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탑, 쌍용 토레스

  • 기사입력 2022.09.11 07:57
  • 기자명 모터매거진

그냥 한 대의 SUV가 아니다. 쌍용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견고한 탑이다. 

쌍용차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바이러스로 인해 과거 모기업이었던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포기하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쌍용차가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크다. 매끈한 도심형 디자인으로 개선도 해 보고 편의사양도 투입했지만, 사실 고객이 쌍용차에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저 ‘쌍용차가 SUV를 잘 만든다’는 그 말답게, 본질로 돌아간 SUV를 만들기를 원했던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쌍용차가 드디어 들은 것일까. 어려운 시기에도 신차를 만들어가면서 쌍용차가 내세운 것은 디자인 그리고 패키지다. 고객들의 의견과 과거의 실패를 돌아보며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 ‘Powered by Toughness’를 만들었다. 과거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길을 달리던 SUV가 필요에 따라 도심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조금씩 잃어버리게 된 ‘각을 세운 남성미’를 이 시대에 다시 살려낸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타자가 바로 지금 보고 있는 ‘토레스’다.
푸르른 거대한 탑
토레스의 이름은 남미 칠레에 있는 아름다운 국립공원,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가져왔다. 화강암으로 된 세 개의 봉우리가 있는 곳인데, ‘토레스’는 스페인어로 ‘탑’을, ‘파이네’는 원주민 언어로 ‘파란색’을 의미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푸르른 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크기가 있다 보니 ‘푸르른 거대한 탑’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보면 하얀 절벽과 검은 지붕의 형상이 국립공원의 호수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일까. 토레스를 보면 꽤 놀라게 된다. 특히 전면에서 그런 인상을 받는데, 마치 성벽을 보는 것 같은 견고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성벽의 상단에서 착안해 만들었다는 그릴은 거의 수직으로 선 형태의 전면과 맞물려 남성미를 자연스럽게 강조한다. 쌍용의 엠블럼이 없고 그릴 왼쪽 하단에 토레스의 레터링이 새겨진 것도 특이한데, 오히려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엠블럼이 들어갔다면, 오히려 어색한 전면이 되었을 것이다.
헤드램프 하단을 감싸는 LED 주간주행등 겸 방향지시등은 ‘북두칠성’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을 담은 것일까. 만약 토레스와 함께 캠핑을 떠난다면, 밤에 모닥불을 피운 뒤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북두칠성을 찾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자연을 찾아 꽤 깊이 들어가야 하는 것은 필수. 험로도 갈 수 있도록 휠 아치를 사각형으로 다듬은 게 눈에 띈다. 코란도의 휠 아치를 현대적으로 갖고 왔다고.

측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휠 아치의 형태만이 아니다. 쿠페 형태로 뒤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지붕이 많아지는 시대에, 토레스는 C필러 부근에서 정점을 찍는 지붕을 가졌다. 다른 차라면 이상하게 보였겠지만, 각을 세워 남성미를 자랑하는 토레스는 이 모습이 더 자연스럽다. 그리고 실용적이면서 편한 실내가 완성된다. 그 뒤로 있는 유리창은 그냥 놔두지 않고 액세서리를 달 수 있도록 했다. 캠핑용으로 작은 물품들을 적재할 때 유용할 것이다.
후면 역시 남성미를 살리고 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스페어타이어의 형상을 한 육각형으로 돌출된 장식이다. 정통 SUV처럼 후면에 진짜 스페어타이어를 달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테일게이트를 위로 열 수 없게 된다. 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 바로 이 장식으로, SUV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테일램프는 시인성이 꽤 좋으며, 브레이크를 밟으면 태극기의 ‘건곤감리’ 중 ‘이’에 해당하는 불빛이 들어온다.

남성미 넘치는 외형을 보고 있다가 실내로 들어오면, 약간의 혼동이 온다. 어느 곳 하나 모난 것 없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돌출된 곳 없이 수평으로 다듬어진 대시보드가 큰 역할을 한다. 사각이 없는 시원한 시야를 만들기 위한 것인데, 계기판도 돌출되지 않는 게 신기하다. HUD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다행히 계기판을 보는 데 있어 무리는 없다. 시야 확보를 위해서인지 스티어링 휠도 원형보다는 사각형에 가깝게 다듬어져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과 하단은 디지털 패널이 차지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화면이 크고 선명해서 눈에 한 번에 들어오는 것이 특징이다.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게 아쉽지만, 휴대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하고 음악을 들으면 될 일이다. 에어컨과 주행모드도 하단의 디지털 패널로 조작하는데, 다행히 메뉴가 헛갈릴 일은 없다. 단, 조작 시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으니 되도록 정지 시 웬만한 기능을 조작해 두기를 권하고 싶다.

그런 것보다 인상적이면서 반가운 것은 느껴지는 실내의 크기이다. 수치만 보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은데, 막상 앉아보면 1열도 2열도 꽤 넉넉하게 느껴진다. 시트의 착좌감이 꽤 우수하고 무엇보다 머리 공간이 넉넉하게 마련된 것이 마음에 든다. 다른 사람들보다 앉은키가 큰 필자도 만족하면서 탑승할 수 있다. 게다가 트렁크도 은근히 넓어서, 가족끼리 캠핑을 즐기는 데는 최적의 자동차가 될 것 같다.
무난한 실력, 그거 하나로 충분하다
쌍용차는 앞으로 디젤 엔진을 새로 탑재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토레스에는 1.5ℓ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이 탑재된다. 고객들이 SUV에 기대하는 것이 출력보다는 높은 토크인데, 토레스의 엔진은 28.6kg·m을 발휘해 제법 강력하다고. 이 힘은 6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에 전달된다. 시동을 걸어보면 의외로 엔진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아 놀란다. 물론 회전을 높이면 덩달아 소리도 커지지만, 적어도 도심에서는 그 정도로 회전시킬 일은 없을 것 같다.

토레스는 잘 달리는 스포츠카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SUV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인상적인 것은 다른 자동차들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6단만 있다 보니 추월하려고 하면 엔진 회전을 높여야 하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3000회전 이상 올릴 일이 거의 없다. 출발 시 가속 성능이 개선되고 실 운행구간에서의 성능도 조금 높였다고 하는데, 그 효과가 그대로 나오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차체가 꽤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SUV답게 최저지상고가 꽤 높은데도 불구하고(195mm) 고속 주행 중에도 안정적으로 차선 변경이나 긴급 제동이 가능하다. 낮게 깔려서 주행하는 수준은 아니어도 떠오를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 가족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통해 이동하는 데 있어 저항감은 없을 것이다. 신경을 거스를 정도로 들어오는 소음도 없어서, 라디오나 음악을 듣는 데 있어 문제가 거의 없다. 작은 목소리로 대화도 가능하다.

사륜구동 SUV 모델인 만큼 오프로드도 살짝 즐겨봤다. 바위를 타고 넘거나 쓰러진 거대한 나무를 극복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한적한 캠핑 장소를 찾기에는 무리가 없을 주행 실력이다. SUV를 꾸준히 만들어 온 쌍용차답게 사륜구동 록(Lock) 모드도 준비되어 있다. 터치로 선택해야 한다는 게 감성적으로는 이해가 조금 어려울 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ADAS 기능도 있어, 가족을 태우고 장거리 주행을 즐겨도 피로가 적을 것이다.
토레스는 많은 기대를 품게 한다. 남성미를 강조한 외형이지만 다루기 쉽고, 도심에서, 그리고 교외에서 무난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토레스를 운전할 때는 아마도 초보 운전자와 숙련된 운전자의 차이가 거의 없을 것 같다. 디자인을 중시하면서 다루기 쉬운 차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좋은 자동차일 것이다. 게다가 경쟁 차종을 생각하면 가격도 꽤 합리적인 편이다. 그래서인지 토레스를 시승하는 동안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중에는 계약을 결심한 이들도 있으리라.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700×1890×1720mm  |  휠베이스  2680mm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 1497cc  |  최고출력  ​​170ps
최대토크  28.6kg·m  |  변속기  6단 자동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10.2km/ℓ  |  가격  362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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