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들어봐야 하는 오디오를 품다, BMW iX xDrive50

  • 기사입력 2022.07.19 09:59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음향 장비에 취미가 있다면 꼭 타봐야 하는 차다. 음악 듣느라 촬영은 계속 늦춰졌다.  

시승을 하면서 차에서 내리기 싫은 적은 제법 있었다. 운전이 정말 재밌어 목적지를 다녀왔음에도 계속 차 안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이번 호에 시승한 BMW iX에서도 내리기 싫다. 이유는 오디오 시스템 때문이다. 여태 들어 본 자동차 순정 오디오 중에서 두 번째로 꼽는다. 그동안 약 500대의 차를 타봤는데 내 귀에는 이 소리가 딱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롤스로이스 팬텀이다. 개인적으로 묵직한 베이스가 깔린 음색을 좋아하는데 팬텀의 오디오는 맑고 고운 소리다. 기본적으로 취향이 안 맞는 가운데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인 박효신 노래를 들었을 때 놀랐다. 그 노래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소리도 웅장하고 모든 악기가 따로 잘 전달된다. 실제로 박효신 콘서트에서 들었던 것 보다 훨씬 더 사운드가 좋았다. 촬영하면서 도어를 활짝 열고 음악을 들으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근사해 보였는지 모른다.
과거 오디오 튜닝을 해본 터라 순정 오디오 성능을 그리 믿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BMW iX의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 성능은 나의 편견을 부숴버렸다. 지겨운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신선함을 준다. 이제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인트로만 나와도 넘겨버렸던 그 노래를 계속 듣고 있다. 기본적으로 베이스가 강하지 않지만 이퀄라이징만 조절하면 기호에 딱 맞게 들을 수 있다. 강력한 저음으로 세팅해 시트는 나의 등을 두드리며 흥분도를 높이더라도 보컬이 묻히지 않는다. 가사 전달이 깔끔하게 전달되며 고음이 신경질적이지 않다. 팔에 닭살만 일으키고 귀가 따갑지 않은 그 적절한 선을 기가 막히게 그었다. 30개의 스피커를 달았는데 단순히 마케팅용 개수 채우기가 아니다.
팬텀의 것을 뛰어넘지 못한 것은 방음 때문이다. BMW iX는 말도 안 되게 정숙하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캐빈룸으로 거의 들리지 않는다. 너무 고요해 이질감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정숙함은 팬텀이 조금 더 낫다. 당연하겠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얌전한 브랜드가 롤스로이스니까. 방음재만 하더라도 수백kg 사용한다고 들었다. 오디오 성능 차이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조용한 환경이라는 무기가 롤스로이스에 있다. 상대가 롤스로이스라 그렇지 대부분의 프리미엄 브랜드의 것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훌륭하다. 록과 힙합은 물론 팝 혹은 클래식까지 모든 장르를 손쉽게 소화한다. 신차라서 그런지 몰라도 중저음 영역의 강도를 극으로 올려도 내장재가 떨리는 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어 100% 만족스러웠다.
음악을 감상한다고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었다. 일은 해야 하니 꼼꼼히 살펴본다. 확실히 내연기관의 BMW와는 다른 결의 디자인이다. 심플하고 고급스럽다. 전기차에서는 경제성만 강조한 나머지 고급스러움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iX는 잘 잡았다. 오히려 내연기관에서 보여주던 럭셔리와 결이 다르다. BMW가 화려하게 꾸미지는 않는 편인데 많은 기교를 부렸다. 예를 들면 시트에 퀼팅 스티치는 안 들어간 부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시트에 이렇게 많은 스티치를 해 놨으니 가죽이 늘어날 일은 없겠다. 시트 얘기가 나온 김에 시트에 대해 조금 더 말하자면 착좌감이 여느 BMW와 살짝 다르다. 보통 BMW는 단단하게 세팅하는 데 iX는 소파처럼 푹신해 안락하다. 게다가 올리브 잎 추출물로 가공된 친환경 천연가죽은 촉감도 부드러워 계속 만지게 된다.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은 간결하다. 시야의 시원함을 추구하고 12.3인치와 14.9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합쳐 콘셉트카의 분위기를 살렸다. 모든 정보를 큼지막하게 볼 수 있고 다양한 기능은 디스플레이 안에서 활성화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도 특이한대 완전한 원이 아니라 각을 만들어 놨다. 이 디자인의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뭔가 새로운 차를 모는 기분이 들어서 나는 호다. 도어를 여는 방식 역시 레버가 아닌 버튼 타입이라 낯설면서 기분 좋다.
본격적으로 달려보자. 시승차는 가장 강력한 50 모델이다. 최고출력 523마력, 최대토크 78.0kg·m의 힘을 자랑하고 네 바퀴를 굴린다. 40 모델보다 약 200마력 강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초이며 최고시속은 200km에 묶였다. 전기차에서 중요한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447km로 넉넉한 편이다. 국내 까다로운 기준에 의한 것이니 살살 다루면 분명 500km 이상은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브로셔는 다 읽었으니 전원을 켜고 바로 도로로 진입한다. 역시 조용하다. 전기차가 조용한 것은 당연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전기차이기에 오히려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잘 들리는데 BMW는 잘 막았다. 속도가 올라가도 이 평온함은 유지된다. 승차감을 따질 때 이런 청각 쪽의 피로도가 중요하다. 하체가 전달하는 승차감도 플래그십 세단 수준이다. 물렁물렁한 댐퍼와 에어 스프링은 아니지만 노면의 충격을 캐빈룸으로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극적인 스티어링에 거동이 무너지지 않는다. 제대로 조율된 섀시다. 여태 타 본 전기차 중에서 가장 좋은 승차감을 보여줬다.
가속력은 덩치와 무게를 잊게 만든다. 빠르다. 정말 빠르다. 한스 짐머 형님의 연주를 들으며 음속 돌파를 할 기세다. 600마력 정도 되는 스포츠 세단과 맞먹는 체감 가속력이다. 중요한 것은 무섭지 않고 차가 크고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력보다 차가 작고 가볍게 느껴지게 만든 이 세팅이 놀랍다. 빠르게 만들기는 쉽지만 운전자가 차체 사이즈가 생각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 때문에 코너에서도 재미있다. 이 차로 와인딩을 타는 이는 거의 없겠지만 실력이 준수하다.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지만 이상적인 라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속 페달량 조절만으로 부푼 라인을 수정할 수 있다. 또한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는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품고 있음에도 파워를 압도하는 제동 성능을 보여줬다.
시승은 끝났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차의 외관, 실내, 그리고 성능 다 좋다. 근데 지금도 오디오만 자꾸 떠오른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디오 장비에 꽤 지출을 하는 편인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더 한 감동을 주고 관심 없는 음악에는 그 아티스트가 달리 보인다. 세상에 내 귀에 안 좋은 음악은 없는 것 같다. 과장하는 것 같다고? 차 가격이 비싸니 살 순 없더라도 전시장에서 음악이라도 꼭 들어봤으면 한다. 몇억 쏟아부은 홈 오디오는 오히려 아마추어에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이 iX는 그보다 저렴하지만 우리 수준을 완벽하게 저격하고 심지어 움직이기까지 한다. 어찌하다 보니 BMW 차를 타면서 드라이빙 임프레션보다는 오디오만 이야기했다. 성능은 우리가 아는 BMW 그대로이고 편하기까지 하다. 성의 없이 말한 것 같지만 진짜다. 다음에 다른 기획으로 다시 만나 iX로 차박을 해야겠다. 오랜만에 밤새 음악만 듣고 싶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55×1965×1695mm
휠베이스  3000mm  |  엔진형식  전기모터
최고출력 ​​523ps  |  최대토크  78.0kg·m(내연기관)
최대주행거리  447km  |  구동방식  AWD
가격 ​​​​​​​​​1억46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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