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루기 쉬운 장난감, 아우디 A3

  • 기사입력 2022.11.14 09:44
  • 기자명 모터매거진

아우디가 자랑하는 콰트로 시스템도 없고 비싼 아우디도 아니다. 그런데도 아우디 이름값에 먹칠하지 않는 주행감을 보여준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기대하지 않았다. 과거 골프 GTI를 타는 것 같다. 고성능 디비전의 배지가 붙지도 않았다. 해치백 타입은 아니지만 우리가 원하는 핫해치는 이래야 한다. 지금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아우디 중에서 가장 작은 A3다. 그동안 아우디를 꽤 많이 탔었는데 이 녀석이 가장 재미있다. 생각해 보니 작은 아우디를 탄 적이 없었다. 당연히 R8은 멋있고 RS6는 무자비하지만 출력과 가격표 자체가 만만하지 않다. 재미를 느끼려면 세상 물정에 어느 정도 맞춰야 한다. 그렇다면 이 녀석이 딱이다. 코너를 탈 때 가장 즐겁다. 스티어링 휠을 계속 어루만지며 돌리고 싶다. 스티어링 감도는 가볍고 피드백이 솔직하고 상대적으로 뒤보다 앞이 무겁지만 산뜻하게 돌아가는 게 마음에 드니까. 스티어링 휠 디자인도 훌륭하다. 직경이 작고 림도 가늘어 손에 자연스럽게 감긴다. 에어백 커버도 R8처럼 원형이라 스포티하고 근사하다. 아우디에서 사용하는 사각 디자인보다 이게 훨씬 낫다.  
돌리는 맛도 있고 보는 맛도 있는 이 스티어링 휠로 명령을 내리며 코너를 더욱 적극적으로 들이댄다.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이다. 이상적인 라인을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진입 속도만 적절하게 맞추면 예쁜 선을 그릴 수 있다. 인상적인 것은 앞이 무거운데 리어 트랙션이 그리 부족하지 않다. 그래도 다운힐보다는 업힐이 조금 더 깔끔한 코너링이 가능하다. 휠베이스도 짧아 뒤가 빠릿빠릿하게 따라와 복합코너에서도 어리둥절하지 않는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리듬도 어색하지 않다. 주행안정화장치의 개입도 거슬리지 않게 세팅했다. 실제로 해제하고 타거나 활성화하고 타도 거의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안정적인 주행을 위한 섀시 밸런스가 준수하다.
게다가 브레이크 시스템 기본기가 탄탄해 코너를 타면서 속도를 줄여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출력과 섀시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제동 성능이며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와 같은 현상을 잘 억제했다. 고속에서 강한 브레이킹이 연거푸 들어가도 쉽게 지치지 않는 점도 칭찬한다. 모노블록 캘리퍼가 아닌 슬라이드 타입을 사용하고 디스크 로터의 크기도 크지 않지만 성능은 확실하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보통 차보다 살짝 무거운 편이며 스트로크도 살짝 짧은 편이라 브레이킹 컨트롤에 용이하다.  
하산 후 고속도로에 빨간색 A3가 떴다. 가속력이 제법 매콤하다. 후드 안에는 4기통 2.0ℓ 엔진이 담겨 있다. 터빈 하나를 달고 있고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5kg·m를 생산한다. 이 힘은 7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앞바퀴를 굴리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0초이며 최고시속은 209km에 달한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차들의 성능에 비하면 그리 강하지 않지만 사실 이 정도 출력은 공도에서 가지고 놀기 최고다. 실제로 가속에 있어 아쉬움은 전혀 없다. 지금 달리고 있는 이 고속도로에서도 힘이 달리지 않는다. 속도가 꽤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도 재가속이 시원하게 된다. 엔진 회전 질감도 부드러워 고회전 영역에 닿아도 신경질 부리지 않는다. 터보 차지만 계속 태코미터 바늘을 오른쪽으로 띄워 놓고 타면 흥이 배가 된다. 토크는 살짝 죽지만 출력으로 쥐어짜는 느낌이 난다. 변속기도 또한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라 운전자의 흥을 깨지 않는다. 강한 출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잘 알고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
이렇게 휠베이스가 짧은 차는 고속에서 불안할 때가 있다. A3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클래스를 고속안정감으로 보여준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체가 노면으로부터 붕 뜨지 않아 캐빈룸이 평화롭다. 마음껏 스로틀을 열 수 있고 여유 있는 고속 크루징이 가능하다. 코너를 탈 때 서스펜션이 꽤 단단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노면이 좋지 않은 국내 고속도로에서는 살짝 불안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빗나갔다. 다행이다. 서스펜션 세팅이 기가 막힌다. 코너를 탈 때는 좌우 롤링과 피칭을 눌러주면서 신나게 놀 수 있고 고속에서는 차가 묵직한 것처럼 착각이 들게 만든다. 시내 주행에서의 승차감도 나쁘지 않다. 딱 하나만을 꼬집자면 방지턱을 넘을 때 2열의 충격의 정도가 조금 크고 그 충격을 머금고 있는 시간이 길다. 하지만 이 서스펜션의 세팅으로 얻은 것이 훨씬 많으니 눈 감아 줄 수 있다.  
신나게 놀면서 오다 보니 어느새 촬영 스폿에 도착했다. 막간을 이용해 A3의 외관을 둘러본다. 개인적으로 작은 차를 좋아한다. 그 사심을 뺄 순 없지만 누가 봐도 디자인이 훌륭하다. 아우디 디자인 언어가 작은 차체에 입혀지니 체구는 작지만 위축된 모습은 전혀 비추지 않는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최대한 깔끔하게 가져가고 디테일로 기교를 부렸다. 우선 긴 프런트 오버행을 숨기기 위해 프런트 범퍼 가장자리의 커브를 급하게 줬다. 그러면서 거기에 에어 벤트를 위치시키고 테두리를 유광 블랙으로 마무리하고 헤드램프도 끝을 살짝 내려 시선을 유도한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긴 프런트 오버행이 부각되지 않는다. 화려한 디자인의 휠을 장착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 보자. 인테리어 역시 아우디다. 형들 보다 조금 더 기교를 부린 느낌이다. 콕핏의 느낌을 주려 한 의도가 엿보인다. 시트는 조수석까지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다. 쿠션감이 좋고 사이드 볼스터도 적당히 튀어나와 코너에서 운전자를 살포시 잡아준다. 뒷좌석 공간은 어떨까? 건장한 성인 남성이 타더라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부족하지 않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있어 장거리 이동에도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차체 크기와 휠베이스를 감안하면 실내 공간은 잘 뽑았다. 트렁크는 이 세그먼트에 기대하는 그 수준이다.
이제 결론을 내자. 아우디 A3는 재미있는 차다. 취향이지만 아우디 라인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만만하면서 재미있는 차를 최고라 생각한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기까지 한다. 그 정도는 절제되어 있다. 절대 과하지 않아 필요한 만큼만 있는 차. A3보다 저렴하면서 빠른 차는 있겠지만 이 파워와 섀시 궁합이 잘 맞는 차는 거의 없다. A3는 막내 격이기에 소재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탄탄한 주행 성능 기본기에서 아우디의 클래스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겉만 화려하고 주행감이 저렴한 프리미엄 브랜드도 있다. 1차원적으로 소비자를 유혹할 수는 있겠지만 로열티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A3의 타깃층은 어릴 것이고 이들은 A3를 통해 다음 차도 아우디로 낙점될 수도 있다. 이 정도로 A3는 매력적이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4505×1815×1425mm휠베이스  2634mm  |  공차중량  ​​1500kg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 1984cc최고출력 ​​204ps  |  최대토크  30.5kg·m변속기 ​​​7단 자동  |  구동방식  FWD0→시속 100km  ​​​7.0초  |  최고속력  시속 209km연비 ​​​13.0km/ℓ  |  가격  441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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