필자가 속한 회사에서는 이러한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에듀테크 기업과 손을 잡고 ESG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동차 산업계와 ESG 전문가들이 중지를 모아서 우리 자동차 업계 현실에 맞는 실사 대응 매뉴얼을 신속히 만들어야 한다. 촉박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이제 움직일 때다. 

글 | 오지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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