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에서 괜찮을까?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

  • 기사입력 2022.09.08 09:49
  • 기자명 모터매거진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가 결국 한국 땅을 밟았다.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모델로 호기롭게 등장했던 만큼 입맛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에겐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는 몇 가지 별명이 있다. 그중에서 ‘왜건의 무덤’ 혹은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별명은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도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만큼 유명한 별명이다. 현대자동차는 이전에도 i40, i30 CW, 나아가 더 오래전에는 아반떼 투어링 등 왜건 모델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이제는 제네시스 브랜드로 출시한 G70 슈팅 브레이크가 그 뒤를 잇게 됐다.

슈팅 브레이크는 유럽 귀족들이 사냥을 떠날 때 사용하던 운송 수단을 일컫는 이름이다. 수렵을 위한 장비와 사냥개를 싣고 다니던 것이다. 특히 영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슈팅 브레이크는 재규어와 애스턴마틴 등의 브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실 정확히 따지고 들면 슈팅 브레이크도 이론적인 분류는 왜건에 속한다. 이 왜건은 브랜드마다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BMW는 투어링, 아우디는 아반트, 볼보는 크로스컨트리, 메르세데스-벤츠는 에스테이트 혹은 슈팅 브레이크를 사용한다.

제네시스 G70 슈팅 브레이크는 본래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모델이다. 그러한 장르가 인기 있는 유럽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며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한 모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과연 한국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어떨지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전반적인 디자인 요소 자체는 현행 G70와 대부분 동일하다. 심지어 길이, 너비, 높이, 휠베이스도 전혀 달라진 점이 없다.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의 헤드램프는 이제 눈에 제법 익숙해진 요소다.

측면과 후면에서 느껴지는 것은 실루엣의 차이, 그리고 플로팅 타입의 리어 스포일러다. 루프라인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완만하게 떨어지는 라인을 구성했으며 스포일러를 통해 날렵함을 살짝 더했다. 결과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라인을 완성했는데, 과장되는 모습이 없어 마음에 든다.
테일램프는 살짝 변화를 거쳤다. 정확히 말하면 트렁크 리드 좌우에 작은 램프가 두 개씩 추가됐다. 기존 G70 세단에서 리어 램프가 툭 끊기는, 혹은 트렁크 리드에 의해 덮인 듯한 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슈팅 브레이크의 이러한 변화로 인해 한결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머플러 팁은 트림에 따라 다르다. 시승차는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되어 좌우 타원형의 머플러 팁을 가지고 있다. 일반 모델은 우측에 듀얼 머플러 팁이 적용된다.

스포츠 패키지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인상의 변화를 제공한다. 앞서 말한 머플러 팁과 함께 전용 19인치 다크 스퍼터링 휠과 다크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 등 소소하고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또한 후륜구동 모델은 LSD가 장착되며 검은색으로 칠한 브렘보 모노블록 캘리퍼가 적용된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올시즌 타이어가 신겨져 있다. 스포츠 패키지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어딘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G70 세단과 차이는 없다. 다만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인테리어는 익스테리어와 마찬가지로 스포티함을 강조하기 위해 애썼다. 부드러운 나파 가죽과 곳곳에 사용된 붉은색 바늘땀이 대표적이다. 시각적인 효과가 뛰어난 편이라 만족스럽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분명 잘 만들어졌다. 처음 출시된 2017년 이후 지금까지 디스플레이와 계기판을 제외하면 변경된 것이 거의 없지만 보기 좋은 디자인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시간이 지난 만큼 살짝 구형의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열의 레그룸은 여전히 비좁은데, 헤드룸은 오히려 조금 더 확보됐다. 세단 모델에 비하면 더 나은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적재 용량은 세단 대비 40% 커진 465ℓ이며 2열 시트를 접으면 1535ℓ까지 확대된다. 풀 플랫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누워서 쉬기에는 딱히 불편함이 없다. 이 정도 변화만으로도 세단 대신 슈팅 브레이크를 살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ℓ 터보 가솔린 한 가지로 구성된다.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되며 최고출력 252마력과 36.0kg∙m의 최대토크를 뒷바퀴 혹은 네 바퀴로 전달한다. 스포츠 패키지는 여기에 3마력을 더 얹어주어 최고출력이 255마력으로 높아진다. 3.3ℓ 터보 가솔린은 투입되지 않는다. 고성능 스포츠 왜건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분명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차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먼저 매끄러운 엔진의 반응이 느껴진다. 고요하고 부드러운 회전 질감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러면서 차를 경쾌하게 이끌어 나가는 감각 역시 기분 좋게 다가온다. 이중접합 차음유리와 흡차음재를 확대 적용해 고요한 실내를 구성하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약간의 터보 랙이 느껴진 뒤 경쾌한 가속을 이어간다. 약간의 스쿼트 현상이 있지만 크게 이질감이 드는 요소는 아니다. 변속기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제 역할을 매끄럽고 충실하게 해낸다. 또한 속력을 높일수록 바닥으로 점점 달라붙는 고속 안정성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이때 스피커에서 들리는 가상 엔진음은 생각보다 박력 있는 편이라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게다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 등으로 운전자 편의성을 챙겼다. 특히 차선의 중앙과 앞차와의 간격을 자연스레 조절하는 능력은 어느 프리미엄 브랜드와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으로 구성된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감쇠력과 스티어링 휠의 무게가 변화한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니지만 각 주행 모드의 목적에 맞는 감각을 전달해주는 것은 확실하다. 또한 스포츠 및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시트가 몸에 맞추어 단단히 조여지면서 감성적인 부분까지 확실히 챙겼다.

와인딩 로드에 진입하면 이 차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헤엄치는 솜씨가 기대 이상이다. 시승 행사에서는 후륜구동 모델을 운전했고, 이번에 촬영한 모델은 사륜구동이다. 즉 두 가지 구동방식을 모두 경험해 보았다. 후륜구동과 사륜구동 모델은 차의 앞머리에서 느껴지는 무게가 다르다. 확실히 후륜구동 모델의 앞머리가 더 가볍고, 코너의 안쪽으로 가볍게 치고 들어가는 맛이 있다.
두 모델 모두 스티어링 성향은 분명 약한 언더스티어지만, 후륜구동 모델은 이따금 뒤꽁무니가 슬쩍 흐르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예측과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미가 느껴지는 요소다. 뒤꽁무니가 살짝 흐를 때 카운터 스티어를 가볍게 주어도 금방 자세를 바로잡는다. 혹시나 더 무리하더라도 자세제어장치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운전자를 진정시킨다. 반면 사륜구동 모델은 이와 같은 미끄러짐을 억제하는 모습이다. 언더스티어의 농도도 후륜구동 모델에 비해 더욱 짙다. 다만 운전자가 의도한다면 사륜구동 모델 역시 뒤를 가볍게 툭툭 날리고 다시 바로잡을 수 있어 펀 드라이빙을 해치지 않는다. 스포츠 드라이빙이 서툴더라도 안심하고 차를 몰아붙일 수 있을 만한 안정감이다.

스포츠 패키지에 적용된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은 무척 만족스럽다. 답력이 살짝 예민한 편이지만 일상 영역에서 편안함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시작하면 믿음직한 제동 능력을 보여준다. 와인딩 코스에서 강한 제동을 연거푸 걸어도 쉽게 지치지 않고 원하는 만큼의 제동 능력을 확보했다. 또한 브레이크 스티어 현상을 잘 잡았으며 코너링 중 제동을 걸어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럼 이제 가격표를 훑어볼 차례. G70 슈팅 브레이크의 가격은 4390만원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옵션을 추가하다 보면 예상 가격이 무섭게 오르기 시작한다. 흔히 말하는 ‘풀옵션’의 가격은 6000만원을 바라본다. 이 장르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볼 수 있는 BMW 3시리즈 투어링을 가지고도 남는 가격이다. 혹은 볼보의 V60 크로스컨트리 역시 비슷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옵션만 다시 구성해보아도 5000만원이 살짝 넘는다. 실제로 구매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수입차라는 선택지가 충분히 고민될 만한 가격이다. 대신 G70 세단 구입을 고민하던 이들에겐 충분히 더 나은 대안으로 권할 수 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장르는 여전히 한국 사람들에게 낯설고 어색하다. 그러나 세단과 SUV의 장점을 모은 장르라는 것은 분명하다. 넉넉한 짐 공간은 필요하지만 SUV처럼 높고 뚱뚱한 차가 싫을 수도 있다. 게다가 운전의 재미 역시 잃고 싶지 않은 이들에겐 적극적으로 권할 만하다. 세단과 SUV들 사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덤이다.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685×1850×1400mm  |  휠베이스  2835mm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  배기량 ​​​ 1998cc  |  최고출력  ​​255ps
최대토크  36.0kg·m  |  변속기  자동 8단  |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9.6km/ℓ  |  가격  5910만원(시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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