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 RS

  • 기사입력 2017.09.07 15:23
  • 최종수정 2020.09.01 20:59
  • 기자명 모터매거진

형광도료가 자극적인 빨간 RS

본지 9월호에 실을 옛 명차 시승기를 찾던 중 1992년 5월호에 숨어있는 964 계열 포르쉐 911 RS를 발견했습니다. 당시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포르쉐를 위기에서 구해준 것이 964 계열 카레라 모델이었습니다.

이를 개조해 달리기 성능에 초점을 맞춘 버전이 RS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저 당시 자동차에서 레드 색상으로 붉게 물든 안전벨트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국내 포르쉐 마니아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되는 964 RS를 <모터매거진>은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정리 | 박지웅

경량 FRP 몰드의 레카로·풀 버키트형이 2개 나란히 있다. 패드는 모두 간단하게 돼 있다. 뗄 수도 있게 돼 있다

RS란 ‘레인·슈포르트’의 약자. 단순히 달리는 기능만이 주어진 911의 스페셜판이다. 964 계열의 보디로 부활한 이번의 RS는 겨우 2000대만 한정생산되었다.

카레라2보다 40mm나 낮고 약간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로 9j의 ‘컵·휠’에 장착된 255/40 ZR 17의 리어 타이어에 네가티브·캠버·지오미트리(Negative Camber Geometry)가 주어진 RS의 모습은 초창기의 911을 방불케 한다.

사진으로 보면 차체가 지상에서 충분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 플로어는 지면을 거의 스칠 듯하다. 964 계열로 옮겼을 때 4WD의 구동축을 통과시키기 위해 플로어가 40mm 가까이 두껍게(낮게)돼 있기 때문이다.

·휠 사양에 비해서는 쾌적한 인테리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있다

적정한 플로어 지상고가 주어진 카레라2가 이상하게 허리가 높아진 것은 이 때문이다. 도어는 알루미늄 같이 가볍게 열리고 알루미늄 같은 소리를 내면서 닫힌다. 도어 내부를 포함해 보디에 일체 수지 언더코팅이 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웨더·스트립(Weather Strip)까지 간소한 것으로 바뀌어져 있다.

시트는 레카로의 FRP 몰드의 풀·버키트. 이것을 품질이 좋은 천연가죽으로 씌운 것이다. 등과 앉는 면의 패드는 매직 테이프로 고정돼 있을 뿐이다. 아마 오너의 체형에 맞춰 패드 모양을 바꿀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

시트의 당초 위치는 카레라2보다 상당히 낮고 그립 경도가 높은 4스포크 스티어링 휠(90년 이전의 카레라 2/4와 같음)은 상대적으로 높이 위치한다. 이 느낌은 마치 73년 이전의 ‘내로(Narrow)·포르쉐’의 그것에 가깝다.

플라이휠을 경량형으로 바꾼 플랫 6기통

흔히 들어왔던 스타트의 소리에 이어 엔진이 시동되면 직접적인 진동이 곧 차내를 제압했다. 엔진이 매우 단단히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배기음은 표준형 카레라2와 대차없이 낮게 억제돼있다. 가속이 맹렬하고 발진도 아주 어렵다.

정상적인 트윈·매스(Twin Mass)형 대신에 89년형 카레라4와 같은 싱글·매스형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플라이 휠 강도가 약간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엔진 자체의 감촉은 정상적인 것과 거의 변함이 없다. 발진이 어려운 것은 클러치가 전혀 제어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버센터·액션이 너무 강해 페달 자체의 움직임에도 마찰이 있으니까 정상적인 경우와 같이 답력을 뺐을 때 클러치 페달이 반발, 가속되는 감촉이 매우 약하다. 클러치·페이싱의 점프 특성도 정상적인 경우보다 분명히 약하고 따라서 실속하기 쉽다.

요오 게인을 높인 스티어링 특성으로 아주 쉽게 노즈를 안쪽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

달리기 시작했을 때 우선 마음에 걸리는 것은 폭발적인 리스폰스다. 속도/부하에 관계없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즉시 응답해 엔진이 달아오르고 차고 나가는 것 같이 가속된다. 섀시는 유연하게 이를 받아들여 가속감은 절묘하다.

그러나 냉정히 관찰하면 이러한 감각은 모두 보디가 가벼운 데서 오는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카레라2와의 가속감의 차는 스로틀 개도가 적을수록 높고 스로틀 각가속도(角加速度)가 낮을수록 강하고 스피드 영역이 낮을수록 힘차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피드감이 높아지고 스로틀을 깊게 밞아갈수록 카레라2의 느낌과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그 수준은 여전히 세계 최상급임에는 틀림없지만 전개(全開) 가속감에서는 그렇게 놀랄만한 것은 아니었다. 즉 RS 엔진은 카레라2의 기본형과 거의 같은 사양을 갖는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140kg이나 경량화시킴으로써 RS에 폭발적인 리스폰스와 압도적인 가속을 가져왔다. 그 절묘한 가속감은 만족스럽지만 카레라2보다 더 나은 것은 아니다

공칭마력+10마력은 단순히 개체 차이의 상한치를 나타내는 데 불과하다. 실제로 기본형 카레라2에는 이번의 RS를 웃도는 출력을 갖는 것도 있다. RS는 911 그대로 RS의 진가는 굴곡도로로 가져가 달렸을 때에 갑자기 압도적인 감동과 흥분을 가져오는 성격의 것이다.

스티어링 특성은 요오·게인을 정상보다 높이고 카레라4나 928GT와 같은 전자제어 LSD는 턴·인 감속 시에 전혀 작동제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전륜하중 상태에도 불구하고 쉽게 노즈를 안쪽으로 돌린다.

타이어는 요코하마의 아드반 A008, 익스피디어보다 코너링·파워가 높은데 이것도 RS의 요오(Yaw)에 적지 않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코너중간부분에서의 안정성은 낮은 차고와 안티·롤·팩터(Anti-roll Factor)에 의해 훨씬 정상을 웃돌고 있다.

낮은 운전위치와 상대적으로 높은 스티어링 휠은 과거의 내로(Narrow)·포르쉐를 연상시킨다

단 어시스트 없는 스티어링은 과거와 같은 킥백을 되살리고 있었다. 전륜 옵셋은 약간 네가티브로 코너링·포스도 높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을 쥐는 힘의 미묘한 조정은 절대 필요하다.

차체의 자세는 강화된 옆 강성과 가벼운 차 중량에 의한 엔진·리스폰스, 그리고 절묘한 LSD가 제어하는 트랙션에 의해 마음대로다. 이 제어감각은 정말 훌륭하다. 또 이 요인들은 턴·아우트에서 슬로트머신을 당겨 놓은 것 같은 킥을 가져온다.

즉 RS의 조정성이 카레라2보다 훨씬 폭이 넓은 것이다. 다시 말해 같은 스피드로 산길을 달린다면 스티어링의 킥백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RS쪽이 훨씬 쉽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브레이크다.

페달강성, 스트로크감, 답력과 제동력의 직선성, ABS의 작동포인트 설정, 내·페이드성(耐 fade 性) 그리고 제동력의 차체 동작도 포함해 빈틈이 없다. 이거야말로 스포츠카의 브레이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사의 결론을 RS의 ‘신격화’로 마무리 짓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RS가 갖는 좋은 점은 모두 카레라2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RS는 액셀러레이터를 놓았을 때의 심한 진동이나 클러치의 충격, 저회전영역에서의 구동계통으로부터의 소음 등 911이 그 탄생 때부터 갖고 있던 결점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카레라2는 이것들을 진화라는 포장지에 싸놓고 있을 뿐이다. 28년간의 진화된 부분을 버려버린 RS를 카탈로그 모델에 추가시킬 수 없는 포르쉐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RS는 문자 그대로 달린다는 것 이외의 모든 것을 차 밖으로 내던져 버리고 카레라2의 운전감각의 핵심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275×1652×1270mm

휠베이스​​​ 2272mm

무게​​​ 1220kg

엔진형식​​​ 6기통, 가솔린

배기량​​​ 3600cc

최고출력​​​ 260ps

최대토크​​​ 33.1kg·m

변속기​​​ 5단 수동

구동방식​​​ RWD

서스펜션​​​ (앞)맥퍼슨 스트럿/(뒤)멀티링크

타이어​​​ (앞)205/50 ZR 17/(뒤)255/40 ZR 17

0→시속 100km​​ 5.4초

최고속도 ​​​261km/h

복합연비 ​​​-

CO2 배출량 ​​273.7g/km​

가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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