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편안하게 삶을 즐기자, 제네시스 G90 롱 휠베이스

  • 기사입력 2022.07.11 09:19
  • 기자명 모터매거진

이동 중에도 넓고 편안한 공간을 즐기고 싶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가 허리를 늘이고 이 물음에 답한다. 그리고 압도적인 공간과 편안함은 일찍이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제네시스 시대를 열고 있다.  

세단의 뒷좌석을 즐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들은 꿈도 꾸기 힘든 일이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의 임원 정도는 되어야 운전기사를 따로 두고 세단의 뒷좌석에 앉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고 그곳에서 제공하는 편안함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뒷좌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선택받은 사람들이 아니면 누리기 힘든 특권에 가깝다.그러면 이즘에서 근본적인 의문에 들어가야 한다. 왜 그들은 직접 운전을 하지 않고 뒷좌석에 앉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자리에서 오는 중압감이 주는 피로’ 때문일 것이다. 언뜻 보면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것 같지만, 높은 자리에 서게 되면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 하는 금액을 어디에 사용할지 결정해야 하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알아봐야 한다.
그러한 선택에는 여유가 없을 때가 많고, 한 번의 실수로 치명적인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혼자서 손실을 본다면 감당할 수 있겠지만, 다수의 인원이 보는 손실 또는 절망을 생각하면 당연히 중압감에 시달린다. 생각까지 어떻게 해 줄 수는 없으니, 그나마 몸이라도 편안하게 있으면서 치밀하게 생각하고 결정해 달라고 그런 편안한 자리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세단에는 절대적인 조건, ‘이동 중 무조건 편안해야 한다’가 있다.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도 당연히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물론 그중에는 스티어링 휠을 직접 잡는 ‘오너드리븐’ 스타일의 임원도 있겠지만, 더 길어진 G90 롱 휠베이스를 선택할 정도라면 운전기사를 따로 두고 뒷좌석에 앉는 ‘쇼퍼드리븐’ 성향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이 차는 절대 피로가 없어야 하고 극상의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빠르게 움직이는 중에 말이다. 제네시스는 과연 그 경지에 도달해 있을까?
높은 자리를 위한 선택디자인, 중요하다. 진중한 모습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그런 모순된 이미지를 아름답게 녹여야 한다. G90을 보고 있으면, 뒤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소위 ‘드롭핑 라인’을 갖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 앞쪽이 커 보이고, 뒤쪽은 반대로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트렁크가 있는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C필러부터 라인이 부드럽게 떨어지면서 트렁크의 존재를 느끼기 힘들도록 다듬었다. 꼬리를 잘라낸 것처럼 말이다.G90 롱 휠베이스는 여기에 한 가지 기교를 더했다. 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드롭핑 라인을 창문 아래, 그러니까 벨트 라인에도 살려냈다. 그래서 뒷좌석 창문이 정말 크고 존재감도 확실하다. 그렇게 떨어지던 라인은 따로 나눈 창 부분에서 살짝 올라가면서 멋을 부렸고, C필러 일부를 자연스럽게 점령한다. C필러의 두께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두꺼워 보이지 않으며, 그래서 외부에서 보이는 답답함이 크게 줄어들어 있다.
이 급의 자동차에서는 그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바로 실내다. 특히 뒷좌석은 넓으면서도 완벽한 휴식을 위한 편안함이 있어야 한다. 뒷문이 상당히 크다 보니 문 여는 것도 힘겨울 것 같은데, 다행히 전동식 도어가 있다. 일단 앉고 나면 문을 닫기 위해 손잡이로 팔을 뻗을 필요가 없고, 센터 콘솔 가운데 있는 도어 닫기 버튼만 누르면 된다. 문을 여는 것도 버튼으로 가볍게 열 수 있고, 비상시 잡아당길 수 있는 수동 손잡이도 눈에 띄는 곳에 있다.세미 애닐린 가죽을 폭넓게 두른 시트는 리클라이닝 각도가 42°로 이전 세대 G90보다 더 눕는다.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조수석 뒤에서 나오는 발 받침과 뒷좌석 시트 하단에서 나오는 종아리 받침을 하나인 것처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전에 A380 여객기 비즈니스 시트를 이용하면서 이렇게 발 받침이 하나처럼 뻗는 것에 감탄한 적이 있는데, 그것을 G90에서 구현하고 있다. 게다가 롱 휠베이스 모델이니 발을 뻗기가 더 좋다.
열선과 통풍 시트는 기본. 중요한 것은 피로를 풀고 잠시나마 휴식을 즐기는 것이다. 마사지 기능을 작동시켜 보면, 에어포켓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마사지 강도가 꽤 세다는 것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조금 강하게 두들기는 마사지를 좋아하는데, 이 차는 그 욕구를 90% 정도 만족시켜준다. 헤드레스트에 추가로 무엇을 덧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목도 편하고 머리도 편해서 이대로 누운 채로 뒷좌석을 계속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누운 채로 실내를 조금 둘러보면, 나무도 아니고 돌도 아닌 것 같은 묘한 장식이 눈에 들어온다. 알고 보니 탄소섬유였는데, 일반적인 사각형의 패턴을 촘촘하게 가진 탄소섬유가 아니기에 잠깐 놀랐다. 그 위에 제네시스 특유의 G-Matrix 라인 패턴을 그려 고급스러움이 더 살고 있다. 뱅앤올룹슨 오디오는 앞좌석에서는 뒤에서 음악이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을, 뒷좌석에서는 앞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독특한 느낌을 제공한다.
사실 이런 차에 주행 성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아니, 정확히는 중요하기는 한데 기존의 방식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엔진 회전을 높이고 날카로운 코너링을 자랑하는, 스포츠카의 기준을 들이대면 절대로 안 된다. 부드럽게 그리고 생각한 것만큼 빠르게, 이 정도가 G90 롱 휠베이스에 바라는 것이다. 이 차를 타고 고속도로에서 초고속 영역에 돌입하거나 산길을 스키드 음이 날 때까지 밀어붙이는 운전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G90와 G90 롱 휠베이스 모델에 탑재하는 엔진은 조금 다르다. 커다란 구조는 같지만, 롱 휠베이스 모델에만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추가했다. 이것으로 최고출력이 35마력이 늘어나 415마력이 되었고, 최대토크도 2kg·m 늘어나 56.0kg·m가 되었다. 그러면 단순히 차체가 길어져서 그만큼 출력이 필요하니까 더한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다. 왜냐면, 운전을 하면서, 그리고 뒷좌석에 있으면서 감탄만 연발했기 때문이다.
일단 스티어링 휠을 잡고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놀라고 만다. 진동 없이 시동을 거는 것이야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특기이니까 그렇다고 넘어갈 수 있지만, 주행 모드에 손을 대면 어색함이 느껴진다. 뒷좌석을 위한 롱 휠베이스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모델에 있던 ‘쇼퍼(Chauffeur)’ 모드가 없다. 그런데 일단 출발해 보면 안다. 그 작은 출력을 가진 모터의 힘을 빌려, 쇼퍼 모드 없이도 굉장히 부드러운 출발이 가능하다.고속도로 제한속도에 맞춰서 시속 100km 정도로 달려도, 2열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시속 55km 정도다. 만약 창문을 닫고 전동 블라인드까지 치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안락한 공간’이 된다. C필러가 두꺼우니, 블라인드를 치지 않아도 누워 있으면 밖에서 뒷좌석에 탄 인물의 얼굴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렇다. 이 정도는 되어야 플래그십이라 할 수 있고, VIP를 위한 진정한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또 있다. 연비 주행 또는 얌전한 주행은 한참 오래전에 엿장수에게 팔았던 우리의 사진사가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충실히 지키며, 급가속과 급감속을 안 하고 있다. 플래그십이라서 그러지 않는다고 하기에는, 이전에 벤츠 S클래스에서 저질러 준 일이 너무 많다(심지어 AMG 모델도 아니었다). 차가 너무 부드럽고 진중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사진사의 과속 본능을 자연스럽게 잡아먹었나 보다. 오랜만에 불안에 떨지 않으면서 움직일 수 있었다.
아마도 자동차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게 이런 움직임일 것이다. 단순히 잘 움직이는 스포츠카를 만드는 것과는 다른, 움직이는 자동차에서 극상의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고급스러움을 만들어낸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신생 브랜드에 가까운 제네시스가 꽤 훌륭하게 만들어냈다는 게 굉장히 마음에 든다. 수치로 재 보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유럽 출신의 플래그십이 전혀 부럽지 않다고 느껴진다. G90 롱 휠베이스가 모처럼 큰일을 해 냈다.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5465×1930×1490mm휠베이스  3370mm  |  엔진형식  V6 터보, 가솔린배기량 ​​​ 3470cc  |  최고출력  ​​415ps최대토크  56.0kg·m  |  변속기  8단 자동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8.2km/ℓ가격 ​​​1억83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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