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4기통 펀카 3대

  • 기사입력 2022.09.01 10:29
  • 기자명 모터매거진

MERCEDES-AMG CLA 45 S 4MATIC+ 

& MINI COOPER CONVERTIBLE JCW 

& TOYOTA GR 86

이것이 본지 34주년 창간호 특집이다. 3대를 모았다. 4기통 모델로만···. 34라는 숫자에 억지로 끼워 넣은 티 내지 않기 위해 기왕이면 나름의 공식을 세웠다. 4기통 모델 중에서 구동방식을 전륜, 후륜, 그리고 사륜으로 나눠 그 구동방식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모델을 호출했다. 모으다 보니 변속기가 전부 다르다. 이 기획을 통해 가장 대중적인 토크 컨버터 타입, 성능이 보장되는 듀얼 클러치, 마지막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수동변속기까지 다양하게 대리 경험할 수 있다. 게다가 국적도 다르다. 영국, 독일, 일본에서 건너온 작은 심장이지만 강심장인 3대다. 여기 숨 쉬는 이 시간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많은 기쁨과 한숨들이 뒤섞인 이곳에서 3! 4! 지금부터 그들을 만나보자. 

LITTLE GANG

4기통 특집에서 AMG가 빠질 수 없다. 원래 AMG는 8기통이고 8기통은 AMG라는 등식이 있었다. 임팩트는 오히려 4기통에서 왔다. 등장과 동시에 모두가 얕잡아 봤던 1세대 A45는 보란 듯이 강력한 퍼포먼스를 증명했다. 4기통 엔진으로 낼 수 없는 힘을 보여줬다. 그동안 그 정도 출력을 내는 튜닝카는 많았지만 A45는 튜닝카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가 선보인 양산차다. 이제 더욱 강해진 2세대 A45가 있다. 개인적으로 A45의 팬이라 이번 기획에서도 당연히 A45를 부르려 했다. 하지만 여건상 CLA45 S 4MATIC+(이하 CLA45)가 대신 출전했다. 어찌 되었건 좋다. 뒤가 해치백이냐 세단이냐만 다르지 나머지는 같으니 상관없다.

디자인 완성도는 높다. 형 격인 CLS의 축소판인데 작은 메르세데스라고 놀림 받을 외모가 아니다. 오히려 CLS보다 단단해 보여 매력적이다. 비율도 전륜구동 베이스 플랫폼을 사용한 것 치고는 준수하다. 실제로 프런트 오버행이 길지만 범퍼의 가장자리를 잘 말아 입을 삐죽하고 내민 것 같지 않다. 하이라이트는 루프 라인이다. 쿠페 스타일로 A필러부터 트렁크 리드로 떨어지는 라인이 우아하다. 여기에 벨트 라인을 올리면서 그린하우스의 면적을 줄여 스포티한 맛도 있다. 휠은 19인치로 큼지막해 차를 더욱 다부져 보이게 만든다. 바퀴 안은 거대한 브레이크 캘리퍼로 채워져 있는데 모노블록 타입이다. 보기만 해도 잘 세울 것 같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실내로 입장한다. 역시 인테리어는 메르세데스가 최고다. 굳이 S클래스가 아니더라도 그 클래스는 변하지 않는다. 센터페시아에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올려놓고 메르세데스 스타일로 잘 꾸몄다. 원형 송풍구 여러 개를 놓고 버튼을 최소화하면 메르세데스 스타일이 완성된다. 깔끔하게 정리해 놨지만 휑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메르세데스 인테리어의 특징이기도 하다. 시트는 헤드레스트 일체형 타입인데 디자인과 성능은 좋지만 그리 편하지 않다. 목을 편하게 두려면 등받이 각도로만 조절을 해야 하기에 딱 마음에 맞는 자세를 찾기가 어렵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앉기에 그리 넉넉하지 않다. 헤드룸과 레그룸이 빠듯해 장거리 이동은 권하지 않지만 여성이나 아이들을 태우기에는 충분하다.  

달리라고 만든 차다. 그렇다면 달려야지.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작지만 강한 파워 유닛을 깨운다.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이 무려 421마력, 최대토크는 51.0kg·m의 괴력을 생산한다. 이 힘은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를 굴리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4.0초다. 과연 실제로도 제원만큼의 실력을 보여줄까?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아 본다. 역시 빠르다. 큰 터빈을 가지고 있지만 트윈 스크롤 초반부터 두툼한 토크가 터져 나와 순발력까지 갖췄다. 과급기가 아닌 고배기량 차를 몰고 있는 것 같다. 이 파워는 고속에서도 지치지 않는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가속에 가속을 가해도 힘은 남아돈다. 배기량이 깡패라는 말이 있는데 얘는 작은 크기의 엔진으로도 깡패가 되었다.
고속안정감도 훌륭하다. 속도가 점점 올라갈수록 차체가 노면으로 깔려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계속 밟을 수 있다. 적당히 단단하게 조인 하체가 빛나는 순간이다. 지나치게 긴장된 하체는 오히려 트랙션에서 손해를 보는데 메르세데스는 적당선을 잘 지켰다. 하체 세팅을 기가 막히게 한 덕은 코너의 재미로 이어진다. 차체 크기에 비해 몸무게가 가볍지 않은데 코너링이 산뜻하다. 하체 하드웨어 구성과 영리한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마음껏 스티어링 휠을 휘감아도 된다.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지만 사륜구동 모델치고는 그 농도가 진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전륜구동은 앞이 무겁고 뒷바퀴에 구동력이 없기에 리어 트랙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CLA45는 뒤가 잘 따라온다. 스티어링 피드백이 빠르고 뒷바퀴의 박자도 앞바퀴와 맞으니 차가 무겁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출력과 섀시를 커버하기에 충분하다. 브레이크스티어 혹은 노즈다이브 현상을 잘 잡았다.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코너를 돌면서 속도를 줄여도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는 점이다. 제동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다. 또한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과 스트로크 모두 보통 차 수준이라 다루기 편하다.
CLA45는 4기통이라 얕잡아 보면 큰 코 다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녀석이다. 4기통인데 8000만원을 넘는 가격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타보면 바로 납득이 갈 것이다. 그 가격 이상의 파워를 보여준다. 여기에 작은 차는 운전의 재미가 보장된다. 짧은 휠베이스로 코너를 날카롭게 돌 수 있으며 사륜구동 시스템이라는 보험까지 들어져 있다. 일반적인 운전자들의 운전 실력을 감안하면 안전한 울타리 내에서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모델이다. AMG가 없을 것 같았던 틈 사이로 반전 매력을 확실하게 자랑한다.
JOYFUL OPENING

4기통을 가지고 있다는 조건으로 재미있는 차를 모은다면 그 누구라도 미니라 빼놓진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미니를 호출했다. 미니 배지가 붙으면 무조건 운전이 재미있지만 낭만까지 담은 JCW 컨버터블을 불렀다. 정확한 모델명은 미니 쿠퍼 컨버터블 JCW다. 그냥 편한대로 JCW 컨버터블이라 부르겠다.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JCW 컨버터블이 다가온다. 옛날 드라마 <커피프린스>에서 공유가 타고 나와 유명해졌다. 이제는 3세대이자 마이너체인지까지 거친 모델이다. 외모가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분위기가 더욱 스포티해졌다. 크롬 대신 블랙으로 장식해 톤이 다운되면서 나름의 포스를 보여준다. 그래 봤자 그냥 미니다. 여전히 귀여운 건 어쩔 수 없다. 귀엽고 통통한 꼬마가 라이더 재킷 입고 아빠처럼 수염을 그린 느낌이랄까?

외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소프트톱이다. 까만 캔버스에 유니언잭을 은은하게 그려 마음에 든다. 이 루프 때문에 차를 세우고 2층 카페에서 바라보면 진짜 장난감처럼 예쁘다. 또한 컨버터블이지만 프레임이 그리 티 나지 않아 쿠페 대비 못생겨 보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또한 톱을 열어도 예쁘게 접어놓는데 이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톱을 연 김에 안도 둘러본다. LCI 전 모델 오너로서 차이점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두꺼워지면서 쿠션감까지 생겼다. 부럽다.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조금 더 커지고 터치까지 지원한다. 이것은 그리 부럽지 않다. 그러나 애플카플레이까지 된다. 더 이상 송풍구에 꽂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사용할 필요 없다. 이건 정말 부럽다.  

인제 그만 부러워하고 다시 일하자. 내 일은 달리는 거다. 엔진을 켠다. 아이들링 시 들리는 부밍음 마저 귀엽다. 성능은 결코 귀엽기만 하지 않다.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을 자랑한다. 그리 대단한 수치가 아닌 것 같지만 이 차는 작은 미니다. 이 정도 출력이면 과장 살짝만 보태면 로켓처럼 날아갈 수도 있다.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타입의 8단 유닛이다. 듀얼 클러치가 아니라 아쉬울 수 있지만 메인터넌스에는 토크 컨버터가 훨씬 낫다. 내구성은 토크 컨버터가 더 좋다는 뜻이다. 여하튼 이 변속기를 통해 앞바퀴를 굴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5초이며 최고시속은 241km다. 브로셔는 던져버리고 미니와 함께 놀아보자.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잘 나간다. 트윈스크롤 터빈이라 그런지 초기 응답성도 재빠르다. 큰 펀치보다는 잽이 어울린다. 고속 영역이 아니라면 이 미니를 추월하기 힘들 것이다. 변속기 성능이 준수해 엔진이 가진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고속도로에서 기가 죽는 미니가 아니다. 공기저항에 손해 보는 디자인이지만 공기를 잘 뚫고 전진한다. 또한 짧은 휠베이스는 고속안정감에서 불리하지만 불안한 기색은 전혀 없다. 원래 미니는 A-필러가 바짝 서 있어 풍절음이 있는데 컨버터블이라 해서 더 심하진 않다. 컨버터블이니 뚜껑을 한 번 열어야 한다. 한 여름이지만 다행히 구름이 많이 낀 날씨라 열 수 있었다. 속도를 줄이고 톱을 걷어내고 하늘을 맞이한다. 미니 컨버터블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감이다. 그 어떤 컨버터블도 미니보다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할 수 없다. A필러가 운전자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속도가 높으면 당연히 실내로 난류가 난입하지만 시속 100km 이내에서는 평화롭다.
바람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산길에 도착했다. 오늘 모인 모델 모두 코너링에서 한가락 하는 놈들이다. 미니 역시 코너링으로 유명하다. 미니를 5년 동안 소유하고 있다 보니 코너를 진짜 잘 탈 수 있다. 코너링 성향은 뉴트럴에 가깝다. 언더스티어가 난다면 그것은 진입 속도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이다. 스티어링 휠 기어비가 촘촘해 돌리는 맛이 있고 피드백은 솔직하다. 놀라운 것은 섀시 강성이다. 오픈톱 모델임에도 앞뒤가 따로 노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또한 휠베이스가 워낙 짧아 복합코너에서 정말 재미있다. 이븐 스로틀에 맞춰 놓고 스티어링 휠만 이리저리 휘저어 주면 가뿐하게 탈출한다. 타이어 스키드 음이 생각보다 늦은 타이밍에 들리는 것으로 보아 섀시 한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달리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세게 밟아도 거동이 무너지지 않는다. 앞이 무겁고 휠베이스가 짧으면 제동 시 불안할 때가 많은데 JCW 컨버터블은 이 불쾌한 현상을 잘 잡았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와 같은 현상 말이다. 게다가 고속에서 연이어 강한 제동을 걸어도 제동력이 살아있다. 브레이크 퍼포먼스는 파워트레인을 채찍질하기에 충분하며 기본기도 훌륭하다.
미니는 미니인지라 신나게 탔다. 이 기획에 모인 차 중에서 유일한 컨버터블이라 더 신나게 탔다. 생각해보면 4기통 엔진을 품은 컨버터블이 많지 않다. 대략 생각나는 게 BMW 420i 컨버터블과 메르세데스 C200 카브리올레, 그리고 아우디 A5 컨버터블 정도? 그들도 그리 큰 차는 아니지만 미니 만한 사이즈는 없다. 작은 차체에 위에 언급한 컨버터블보다 강력하거나 비슷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진 성능에 아쉬움은 없을 것이며 운전 재미는 이들보다 더할 것이다. 왜? 작으니까! 그리고 미니니까! 어찌 보면 4기통 엔진을 가진 컨버터블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 아니라 모든 컨버터블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인제야 떠올랐는데 포르쉐 718 박스터가 있다. 포르쉐는 외계인이 만드니까 제외하고 아무튼 인간이 만든 오픈톱 중에서 가장 유쾌한 미니 쿠퍼 컨버터블 JCW(마지막이니 모델명은 정확히)였다.
OLDSCHOOL

이번 기획으로 모인 3대 중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모델이다. 나머지 두 모델은 과거에 경험했지만 86은 처음이다. 마이너체인지 전 모델은 타봤지만 오래전인지라 주행 감각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답답한 가속력과 절도 있는 변속 감각만이 기억난다. 부족했던 파워를 보충하기 위해 과급기 대신 배기량을 살짝 키우고 얼굴까지 손을 보며 다시 등장했다. 나를 포함한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구성이다. 가벼운 후륜구동에 엔진은 보기 드문 박서 타입, 그리고 수동변속기다. 지금 수입되고 있는 차들 중에서 유일한 수동변속기 차다. 또한 수동변속기 모델만이 국내 들어오기에 신형 86을 도로에서 본다면 무조건 수동변속기다. 이 사실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수동변속기를 다루는 뭘 좀 아는 진짜 운전자로 비춰지니까.
 
실물은 처음 봤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이전 모델 대비 어색한 느낌이 있었는데 실제로 보면 불만이 사라진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바꿔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 이전에는 과거의 2000년대 초반 JDM 스타일이었다면 이제는 2010년대 JDM 스타일이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이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일본 스포츠카의 부흥기 당시의 느낌이 전해지는데 인테리어 역시 그러하다. 실루엣은 전형적인 FR이다. 후드가 긴 편이고 프런트 오버행은 짧다. 휠은 18인치로 요즘 차처럼 크지 않아 위풍당당한 맛은 없지만 보기만 해도 벌써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아 기대된다. 분명 이 차 오너들은 인치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더 작고 가벼운 휠로 바꿨으면 바꿨지 미적 지수를 위한 짓은 그들에게 사치다. 디자인이 중요한 차가 아니다.

얼른 운전석에 앉아 클러치를 밟고 시동을 건다. 후드 안에는 수평대향 4기통 2.4ℓ 자연흡기 엔진이 박혀 있다.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힘을 생산한다. 마력은 괜찮아 보이는데 토크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스펙은 스펙일 뿐 달려보자. 우선 배기량이 살짝 커졌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힘이 더 생기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86을 타본 지 워낙 오래되어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터보 차에 익숙해진 이 몸에는 가속력이 절대 매콤하지 않다. 그래도 쥐어짜면서 타는 맛은 일품이다. 태코미터 바늘을 5000~7000rpm 사이에서 머물게 하면 정말 재미있게 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힐앤토다. 86에는 레브매칭 기능이 없다. 오랜만에 굳은 오른쪽 발목을 돌려봤는데 이상하리만큼 잘 된다. 보통 처음 타는 차에서 힐앤토가 쉽게 되지 않는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과 가속 페달의 응답성 모두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86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통해 이를 세팅했는지 자유자재로 힐앤토가 가능하다.
 
브레이크 페달의 스트로크와 답력이 기가 막힌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필요한 제동에는 페달의 스트로크 반쯤 가볍게 들어가고, 더 강한 제동에는 나머지 스트로크의 반이 묵직하게 들어간다. 즉, 교차로에서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할 때는 브레이크 페달에 발끝을 살포시 올려 속도를 줄이며 뒤꿈치로 가속 페달을 살짝만 때려주면 깔끔한 동선이 진행된다. 수동차의 경험이 많은 이들은 공감할 것이다. 급제동과 함께 하는 힐앤토는 쉽지만 이렇게 교통 흐름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힐앤토 하기는 여간 쉽지 않다. 브레이크 페달을 더 밟거나 나눠 밟아 꿀렁거리기 일쑤다.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 간의 거리도 최적이다. 참고로 난 270mm 반스를 신었었다.
 
아쉬운 것은 배기 사운드다. 힐앤토를 치는 또 다른 이유는 방방거리는 배기 사운드를 듣기 위함인데 볼륨이 모자라다. 배기 효율보다는 사운드를 위해 애프터마켓의 배기 시스템을 달아야 한다. 또한 변속 감각이 그리 좋은지는 모르겠다. 몇 달 전 같은 GR 형제인 야리스를 탔었는데 그 변속 감각이 딱딱 맞아떨어져 더 좋았다. 그냥 평범한 수동 차를 조작하는 기분이다. 기어 노브 하단에 달린 후진 레버가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이었으면 손끝이 차갑고 묵직해 이 감각이 조금이나마 괜찮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표현력이 달려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지만 뭔가 수동변속기 손맛의 그 감성이 부족하다. 분명 이럴 리가 없는데···.
추측해보면 시승차이기에 변속기 컨디션이 좋지 못해 그럴 수도 있다. 누적 주행거리가 5000km 이상 찍혀 있었는데 일반 차로 치면 5만 km 이상의 차 상태라고 해도 무방하다. 기나긴 이동 끝에 코너가 많은 스팟에 닿았다. 이 86에는 끈적한 미쉐린 PS4가 끼워져 있다. 주행안정화장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뒤가 잘 날아가지 않는다. 진짜 스포츠카는 그립 주행만 해도 즐거워야 한다. 코너링 성향은 살짝 언더스티어를 보이지만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다. 진입 속도에 욕심 부리지 않으면 이른 타이밍에 가속할 수 있다. 토크가 세지 않아 마음 놓고 밟아도 된다. 스티어링 기어비가 촘촘하고 피드백이 빠르다.
 
게다가 휠베이스까지 짧아 복합코너에서 가장 신난다. 서스펜션도 단단하게 조율되어 있어 좌우 롤링도 크지 않아 섀시가 엉키지도 않는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리듬이 빠르다. 굳이 튜닝 브랜드의 코일오버로 교체하지 않아도 될 성능이다. 브레이크 시스템의 기본기도 짱짱해 마음 놓고 와인딩을 탈 수 있다. 역시 86은 직선주로보다 코너를 타야 진가가 드러난다. 시승을 마치고 86이 다시 보인다. 과거 86에 반감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드리프트 머신으로 과대포장하는 게 싫었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뒤를 날리고 탈 수 없고 그렇게 하면 불법이다. 드리프트를 하기 위해 서킷을 가는데 또 할 수 없다. 안전을 위해 드리프트는 대체로 서킷 주변에 마련된 패독에서만 해야 한다.
나야 직업상 가끔 촬영을 위해 트랙을 대여 후 드리프트를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이런 기회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86은 드리프트 하기 좋은 차라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진다.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을 거니까. 단순히 1년에 한 번 그릴까 말까 하는 도넛과 8자를 위해 살 순 없지 않는가! 물론 내가 86을 산다면 에코 타이어를 끼우고 밤에 산길을 찾아 몰래 엉덩이를 흔들거나 U턴을 박력 있게 하고 싶겠지만 경찰이 무섭다. 그렇기에 이번 기획이 진행되는 동안 86의 또 다른 매력을 찾으려 애썼다.
 
가장 큰 매력은 옛날 차를 타는 기분이 난다는 것. 진심으로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남들은 인테리어가 구식이라고 하지만 난 오히려 이게 더 좋다. 난 30대 후반이다. 호황기의 일본 스포츠카를 좋아했지만 타 본적 이 없다. 타더라도 이미 세월의 풍파를 다 맞았거나 레스토모드(RESTOMOD : RESTORE와 MODIFY의 합성어)를 거친 차라 당시 신차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와 비슷한 나이와 성향의 소비자들에게는 86은 장난감이다. 키덜트는 어린 시절 울어도 결코 엄마가 사주지 않았던 장난감을 본인 돈으로 산다. 우린 엄마에게 JDM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았지만 탈 수 없는 나이였다. 전제 조건이 갖춰진 지금 우리 앞에 JDM 새 차가 등장한 것이다. 20여 년 전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이 86이 ‘딱’이며 유일하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TOYOTA GR 86
길이×너비×높이  4265×1775×1310mm
휠베이스 2575mm  |  엔진형식  F4, 가솔린
배기량  2387cc  |  최고출력  231ps
최대토크  25.5kg·m  |  변속기  6단 수동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9.5km/ℓ
가격  4630만원

SPECIFICATION
MINI COOPER CONVERTIBLE JCW
길이×너비×높이  3870×1725×1415mm
휠베이스 2495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1998cc  |  최고출력  231ps
최대토크  32.6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FWD  |  복합연비  11.4km/ℓ
가격  5010만원

SPECIFICATION
MERCEDES-AMG CLA 45 S 4MATIC+
길이×너비×높이  4695×1855×1405mm
휠베이스 2730mm  |  엔진형식  ​​I4 터보, 가솔린
배기량  1991cc  |  최고출력  421ps
최대토크  51.0kg·m  |  변속기  ​​​8단 듀얼 클러치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9.0km/ℓ
가격  83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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