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주인공처럼! 아우디 e-트론 S

  • 기사입력 2022.10.24 15:56
  • 기자명 모터매거진

세계 최초로 트라이 모터를 장착한 전기차, 아우디 e-트론 S를 만났다. 이 차의 운전석에 오르면 영화의 주인공으로 변신할 수 있다. 

빨간불이 켜진 신호등 앞에 섰다. 뱅앤올룹슨의 사운드 시스템에서는 ‘Top Gun Anthem’이 흘러나오고 있다. 제목을 보면 생소할 수 있겠지만,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어떤 노래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탑 건>의 인트로에 사용된 바로 그 음악이다. 항공모함 위에서 이륙을 준비하는 조종사처럼 마음을 가다듬는다. 지금 운전대를 잡고 있는 차는 아우디 e-트론 S. 아우디의 전기 SUV인 e-트론에서 알파벳 하나와 모터 하나가 더 붙었다. 전기모터가 앞에 하나, 뒤에 두 개가 장착되어 최초로 양산한 전기차다.
이 차의 기어 레버는 실내 구성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다. 후진 혹은 전진을 선택하기 위해 손바닥을 받침대에 놓고 은색 슬라이더를 엄지와 검지로 조작하는 방식인데, 생긴 것은 꼭 전투기의 스로틀 레버처럼 생겼다. <탑 건: 매버릭>에서 곡예에 가까운 전투기 기동을 할 때 당기는 그것 말이다. 이것을 한번 당기면 S 모드로 바뀌고,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에 표시된 출력계에서는 최고출력을 모두 사용하는 부스트 모드가 표시된다. 드라이브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바꾸자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차고를 한껏 낮춘다. 자세 제어장치를 끄고 왼발로 브레이크를 오른발은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출력계에서는 오로라처럼 빛이 흐르기 시작하며 이륙 준비가 끝났음을 알린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두 손에서는 긴장감이 흐른다. 출격을 앞둔 ‘매버릭’처럼 비장함마저 맴돈다. 세 개의 모터가 뿜는 최고출력은 435마력, 최대토크는 82.4kg∙m인데, 부스트 모드를 활용하면 최고출력은 503마력으로, 최대토크는 무려 99.2kg∙m로 향상된다. 0→시속 100km 가속 역시 기본은 5.1초, 부스트 모드는 4.5초를 자랑하는 무시무시한 출력이다. 이와 같은 숫자가 머릿속을 맴돌 무렵 신호등은 녹색불로 바뀐다. 흘러나오는 노래 역시 기타 리프가 연주되는 절정부에 도달했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왼발을 재빨리 풋레스트로 옮긴다. 캐터펄트(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발진시키는 장치)를 통해 날아오르는 전투기처럼 e-트론 S는 순식간에 속력을 높인다. 온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이 기분! 차가 달려 나가는 게 아니라 발사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아우디의 전기차들에서 인상적인 것은 가속을 하는 과정, 그러니까 출력을 올리는 과정이 꽤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다르게 말하면 출력을 올리는 과정이 내연기관의 그것과 유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전기차의 특성상 최고 출력을 즉시 발휘할 수 있는데, 최고출력에 도달하는 과정을 일부러 심은 것 같다. 출력의 100%를 한 번에 쏟아낼 수 있지만, 그 사이에 있는 1%에서 99%까지를 모두 빠르고 자연스럽게 훑고 100%에 도달하는 감각이다. 최근 시승한 어떤 전기차는 가속 페달을 콱 밟으면 0%에서 100%로 올라가는 과정이 없고 바로 100%가 터지는 바람에 무언가가 퍽 하고 때리는 것처럼 실내로 충격이 느껴져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 이를 떠올리면 아우디의 이런 세팅에 절로 박수가 나온다.
이 기세를 몰아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때마침 노래는 <탑 건>의 또 다른 OST인 ‘Danger Zone’으로 바뀌었다. 흥을 돋우는 것은 앞서 말한 사운드 시스템의 공이 크다. 16개의 스피커를 가진 뱅앤올룹슨의 사운드 시스템은 15개의 채널과 705W의 출력을 지니고 있다. 풍부한 저음을 바탕으로 높은 해상도와 함께 훌륭한 공간감을 형성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음악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맛있게 연주해내어 마음에 든다.
이 차가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시속 100km로 크루징을 즐길 때다. 드라이브 모드는 컴포트로 변경하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킨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한껏 탄탄함을 자랑하던 에어 서스펜션이 컴포트 모드에서 적당히 출렁거린다. 그런데 허우적대는 느낌이 아니라 쫀쫀한 느낌에 가까워서 더 마음에 든다. 여기에 방음 수준도 무척 훌륭하다. 운전자의 귀를 괴롭히는 외부 소음을 꼼꼼하게 차단했다. 풍절음 역시 마찬가지다. 시속 110km에서도 듣기 불편한 풍절음은 들리지 않는데, 공기저항계수(Cd) 0.28을 달성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와인딩 코스로 진입한다. 이 녀석의 몸놀림을 확인해볼 차례다. 와인딩 코스에 진입하는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전동식 토크 벡터링 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세대의 전자식 콰트로의 성능이 기대되면서, 동시에 2740kg의 육중한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다시 한번 드라이브 모드를 다이내믹에 맞추고 코너를 향해 스티어링 휠을 돌렸다.

덩치가 무색할 만큼 앞머리가 가볍게 코너의 안쪽으로 파고든다. 탄탄한 섀시와 잘 조율된 서스펜션 셋업, 솔직한 스티어링 피드백이 차를 한층 믿음직스럽게 만든다. 스티어링 성향은 약한 언더스티어다. 농도가 진하지 않은 만큼 약간의 실수를 하더라도 여유롭게 다시 라인을 그릴 수 있다. 동시에 콰트로 시스템의 철옹성 같은 트랙션은 무너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코너를 달리면서 불규칙한 노면을 만나도 대수롭지 않은 듯 극복한다. 비록 스포츠카처럼 예리한 감각은 아니지만,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휘두르는 것처럼 코너를 하나하나 탈출해가는 맛은 진하게 느껴진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안정적이다. 앞은 알루미늄 6피스톤 캘리퍼를, 뒤는 플로팅 캘리퍼를 조합했다.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억제하고 있으며, 코너를 돌면서 제동을 걸어도 차체가 휘청이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페달의 답력 역시 일반적인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아 다루기 편안하다.

그런데 걱정은 결국 현실로 마주했다. 코너를 하나씩 넘어갈수록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차를 안쪽으로 밀어 넣으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결국 무게를 버티지 못해 바깥으로 밀리는 느낌이다. 이를 견뎌야 하는 타이어와 브레이크 역시 금방 온도가 높아져 한계를 드러냈다. 물리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캐딜락의 풀사이즈 SUV 에스컬레이드가 2795kg으로 이 차와 가장 비슷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 결국 전기차는 경량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한바탕 달렸으니 잠시 쉴 차례다. 평화를 되찾았으니 실내 디자인으로 눈길을 돌려본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인테리어다. 운전석을 향해 각도를 조절한 세 개의 스크린과 앞서 말한 기어 레버, 2단 구성의 대시보드 디자인 등은 운전석이 마치 전투기의 콕핏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에 정점을 찍는 것은 디지털 백미러다. 거울 대신 카메라가 있고, 디스플레이는 도어 패널에 장착되어 있다. 시선의 이동은 생각보다 꽤 큰 편이다. 사실 시승을 마치는 순간까지 완벽히 적응하진 못했는데, 주행에 딱히 불편함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어두운 밤과 비가 오는 밤에도 후방 시야 확보에 어려움은 없었다. 아까부터 자꾸 전투기를 떠올리는데 최근 영화 <탑 건 : 매버릭>을 인상 깊게 보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만큼 콘셉트가 확실한 실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시트 포지션이다. 시트를 최대한 낮추면 여태 타봤던 SUV 중에서 가장 낮게 느껴진다. 키도 크지만 앉은키 역시 (안타깝게도) 살짝 큰 탓에 웬만하면 시트 포지션을 제일 낮추고 타는 편인데, 이 차는 오히려 살짝 올려서 타야 할 정도다. 그런데 그만큼 조절의 범위 역시 커서 다양한 신체조건을 가진 운전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2열의 공간도 무척 편안하다. 키 183cm의 성인 남성이 앉아도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여유가 있는 편이며, 푹신푹신한 시트 방석이 특히 마음에 든다. 등받이를 접었을 때 완전히 평평해지는 않지만, 잠시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하다.

차에서 내려 외관을 살펴본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e-트론과 대동소이하지만 보다 공격적인 형상임은 분명하다. 프런트 그릴은 검게 칠했고, 더욱 역동적인 프런트 범퍼를 장착했다. 여기에 21인치 휠은 시원하게 뻗은 스포크와 함께 이 차의 자세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어준다. 또한 뒷모습에서 볼 수 있는 가로로 길게 이어진 리어 램프는 이 차의 확실한 매력 포인트다. 앞뒤에 붙은 ‘S’ 배지 역시 마찬가지다. 충전구가 꽤 멋스럽게 열리는 것도 마음에 든다.
중요한 것을 빠트릴 뻔 했다. 이 차의 배터리 용량은 95kWh이며, 1회 충전 시 복합 기준 최대 268km를 달릴 수 있다. 다만 국내 측정 규정이 무척 까다로운 것을 고려하면 300km 이상은 무난히 달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경쟁 모델들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남는 주행거리임은 어쩔 수 없다.

오랜만에 성격 확실한 자동차를 만났다. 넉넉한 출력을 바탕으로 GT 성향의 전기 SUV로 이 차에 대한 소감을 정리하고 싶다. 미래지향적인 인테리어와 파워풀한 동력성능은 자꾸만 머릿속에 <탑 건>의 톰 크루즈를 맴돌게 만든다. 안 되겠다. 레이밴 선글라스와 가죽점퍼를 사러 가야겠다.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00×1975×1685mm
휠베이스  2928mm
엔진형식  전기모터
배터리 용량 ​​​ 95kWh
최고출력  435ps(부스트 모드 503ps)
최대토크  56.0kg·m
최대토크  82.4kg·m(부스트 모드 99.2kg·m)
구동방식  AWD
가격 ​​​1억372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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