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실용성, 메르세데스-벤츠 EQB300 4MATIC

  • 기사입력 2022.10.18 09:52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제 유행에 맞춰 많은 브랜드들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변신시키고 있다. 방식은 두 가지다. 먼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만드는 것과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내연기관 플랫폼을 이용해 전기차로 탄생시키는 방법이 있다. 물론 전자가 깔끔해 보이겠지만 완성도만 높다면 후자도 나쁘지 않다. 메르세데스 역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있지만 이번에 만난 모델은 내연기관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전기모터를 달았다. 모델명은 EQB 300 4매틱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GLB를 베이스로 만들었다. 소형 SUV이지만 큰 형 격인 G바겐의 느낌이 아주 살짝 나 인상적이었다. 처음 GLB를 탔을 때는 35 AMG 모델이었다. 시원한 가속력에 해치백처럼 코너도 잘 도는 기특한 녀석이었다. 과연 전기차로 재탄생했을 때는 어떤 성격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먼저 디자인을 살펴보자. 이전에 봤던 GLB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GLB 베이스에 EQ 라인의 디자인 코드를 적용했다. 살짝 각진 디자인이 매력적이었던 GLB에 둥글둥글함이 씌워졌다. 처음에는 어색해 보였는데 짧은 시간 내에 눈은 적응했고 지금 보면 나름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헤드램프와 하나로 이어진 테일램프는 EQ 라인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프런트 그릴도 전기차답게 막아 놓고 삼각별을 중심으로 두 줄의 크롬으로 밋밋함을 덜었다. 삼각별 좌측 하단에 전방 카메라가 있는데 이 부분이 살짝 아쉽다. 개인적으로 대칭 강박증이 있는 터라 억지로라도 정중앙에 배치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각진 휠 하우스는 19인치 휠이 채우고 있다. 차체 크기에 비해 적당하며 공기를 잘 다스리는 터빈형 디자인이다.
외관은 그만 보고 두툼한 도어를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이 실내 디자인 언어를 적용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한번 잘 그려 놓은 그림으로 이 분야의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정말이지 호불호가 잘리지도 않는 디자인이다. 메르세데스는 이 원형 송풍구 디자인을 한 디자이너에게 100억원은 줘야 한다. 이 송풍구 하나로도 클래식하면서 미래지향적이고 화려하고 등! 인테리어 디자인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 난 다른 경쟁 브랜드들이 인테리어에서 밀리는 이유가 이 송풍구라 생각한다. 꼭 있어야 하는 아이템이며 위치도 어느 정도 정해진 아이템인 무조건 아이템이다. 이에 대한 풀이를 기가 막히게 했다. 송풍구뿐만 아니라 스티어링 휠 디자인도 최고다. 생각해보면 동그란 에어백 커버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많지 않다. 메르세데스는 꾸준히 이 형태를 사용한다. 덕분에 메르세데스 로고와의 조합도 훌륭하다.
시트는 내구성이 좋아 보이는 두꺼운 가죽으로 감쌌다. 제법 푹신푹신해 착좌감이 준수하다. 약간의 사이드 볼스터도 있어 코너에서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이 차의 장르를 감안하면 뒷좌석도 중요하다. 2열 공간은 충분하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앉아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여유롭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있어 장거리 이동에도 편안하다. 2열 좌석은 6:4 비율로 나눠 접혀 실용성이 높다. 2열 모두 폴딩하면 최대 1710ℓ 적재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시승차는 5인승이지만 7인승 모델도 있다. 3열에 독립된 2개의 좌석이 추가되며 키 165cm까지는 앉을 수 있으며 어린이용 카시트도 장착 가능하다고 한다. 직접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트렁크 공간에 눈대중으로 시트를 놓아 보면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옵션도 알아보자.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주행의 격이 달라진다.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Driving Assistance Package)가 기본으로 달린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정지 및 출발까지 가능한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Active Distance Assist DISTRONIC), 도로에 있는 속도 제한 표지판을 인식해 자동으로 그 속도에 맞추는 액티브 속도 제한 어시스트(Active Speed Limit Assist), 그리고 하차 경고 기능이 있는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Active Blind Spot Assist) 등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 밖에도 실내의 쾌적함을 지켜주는 공기 청정 패키지와 64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앰비언트 라이트(Ambient light), 그리고 무선 충전 시스템 등이 장착되어 있다.  
이제 브로셔는 옆좌석에 던져두고 전원을 켠다. 최고출력이 168마력, 최대토크 39.8kg·m다. 수치만 놓고 봐서는 힘이 부족해 보인다. 과연 실제로 달려보면 어떨까? EQB가 도로에 떴다. 생각보다 차를 몰 때 힘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지체 없이 전진하기에 전혀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매콤하기까지 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0초다. 최근에 출시되는 차들이 워낙 성능이 좋기에 그에 비하면 그리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체감은 이보다 더 빠르다. 약 6초대의 차를 모는 느낌? 여하튼 일반적인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 선행 차를 쉽게 추월할 수 있고 최고시속은 160km인데 거기까지는 시원하게 밀어준다. 고속도로에서도 힘이 부족하지 않다. 168마력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가속력이다. 지금도 의심이 간다. 과연 진짜 168마력인지.
힘이 좋아 고속도로에서 배터리를 아낄 생각은 접어두고 마음껏 밟고 다녔다. 수준 높은 고속안정감 때문에 마음껏 달릴 수 있다. 차체가 높고 날렵한 실루엣이 아니지만 공기를 잘 다스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가 노면에 깔리는 게 느껴져 여유로운 고속 크루징이 가능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배터리를 다 쓸 생각으로 달렸는데 디스플레이 속 배터리 잔량이 예상 보다 서서히 줄어든다. 1회 충전으로 최대 313km 주행 가능한데 아무 생각 없이 밟고 다녀도 300km에 근접하게 이동했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켜고 무거운 장비도 트렁크에 놓고 남자 2명이 탄 조건이었다. 아마 날씨 좋고 가속 페달을 달래며 다닌다면 분명 350km 이상은 주행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GLB AMG 모델이 떠올라 산길을 찾았다. AMG 모델에 비하면 부드럽지만 EQB 서스펜션 세팅도 꽤 단단하다. 승차감을 해치기 일보 직전까지 하체를 조였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요철 혹은 과속 방지턱에 살짝 가볍게 반응하는데 이는 이 세그먼트 정도 되는 세단이나 SUV 모두 이러하니 눈 감아 줄 수 있다. 뒤도 잘 따라오고 좌우 롤링도 크지 않으니 코너에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다. 이상적인 라인을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고 가속 페달도 쉽게 라인 수정할 수 있다. 복합코너에서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리듬도 좋다. 타이어 스키드 음을 즐기면서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휘젓는 재미를 선사하는 차다.
더 재미있는 것은 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 시프트다. 회생제동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습관 때문에 코너에 들어가기 전 왼쪽 패들 시프트를 튕겼는데 순간적으로 회생제동의 강도가 높아져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는 줄 알았다. 전기차에서는 필요 없는 이 패들 시프트를 기가 막히게 활용했다. 센스가 대박이다. 이 아이템 하나로 달릴 때 흥이 더욱 배가된다. 또한 회생제동 시스템이 장착되면서도 브레이킹 이질감은 줄였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과 스트로크 모두 일반 차와 같다. 같지 않겠지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맞출 수 없을 정도다.
시승은 끝났다. 이제 타 본 소감을 적어야 한다. GLB는 실용성을 따지는 메르세데스 마니아에게 딱 맞는 차다. 시승차는 5인승이었지만 이 세그먼트에 7인승 전기차는 흔하지 않다. 아니 현재 오직 EQB만이 존재한다. 설령 3열을 구색 맞추기용으로 뒀다 하더라도 아이들을 태우기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부부와 부모님, 그리고 아이 2명이 함께 외식할 수 있는 전기차다. 주행가능거리가 살짝 부족해 보이지만 이 정도 스펙이면 주행가능거리 400km대 전기차와 한 달 충전 빈도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탄탄한 주행 기본기에 실용성을 더한 전기차다. 여기에 삼각별이 달렸다. 가격이 높은 듯하지만 다른 전기차들의 가격표를 보고 브랜드 벨류를 따져보면 끄덕여진다. 그러니 실용성이 꼭 필요하고 메르세데스가 타고 싶다면 이 차다.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4685×1835×1700mm휠베이스  2829mm  |  엔진형식  전기모터최고출력 ​​168ps  |  최대토크  39.8kg·m구동방식  AWD  |  주행가능거리  313km가격  7700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