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스타일과 실용적인 드라이빙, 뉴 푸조 308

  • 기사입력 2022.10.28 11:5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새 시대의 푸조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 그 답이 308에 있다. 레이스에 진심인 브랜드가 만들면 이런 재미있는 자동차도 나온다.

뜬금없지만, 필자는 해치백 모델을 좋아한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몇 번이고 이야기했으니 관심 깊게 읽으신 분은 아시리라. 이유는 알고 보면 별거 없는데, 필자의 앉은키가 문제다. 다른 사람들은 넉넉하다고 하는 지붕 높이가 필자에게는 머리가 닿을 듯 말 듯 한 경우가 꽤 있다. 그래서 세단을 좋아하지 못하게 되었다. 옛날과는 달리 2010년 이후에 등장한 세단들이 뒷좌석 머리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해치백은 최소한 그 문제에서는 자유롭다.
그리고 푸조 308은 필자가 이 직업을 택한 후 처음으로 제대로 운전해 본 해치백이다. 그 명성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움직임을 느껴보니 이만큼 좋은 자동차는 없다고 느꼈다. 독일차들이 단단하고 탄탄한 느낌으로 운전자들을 사로잡아가는 그 과정에 조금 회의를 느낄 때쯤, 유연하면서도 불안감 전혀 없는 느낌으로 대응해주는 308은 그야말로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설파하게 해 주는’ 자동차였다.

그 308이 어느새 풀체인지를 단행했다. 비록 이전의 그 매력적으로 다듬어진 308을 만들었던 디자이너는 이제 없지만(푸조에서 르노로 이직했다. 꽤 드문 일이다), 그가 남겨놓은 디자인 코드는 신차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매력 포인트가 높아졌다.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한국 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이지만, 308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매력이 충분해 보인다. 모처럼 라이벌도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자의 송곳니만으로 멋을 내는 스타일
한눈에 보는 것만으로도 푸조에서 새 차를 내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면에서 그것이 크게 느껴지는데, 그릴 자체도 크지만 푸조의 새로운 방패 엠블럼이 크게 붙어있어 멋이 살아난다. 이전의 앞발을 치켜든 사자 엠블럼은 귀여움이 있었는데, 새 엠블럼은 당당함을 내세우고 있다. 검은색으로 다듬어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앞부분 양 측면에는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LED 주간주행등이 길게 뻗었다. 밤에 보면 그 존재를 바로 알 수 있을 정도.
측면에서 이 차를 보고 있으면 해치백에 앞바퀴를 굴리는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보닛이 꽤 길다는 게 느껴진다. 보닛이 긴 게 최근 유럽 차의 트렌드라고 하는데, 그 덕분에 뒷바퀴를 굴리는 모델이라는 느낌도 있다. 그리고 측면에서 근육이 느껴진다. 캐릭터 라인 아래 휠 아치 바로 위쪽으로 부푼 라인 조형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공기가 떠나는 후면은 꽤 정갈하게 다듬어졌고, 사자 발톱이라고 부르던 테일램프도 사선으로 아주 깔끔하게 만들었다.

외형의 변화에 놀란 상태로 실내로 들어오면, 그 안에서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작게 만든 계기판을 최대한 위로 올려 시선을 낮추지 않는다는 HUC는 그대로 유지되어 있지만(그 덕분에 308에는 HUD가 없다), 그 HUC가 다양한 정보를 3차원으로 깔끔하게 그리고 인식하기 쉽게 보여준다. 그 아래 위치한 스티어링 휠은 손에 잡기도 편하고 돌리기도 쉽다. 굳이 산길을 찾아가지 않아도 일상적인 주행을 레이스 느낌으로 만들어주는 장비다.
변화는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에도 이어진다. 푸조에서 아이커넥트(i-Connect)라고 부르는 10인치 터치스크린과 그 아래 있는 작은 터치 토글 디스플레이, 그리고 기능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스위치가 이어진다. 터치 토글은 GT 트림에만 들어가는 것으로, 알뤼르는 버튼으로 대체된다. 기어 노브도 최신형인데, 손가락만 걸고 후진 또는 전진을 선택할 수 있다. 경사가 져 있어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시트는 고밀도를 자랑하는 것으로, 앉으면 편안함과 동시에 몸을 잘 잡아준다는 인상이 든다. 오래 앉아 있어도 몸에 걸리는 피로가 적다는 게 장점이다. 차체가 이전보다 커져서 그런지, 뒷좌석은 물론 트렁크 공간이 충실하게 확보되어 있다. 해치백의 특성상 2열 헤드룸이 넉넉하다는 점은 꽤 마음에 든다. 이 정도라면 부모님을 뒤에 모시는 일이 생겨도 괜찮을 것이다. 뒷좌석을 접었을 때 평평한 바닥이 만들어지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다.
디젤이지만 고회전도 좋아요
현재 국내에 들어온 308은 디젤 엔진 탑재 버전이다. 후에 가솔린 버전과 PHEV도 추가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일단 시동을 걸어보면, 디젤 특유의 시동음은 들려오지만 진동 자체는 꽤 억제되어 있다. 출력은 별거 없어 보이지만,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발휘되는 토크가 꽤 강력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발진과 가속 및 속도 유지가 편하다. 보통 디젤 엔진이라는 게 시내에서 다루기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 놀라운 일이다.

8단 디젤 변속기는 궁합이 꽤 좋다. 가속 페달을 서서히 밟아서 속도를 높여가도, 변속하면서 느껴지는 충격은 거의 없다. 엔진도 일정한 회전을 계속 유지한다(물론 위아래로 서서히 움직이기는 하지만, 1000회전 이상의 차이는 거의 없다). 산길도 꽤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고, 패들시프트를 사용해 고회전 영역에 진입해도 꽤 힘을 낸다. 그래도 그 특성상 산길보다는 고속도로 주행이 더 입맛에 맞는 거 같다. 고속도로에서는 연비도 꽤 좋게 나오니 말이다.
그래도 산길에 진입하면 좋은 것이, 핸들링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푸조는 옛날부터 앞뒤보다 좌우로 움직이는 재미가 더 좋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푸조가 본래 강철을 다루는 회사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 차체를 탄탄하게 만들다 보니, 그것이 독특한 핸들링에도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당시 국산차들의 차체 강성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보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당시에 국내에서 자동차를 만들 때는 예산이 그렇게 잘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북미 시장 수출을 노리고, 그 시점에서 미국 NHTSA 등에서 안전 문제가 거론되면서 순식간에 안전과 관련된 예산이 마련되고, 그동안 엔지니어는 바랬지만 경영진은 그냥 넘겼던 차체 강성 문제가 조금씩 개선됐다. 그렇게 강성을 높인 자동차를 테스트해보니 “어라? 왠지 모르지만 핸들링도 개선됐다!”라는 감탄이 나오게 된 게 지금에 이른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308 플랫폼은 EMP2로 이름 자체는 이전과 같다. 그러나 50% 이상 개선이 이루어졌고 전동화에도 대응하고 있어 새 플랫폼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래서 네 바퀴가 모두 땅을 잘 붙잡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고, 유연성과 함께 안정감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리어에 토션 빔을 사용한다고는 하나 그 능력은 국내 브랜드와는 큰 차이가 있다. 그 유연함과 안정감 그리고 편안한 감각은 국내 브랜드도 꼭 배웠으면 한다.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한 다리 건너 들은 바에 따르면(푸조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니 신용도는 높다), 스텔란티스 그룹 내에서도 DS의 경우 같은 플랫폼을 사용해도 앞쪽 서브프레임을 알루미늄으로 다듬는다고 한다. 한편, 다른 브랜드는 강철을 사용하며, 그것은 308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앞부분이 가벼우면 경쾌한 느낌이 들지만, 적어도 이 308에서는 강철을 사용해 강성이 더 높게 느껴지는 것이 운전 성향에 더 적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308과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산길을 달리면서 느낀 것은 ‘레이스가 없었다면 자동차를 이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였다. 프랑스는 단 한 대로 모든 것을 소화해낼 수 있는 그런 자동차를 잘 만든다. 그중에서도 푸조는 레이스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있는데, 그래서 더 운전이 재미있다고 느끼는지도 모른다. 사족이지만, 주행 사진을 촬영할 때 우리의 사진사가 ‘의도한 대로 한 번에 움직임을 잡아주어서 좋았다’고 극찬했다. 아마도 이 차는 레이스 혼을 담고 있기에 필자와 굉장히 잘 맞는 자동차인가 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380×1830×1455mm
휠베이스  2680mm  |  엔진형식  I4 터보, 디젤  |  배기량 ​​​ 1499cc
최고출력 ​​131ps  |  최대토크  30.6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7.2km/ℓ  |  가격  ​​​​​​42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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