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콤팩트 전기 SUV 대결! 볼보 XC 40 리차지 VS 렉서스 UX 300e

  • 기사입력 2022.11.21 10:13
  • 최종수정 2022.11.21 14:45
  • 기자명 모터매거진

사람들이 전기차에서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크기는 비슷하지만 출력도, 주행거리도, 개성도 다른 두 대의 전기 SUV를 놓고 그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PROLOGUE시작은 작은 불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기차의 승차감에 불만이 조금씩 생기고 있었다.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를 대량으로 사용한 결과 필연적으로 일반 엔진 차보다 무거워지는 차체, 분명히 강력하지만 때로는 다루기가 무서워지는 출력과 토크, 전기를 충전하는 시간에 대한 불만 등등… 어느새 많은 불만들이 모이고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퍼포먼스. 그중에서도 소위 ‘토탈 컨트롤’이라고 부르는 균형이었다.누군가에게는 그 토탈 컨트롤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약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를 사랑하고 즐기다가 전기차로 넘어오게 된다면 그 영역을 중시할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요새 인기를 얻는다는 콤팩트 SUV들이 떠올랐고, 그중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기 SUV를 모아 보았다. 자동차 구매 시 고려하는 다양한 조건들 중에서 어떤 것들을 충족하고 있으며 어떤 것에서 불만이 있는지, 그리고 두 차는 어떤 개성을 가졌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전기차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겠어?
먼저 볼보 XC40 리차지부터 살펴보자. 아마 XC40은 보자마자 전기차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형태 자체는 기존 XC40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전면 그릴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게 없다면 엔진을 탑재한 일반 모델과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물론 소소하게 C필러 상단에 RECHARGE라고 영어로 새겨져 있거나 공기역학을 고려한 20인치 리차지 모델 전용 휠을 장착했다는 등의 차이 정도는 있다.

외형은 약간 변했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일반 XC40과 동일한 사각형의 헤드램프를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소소한 변화를 거치면서 C40 리차지 모델과 동일한 픽셀 LED 헤드램프를 가지게 됐다. 그 덕분에 이전에는 두 줄로 그려져 조금 희미하게 느껴졌던 ‘토르의 망치’가 이제는 확실하기 그리고 더 잘 느껴진다. 이 헤드램프가 XC40 라인업에 모두 장착되니, 디자인 변화라고 해도 된다. 그 외에는 변한 부분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실내는 여전히 다루기 편안하게 다듬어져 있다. 센터페시아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세로로 긴 형태의 디스플레이는 전기차 전용 프로그램들을 품었는데, C40 리차지를 시승할 때 아쉽게 느껴졌던 ‘애플 카플레이의 부재’를 완벽하게 지웠다. 그렇다. 이제 이 화면에서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이것만으로도 편의성이 한 단계는 더 상승한 느낌이다. 계기판은 전기차 전용으로, 필요에 따라 한가운데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울 수 있다.

볼보의 자동차를 운전할 때마다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 바로 시트와 실내다. 시트의 편안함은 두 번 말하면 입만 아프니 직접 느껴볼 것을 권한다. 조수석 측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일부에 토포그라피 디자인 데코 패널을 적용했는데, 밤이 되면 그 뒤에서 은은한 흰색 빛이 존재감을 발한다. 도어 트림 하단을 장식하는 부직포 재질은 엔진 모델에서는 붉은색, 검은색을 사용했는데, 리차지 모델에서는 스웨덴 서부 해안에서 영감을 얻은 ‘피요르드 블루(Fjord Blue)’를 사용한다.

사실 필자는 C40 리차지보다 XC40 리차지를 조금 더 좋아한다. 대부분의 구성과 파워트레인의 성능은 동일하지만, 2열 좌석이 제대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앉은키가 큰 필자에게 있어 뒷부분이 쿠페 형태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C40의 2열 좌석은 조금 괴롭다. XC40은 머리가 천정에 닿지 않는다. 트렁크 공간도 XC40이 452ℓ로 C40의 413ℓ에 비해 넓다. 2열 등받이를 접으면 1328ℓ까지 적재할 수 있으니, 캠핑을 즐길 때도 좋을 것 같다.
다음은 렉서스 UX300e다. 아마 렉서스 모델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외형을 보는 것만으로 UX 하이브리드 모델과 전기차 모델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차라고 해서 그릴을 막는 등의 기교를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직까지 파란색의 렉서스 엠블럼을 유지하고 있다(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없어질 부분이다). 차체 후면 양쪽에 충전구가 있다는 것과 2열 도어 하단에 새겨진 ELECTRIC 그리고 전용 휠 디자인을 봐야 알 수 있다.
왜 충전구가 양쪽에 있는가 하니, 아쉽게도 UX300e가 충전에 차데모(CHAdeMO)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데모 방식은 이전에 기아 쏘울 2세대 모델의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아이오닉 5가 아니다)에도 사용한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DC 콤보 방식으로 충전이 통일되면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만약 UX300e를 여유롭게 사용하려면, 집에 완속 충전기를 필히 구비해야 할 것이다. 뭐 이것은 어떤 전기차이든 마찬가지인 이야기지만.
실내도 전기차임을 알아볼 수 있는 변화가 적다. 계기판에 수온계가 없고 연료계가 ‘배터리 게이지’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일까. 회생 제동의 경우 하이브리드를 통해 그 게이지가 익숙해지다 보니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기어 노브가 변했다는 것이다. 기존 UX만 해도 가죽 부츠를 지닌 기어 노브를 사용했는데, 전기차가 되면서 ‘시프트 바이 와이어’ 방식의 작은 기어 노브를 사용한다.

그리고 의외로 불편한 사양이 있었는데, 센터페시아 상단에 있는 작은 화면이다. 시계가 크게 자리 잡고 있고 화면이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는데, 생각해 보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렇게까지 화면이 작지는 않았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UX는 터치스크린을 지원하지 않는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모니터의 크기가 커지고 터치를 지원한다고 말하니, 그때 UX300e의 변화도 기대해봐야 할 것 같다.
실내는 언뜻 보면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은 미묘하게 공간이 변하고 있다. UX300e는 차체 하단을 보면 배터리 케이스가 보인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최저지상고가 20mm 낮아졌으며, 140mm를 기록한다. 그리고 그 배터리로 인해 바닥이 높아졌고, 2열 좌석의 엉덩이 부분도 같이 높아졌다. 그래서 2열에서 미묘하게 헤드룸 여유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SUV인 만큼 머리가 천정에 닿는 불상사는 없다.
파워와 주행 거리? 부드러움과 다루기 쉬운 성격?
XC40 리차지를 외형만 보고 얌전할 거로 생각했다면, 큰 코 다칠 확률이 높다. 최고출력 204마력의 모터 두 개를 굴리는 XC40 리차지의 합산 출력은 무려 408마력, 토크는 67.3kg·m에 달한다. 독일 브랜드의 전기 스포츠카라고 해도 쉽게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무시무시한 출력이다. 게다가 일반 전기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주행 모드 변환 같은 기능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일반적으로 준비되는 B 기어도 없다. 있는 것은 원 페달 드라이빙 전환 기능 정도.

그래서 XC40 리차지의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면, 전기차만이 가능할 것 같은 가속 감각이나 느낌이 솔직하게 느껴진다. 만약 낮은 출력의 엔진을 탑재한 모델밖에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처음 운전할 때 강력한 가속에 당황할 수도 있다. 이 정도의 발진 반응과 출력이라면 일반적으로는 핸들링까지도 불안해질 것 같은데, 사륜구동의 도움을 받아서인지 불안은 없다. 이 정도로 밀어붙이고 있는데도 머릿속에서 그린 코너를 거의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
조금 거칠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다. 승차감의 질감이라고 하는 부분에서의 불만이라고 해도 좋다. 지금의 전기차라는 것이 대부분 배터리를 바닥에 두고 충돌 시 안전하도록 딱딱한 케이스에 넣어서 보호하는데, 그 딱딱함이 거친 질감을 만든다. 사실 승차감을 좋게 만들려면 그리고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유지하려면 차체가 무조건 딱딱해서는 안 되고, 차체가 굽혀지거나 비틀리면서 힘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야 한다. 강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유연해야 한다.

그 면에서 XC40 리차지는 완전히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공차중량이 2160kg에 달하니 꽤 무겁다. 아마도 장거리를 달리기 위해 배터리를 많이 탑재해서 그런 것이리라. 주행 시 하중 이동을 확실히 하고 코너에 맞춘 오른발 조작을 한다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그런 조작을 의식하지 못할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이동하고 모호한 조작으로 코너를 통과할 일이 더 많다. 만약 그렇다면 XC40 리차지는 가차 없이 거친 감각을 전달할 것이다.
주행 거리는 불만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1회 충전으로 337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서울과 인천을 왕복하며 수도권 곳곳의 명소를 다녀본 결과 배터리를 다 쓰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곳곳에 급속충전기도 꽤 늘었다. 이 정도라면 서울에서 부산에 갈 때도 1회 30분 정도를 충전하는 것으로 가능할 것이다. 문득 2년 전, 전기차 충전으로 인해 서울·부산 왕복 시 많은 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 순서를 바꿔서, 렉서스 UX300e의 차례다. 왜 이름이 300e인고 하니, 모터의 최대토크가 300Nm(30.6kg·m)라서 그렇다고 한다. 최고출력은 204마력. XC40 리차지와 비교했을 때 초라할 정도의 출력이다. 그래서 발진도 가속도, 그리고 최고속력도 겸손하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런 겸손한 부분이 렉서스의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그리고 이 점으로 인해 누구나 다루기 쉽고 일상 주행에서 일정한 응답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단지 가속에서 부족한 면은 있다. 시속 80km를 넘어가기가 조금 어렵다. 이때는 주행 모드를 노멀이 아니라 스포츠로 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고속도로를 스트레스 없이 주행하려면, 애초에 주행 모드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때는 음색도 변하면서, 가속한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뭐 그래도 다루기 쉬운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아마도 스포츠 모드로 주행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UX300e는 스포츠보다는 느긋함이 더 어울리니 말이다.
렉서스의 모델다운 코너링 감각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차중량은 1830kg으로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지만, 배터리가 차체 중심에 가까운 바닥에 있어서인지 균형이 좋다. 대략 앞바퀴에 970kg, 뒷바퀴에 860kg 정도가 걸리는데, 이 정도의 중량 배분은 전체적인 움직임에서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코너를 물고 가는 느낌이 너무나도 좋다. 스티어링이 앞바퀴와 바로 연결되는 감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기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렉서스다운 승차감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UX300e도 전기차인 만큼 배터리 팩을 탑재한 강철 언더 프레임을 바닥에 고정하고 있으며, 늘어난 무게로 인해 필요한 강성을 높이기 위해 앞부분과 중간 부분의 멤버를 크로스 멤버로 연결해두고 있다. 또한 기어 박스에도 브레이스를 추가해 체결점의 강성을 높였다. 그런데도 렉서스의 자랑인 부드러운 승차감이 유지되고 있다. 강성을 높이고 딱딱하게 만들지는 않아서 그런 것일까.
물론 어느 정도 불만은 나온다. 아무래도 일반 모델보다 차체가 무거우니 그만큼 서스펜션을 조금 더 강력하게 만들었을 것인데, 그 때문인지 요철을 빠르게 지날 때 바퀴가 지면에 살포시 내려앉는 게 아니라 강하게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오랜 기간 하이브리드를 만들면서 브레이크 감각을 자연스럽게 다듬어 온 렉서스이지만, 전기차는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브레이크 페달에 점차 힘을 주는 도중에 갑자기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다.
제일 큰 문제는 주행 거리와 충전이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223km. 이 정도는 도심이 주 무대라면 불만이 나오지 않겠지만, 문제는 앞서 이야기했던 충전 방식이다. 실제로 이번 시승 중에도 가까운 거리에 차데모 충전기가 없어 촬영이 꽤 지연되기도 했다. 게다가 공공시설에서 완속충전기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UX300e로 반드시 장거리를 주행해야 한다면, 작동되는 차데모 충전기의 위치를 반드시 숙지해야 할 것이다.
CONCLUSION
프리미엄 전기 SUV의 대결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이것은 대결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두 모델 모두 장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났고, 공통적인 장점 또는 단점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자동차 중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를 묻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주행 범위, 그리고 운전자의 취향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진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사실인 것을.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와 급속 충전의 편의성이 중요하고 강렬함을 넘는 짜릿한 가속을 원하며 공간의 실용성도 챙기고 싶다면 볼보 XC40 리차지에 절대적인 점수를 주게 된다. 짜릿한 감각보다는 편안함을 더 우선시하며 승차감이 좋아야 하고 일반 엔진에서 전기차로 전환해도 자연스러운 감각으로 신경을 쓰지 않고 운전하고 싶다면 렉서스 UX300e에 절대적인 점수를 주게 된다. 과연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아직까지는 ‘둘 다 챙긴다’는 선택지는 없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LEXUS UX 300e
길이×너비×높이  4495×1840×1525mm  |  휠베이스 2640mm
엔진형식  전기모터  |  최고출력  204ps  |  최대토크  30.6kg·m
구동방식  FWD  |  주행거리(복합)  233km  |  배터리 용량  54.35kWh
공차중량  1830kg  |  복합연비(전비)  4.7km/kWh  |  가격  5490만원

SPECIFICATION
VOLVO XC40 RECHARGE
길이×너비×높이  4425×1875×1635mm  |  휠베이스 2702mm
엔진형식  전기모터  |  최고출력  408ps  |  최대토크  67.3kg·m
구동방식  AWD  |  주행거리(복합)  337km  |  배터리 용량  78kWh
공차중량  2160kg  |  복합연비(전비)  3.9km/kWh  |  가격  6388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