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GANT STREET, 마세라티 기블리 프라그먼트 스페셜 에디션

  • 기사입력 2022.09.02 08:19
  • 기자명 모터매거진

파격적인 만남은 언제나 환영이다. 전제는 그 둘의 클래스가 높아야 한다는 것.

기블리의 새로운 에디션 모델이 등장했다. 정확한 명은 프라그먼트(Fragment) 스페셜 에디션이다. 간단하게 프라그먼트에 대해 설명하자면 스트리트 패션의 거장 후지와라 히로시(Fujiwara Hiroshi)가 설립한 디자인 브랜드다. 후지와라 히로시는 10여 개의 앨범을 발매한 힙합 DJ 출신으로 스트리트 패션을 문화로 형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90년대부터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 패션을 접목했다. 그의 이름이 세상에 크게 알려진 계기는 나이키와 협업이다. 팅커 햇필드(Tinker Hatfield), 마크 파커(Mark Parker)와 함께 HTM 시리즈를 선보였다. 에어포스 1과 삭 다트, 그리고 플라이니트 3종을 완성했는데 고급 소재와 최신 기술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그는 프라그먼트 브랜드로 나이키와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내놨다. 조던 1과 조던 3, 와플레이서를 프라그먼트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나이키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브랜드 루이비통, 불가리, 로로피아나, 그리고 태그호이어 등과도 손을 잡았다. 스트리트 패션을 럭셔리 브랜드에 접목해 클래식한 명품의 또 다른 모습을 꺼냈다. 이런 신선함으로 많은 영 앤 리치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프라그먼트의 번개 로고가 달리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이 인기의 방증이다. 여하튼 자동차 이야기를 담는 본지에서 왜 이렇게 서론이 길었냐고? 이 프라그먼트가 이번에는 자동차에 번개로고를 붙였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바로 마세라티 기블리다. 어쩌면 프라그먼트가 즐겨 사용하는 공식에 딱 맞게 대입되는 대상일지도 모른다. 마세라티는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니까.
그럼 프라그먼트 손길을 거친 마세라티 기블리를 만나보자. 얼굴부터 다르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프런트 범퍼의 그릴 모두를 크롬으로 채웠다. 그리고 오른쪽 하단에 프라그먼트라 적어 놨다. 벤틀리의 것이 연상되지 않는다. 기블리 디자인에 크롬은 아주 낯설다. 그런데도 어색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기블리가 출시한 지 꽤 시간이 흘러 디자인에 대한 임팩트가 떨어지는데 그릴만 바꾼 것만으로도 인상이 달라져 마음에 든다.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프라그먼트 에디션은 외장 색상이 블랙(오페라네라 : Operanera)과 화이트(오페라비앙카 : Operabianca) 이 두 가지 색만이 존재한다. 시승차는 블랙이라 그릴이 크롬으로 되어 있는 것이고 화이트 차체 색상에는 블랙 컬러의 그릴이 달린다. 개인적으로 블랙 차체 색상에 크롬 그릴 조합이 훨씬 더 근사해 보이고 이 에디션을 티 낼 수 있어 좋다.
에디션 모델은 에디션을 알리는 징표를 찾는 재미가 있다. 먼저 프런트 범퍼 하단부터 시작해 리어 범퍼 상단까지 사선으로 이어져 있다. 그 안은 무광 블랙으로 채웠다. 차체 색상은 유광인데 하단이 무광으로 포인트를 준 것이다. 이 기교는 화이트 색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프런트 펜더 에어덕트 아래에는 옷 상표에서 본 듯한 알파벳과 숫자가 붙어있다. M157110519FRG라 쓰여 있다. 앞의 M157은 기블리 섀시 코드이고 110519는 후지와라 히로시와 마세라티가 처음으로 만난 날이다. 마지막 FRG는 프라그먼트의 약어다. 알고 보면 별거 아니지만 괜히 그럴싸해 보인다. 자칫 튜닝카처럼 스티커를 붙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 위험한 날라리티는 잘 죽였다. 또한 마세라티의 상징인 C필러에 배지도 프라그먼트 것으로 교체했다. 신의 삼지창으로 세상을 얼마나 세게 내려쳤는지 번개가 친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가자. 프라그먼트 스페셜 에디션이라 프리미엄 가죽과 알칸타라 소재에 은색 스티칭을 박은 게 특징이다. 헤드레스트에는 프라그먼트 로고 대신 마세라티 로고가 자수로 놓였다. 안전벨트는 다크 블루 컬러다. 그 외에는 노멀 기블리와 다른 점이 없다. 이번 촬영 때 프라그먼트 에디션만의 장점은 아니고 기블리의 장점을 발견했다. 바로 센터 콘솔이다. 콘솔 안으로 송풍구가 마련되어 있다. 그 때문에 에어컨을 켜면 콘솔 안도 시원하다. 이 덕분에 촬영 내내 시원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런 거에 혹하는 이들이 많다. 나를 포함해서…. 뒷좌석은 건장한 성인 남성이 앉아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진 않지만 못 탈 정도는 아니다.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아이들은 여유롭게 탈 수 있다.
그만 구경하고 이제 달려보자. 프라그먼트 에디션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4기통 2.0ℓ 터보 엔진에 전기모터를 달아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힘을 생산한다. ZF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를 굴리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7초다. 최고시속은 255km. 수치만 놓고 보면 4기통 엔진이라 해도 아쉽지 않다. 실제로 달려봐도 아쉽지 않았다. 터빈이 트윈 스크롤 타입은 아니지만 전기모터가 달려 있으니 지체 없이 가속되기에 답답하지 않다. 변속기 반응도 빠르고 다운시프트에 적극적인 태도로 인해 파워 유닛의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 추월하기도 쉽고 고속에서도 힘이 달리지 않는다. 여기에 고속 안정감도 준수해 마음 놓고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코너링 성능은 어떨까? 잊고 살았지만 마세라티는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다. 코너를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다. 코너링 성향은 약간의 언더스티어다. 다행히 이상적인 라인을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고 스로틀 개폐량만으로도 라인 수정이 가능하다. 혹은 진입 속도만 적당하게 맞추면 탈출 가속은 일찍 가져갈 수 있다. 후륜구동이지만 앞뒤 트랙션이 끈적해 주행안정화장치를 꺼도 다루기 수월하다. 파워슬라이드를 쉽게 만들 수는 없지만 뒤가 미끄러지더라도 그 리듬이 느긋해 카운터스티어 박자를 단박에 잡을 수 있다. 복합코너에서도 어리둥절하지 않는다. 섀시가 엉키지 않고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온다.
브레이크 시스템 퍼포먼스는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압도한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도 잘 잡았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게다가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는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과 스트로크는 일반적인 차들과 똑같다.       
시승은 끝났다. 이 차의 매력은 한정판이라는 것이다. 프라그먼트 에디션은 175대 한정판이며 국내에는 오페라비앙카 5대, 오페라네라 10대만이 수입, 그리고 판매된다. 그리고 최고의 브랜드끼리 컬래버레이션은 지나칠 수가 없다. 프라그먼트 스페셜 에디션은 마세라티 기블리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의 기블리가 벨루티 구두가 어울렸다면 프라그먼트 에디션은 나이키 스니커즈가 어울린다. 럭셔리 스트리트 패션 문화에 기블리가 입장했다.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4970×1945×1485mm휠베이스  3000mm  |  엔진형식  I4 터보 + 전기모터, 가솔린배기량 ​​​ 1995cc  |  최고출력  ​​330ps최대토크  45.9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RWD  |  연비  ​​​​​​8.9km/ℓ  |  가격  ​​​​​​1억62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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