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가 딱 좋아! 현대 캐스퍼 디 에센셜

  • 기사입력 2022.12.02 10:3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원하는 가격에 필요한 옵션만 넣기가 쉽지 않은 현재, 현대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옵션을 넣은 캐스퍼를 출시했다. 실용성과 편안함, 그리고 가격 면에서 모두 만족한다.

인기가 높은 캐스퍼

현대 캐스퍼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인기는 엄청났다. 아마도 국내에서 쉽게 보기 힘든 형태의 경차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까 한다. 국내에서 경차는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인식을 단번에 깨고 말았다. 2021년 9월 등장 이후부터 2022년 9월까지 판매된 캐스퍼는 4만5818대. 요새 인기가 오르고 있다는 기아 레이보다도 인기가 높다. 전체 경차 판매량의 40%에 근접할 정도로 인기가 높고, 올해 9월에도 4032대의 판매를 기록할 정도이다.

인기가 높기도 하지만, 자동차가 필요한 이들에게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된다. 주문하고 나서 몇 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차들이 많아진 세상에, 평균 2주 정도만 기다리면 바로 문 앞으로 배달되는 캐스퍼는 신차가 필요한 이들에게 매력적인 차로 다가올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장점을 가진 캐스퍼이지만, 현대는 여기에 날개를 달고 싶었던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합리성을 강조한 새로운 캐스퍼를 준비한 것이다.

이제 1700만원 대에 살 수 있다!

필요한 옵션만 붙인 합리적인 가격의 캐스퍼가 드디어 등장했다. 이른바 ‘디 에센셜’ 트림으로, 출시 이후 1년 동안 고객들이 선호하는 사양들을 분석해 최적의 사양으로 구성했다고 말한다. 최상위 트림에만 있던 뒷바퀴의 디스크 브레이크 등도 넣었다고. 파격적인 것은 그러면서도 가격을 1690만원으로 억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1700만원대 라고 적었는가 하니, 캐스퍼 정도면 터보차저 엔진은 골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필요한 옵션들만 넣고 터보차저 엔진만 추가한 캐스퍼가 드디어 도착했다. 몇 번을 바라봐도 캐스퍼의 디자인은 꽤 독특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국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SUV 형태의 경차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은 차체에서 꽤 당당한 자세를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차라고 하면 공간 확보를 위해 패널을 한계 지점까지 밀어내기 마련인데(일본에 박스 형태의 경차가 많은 이유다), 캐스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캐스퍼는 SUV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펜더와 휠하우스를 부풀려 강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반 자동차라면 폭을 넓히는 걸로 대응할 수 있지만, 폭이 규정으로 정해져 있는 경차는 펜더를 부풀리려면 나머지 패널을 오히려 안으로 밀어야 한다. 스타일을 위해 넉넉한 공간을 양보한 것인데, 그래서 캐스퍼의 2열 좌석은 두 개만 확보되어 있다. 5인승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4인승으로 다듬었다는 점에서 캐스퍼의 성격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캐스퍼는 귀여운 것이 아니라 당당하고 옹골찬 느낌을 낸다. 특히 터보차저 모델은 그릴에 두 개의 원형 구멍을 별도로 내고 있는데, 그 뒤에 있는 엔진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15인치 휠은 비록 강철이긴 하나 제법 스타일 있게 다듬어져서 저렴하다는 느낌은 없다. 캐스퍼의 존재 의의와 승차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이쪽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SUV답게 험로를 주행할 때도 이쪽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실내는 심플하다고 말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여러 가지 기능을 넣어 번잡한 것이 아니라, 딱 필요한 것만 넣고 계기판에도 그리고 내비게이션 화면에도 필요한 것만 띄워준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에어컨도 버튼이나 스위치를 눌러서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고, 열선은 물론 통풍 시트를 조작하기도 쉽다. 기능을 찾기 위해 모니터 안에 들어가 한참 동안 메뉴를 눌러 찾아야 하는 불상사는 없으니, 그만큼 좋은 것이다.

공간에 대해서는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팔걸이와 컵홀더가 있기 때문에, 딱 벌어진 어깨를 지닌 탑승객 둘이 나란히 타지 않는 이상 어깨가 서로 맞닿을 일은 없을 것이다(그 정도 되려면 적어도 머슬 코리아 등의 대회에 출전해서 입상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경차라고 해도 SUV의 형태를 보이고 있기에 헤드룸은 넉넉하게 마련되고, 2열 좌석도 앞뒤로 움직일 수 있어(물론 움직이려면 돈을 조금 더 써야 한다) 성인 네 명이 부족하지 않게 탑승할 수 있다.

주행 능력에 대해서는 이전에 충분히 이야기했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그때는 시승기라는 명목하에 오프로드도 돌파하고 산길을 과감하게 주행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도심과 외곽도로에 맞추어 주행했다. 캐스퍼를 구매하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출퇴근 또는 이러한 근거리 주행을 주로 수행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안정감이 있는지, 연비는 납득 가능한지 이 정도의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디 에센셜 트림은 ADAS(운전자 보조 시스템)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하이빔 보조, 전방 차량 출발 알림 등이다. 빠진 것이 있다면, 앞 차의 속도에 맞춰 거리를 조정하는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만약 이 기능이 없다면 정말 운전하기가 힘들까? 그것을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퇴근길에 정체가 심한 동부간선도로 분당 방향으로 올라탔다. 강변북로에서 청담대교로 올라가는 코스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ACC가 없으니까 오른발을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로 번갈아 옮기면서 피곤해지는 것을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오른발을 가속 페달에 거의 올려놓은 상태로 대부분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다. 캐스퍼를 운전한 시간이 많아져서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경차라서 만만하게 다룰 수 있기에 그랬던 것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ACC의 부재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장거리 주행을 하지 않는 이상 ACC의 장점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캐스퍼는 단거리 주행을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국내 도로 특성상 정체 도로에서 ACC를 사용했다가 오히려 다른 자동차에게 앞자리를 헌납(?)하는 사태가 벌어지곤 하지 않는가. 차로 유지 보조가 있는 정도로 출퇴근을 수행하는 게 딱 좋다는 것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이 정도라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차체 크기와 무게를 고려하면 브레이크 성능도 충분하다. 게다가 디 에센셜은 후륜 디스크 브레이크가 기본 사양이다. 고속으로 주행한다 해도 원하는 지점에 거의 정확하게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또 좋은 것이 바로 오디오 시스템이다. 6개의 스피커를 제대로 갖추고 있으니, 어떤 음악을 듣든 간에 음질 부족을 느낄 일은 거의 없다. 스마트폰을 연결하고 여러 가지 장르의 음악을 재생해봤지만, 부족함은 없었다.

결론은 나왔다. 캐스퍼 디 에센셜은 운전자가 딱 원하는 기능만을 넣고 가격을 낮춘 정말 훌륭한 옵션 선택의 결과다. 추가할 것이 있다면 터보차저 엔진 정도일까. 그것도 사실 일반 자연흡기 엔진의 출력 정도가 딱 맞다고 생각한다면 더 들어갈 가격은 아니다. 연비는 트립 컴퓨터에 의존한 정도이지만, 그래도 가볍게 리터 당 14km를 기록할 수 있었다. 게다가 캐스퍼는 경차의 특성상 서울의 좁은 골목길을 자유자재로 누빌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3595×1595×1575mm  |  휠베이스 2400mm

공차중량  1030kg  |  엔진형식  I3 터보, 가솔린  |  배기량  998cc

최고출력  100ps  |  최대토크  17.5kg·m  |  변속기  4단 자동

구동방식  FWD  |  0→시속 100km  ​-  |  최고속력  -

연비  12.8km/ℓ  |  가격  17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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