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탄탄, 3열은 글쎄…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

  • 기사입력 2022.11.11 09:00
  • 기자명 모터매거진

더 큰 공간을 위한 SUV가 등장했다.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가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다양한 무기를 준비했다. 과연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격하기에 충분할까?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티구안, 그중에서도 크기와 실용성을 더욱 늘린 티구안 올스페이스가 한국 땅을 밟았다. 기존 티구안과 비교하면 더 늘어난 크기를 바탕으로 7인승 시트를 배치했고, 디젤 엔진에 듀얼클러치 조합 대신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여기에 국내 고객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옵션들을 투입했다.

신형 티구안 올스페이스 출시 행사장에서 사샤 아스키지안(Sacha Askidjian)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동급 수입 SUV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상품성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프리미엄의 가치를 선사할 것이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번 시승에서 그 자신감을 확인해 보아야겠다.
우선 티구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자면 작년 이맘때로 돌아간다. 당시 시승을 통해 패밀리 SUV로 꽤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경쟁력 있는 가격과 대중적인 파워트레인, 기본기가 탄탄한 주행 성능 등 패밀리 SUV로서 기대했던 바를 충실하게 만족시켰다. 그래서인지 이번 티구안 올스페이스에 거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시승차의 키를 받아들었고, 디자인부터 확인해보자. 전체적인 이미지는 기존 티구안보다 커진 덩치가 눈에 띈다. 이전 모델 대비 길이는 30mm 늘어나고, 높이는 15mm 낮아진 덕분에 한결 자세가 좋다. 커진 크기는 리어 오버행에서 가장 두드러지는데, 3열 시트를 배치하기 위한 공간 확장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이렇게 완성된 비율이 꽤 눈에 익다. 우리가 구면인가 싶어 가만히 살펴보니 폭스바겐 투아렉을 보는 것 같다. 그만큼 당당하고 믿음직스러운 이미지다.
전면부의 디자인 하이라이트는 라디에이터 그릴 라이팅이다. 말 그대로 라디에이터 그릴의 라인을 따라서 라이트가 켜지며 이에 더해 프런트 범퍼의 디자인도 약간의 변화를 거쳤다. 기존 티구안보다 제법 공격적인 인상으로 바뀐 셈이다.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의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쏙 들만한 디자인이다. 변화의 폭이 가장 적은 것은 후면부다. 전면, 측면에 어느 정도 변화를 준 것에 비하면 딱히 달라진 점이 없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구성 역시 기존과 동일하다. 전형적인 폭스바겐 스타일로 눈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깔끔하고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이다. 오랜 시간 질리지 않을 디자인이지만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어딘가 허전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인테리어 컬러 트림에 브라운 컬러가 새롭게 추가됐는데, 외장 색상을 퓨어 화이트로 선택했을 때만 적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무선으로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할 수 있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 스티어링 휠 열선, 컨바이너 타입 HUD, 30가지의 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 1열 통풍 시트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주요 편의사양을 두둑하게 챙긴 것도 칭찬할 점이다.

2열 공간도 아쉬움은 없다. 방석 슬라이딩과 등받이 각도 조절이 모두 가능해서 무척 편안한 자세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무려 110mm나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티구안보다 더 넓은 2열 공간을 확보했다. 여기에 탁 트인 파노라마 선루프 덕분에 훌륭한 개방감을 확보하고 2열 시트에 열선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티구안과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차이는 3열 시트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이 정도 차체의 크기에서 3열 시트는 욕심이 아닌가 싶다. 우선 타고 내리는 과정도 성인 남성에겐 꽤 곤욕이다. 2열 시트를 앞으로 최대한 당겨도 타고 내리기 위한 공간이 좁은 편이다. 3열 시트는 성인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2열 시트의 방석을 앞으로 살짝 당겨서 앉아도 레그룸이 부족하고, 헤드룸도 매우 부족해 몸을 살짝 웅크려야 한다. 체구가 작은 어린이들이 짧은 시간 탑승하기에 적절해 보이는데, 확실히 3열 시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소비자에게 권장할만한 공간은 아니다.

대신 3열 시트를 접어 두었을 때의 트렁크 공간은 확실히 챙겼다. 3열 시트를 접으면 700ℓ의 적재 공간이 생기며, 트렁크의 레버를 당겨 2열 시트까지 모두 접으면 최대 1775ℓ의 적재 공간을 제공한다. 러기지 스크린을 트렁크 아래에 수납할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만든 센스는 칭찬할 점이며 트렁크에 마련된 230V 파워 아울렛은 아웃도어 라이프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 주목 할만한 사양은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다. LED 매트릭스 모듈 내 22개의 LED가 주행 상황에 맞춰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를 기반으로 전방 카메라, 지도 데이터, GPS 신호, 조향각도, 주행 속도 등이 종합적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 방향에 따라 램프가 움직이는 다이내믹 코너링 라이트, 맞은편에서 오는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차를 모두 둘러보았으니 이제 운전해볼 차례다. 기어 레버 왼쪽에 있는 시동 버튼을 눌러 잠들어 있던 엔진을 깨운다. 확실히 디젤 모델보다 진동 및 소음이 적은 것은 장점이다. 직렬 4기통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리며 최고출력 186마력에 최대토크는 30.6kgᐧm를 발휘해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주행 성능에 대해서는 딱 기대했던 만큼이다. 패밀리 SUV라는 장르가 갖춰야 할 주행 성능은 충실하게 채웠다. 여기에 폭스바겐답게 탄탄한 기본기를 통해 운전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운전의 재미라고 하면 단순히 출력이 높고, 날카로운 핸들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전자의 의지대로 움직이며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예측하지 못할 불편함을 전달하지 않는 모습으로도 충분히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즉 이것이 달리고, 돌고, 서는 탄탄한 기본기에 해당한다.

디젤 엔진을 얹은 티구안을 시승했을 때 시내 한복판을 달려도 연비가 두 자리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고, 고속 주행에서는 리터당 15km 이상의 연비를 기록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시승하면서 기록한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연비는 시내 구간에서 리터당 7~8km, 시속 100km 내외로 달린 고속 주행에서는 리터당 13km를 달성했다. 연비 테스트를 위해 별도의 통제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한 값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큰 변수가 없는 평범한 운전에서의 연비임을 참고하길 바란다. 물론 디젤이 가솔린보다 비싼 현 상황에서 실질적인 유류비는 대동소이할 것이다.
변속기도 주목해야 한다. 디젤 엔진에 사용하던 7단 DSG 변속기가 아닌 토크컨버터 타입 8단 자동변속기가 사용됐다. 확실히 부드러운 변속에 초점을 맞췄으며 낮은 회전수를 유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속 100km에서 회전계는 약 1600rpm을 가리키고 있는데, 조용한 실내를 만들어 주는 것은 명확한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속안정감은 폭스바겐의 유명한 장기다. 속력을 높일수록 노면을 단단히 움켜쥐는 것 같은 안정감이 일품이다. 무게중심이 낮고 고속에서 요철을 만나도 휘청이지 않는다. 이러한 감각은 폭스바겐의 다른 모델에서도 느껴지는 특성이다.
핸들링은 이 차의 주행 성능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덩치에 비해서 프런트가 상당히 가볍게 움직이는 편이고 그에 맞춰 꼬리도 착실하게 따라온다.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지나거나, 꼬불꼬불한 교외의 도로를 달릴 때 만족감이 높은 편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한 차가 아니기에 굳이 한계지점에 도달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코너링을 즐길 때 꽤 경쾌하게 움직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브레이크 감각도 무척 만족스럽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일정한 제동력이 발생하여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조작이 가능하다. 또한 고속에서 급제동을 걸어도 쉽게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 점도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가격 이야기는 피할 수 없다.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가격은 5098만원이다. 디젤 엔진이 탑재되는 티구안의 전륜구동 모델이 4067만원부터 시작하고 비슷한 수준의 옵션이 탑재되는 전륜구동 프레스티지 트림은 4450만원이다. 약 650만~1000만원이 차이 나는 셈이다. 그로 인해 더 얻을 수 있는 것은 민망한 3열과 널찍한 트렁크, 한층 넓어진 2열 공간, 조용한 가솔린 엔진이다. 결국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며, 판매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이러한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느낀다면 높은 판매량으로 돌아올 것이다.
결론을 내릴 차례다.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분명 잘 만든 자동차다. 장점은 명확하지만, 이번 시승에서 느낀 단점은 운전자마다 다르게 평가할 요소임은 분명하다. 기존 티구안에 비해 커진 덩치로 확보한 실내 공간과 경쟁 모델 대비 탄탄한 기본기가 마음에 든다면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자동차라고 말하고 싶다.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730×1840×1660mm  |  휠베이스 2790mm  |  공차중량  1752kg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1984cc  |  최고출력  184ps  |  최대토크  30.6kg·m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WD  |  0→시속 100km  ​-  |  최고속력  -
연비  10.1km/ℓ  |  가격  51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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