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드라이빙, BMW iX3

  • 기사입력 2022.09.30 10:06
  • 기자명 모터매거진

고급스러운 승차감은 고요함에서부터 온다. 전기차의 장점 중 하나를 극대화해 다른 이미지 하나를 심어준다.

BMW는 슈퍼카를 만드는 회사도 아니고 스포츠카만을 파는 회사도 아니다. 그런데도 슈퍼카를 긴장케 하는 파워를 자랑하기도 하며 비(非) 스포츠카 장르로 스포츠카의 움직임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렇듯 BMW는 파워트레인을 잘 만들며 섀시 세팅을 기가 막히게 한다.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자사의 장점 중 하나인 파워트레인을 과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내연기관은 수치 이외에도 회전 질감과 사운드로, 변속기는 반응속도와 구동력 전달 능력 등으로 클래스를 나눌 수 있지만 전기모터는 힘 이외에는 차별할 부문이 없다. 어떻게 보면 BMW는 어려운 숙제를 받은 상태라 할 수 있다. 양산차 브랜드 중 가장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BMW가 앞으로 이 지지율을 어떻게 유지할지를 알아봤다. BMW 전기차 중에서 랜덤으로 한 대를 뽑아 호출해 타 보면 알겠지.  
전기차 티가 나지 않는 전기차가 눈앞에 있다. 생색을 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이 선호할 테마다. 언뜻 보면 그냥 X3인지 전기차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함께할 모델은 BMW X3의 전기차 버전인 iX3다. 원체 잘생긴 얼굴이라 이것저것 손대면 미적 지수가 더 떨어질 수 있기에 디테일만 살짝 다듬었다. 키드니 그릴이 막혀 있고 군데군데 블루 포인트를 줬다. BMW답게 SUV지만 후드를 길게 뽑아 캐빈룸을 최대한 프런트 액슬로부터 멀리 뒀다. 덕분에 사이드 실루엣이 스포티해 보인다. 프런트 오버행도 극단적으로 짧게 뽑은 것도 이 역동적인 느낌에 한몫한다. 휠은 20인치로 공기를 잘 다스리기 위해 열 배출을 위한 최소한의 면적만을 뚫어 놨다. 혹여 답답해 보일까 블랙 컬러를 중간중간 사용했다. 멀리서 보면 스포크 간격이 시원해 보이는 효과가 난다.   
너무 덥다. 빨리 시원한 차 안으로 도망가야 한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탑승한다. 인테리어 역시 노멀 X3와 같다. 여기에도 블루 포인트만 살짝 준 정도. 운전자를 향한 센터페시아는 BMW의 전통이다. 약간의 각도를 준 것만으로도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을 쉽게 조작할 수 있으며 운전 중 메인 디스플레이를 잠깐 훔쳐볼 때도 더 많은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M 패키지 전용이 달려 있다. 림의 크기와 두께 모두 만족스럽고 히팅 기능까지 갖췄다. 시트는 브라운 컬러 가죽으로 마감해 실내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띄운다. 착좌감이 좋고 날개도 적당히 튀어나와 옆구리를 잘 받쳐준다. 2열로 자리를 옮겨보자. 건장한 성인 남성이 앉아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여유롭다. 형 격인 X5 부럽지 않을 공간이다. 등받이 각도도 어느 정도 누워있어 장시간 앉아 있더라도 허리와 엉덩이가 쑤시지 않는다.
달릴 시간이다. 전기모터를 깨우고 출발한다. 조용하다. 당연히 전기차라 조용하겠지만 다른 전기차와 비교해도 조용하다. 노면 소음을 잘 잡았고 속도를 올려도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다. BMW의 스포티한 이미지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잘 모른다. BMW는 내연기관 모델도 상당히 조용하다. 실루엣을 잘 빚어서인지 라이벌 브랜드보다 풍절음을 훨씬 잘 잡는다. 여하튼 이 수준 높은 방음 실력이 전기차에서 더욱 빛을 낸다. iX3는 1열 사이드 윈도가 이중접합으로 끼운 것도 이러한 평화로운 실내를 위해서다. 덕분에 음악을 즐기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이전에 iX에서도 환상적인 사운드로 타는 내내 노래 듣는 맛이 있었는데 iX3 역시 그러하다. 편집부 3명이 타고 촬영장을 향했는데 가는 길 내내 수다 대신 음악 감상을 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차가 이렇게 조용하게 움직이니 주행감각이 고급지다. 플래그십 세단도 아니고 BMW에서 가장 비싼 SUV도 아니지만 최고급차를 모는 기분이다. 앞서 말했듯이 고속도로에서 노면 소음과 풍절음으로부터 해방되니 운전이 피로하지 않다. 타이어가 저소음 전용도 아니며 목적지로 향하는 고속도로의 노면도 좋지 않음에도 거슬리는 소리가 귀로 전달되지 않는다. 또한 규정 속도를 지키면서 선행 차를 추월할 정도로 속도를 높여도 A필러와 사이드 윈도 쪽에서 바람 소리가 새지 않는다. 시승 내내 가장 감탄했던 것이 이 소음 대책 부분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민 화려함이 진정한 고급 수준이 아니다. 이런 것이 진짜 고급이다.  
이렇게 유유자적 움직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에 두면 성격이 바뀐다. 가속 페달의 반응속도가 빨라진다. 스포츠 주행을 하기엔 파워도 넉넉하다. 최고출력은 286마력, 최대토크는 40.8kg·m, 0→시속 100km는 6.8초다. 매콤한 수치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파워로 느껴진다. 보통 전기차는 고속도로에서 힘이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후반 영역의 힘도 살아있다. 최고시속은 180km에 묶여 있지만 거기까지 지체 없이 도달한다. 여기에 고속 안정감이 훌륭해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다. 차체가 바닥으로 깔리는 느낌이 난다. 이는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느낄 수 있는 영역이다. 저속에서 그리 단단한 것 같지 않은 서스펜션이 고속으로 갈수록 감쇠력을 조이는 것 같다. 가변 댐퍼가 아니다. 그냥 하체를 잘 만지니 이런 것이다.
이런 하체를 가지고 산길을 안 탈 수가 없다. 차는 무겁지만 무게중심은 낮아 코너링 실력이 기대된다. 우선 스티어링 피드백은 빠른 편이며 기어비도 나름 촘촘하다. 상대적으로 뒤가 무거워 조향이 산뜻하게 느껴진다. 코너링 성향은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를 보이며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다. 타이어 스키드음을 들으려면 생각보다 높은 속도로 돌아야 할 정도로 코너링 한곗값이 높다. 물론 이 하나로 코너링 퍼포먼스를 논하기는 무리지만 진입과 탈출 속도가 동급 SUV에 비해 확연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복합코너에서 섀시가 꼬이지 않고 깔끔하게 돌파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와인딩을 타면서 차가 무겁다고 느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박수를 쳐 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와인딩 혹은 트랙에 어울리지 않는 차로 이렇게 노는 것을 좋아한다. iX3는 중후한 움직임만으로도 마음이 쏠렸는데 잘 돌기까지 하니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몇 시간 동안 재미있게 보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전기차이니 남은 주행가능거리를 확인해야 한다. 아직 250km 정도 갈 수 있다. 완충 상태에서 출발했고 촬영장은 우리 집에서 약 70km 떨어졌다. 브로셔를 보면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344km다. 80km 정도를 성인 남자 3명과 무거운 촬영 장비를 실은 채 무자비하게 괴롭혔는데 아직 이 정도 배터리가 남았다. 어림잡아 계산해 보면 차를 가볍게 하고 일반적인 교통 흐름을 따르면 거의 400km 가까이 주행가능할 것이다. 이 정도면 주행가능 거리에 있어 아쉬움은 없다.
결론을 내자면 BMW의 다음 페이지에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라는 문구를 엿봤다. 앞으로 모든 BMW가 전기차가 된다면 전기모터를 출력별로 트림을 나눌 것이고 어차피 하체는 지금처럼 스포츠와 컴포트 모두를 잡을 것이다. M카는 전기모터 출력의 끝을 보여줄 것이고 섀시는 스포츠의 농도가 진할 게 분명하다. 이럴 때 평범한 BMW 전기차들 전기모터가 가진 출력의 이점 보다는 정숙성의 이점을 부각시킬 예정인 듯하다. iX3는 럭셔리 스포츠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여기서 스포츠는 원래 BMW가 잘하던 것이고 럭셔리는 전기모터를 활용해 완성한 부문이다. 이 공식은 앞으로 다른 BMW 라인업에도 적용될 것이다. 내연기관 플랫폼을 가지고 전기차 컨버전 작업이 쉽지는 않다. 디자인적으로 풀기도 어렵고 섀시 사이의 공간 활용도 만만치 않은데 iX3를 보니 이들의 실력이 의심스럽지 않다. iX3는 BMW가 가장 자신 있는 숫자 3의 자격이 있는 차다. 여기에 아주 합리적인 가격표까지 달고 있다.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4735×1890×1675mm휠베이스  2865mm  |  엔진형식  전기모터  |  최고출력  ​​286ps최대토크 ​​40.8kg·m  |  구동방식  ​​AWD  |  주행가능거리  344km가격  7700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