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렸다! 뉴 푸조 3008 WITH 1.2 퓨어텍

  • 기사입력 2022.07.26 10:00
  • 기자명 모터매거진

오랜 기간 마주할 수 없었던 푸조의 가솔린 엔진을 드디어 만났다. 그리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푸조에 커다란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엔진이라고.

국내에서 푸조는 한동안 디젤 엔진만 판매할 수밖에 없었던 비운을 안았다. 과거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푸조도 과거에 가솔린 엔진을 라인업에 갖추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가솔린 엔진의 인증이 북미 기준을 따르는 것으로 바뀌면서, 북미 시장을 위한 가솔린 엔진을 만들지 않던 푸조는 눈물을 삼키고 한국 시장에서 엔진 하나를 라인업에서 지울 수밖에 없었다.

디젤 엔진이 연비가 좋고 회전 질감도 괜찮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다른 브랜드의 일탈(!)로 인해 덩달아 ‘오염이 심한 디젤 엔진’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사실은 그 일탈로 인해 측정 기준이 ‘실험실이 아닌 일반도로 주행’으로 바뀌었을 때 그것을 가뿐히 통과한 게 푸조였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기대한 것이 바로 푸조의 북미 시장 재진출 소식이었다. 당시 푸조는 의욕적으로 북미 시장을 노렸고, 3008을 북미 시장의 고객들에게 보여주며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그리고 푸조의 북미 시장 재진출은 무산되고 말았다. 푸조를 중심으로 하는 PSA 그룹이 FCA 그룹을 품으면서 ‘스텔란티스’라는 거대 그룹으로 다시 태어났고, 북미 시장에서 ‘알파 로메오’를 중심으로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푸조의 야심 찬 계획이 모두 틀어진 것이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남았는데, 바로 북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개선된 가솔린 엔진이다.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국내에서도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달리는 순간 알 수 있는 편안함
외형은 디젤 엔진을 탑재한 버전과 동일하다. 촘촘하게 구멍이 뚫려 있지만 차체와의 경계가 모호하도록 다듬어진 특유의 그릴, 볼록한 면을 품으면서 사진보다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헤드램프, 앞부분의 양 끝을 세로로 길게 장식하고 있는 푸조 특유의 송곳니 LED 주간주행등 겸 방향지시등. 그리고 그릴의 중앙을 장식하는, 아직 바뀌지 않은 ‘앞발을 든 사자 엠블럼’도 반갑다. 앞으로 이 엠블럼은 바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바뀌지 않은 것은 실내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제일 크게 변한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디지털 계기판에 비치는 회전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솔린 엔진의 회전 한계가 높아지면서 레드존이 6000 회전부터 시작한다. 새삼스럽게 가솔린 엔진과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다. 센터페시아 상단을 장식하는 터치스크린은 크기는 작아도 시인성은 꽤 좋다.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기에도 좋다.
시트는 편안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다. 온전히 편안한 것은 아니지만, 몸에 배기는 부분도 없다. 나파 가죽을 중심으로 필요한 면에 알칸타라를 둘러 격렬한 주행에서도 신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런 곳에서 만든 작은 차이가 나중에는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트렁크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서 편리하며, 만약 이 공간도 부족하다면 2열 등받이를 접어서 더 큰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제 엔진을 살펴볼 차례다. 이번에 들어온 가솔린 엔진은 푸조 내에서 골고루 사용하고 있는 1.2ℓ 3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다. 푸조는 이 엔진을 ‘퓨어테크’라고 부르는데, 2015년부터 4년 연속으로 ‘유럽 올해의 엔진’으로 선정될 정도로 좋다. 최고출력은 131마력. 3기통 엔진이라고 실망부터 하기엔 이르다. 시동을 걸어보는 순간 알 수 있는데, 정말 조용하고 일반적인 3기통 엔진에서 느껴지는 거친 회전도, 진동도 아예 없다.
최고출력만 보고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차체를 끌고 나가는 데는 충분하다. 회전 질감도 좋고 조용해서 그런지 엔진 회전을 높이는 데 있어서 저항감이 없다. 웬만큼 회전을 올리는 정도로는 시끄럽다는 느낌은 하나도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엔진 회전 3000을 넘기지 않을 테니, 만약 그 안에서 시끄럽다고 느낀다면 굉장히 예민한 운전자일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4000 회전은 되어야 엔진이 소리를 좀 내며 힘을 낸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엔진에 대해서 사전에 정보를 듣지 않았다면, 3기통 엔진이라고 쉽게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냥 평범한 1.6ℓ 가솔린 엔진이라고 생각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최고출력도 듣지 않는다면 주행 중에 신경이 쓰일 일은 없다. 수치만 듣고 있으면 고속 주행에서 약하다는 인상이 있지만, 실제로는 출력이 충분히 나오고 있다. 오르막 주행에서도 엔진 회전만 높아지는 고통스러운 경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렇게 주행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8단 자동변속기 때문일 것이다. 푸조가 기존의 MCP를 버리고 자동변속기에 손을 댄 게 꽤 오래됐는데, 낮은 배기량의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올리는 변화를 단행했을 때는 ‘오버 스펙’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주행해 보면, 변속 시의 충격도 거의 없고 엔진에 딱 맞는 변속기라고 느끼기도 한다. 변속기가 엔진의 스펙을 보완하고 있다고 봐도 맞을 것이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시내 주행을 충분히 즐긴 후,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속도를 올려도 승차감은 안정적이다. 게다가 직진 안정성도 예상대로 꽤 높은 편이라, 서울에서 저 멀리 대구까지 내려가는 동안 직선 주행을 위해 스티어링을 살짝 돌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앞서 이야기한 시트와 함께하고 있으니, 장거리 주행을 하면서도 피곤해서 휴게소를 들른 일은 없었다. 그저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몇 분 정도 세웠을 뿐이다.
한편, 잠시 운전해 봤던 사진사의 입에서는 불평이 나왔다. 고속 주행이 생각보다 불안했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느꼈는지 생각해봤더니 답은 금방 나왔다. 고속 영역을 넘어 초고속 영역에 도달하려는 주행을 하고 있으니, 평범한 SUV로서는 불안해지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타이어도 225/55 R 18로 고속 주행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었다. 대략 짐작해 보면, 시속 150km 정도로 조금 빨리 달리는 수준의 주행으로는 불안함은 없을 것이다.

가솔린 엔진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인상적이고, 장점이 크다.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연비다. 시승하는 동안 평균적으로 리터당 11km를 기록했는데, 만약 연비가 절대적으로 마음에 걸린다면 가솔린 대신 디젤 엔진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하겠다. 디젤 엔진은 정말로 막강한 연비를 보여주고, 고속 주행이 되면 리터당 20km를 넘기는 것도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용한 것이 우선 사항이라면, 절대적으로 가솔린 엔진을 추천하겠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푸조는 예상대로 좋았다. 그리고 편안했다. 엔진을 신나게 회전시키지는 못했지만, 3008이 SUV임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조금만 기다리면 신형 308이 등장할 것이니, 엔진은 그때 돌려보는 것을 기약해 본다. 어쨌든 이 차는 조용하고 가족이 편안하게 탑승하기에 너무나 좋다. 이 장점만으로도 매력적인 디자인을 가진 3008을 선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450×1840×1630mm
휠베이스  2675mm  |  엔진형식  I3 터보, 가솔린
배기량  1199cc  |  최고출력  ​​131ps
최대토크  23.5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FWD
복합연비  12.2km/ℓ  |  가격  49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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