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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09.08 11:35
  • 최종수정 2020.09.01 21:06
  • 기자명 모터매거진

COMPLEX

미적지수를 떨어트리는 앞 번호판을 안 다는 방법은 없을까? 이미 몇 동네에서는 달지 않고도 별 탈 없이 잘도 다닌다. 우리나라는 그러면 안 될까? 기자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렇다고 기막힌 아이디어는 아니다.

글 | 안진욱

모든 부품은 역할이 있기 때문에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디자인하고 이 부품들을 모아 하나의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부품 중에서 디자인을 해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사이드미러는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지만 매끈한 보디에 홀로 돌출되어 라인을 망치기도 한다.

앞뒤 펜더가 포르쉐 911처럼 부풀어져 있는 경우는 덜하지만 AMG A45의 사이드 미러는 다부진 몸에 가녀린 팔을 단것처럼 보여 디자인 점수를 깎아먹는 주범이다. 때문에 사이드미러는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광각 거울을 사용해 거울의 크기가 작아도 시야는 충분히 확보가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 광각 거울도 카메라로 대체하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사이드미러를 떼어 놓고 쳐다보면 허전해 보인다. 허나 애초부터 없는 조건으로 디자인을 시작한다면 보다 근사한 디자인이 탄생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름다운 디자인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번호판이다. 특히 프런트 범퍼에 붙어있는 앞 번호판. 람보르기니와 같은 슈퍼카들은 프런트 범퍼가 뾰족한 형상이라 번호판을 다는 순간 미적지수가 60% 이상 떨어진다.

슈퍼카 브랜드에서 배포하는 공식 사진을 보면 프런트 범퍼에 번호판이 달려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케치가 들어가기 전부터 디자이너가 번호판을 달 자리를 고려한다면 화려한 디자인을 완성하기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슈퍼카 디자이너들은 이를 배제하고 캔버스에 펜을 놀린다.

번호판을 고정시킬 자리도 마땅치 않아 억지로 번호판을 장착하면 옥의 티가 되고 만다. 해외에선 번호판을 헤드램프 옆에 붙여 놓거나 대시보드에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번호판이 유난히 큰데 이를 슈퍼카에 달아놓으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된다.

번호판으로 장난치면 대가가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돈이 많은 슈퍼카 오너들도 번호판은 되도록 건들지 않는다. 당연히 번호판은 있어야 한다. 사고가 나거나 과속카메라, 그리고 주차장에 들어갈 때 식별을 위해 필요하다.

허나 사고를 내고 도망을 간다면 목격자는 도주 차의 뒷모습을 본다. 앞을 보고 번호판을 외우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뒤쪽은 놔두더라도 앞 번호판은 어떻게 할 수 없을까?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는 앞에 번호판을 달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앞에만 작은 번호판을 다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번호판을 앞뒤 두 개 다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앞 번호판은 프런트 범퍼에 붙어 있어야한다.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처럼 범퍼 가장자리에 번호판 마운트가 있는 모델을 제외하면 범퍼 중앙에 부착된다. 간혹 달려있지 않은 차, 번호판을 구부린 차, 그리고 반사필름이나 스티커를 붙이는 것 모두가 불법이다. 번호판에 관해서는 법이 상당히 엄하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기자는 번호판을 달지 않으면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 먼저 위험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 가령 앞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되는 차가 있다. 다른 한 대는 달아야 하는 차다.

그럼 뒤 번호판의 형태가 달라야 무작정 앞 번호판을 떼어 버리는 경우를 막을 수 있다. 거기에 앞 번호판이 없는 차를 과속카메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중국처럼 뒤에서 과속하는 차를 촬영하면 된다.

지금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의 앵글을 180° 돌리면 된다. 사실 작동되고 있는 과속카메라 비율이 낮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혹은 작은 센서를 차에 달아 인식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든 운전자가 앞 번호판을 제거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나 미니 쿠퍼에 앞 번호판을 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오너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앞 번호판을 제거할 수 있다면 가장 반가워할 이들은 슈퍼카 오너들이다.

가장 많이 팔린 페라리 488 시리즈의 경우에도 프런트 범퍼의 중앙 부분이 디자인 하이라이트이며 공기를 다스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번호판을 달아야한다. 이들은 부자다. 내 차가 예뻐지고 성능이 향상되는데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람보르기니와 맥라렌 오너들도 마찬가지.

번호판을 안다는 명목으로 1년에 1000만원 정도를 정부가 걷으면 적당할 것 같다. 그 이상이면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슈퍼카 오너들이기에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다.

한 달에 약 80만원을 지불하면 자신의 애마에 드릴자국을 남기지 않아도 되고 걸리적거렸던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되며 부가적으로 값비싼 번호판을 달았다는 것을 뒤차에 뽐낼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1만대 이상 되는 슈퍼카 중 절반만 이 시스템에 동참한다면 1년에 500억 정도의 돈이 모인다.

무조건 돈을 착취하려 들지 말고 부자들의 구미가 당길 만한 아이템을 정부가 생산해 돈을 손쉽게 모으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또한 원하는 번호와 문자 조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도 추천한다. 해외에서는 멋진 번호 조합의 번호판을 경매에 올리기도 한다. 또한 번호판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인상적인 조합으로 사람들이 더욱 쉽게 기억할 수도 있다.

자동차 모델명이나 자신의 이름, 혹은 자신의 좌우명을 번호판에 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슈퍼카 오너들은 모델명이 박힌 번호판을 가지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한다.

사실 번호판을 달지 않아 좋은 점은 조금 더 멋져진다는 것 밖에는 없다. 오히려 달지 않게 허락해주면서 그에 대한 대가를 정부가 손쉽게 챙길 수 있다. 번호판은 일부분일 뿐이고 이런 식으로 규제를 풀어주면서 정부와 돈 많은 오너가 서로 윈윈하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의 나쁜 것조차 가리지 않고 국내로 들여오는 현재, 앞 번호판을 달지 않는 나라를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 기자는 페라리가 없다. 허나 페라리 앞에 번호판을 안 달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끼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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