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 기사입력 2017.09.07 15:44
  • 최종수정 2020.09.01 21:01
  • 기자명 모터매거진

THE VITAL COMPONENT OF POWER

인간의 발을 대신하는 자동차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순간 이동이 실현되지 않는 한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는데 자동차만큼 편리한 이동수단도 없을 것이다.

허나 동력이 없다면 자동차도 바퀴달린 고철덩어리에 불과할 터. 한낱 고철덩어리에게 ‘스스로 달리는 기계’라는 뜻을 가지게 한 자동차의 심장, 엔진이 궁금하다.

글 | 박지웅

어느 자동차를 얘기할 때 얼마나 잘 달릴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힘은 항상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제아무리 좋은 타이어를 신겨 놓아도 달리기가 성립되려면 힘, 즉 동력이 필요하다. 동력발생장치인 엔진이 자동차 구성요소 중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동력은 엔진에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자동차 마니아라면 기름을 태워 운동에너지를 얻는다는 원론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원리를 좀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공학도가 아닌 이상 엔진 블록 전체를 속속들이 알기란 쉽지 않다. 우선 엔진은 복잡한 기계 구조물이라는 선입견부터 버리고 접근해야 친해질 수 있다. 실질적으로 힘이 발생하는 곳의 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흔히 기통(氣筒)이라고 불리는 실린더의 내부 말이다.

가솔린 엔진을 예로 들어보면, 실린더 내부 상단에 흡기와 배기를 제어하는 밸브 기구가 달렸다. 그 사이 연료에 불을 붙여줄 점화플러그가 위치한다. 실린더 내부를 왕복운동하는 피스톤은 커넥팅로드를 통해 크랭크 샤프트에 물렸다.

# 4행정 사이클

일반적으로 승용차 엔진이 운동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은 흡입-압축-폭발-배기라는 체계적이고 정확한 4행정 사이클로 나뉜다. 압축-폭발만을 반복해 2배 가까운 출력을 내는 2행정 사이클 작동방식도 있지만 승용차 엔진기관에는 쓰이지 않는다.

흡기, 배기가 원활하지 못해 엔진 회전이 고르지 못하고 연비가 좋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다. 허나 여전히 2륜차와 대형 디젤 엔진에는 2행정 사이클 작동방식이 널리 쓰인다. 반면, 4행정 사이클 작동방식은 엔진 회전력이 안정적이고, 연료 효율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4행정 중 흡입 행정은 주사기를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주사기 겉통이 실린더라고 생각하면 밀대 끝 고무 패킹이 피스톤이다. 주사기 밀대를 뒤로 밀면 고무 패킹도 같이 딸려오면서 공기나 물을 빨아들인다. 같은 원리는 아니지만, 실린더 내부에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

피스톤이 상사점(실린더 내부에서 피스톤이 가장 높이 올라가는 위치)에 있을 때 흡입 행정은 시작하는데, 흡입 밸브가 열리는 동시에 피스톤이 내려가면서 내부 압력이 낮아져 연료와 공기가 섞인 혼합기가 내부에 찬다.

그대로 연소시키면 원하는 열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없다. 연료가 퍼진 면적이 넓어 불을 붙여도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려간 피스톤을 다시 올려 혼합기를 압축하면 얘기는 다르다. 연료입자가 다닥다닥 붙어있게 돼 일단 불이 붙으면 연쇄반응으로 큰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압축 행정에서는 하사점(실린더 내부에서 피스톤이 가장 낮게 내려가는 위치)을 터치한 피스톤이 크랭크 샤프트에 의해 다시 상사점으로 올라가 혼합기를 언제든 폭발하기 쉬운 상태로 압축한다.

이제까지 동력을 발생시키기 위한 준비 단계라면 폭발 행정은 동력 발생 자체다. 점화플러그에서 불꽃이 일어 압축한 혼합기를 연소시킨다. 이때 폭발로 인해 연소가스가 발생하고 이 연소가스와 연소하고 남은 공기는 열에 의해 팽창해 피스톤을 아래로 강하게 밀어낸다.

이 작용으로 크랭크 샤프트도 회전하면서 만든 운동에너지를 구동축에 전달하는 셈이다. 쉽게 말해 실린더 내부에서 화학에너지인 자동차 연료가 연소해 열에너지가 되고 피스톤 왕복운동이 크랭크축을 거쳐 회전 운동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폭발 행정 때 피스톤이 상사점을 터치하고 혼합기에 점화가 일어나는 공간을 일컬어 연소실이라고 한다. 이 조그마한 연소실 공간 하나에도 엔진 성능이 좌우된다. 연소실의 형상은 엔진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흡배기와 폭발 속도 등 엔진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브랜드 모두가 자신들이 만든 엔진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매우 이상적인 연소실을 설계하는 것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배기 행정은 폭발 행정으로 하강한 피스톤이 크랭크 샤프트에 의해 더 이상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자동으로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피스톤이 다시 밀려 올라올 때 배기 밸브가 열리고 배기가스는 배기 포트를 따라 밖으로 나간다.

폭발 직후 일어나는 행정이어서 배기가스는 보통 열과 폭발에 의한 소음을 수반한다. 허나 이는 머플러에 달린 소음기에서 적절하게 낮춘다.

# 실린더 배열에 따른 엔진 종류

V형 엔진

직렬 배치 형식이 진동과 소음에 강한 면이 있지만, 기통이 늘어나면 엔진이 지나치게 길어져 크기도 커진다. 크랭크 샤프트도 더는 길고 무거워진 엔진을 감당할 수 없다. 차체 무게 밸런스에도 애로사항이 있다. V형 배치 형태가 개발된 것도 이 때문이다.

V6 엔진을 예로 들면, 좌우에 실린더 3개씩을 ‘V’자로 배치했다. 실린더를 일렬로 늘어뜨린 I6보다 엔진 크기가 훨씬 줄었다. 8기통과 12기통 엔진이 이같이 V형으로 설계되는 것은 당연지사.

‘V’자 실린더 배치 각도, 즉 뱅크각을 넓히면 엔진 회전에 균형감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간 손실로 인한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한다.

W형 엔진

벤틀리 벤테이가, 부가티 시론, 그리고 예전 폭스바겐 페이튼. 이들 모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나같이 차 가격이 비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겁고 비싼 W형 엔진을 심장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W형 엔진은 V형 엔진 두 개를 실린더의 뱅크각을 조절해 붙인 형태다. 같은 12기통이라도 V12 엔진과 비교해 크기는 절반이다. 더 작은 공간에 12개의 실린더를 구겨 넣었기 때문에 구조가 복잡하다.

I형 엔진

직렬이란 뜻을 가진 영어 ‘in-line’의 앞 글자를 땄다. 직렬 4기통은 I4나 L4로 표기한다. 3기통부터 6기통까지 두루 쓰이는 실린더 배치 형식이다. 말 그대로 일렬로 실린더를 배치해 구조가 간단하고, 정비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피스톤이 같은 방향으로 운동하여 정숙성 또한 훌륭하다. 이 때문에 정숙성이 무기인 6기통 엔진도 직렬을 쓰는 경우가 있다.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은 부드러운 엔진 회전질감과 정숙성으로 ‘실키식스(Silky Six)’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수평대향 엔진(BOXER ENGINE)

차체 무게 밸런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자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는 수평대향 엔진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스톤이 상하운동이 아닌 좌우로 뻗는 왕복운동이 복싱선수가 운동하는 모습처럼 비춰져 복서(Boxer) 엔진이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수평대향 엔진을 쓰는 완성차 브랜드로는 독일 포르쉐와 일본 스바루가 전부다. 실린더 배치 형태로 인해 무게중심이 낮아 코너링이 안정적이고, 피스톤 운동 방향이 진동과 소음 감소에 유리하다.

로터리 엔진(ROTARY ENGINE)

실린더와 피스톤 개념 자체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개념의 엔진도 있다. 피스톤의 왕복운동이란 것이 없기 때문에 크랭크 샤프트 또한 필요 없다. 엔진 내부 폭발력으로 로터가 돌아 회전하는 운동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아 구동축을 돌린다.

이 때문에 로터리 엔진이라고 부른다. 엔진 크기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로터가 시간이 지나면서 마모되면 틈새가 발생해 연료나 배기가스가 새어나올 수 있는 실링(Sealing) 문제가 있어 일본 마쓰다 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엔진 종류이다.

# 실린더 개수에 따른 엔진 종류

자동차 엔진은 차급에 따라 실린더(기통) 개수를 달리한다. 앞서 말한 4행정 시스템을 통해 실린더 하나가 가지는 운동에너지가 있으나 막연히 실린더 개수만 늘린다고 출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1기통에 할당된 배기량의 최대효율은 0.5ℓ정도.

출력을 높이려면 기통 개수를 늘릴 때 배기량도 같이 올려야한다. 흔히 일반 승용 자동차에 쓰이는 4기통이 2.0ℓ, 6기통이 3.0ℓ 전후의 배기량을 가진 것이 이런 이유다.

3기통

이 멋쟁이도 3기통 엔진을 쓴다

기통 수가 적은만큼 강한 출력은 내지 못해 보통 1ℓ 이하 경차에 많이 쓰였던 엔진이다. 엔진 다운사이징 시대가 와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환경 문제도 건들지 않고 연료 효율성까지 제고한 효자 엔진으로 3기통 엔진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

과급기의 힘을 빌리면 힘도 이제 6기통 엔진 부럽지 않을 출력도 얻는다. 대표적인 예로 BMW i8에 탑재된 3기통 트윈터보 엔진은 무려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7kg·m의 힘을 발휘한다.

4기통

전 라인업에 4기통 엔진을 쓰는 볼보

작고 무게가 가벼워 자동차용으로 가장 많이 쓰는 엔진 타입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델 중 80% 이상이 4기통 엔진을 탑재했을 만큼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고성능 자동차까지 4기통 2ℓ급 엔진을 쓰는 경우가 늘어 가히 4기통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1실린더 당 배기량 최대효율을 0.5ℓ로 보고 있어 2ℓ 배기량이 주를 이루나 현대 기술의 발전으로 2.4ℓ급까지 4기통을 쓰고 있다.

5기통

이제 5기통 엔진 대표 사용자는 아우디다

4기통 엔진은 시끄럽지만 엔진룸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6기통 엔진은 크지만 조용하고 강한 힘을 지녔다. 이들 각각의 장점만 뽑아 만든 5기통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가 1974년 처음 만들어 보였다. 2년 뒤에는 아우디가, 그 뒤를 볼보가 뒤따랐다.

특히 볼보는 전 라인업에 5기통 엔진을 적용할 정도였다. 5기통이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4기통의 약진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4기통도 이제 5기통 못지않은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설계가 쉬워 제조단가도 더 낮다. 가성비가 좋은 4기통을 놔두고 굳이 5기통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6기통

외계인이 만든 6기통 엔진을 올렸다

엔진 회전 질감과 정숙성이 뛰어나 4기통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자동차 엔진이다. 2ℓ급 자동차에서도 6기통을 쓰는 모델을 더러 볼 수 있는데, 6기통이라고 당연히 힘까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린더 개수는 출력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에 힘 좋은 6기통 모델을 원할 경우 배기량이 높은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6기통 엔진은 사용하는 부품도 많아 엔진이 크고 무겁다. 생산단가까지 높아 보통 고급차에 쓰인다.

8기통

평소엔 4기통은 쉬게 하는 8기통 엔진을 지녔다

모터스포츠의 최고봉 F1이 채택한 엔진 타입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8기통은 엔진의 왕이라고도 불린다. 8개의 실린더와 고배기량의 조화가 선사하는 것은 비단 출력만이 아니다. 풍부한 엔진 사운드가 귀를 즐겁게 한다.

연료 효율이 최대 약점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정속주행 시에는 8기통 중 4기통만 활성화시키는 실린더 휴지 기술 등 8기통 엔진의 경제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실린더 휴지 기술은 점차 입지가 좁아지는 다기통, 고배기량 엔진의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10기통

우라칸 배기사운드는 한번 들으면 헤어나올 수 없다

실린더가 10개인 엔진이다. 배기소리로만 우열을 가린다면 10기통이 8기통보다 한수 위다. 우리가 잘 아는 BMW와 포르쉐 10기통 엔진을 얹은 모델이 있었다. 현재 람보르기니 우라칸에도 올라가는 10기통 엔진을 폭스바겐 계열사가 애용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토요타도 렉서스 LFA에 10기통 엔진을 올린 이력이 있다. 실린더가 늘어나면 엔진 부속에 의한 저항이 높아져 설계가 까다롭고 비용도 훨씬 추가돼 많은 제조사가 개발을 꺼린다. 10기통 엔진 개발보다는 8기통 엔진에 터보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12기통

12기통 엔진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페라리

배기량이 6ℓ를 넘어서는 초고성능 자동차가 보통 12기통 엔진을 지닌다. 16기통 엔진이 있기는 하지만, 상징적인 면이 크기 때문에 완성차 브랜드 플래그십에 올라가는 엔진은 12기통이 대부분이다.

자동차 마니아는 12기통 엔진이 지나치게 기름을 많이 먹고, 엄청난 배기가스를 뿜어댄다는 단점을 문제 삼진 않는다. 12기통 모델이 출시될 때면 그들의 심장을 얼마나 뜨겁게 달굴 수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