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변한 당신, 현대 디 올 뉴 그랜저

  • 기사입력 2022.12.09 01:33
  • 기자명 모터매거진

국내에서 이 차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승용차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 위치를 더 확고히 다지고 있다.

현대 그랜저는 분명히 고급차다. 본래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태어났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지금에 와서도 플래그십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리

세간에서 뭐라고 해도, 쏘나타는 부끄럽고 그랜저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

위치를 다시 이야기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 정도의 플래그십이 되었다면,

무언가를 제대로 보여줄 필요도 있다. 그리고 이번에 등장한 신형 ‘디 올 뉴 그랜저’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낸 것 같다.

과거의 영광을 현재로 살리다

신형 그랜저는 과거의 모습을 살리고 있다. 1세대 그랜저가 보여주었던

각을 세운 모습과 사각형의 향연을 지금으로 그대로 갖고 온 것이다. 물론 세련된 디자인임을 내세우기

위해 조금씩 변형은 들어갔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옛 향수를 살리고 있음에 분명하다. 전면 헤드램프가 아래로 내려가긴 했지만, 사각형으로 다듬은 것과

동시에 거대한 사각 그릴을 살리고 있는 그 모습이 예전을 떠올리게 만든다.

측면 C 필러에 있는 작은 크기의 오페라 글라스, 후면을 길게 장식하는 테일램프도 1세대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가늘게 다듬어졌지만 존재감은 이전 못지않다. 실내로 시선을 옮기면, 디자인을 통해 1 스포크 휠처럼 보이도록 다듬은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반긴다. 자세히 보면 대시보드 디자인도 1세대를 떠올리게 한다. 에어컨 터치패널은 왜 대각선으로 배치했나 궁금했는데, 당시 그랜저의 오디오가 이런 식으로 돌출되어 있어서 그걸 따라한 것 같다.

자세히 보면 1세대의 향수를 떠올리게 만드는 면도 있고, 최신 기술로 다듬어진 면도 있다. 제일 크게 눈에 띄는 게 바로

전면 상단을 장식하는 긴 주간주행등이다. 아무리 LED를

사용한다 해도 각 부품이 열을 받아서 팽창하기 때문에 이렇게 길게 만들기는 힘들다. 사실 자세히 보면

이 안에 기믹이 숨어 있지만, 이렇게 만든 것은 칭찬하고 싶다. 작동하지

않으면 뒤에서 보이지 않는 방향지시등도 인상적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있다. 지금의 그랜저가 아쉽다기보다는 전 세대에

걸쳐 아쉬운 것인데, 바로 ‘디자인의 연속성’이다. 예를 들면 폭스바겐 골프의 경우 세대를 거듭해도 C 필러의 라인만큼은 유지하고 있는 그런 것 말이다. 오페라 글라스는

그랜저 2세대와 3세대(XG)

모델에는 없었고, 각을 세웠다고 하기에는 5세대(HG) 모델이 날렵하게 다듬어져 있다. 지금부터라도 디자인을 정립하고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위치는 알겠지만 아쉬운 역동성

시승을 위해 준비된 엔진은 3.5ℓ 6기통 가솔린 엔진.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네 바퀴를 굴린다(앞 바퀴 굴림 모델도 판매한다).

사실 그랜저에서 가장 많이 팔릴 모델은 하이브리드이지만(예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전기차 모델이 따로 등장하기 전까지), 역시

플래그십이라고 하면 6기통을 빼놓을 수는 없다. 역대 그랜저가

모두 그래왔으니 말이다. 시동을 걸어도 초반 외에는 조용한 것을 보니,

확실히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5미터가 넘는 거대한 차체이지만, 아주

가볍게 끌고 나간다.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진중한 느낌을 잃지는 않는다.

물론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엔진음이 조금 높아지고, 패들시프트를 사용해 적극적인

변속과 엔진 회전을 즐길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그랜저의 위엄이다. 역동적인 움직임보다는 진중함과 편안함에 열중하도록 만드는 것, 플래그십이라면

갖춰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역동성이 없다는 게 아쉽기는 하다. 차체가 탄탄해서 스티어링

조작이 생각보다 즐겁기 때문이다. 차체는 탄탄한데 서스펜션은 부드럽게 만들어져 있으니, 승차감 위주로 다듬었다고 생각될 수밖에. 고급 세단에서 역동성을

즐기고 있는 필자가 이상한 것이리라 생각하고 음악을 틀어 진정시켜 보았다. 기대보다 오디오가 꽤 좋고,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귀에 전달되어서 놀랐다. 달리는

음악감상실로 써도 꽤 좋을 수준이다.

그랜저는 국내 운전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세단이고 무언가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랜저는 왕좌의 자리에서 쉽게 내려와 본 적이 거의 없다. 거대한 차체와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신형

그랜저도 이전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잘 팔릴 것이다. 잠시 운전해 보았을 뿐이지만 그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욕심이 있다면, 이 그랜저에 서스펜션 튜닝

등으로 역동성을 더한 ‘그랜저 N 라인’ 같은 모델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정도일까.

글, 사진 | 유일한

SPECIFICATION_HYUNDAI GRANDEUR

길이×너비×높이 

5035×1880×1460mm  |  휠베이스 2895mm

엔진형식 

V6, 가솔린 

|  배기량  3470cc 

|  최고출력  300ps

최대토크 

36.6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연비  9.0km/ℓ  |  가격  560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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