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게임 체인저는 경차다!
2022-09-26 17:45


전기차를 보급하고 싶은데 가격이 걸림돌이라면, 어쩌면 경차가 게임 체인저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닛산을 보고 현대 캐스퍼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현재 등장한 전기차들은 대부분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1회 충전으로 300km 정도는 기본으로 주행하며, 적어도 400km 이상은 주행해야 진정한 전기차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기차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던 시대에, BMW가 미니 전기차 프로토타입으로 운행 효율을 분석하던 시대에(그 때는 BMW i3가 나오기 전이었다), 테슬라가 등장해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장거리를 주행하는 전기차로 판을 뒤집어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대부분의 전기차가 장거리 주행이라는 요소를 꼭 집어넣는다. 아무리 배터리를 적게 넣는다고 해도 지금은 70kWh는 기본인 것 같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이렇게 많은 배터리가 정말로 필요한지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장거리 주행을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장거리 주행은 1년에 한번 또는 두 번 정도 수행할 것이다. 물론 나는 매일 편도 100km 이상의 장거리 주행을 한다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전기차를 보급해야 하지만, 가격은 걸림돌이 된다. 게다가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그리고 원료들도 문제다. 반도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고, 작년 즈음에 ‘2022년 말 즈음에는 해결된다고 예측했던 사람들도 그 시계를 슬그머니 늦추고 있다. 심지어 폭스바겐은 ‘2024년에도 해결이 안 될 수 있다고 못을 박았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와이어링 하네스와 유리 등의 부품도 공급 불가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배터리 문제도 중요하다. 대용량 배터리를 제작하려면 당연히 그만큼 원료가 많이 들어간다. 배터리에 반드시 필요한 니켈은 러시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알루미늄 역시 마찬가지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네온과 크립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70%가량을 차지한다. 지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도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자원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세계대전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늦게 나온다고만 타박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 할인을 하나도 안 하고 판매하는 현실이라고 해도, 공급이 1년 이상 늦어지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에게도 중대한 문제다. 이렇게 한정된 자원의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자동차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없다면, 답은 하나다. 자원을 그나마 덜 쓰는 합리적은 형태의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다. 엔진을 다시 쓰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으니 말이다.


배터리를 작게 만든 경차에 희망을 건다

국내에서는 경차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는 하나, 사실 경차는 꾸준히 팔리고 있다. 2022년의 판매량만 살펴봐도, 현대 캐스퍼와 기아 레이는 월 평균 약 3천대를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기아 모닝은 1월에 약간 주춤했지만, 월 평균 약 2천대 판매를 보이는 중이다. 한국지엠 스파크 역시 월 평균 약 1천대는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그러니까 작은 크기의 경차는 사지 않는다는 인터넷 여론이 팽배해도, 구매 고객은 꾸준히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경차만큼 합리적인 이동수단은 없을 것이다. 작은 크기로 인해 도심에서 주행하기에는 최적의 성능을 갖고 있다. 실내 공간이 협소하다고는 하나, 운전자 혼자서 출퇴근하거나 아이를 학원에 데리고 가는 용도로 많이 사용하니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게다가 경차는 세금이 싸고 취등록세가 크게 들지 않는다. 잘 찾으면 경차 전용 주차장으로 주차료도 아낄 수 있고 고속도로에 따라 경차 할인이 들어가기도 한다.


전기차 시대에 경차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본의 경차 판매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대의 전기 경차, 닛산 사쿠라가 등장한다. 사쿠라는 닛산의 경차 데이즈를 기반으로 엔진을 제거하고 전기 모터를 적용한 모델이지만, 일반 엔진 모델과는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닛산이 사쿠라를 만든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일상의 질을 높여주는 그러면서도 구매가 쉬운 전기차를 실현하는 것이다.

 

사쿠라의 가격은 저렴하다. 일본에서는 전기차를 구매할 때 국가 보조금 약 55만엔이 나오고, 지자체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이 따로 나온다. 도쿄를 기준으로 하면 지자체 보조금 45만엔을 더할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100만엔 할인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그 전에 사쿠라의 가격은 스탠다드를 기준으로 2399100(스탠다드 그레이드 X)이므로, 보조금을 별도로 받지 않아도 일반 엔진차보다 조금 비싼 정도로 납득이 가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사쿠라는 어떤 점이 좋을까? 디자인은 개인 취향인 만큼 언급하지 않기로 하고, 전기 모터와 배터리의 조합 그리고 적절한 출력에 그 의미가 있다. 전기 모터의 출력은 일본 경차의 자주 규제에 묶여 있어 높지 않으나, 19.9kg-m의 경차로써 꽤 높은 토크는 스트레스 없는 가속 능력을 갖도록 만든다. 배터리는 20kWh 용량으로 차체에서 큰 부피를 차지하지 않으며, 기존의 연료통과 배기 라인을 들어낸 자리에 그대로 고정시키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사쿠라는 그리 무겁지 않다. 1080kg 정도로 기계식 주차장에 넣기가 쉽다. 또한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데, 배터리를 냉각수로 감싸지 않고 에어컨 냉매를 사용해 식히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이 부문에서도 가격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주행 거리는 최대 180km를 기록하는데, 한국에서는 당연히 이 주행 거리가 줄어들겠지만, 그렇다 해도 130km 정도는 보장할 것이다. 작은 크기와 가벼움으로 인해 전비가 자연스럽게 높아져서 가능한 일이다.


사쿠라는 등장하자마자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일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출시 예고 3주만에 예약 대수 11천대를 돌파했고, 올해 7월에는 3319대 판매를 기록해 일본 내 경차 부문에서는 13위를, 종합 부문에서는 26위를 기록했다. 형제차인 미쓰비시 eK 크로스 EV의 판매량까지 합하면, 일본 내에서는 꽤 주목할 만한 전기차 판매량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 경차의 등장을 기다리며

사쿠라의 등장과 판매 상승은 현대차에도 큰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의 경차 캐스퍼가 전기차로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현대차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이는 등장 초기부터 결정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현대차는 미국 보그워너에서 전기차용 파워유닛을 공급받기로 협의했는데, 이 유닛은 A세그먼트 전기차에 들어간다. 현대차에서 A세그먼트 자동차라고 하면 현재 캐스퍼 외에는 없다.

 

여기서 하나 더 주목할 만한 것이 기아의 경차, 레이다. 실용성과 함께 차박 최적화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레이는 2023년에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데, 사실 이전에도 전기차가 있긴 했다. 당시에는 배터리 용량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주행 거리가 100km를 넘기지 못했고 인기를 얻지 못하며 단종됐지만, 최근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레이 전기 중고차가 다시 인기를 얻는 기현상도 생기고 있다. 도심만 다니는 용도로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도 이제는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레이 EV는 약 13kWh 정도의 배터리만 탑재했지만, 지금의 기술이라면 배터리의 밀도도 늘었고 탑재 공간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으니 약 30kWh 정도는 탑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파워유닛의 효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정도라면 1회 충전 주행거리 200km 초반 혹은 중반 정도는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도심 혹은 근거리 외곽 지역까지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가격으로 전기 경차를 보급한다면, 전기차의 대수와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주행 거리 등을 언급하며 주행 거리가 짧은 작은 크기의 전기차가 팔리지 않는다라고 언급할 이들도 있겠지만, 미니 전기차의 판매량이 이를 정면에서 뒤집고 있다. 배터리를 대량으로 공급받을 수 없다면, 같은 양을 받더라도 더 많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닛산 사쿠라의 성공을 보고 있으면, 국내에서도 기아 레이 전기차 그리고 현대 캐스퍼 전기차가 일정 이상의 성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더군다나 한국은 일본보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더 높고, 구매하는 데 있어 거리낌이 없지 않은가. 하루빨리 전기 경차가 등장해, 더 많은 이들이 실용적이면서 편안한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전기차 판매에 따른 전문 정비인력 확충과 서비스센터 확대도 필수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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