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인 스포츠카, 포르쉐 타이칸 GTS

  • 기사입력 2022.09.23 08:27
  • 기자명 모터매거진

포르쉐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에 GTS가 더해졌다. 높은 출력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고 모르는 사이에 짜릿함이 더해진다.  

전기 스포츠카가 히트 상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사실 필자는 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포르쉐가 아무리 전기차를 잘 만들었다고 하지만, 타이칸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1억이 넘어간다. 돈이 많다고 해도 가볍게 접근할 수는 없는 가격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타이칸이 이렇게 많이 팔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서울 시내에서 눈만 돌리면 보이고 마는 전기차가 되었다. 2021년에 1296대를 팔았다고 하니, 그 인기가 짐작이 가리라.

사실 운동 성능만 놓고 생각해보면 이렇게 잘 만든 전기차가 드물다. 급속 충전 기능에 고속 주행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2단 변속기, 짜릿한 가속 능력과 여기에 의연하게 따라와 주는 배터리 성능. 이 모든 것이 포르쉐 타이칸을 가리킨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구매 시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적어도 타이칸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려 사항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보다는 포르쉐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주행 성능이 우선일까.
어쨌든, 그 타이칸에 GTS가 추가됐다. 타이칸 터보보다 출력은 낮지만, 서스펜션을 GTS 전용으로 다듬고 GTS만의 상징인 검은색 장식을 넣어 멋을 부렸다. 포르쉐에서 GTS라고 하면 대부분 이런 세팅을 갖는데, 최강에 가까운 출력과 함께 일반도로와 서킷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짜릿함이 필요하다면 딱 어울리는 등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타이칸 GTS의 느낌은 과연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대답해주겠다.
BLACK MAGIC
포르쉐는 GTS 모델에서 붉은색을 잘 사용한다. 아마도 붉은색이 검은색의 장식, 그리고 휠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처음으로 그것을 느꼈던 게 718 박스터 GTS 모델인데, 그 뒤에 마칸 GTS에서도 그 느낌은 똑같이 전달됐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서 있는 타이칸 GTS도 마찬가지다. 마치 길고 납작하게 엎드린 것 같은 붉은색의 차체에 검은색의 휠과 장식이 들어가 있으니, 별다른 설명 없이도 스포츠카라는 것을 한 번에 납득할 수 있다.

본래 포르쉐는 GTS 모델에만 블랙 베젤 헤드램프를 사용했는데, 타이칸은 처음부터 블랙 베젤을 사용했으니 차이가 없다. 그래서인지 GTS는 헤드램프와 이어진 에어 인테이크의 너비를 확장했다. 측면 하단의 사이드 스커트도 2열 부분이 조금 더 돌출되었고, 여기에 GTS를 멋들어지게 새겼다. 포르쉐가 타이칸을 만들면서 검은색을 너무 많이 썼다고 생각했는데, GTS 모델은 확실히 다르게 보인다. 역시 포르쉐를 의심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만약 그래도 이 차가 일반 타이칸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불만이라면, 안으로 돌입하면 된다. GTS 특유의 붉은색 스티치와 검은색이 어우러지는 실내가 역동성을 크게 강조하기 때문이다. 아니, 그 전에 GTS 전용 버킷 시트에 앉은 후 GTS 전용 스티어링 휠을 손에 쥐는 것만으로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버킷 시트가 되면서 통풍 기능이 사라졌다는 정도? 뭐 성능을 위해서라면 조금 희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과 동시에 달리고 싶다는 마음에 흥분되는 것은 흔히 할 수 없는 경험이다. 그리고 포르쉐는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실내를 만드는 데 전문가다. 언뜻 보면 LCD 모니터가 많아서 하이테크의 느낌을 살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디자인과 소재 그리고 색상으로 짜릿함을 주는 실내가 완성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뒷좌석의 높이. 필자처럼 앉은키가 큰 성인은 뒷좌석에 편하게 앉기 힘들다. 이 차가 타이칸 GTS 스포츠 투리스모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구경은 어느 정도 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 시간이다. 포르쉐의 전통에 따라 왼쪽에 있는 시동키, 아니다. 전기차이니까 전원 버튼이라고 해야 한다. 어쨌든 누르면 자동차가 깨어난다. 사실은 키를 몸에 지니고 있다면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깨어난다. 선택지는 간단하다. 앞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뒤로 갈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 자리에 차를 세울 것인가. 이 부분만큼은 확실히 전기차의 조작 체계다.

터보 모델보다 최고출력이 낮다고는 해도, GTS는 여전히 일반도로에서는 무시무시한 가속 능력을 보여준다. 터무니없이 빠르다는 게 어떤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분명히 일반 타이칸 모델의 능력을 알고 있고 그것을 체험했음에도 그렇게 느낀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답은 의외로 금방 나왔다. GTS 모델 특유의 ‘인공 사운드’가 있기 때문이다. 구형 아우디 모델에서 들려오던 10기통 엔진의 미묘한 공명음 같은 게 타이칸 GTS에서 들려온다.
게다가 그 소리가 가속 페달을 밟는 깊이와 조화를 이룬다. 그 높낮이가 원체 뚜렷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2단 기어밖에 없지만 다단 기어를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어디까지나 변속 충격에 신경을 쓰지 않고 패들시프트가 없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새기고 있지 않을 때 이야기지만. 엔진음이나 배기음, 그리고 진동 같은 게 없는 전기차이지만 소리만으로 운전자에게 무의식적으로 역동적인 주행이라는 것을 주입하는 게 놀랍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엔진을 사용하는 파나메라와 비교를 한번 해 보자. 만약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이 레이스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파나메라보다는 타이칸 GTS가 훨씬 더 운전하기 쉽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전기차인 타이칸 GTS가 발진 그리고 주행 성능은 훨씬 좋다. 전기 모터의 특성상 저회전에서 높은 토크가 나오고 가속력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정도 이야기는 사실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타이칸 GTS, 그러니까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포르쉐의 장점은 또 하나 존재한다. 엔진과는 달리 가속 중의 토크 변동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터보차저가 발전해서 저회전에서 강력한 토크가 나오는 시대라고 해도, 엔진은 회전수에 따라 발휘하는 토크가 변하게 마련이다. 그게 왜 문제가 되는가 하니, 토크가 변하거나 그로 인해 자동차에 진동이 생기면 그 힘이 알게 모르게 타이어에 전달되면서 핸들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일찍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포르쉐는 일찍이 엔진을 발전에 사용하고 모터로 바퀴를 돌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다. 911을 통해 수평대향 엔진을 고집한 것도 엔진을 넣을 공간 부족이라는 핑계를 대고 사실은 이상한 진동이 없도록 만든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포르쉐는 ‘미래는 전기차에 있다’고 일찌감치 말해온 브랜드다. 그런 행보를 짚어볼수록 무서운 브랜드라고 느껴진다.
운전이 조금 둔하다 해도 타이칸 GTS의 무서움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속의 그 느낌뿐만이 아니라, 스티어링을 돌리고 코너를 돌아서 나갈 때도 엔진과는 다른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한 느낌이 바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도로를 주행하는 모두가 레이서가 아닌 이상,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이 느낌이 포르쉐가 스포츠카로 살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게다가 GTS 모델은 더 탄탄한 서스펜션 세팅으로 코너링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가.
그 짜릿한 매력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순간순간 짜릿하게 그리고 빠르게 달릴 때도 있었지만, 운전이 너무 편하다 보니 빠르게 달리는 것을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드라이브를 즐길 때가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 주행 거리에 비해 배터리는 그리 많이 쓰지 않았다. 미래는 어차피 전기차가 지배하게 되니 엔진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 해 왔지만, 타이칸 GTS라면 그냥 전기차에 종속되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타이칸이 왜 많이 팔리는지 이제 알 거 같다. 이 차는 포르쉐의 미래, 아니 현재다!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
PORSCHE TAYCAN GTS
길이×너비×높이  4965×1965×1380mm
휠베이스  2900mm
엔진형식 ​​전기모터
최고출력 ​​598ps
최대토크 ​​86.7kg·m
최대주행거리  317km
구동방식 ​​AWD
가격 ​​​​​​​​​1억80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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