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어디서나… BMW C 400 GT

  • 기사입력 2022.08.31 09:44
  • 기자명 모터매거진

다루기 편하면서도 도심에서 눈에 띄는 기동성을 가진 특별한 BMW다. 그리고 외곽으로 나가기도 편하다.  

자동차라고 다르지는 않지만, 모터사이클을 고를 때도 참 많은 것을 생각해야만 한다. 바람을 가르기 위해 시험장에서 수없이 불합격을 받은 후 겨우 2종 소형 면허를 땄지만, 모터사이클을 사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뭐, 돈이 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도심을 다닐 때는 배기량이 낮은 스쿠터를, 쉬는 날 시골길을 즐기기 위해서는 조금 높은 배기량의 모터사이클을, 이렇게 구매한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돈은 한정되어 있고 모터사이클은 한 대만 골라야 한다. 한 대로 도심도 교외도 소화해야 하니, 이 시점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배기량 300~400cc 정도의 쿼터급 모델이다. 자동차로 치면 배기량 2.0ℓ 중형 모델이라고 할까. 전 세계적으로 봐도 쿼터급 모델들이 잘 팔린다고 하니, 동일한 조건에서 고민하는 라이더들이 세상에 꽤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과거 대배기량 엔진에 집중했던 BMW도 이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그래서 BMW가 만든 쿼터급 모터사이클이 바로 G 310 R이다. 그리고 BMW답게 여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영역 확장을 꾀했고, 스쿠터도 등장했다. 그중에서 이번에 운전하는 것은 장거리 주행을 위주로 다듬어졌다는 C 400 GT. 도심 주행도 충분히 즐겁지만 그보다는 교외로 나가는 것을 더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등장한 모델이다. 언제나 궁금했다. 과연 BMW가 상대적으로 작은 배기량의 스쿠터도 잘 만드는지 말이다.
자동차의 모습이 보이는 스쿠터
현재의 BMW 모터사이클 디자인은 예전에 비해 꽤 정제되어 있다고 느낀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 등장했던 BMW S 1000 RR의 경우 헤드램프 좌우 모습이 다르다. 그것이 현재에 와서는 좌우 대칭으로 그리고 더 날카롭게 다듬어졌으니, 그동안 디자인에 많은 변화와 함께 정제가 가해지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이 ‘자동차의 디자인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자동차의 모습도 보인다.

C 400 GT는 헤드램프를 보자마자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전면 페어링 아랫부분에 가로로 긴 형태로 자리 잡은 헤드램프는 시동을 걸자마자 꽤 아름다운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을 자랑한다. 그 형상을 잘 보면, BMW가 자동차에서 잘 사용하고 있는 육각형 LED 주간주행등이 보인다. 헤드램프 바로 아래에 있는 에어 인테이크 형상(실제로는 막혀 있다)도 자동차에서 가져온 느낌이다. 특히 M 퍼포먼스 패키지가 생각난다.
앞부분 측면에 거대한 BMW 엠블럼이 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다. 차체는 곳곳에 각을 주고 있는데, 베일 것 같은 느낌까지는 아니어서 신기하게 느껴진다. 커다란 윈드스크린은 비록 조절은 할 수 없지만, 바람을 막아주면서 편안하게 주행하기에는 충분하다. 테일램프는 작은 크기가 아니고 LED를 사용하고 있어, 야간 주행에서도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열선 그립은 물론 열선 시트도 있어, 겨울에도 탈 만할 것이다.

BMW 모터사이클들은 이제 대부분 모니터 형태의 계기판을 사용한다. 기본 형태에서는 속도계만 나오지만, 필요에 따라 회전계 등 다양한 메뉴를 불러낼 수 있다. 도심형 모델을 지향하는 C 400 X와 제일 크게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 시트와 발판. 장거리 주행을 고려한 GT라는 이름에 어울리도록 시트에 허리받침을 보강했고, 거기에 GT 로고를 새겼다. 발판도 훨씬 넓고, 발을 올려놓기가 편하다. 심지어 뒷좌석 발판도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다.
아, 한 가지 더! 아마도 디자인만 보고 ‘실용적인 수납 공간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후면이 꽤 가늘게 다듬어졌기 때문에 그런데, C 400 GT는 적어도 정지한 상태에서의 수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플렉스 케이스’가 있어서, 정지한 후 펼치기만 하면 풀페이스 헬멧 하나는 손쉽게 넣을 수 있다. 만약 평소에 헬멧과 장갑 외에도 무언가를 더 싣고 다닌다면, 뒷부분에 수납용 톱박스를 별도로 다는 것이 좋다.
편안하고 실용적인, 재미는 덤
쿼터급 모델인 만큼, 350cc 단기통 엔진을 탑재한다. 최고출력은 34마력. 400cc 엔진을 탑재한 경쟁 모델들과 엇비슷한 출력을 내니, BMW의 기술력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머니에서 키를 꺼낼 필요가 없다는 점이 꽤 편하다. 중앙의 버튼을 눌러 전원을 넣은 뒤, 스타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머플러가 박력 있게 생겼는데도 배기음은 예상외로 조용하다. 한밤중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시동을 건다 해도 누군가를 깨울 일은 없을 것이다.

단기통 엔진이라 회전이 낮으면 아무래도 조금 툴툴대는 기색은 있다. 그래도 조금만 회전을 올리면, 매끄럽게 돌아간다. 특히 일상적인 회전 영역이 되는 5천 회전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한 반응이 온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5천 회전이라고 하니까 언뜻 높은 것 같지만, 스쿠터에서는 이 정도 회전은 기본이다. 도심 제한속도인 시속 50km에만 맞춰도 5천 회전은 가볍게 달성할 것이다. 물론 시속 60km가 가능하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CVT가 툴툴거리지 않고 매끄럽게 결합하는 것도 꽤 좋다. 출발 시 저항이 걸리는 스쿠터들도 꽤 있는데, C 400 GT는 그런 걸 거의 느낄 수 없다. 그 와중에 정제된 엔진음과 배기음이 들리는 것도 만족스럽다. 조용하게, 라이더에게 속삭이듯이 말을 걸지만 달리고 있다는 느낌만큼은 확실하게 전달한다. 이 정도라면 라이더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낮은 배기음에 만족하며 백색 소음이 지배하는 도시를 즐길 수 있다.

도심에서도 좋지만, 한적한 교외의 도로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GT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승차감이 꽤 좋다. 무게는 약 200kg 정도일 것인데, 실제로는 그것보다 꽤 가볍게 느껴진다. 그래서 가속과 감속, 좌우 방향 전환이 꽤 쉽고 그 과정도 즐겁다. 가볍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고속 주행에서 차체가 안정적으로 지면을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포인트다. 그 와중에 노면의 요철에서 올라오는 충격은 꽤 잘 걸러준다.
그 와중에 브레이크도 꽤 믿음직스럽다. 이전에 사용하던 브레이크도 사용하기 꽤 좋았는데, 이번에 브레이크를 바꾸면서(‘브렘보’의 자회사라는 점은 동일하다) 조작성이 조금 더 개선됐다. 뒷바퀴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만으로도 차체를 세우는 데 큰 무리가 없고, 두 브레이크를 동시에 걸어도 된다. ABS가 있기 때문에 되도록 두 브레이크를 동시에, 자신 있게 잡는 것을 권하고 싶다.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자동차가 많은 도심에서는 말이다.

BMW C 400 GT는 꽤 좋은 스쿠터다. 만약 대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면서 출퇴근 시 교통지옥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다면, 그리고 편안한 주행을 즐기고 싶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가격에서 조금 망설일 수도 있겠지만, 기어 변속이 없는 편안함과 꽤 높은 품질, 그리고 BMW의 브랜드 네임을 생각하면 지불 못할 가격도 아닐 것이다. 며칠간 함께 해 보니, 왜 C 400 GT의 인기가 그렇게 높은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2210×835×1437mm  |  휠베이스  1762mm
엔진형식  단기통, 가솔린  |  배기량  ​​​350cc  |  최고출력  ​​34ps  |  최대토크  3.6kg·m 
변속기  CVT  |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  |  가격  1070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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