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서울대작전, 꼭 이렇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했니!

  • 기사입력 2022.08.30 14:49
  • 기자명 모터매거진

유아인의 연기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자동차가 아니었나?

필자는 영화를 좋아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그리고 최근 갑자기 올라가

버린 표 값으로 인해 영화를 자주 즐길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면 잘

만든 영화들이 그리고 드라마들이 등장한다. 자동차를 즐기기에 이 직업을 택한 것처럼, 평소에도 영화를 포함해 자동차 관련 콘텐츠들은 꾸준히 즐기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배급한다는 ‘서울대작전’은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주인공이 유아인이라는 것도 그렇고.

‘서울대작전’ 은 1988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액션 질주극이다. 분명히 그렇게 소개가 되어있고, 이 영화를 찍는 데 자동차를 협찬한

현대자동차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 왜

이러는 걸까. 분명히 자동차가 등장하는데도, 자동차들이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고 있는데도 즐거움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 1988년으로 만든 것일까

자동차로 무언가 짜릿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튜닝이 기본 전제가 된다. 물론

‘베이비 드라이버’처럼 튜닝이 되지 않아도 음악과 액션으로

짜릿함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지만, 일단 ‘서울대작전’은 튜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1988년에도 자동차 튜닝 문화가 있었을까? 사실 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는 ‘국내 자동차 튜닝은 X세대가 본격적으로 운전할 무렵인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이다.

왜 1990년대인가 하니, 현대

스쿠프가 등장한 것이 1990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도

국내에서 레이스는 열리고 있었으니, 튜닝을 할 수 있는 물품들을 구한다면 나름대로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1987년 3월에 강원도 용평에서 1박 2일에 걸쳐 랠리가 진행됐고 여기에 현대 포니, 포니 2,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르망, 로얄

프린스 등이 참가했다고 하니 서울대작전 내에 포니 2가 튜닝을 하고 나와도 나름대로 납득은 간다.

사실 등장하는 자동차들에 대해서도 고증이 맞지 않거나 불만이 있는 부분은 존재한다. 배달 인원을 선발하기 위해 영화관 앞에 집결한 자동차들 중에서 대우(훗날

한국지엠으로 변경) 르망이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이 르망이

앞과 뒤가 다르다. 앞은 분명히 페이스리프트 전 모습을 하고 있는데,

뒤는 페이스리프트 후의 모습이다. BMW M5(E34)는 1989년에 출시된 모델인데, 1988년 배경 영화에 등장한다는 게

이상하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고증이 맞지 않는다’는 그 사실 자체보다는 굳이 시대적 배경을 1988년이라고 잡아서

자동차를 구하기도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고민이 많긴 하겠지만, 국내에서는 올드카를 구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그 ‘택시운전사’ 조차도 기아 브리사를 구할 수 없어서 일본 마쓰다에서

원본이 되는 차를 구입해 개조했고, 포니도 없어서 포니 2를

개조해 비슷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다른 자동차를 구해 액션신을 촬영한 뒤 CG로 작업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제작비가 상승하니 선택하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차라리

튜닝이 본격적으로 유행했던 1990년대 후반 또는 2000년대

초반을 무대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한다. 이 때라면 등장할 자동차도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튜닝이라는 문화

자체도 이 때부터 이어진 것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프랑스 르까르봉 댐퍼를 장착한

대우 르망보다는 낫지 않나 싶다.

자동차 액션은 어디로 갔어요

중간에 이야기 전개가 조금 느리게 흘러가는 것은 다른 이들이 많이 지적했으니 넘어가고자 한다. 문제는 자동차 액션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자동차 액션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유아인이 문제가 되는데, “알잖아. 운전은 내가 이찌방인 거”라는 대사에 어울리는 운전 실력은 보이지

않는다. 코너에서 속도를 너무 내서 미끄러지면서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는 것 그리고 돌진하다가

갑자기 드리프트로 전환하는 정도다.

다른 사람들의 운전 실력이 고만고만하다면, 적어도 주인공인 유아인의

운전 실력은 전문 카레이서와 동등할 정도가 되야 할 것이다. 그런데 드리프트는 너무 멋이 없다. 초반에 등장하는 드리프트 장면은 ‘패스트 앤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에 나오는 ‘한(성강)’의 드리프트를 흉내낸 것으로 보인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은 자동차 한 대를 두고 드리프트를 했고 유아인은 세 대 사이를 왕복하며 흙먼지를 날린다는

것 정도?

만약 초반에 보여줄 생각이 없었다면, 하이라이트가 되는 후반 추격전에서는

보여줘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후반 추격전이 어설퍼도 너무나 어설프다.

서울이라는 도로를 두고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적들을 따돌릴 것인지 관객에게

흥분을 줄 수 있는 액션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고민 없이 그냥 자동차 운전만 하다가 우연히도 공항에

오게 됐고, 공항 활주로를 달리면서 우연히 사건을 해결하게 되었다는 느낌이다. 그것도 억지로 말이다.

감독은 과연 무엇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패스트 앤 퓨리어스’를 만들고 싶었다면 유아인을 ‘도미닉 토레도’로 만들고 총을 주진 않더라도 적어도 맨손 싸움의 달인으로 만들어야 했다. ‘베이비

드라이버’를 만들고 싶었다면 음악에 리듬을 맞춘 현란한 운전이 필요했다. 어설프게 두 영화를 섞어서 유아인의 캐릭터 하나에 몰아넣었다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영화가 되어버린 것 같다. 아무리 액션 영화라고 해도 캐릭터 빌드업은 꽤 중요하다.

게다가 중요한 게 있다. 유아인은 운전을 잘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따로 배우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인터뷰 등을 들어보면

그 시간조차도 꽤 부족했다는 것 같다.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의 주인공을 맡은 ‘앤설 엘고트’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드라이빙 스쿨에서 혹독하게 훈련을 받은 것과는 다른 행보다. ‘베이비 드라이버’에도 대역 운전 장면이 꽤 등장하는데, 그것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제발 전문가에게 맡기면 안될까요

필자가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장르를 가지는 영화는 그 장르의 매니아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퇴마 영화 전문가인 장재현 감독이 만든 ‘검은 사제들’ 그리고 ‘사바하’는 국내 영화들 중에서도 꽤 훌륭한 연출력과 짜임새를 갖고 있다(물론

사바하는 등장 인물들이 설명하는 게 너무 많기는 하나, 큰 단점은 되지 않는다). 로망 전문가인 ‘기예르모 델 토르’ 감독이 만든 ‘퍼시픽 림’은

‘사람이 조종하는 거대 로봇’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시점에서 묻고 싶다. 서울대작전의 감독은 정말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히 배경을 1988년으로 하는 영화

하나를 찍고 싶었을 뿐이었을까. 모든 것이 끝나고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도 시원하지 않은 이 감각은 정말

오랜만이다. 장르는 좀 다르지만 ‘탑건 매버릭’을 보면서 “극장에서 봐서 정말 감동이었어”라고 울기까지 했던 그 감동이 서울대작전에는 반의 반도 없다. 이

상황에서 유아인의 연기력도 빛을 잃고 말았다.

앞으로 자동차 액션 영화 또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 감독들에게 고한다. 액션

자문으로 제발 필자를 써 주기를 바란다! 자문료가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50% 파격 할인도 해 주겠다! 할인한다고 액션의 질이 낮아지지는 않는다고 감히 말씀드리겠다!!

글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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