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력있는 아메리칸 크루저,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S

  • 기사입력 2022.07.08 17:28
  • 기자명 모터매거진

할리데이비슨에 스포티와 박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스포스터 S를 꼭 경험해봐야 한다. 스포티도 박력도 모두 잡아내고 고회전을 즐길 수 있다. 아메리칸 크루저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모터사이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할리데이비슨은 안다. 그 이미지가 거의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지만. 할리데이비슨이라고 하면 머리에 두건을 두르거나 혹은 반모(정식 명칭은 하프페이스 헬멧)를 쓰며, 가죽 재킷을 걸치고, 만세 자세로 핸들바를 잡고 다니며(에이프 행어), 혼자가 아니라 단체로 다니는 광경을 상상한다. 그런데 그건 알아야 한다. 할리데이비슨은 이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적인 라인업을 살펴보면 특이한 모델들이 꽤 있다. 그중에서 할리데이비슨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역동성을 넣은 모델은 꽤 주목할 만했다. ‘스포스터’라는 이름에 어울리도록 엔진도 가볍고 꽤 경쾌하게 돌아가도록 만들었고, 움직임도 일반적인 할리데이비슨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 스포스터를 바탕으로 다듬은 게 한때나마 스포티를 즐기는 라이더들을 설레게 만들었던 XR1200이다. 발을 앞으로 뻗는 게 아니라 뒤로 지지하는 모델이었다.
스포스터는 할리데이비슨에게 있어서 꽤 아픈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꽤 많은 라이더들이 선택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개정된 배출가스 규제를 극복할 수 없어서 단종을 선택하고 말았다. 그 뒤에 느와르 드라마 ‘마이네임’에서 주인공 한소희가 운전하는 모델로 나와서 인기를 얻었는데, 단종된 모델을 판매할 방법도 없으니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스포스터는 어떻게 되었을까? 새 엔진과 프레임, 디자인으로 태어나 ‘스포스터 S’가 되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스포스터 S가 처음 등장했을 때, 잠시 혹평도 있었다. 기존의 스포스터와 형태도, 비율도 크게 달라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구형 스포스터(아이언 883)를 탔던 후배가 혹평을 내놓았으니, 필자도 그때는 할 말이 없어서 “할리도 다 생각이 있겠지”하고 넘어갔었다. 일단 직접 운전해 보기 전까지는 완전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 게 필자의 별거 없는 철학이다. 엄격하게 이야기하자면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 영역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스포스터 S의 모습이 낯설지는 않았다. 형태나 비율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미 비슷한 모델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스포스터 S는 XR1200과 많이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발을 놓는 위치와 한눈에 봐도 두꺼운 앞 타이어 정도? 그러고 보니 머플러 위치도 조금 다르다. 그때는 아래로 내렸다가 위로 올라오는 것 같은 형상을 취했지만, 이번에는 엔진으로부터 수평으로 배기관을 뽑고 머플러도 측면에 그대로 붙였다.
아마도 소재 기술과 냉각 기술이 발전해서 가능한 변화일 것이다. 배기관 자체는 여전히 뜨겁지만,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감싸고 있기 때문에 발이 닿아도 뜨겁지 않다. 라이딩용 바지만 제대로 입고 있다면 화상을 입을 일은 전혀 없으며, 엔진 열도 적다. 사각형에 가까운 헤드램프는 밤에도 길을 환하게 밝혀주고, 할리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따라 다듬어진 연료탱크는 멋과 함께 적절한 용량도 갖고 있다. 뒷바퀴 위에(정확히는 번호판 브라켓) 얹어진 브레이크 램프도 꽤 밝게 빛난다.

감상은 이 정도로 하고, 이제 달려볼 시간이다. 스포스터 S의 엔진은 새로 만든 ‘레볼루션 맥스 1250’이다. 그렇다. 할리데이비슨의 멀티퍼퍼스 모터사이클인 ‘팬 아메리카’에 탑재된 것과 동일하다. 단, 특성은 약간 달라졌다. 출력은 약간 낮추고 최대토크 발휘 영역을 낮춰서 좀 더 즐거운 라이딩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론적으로는 일반 휘발유를 주입해도 되지만, 새 엔진은 고급 휘발유를 권장하고 있다. 뭐 할리데이비슨을 구매할 정도라면 고급 휘발유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시동을 걸면 약간의 폭음이 들려오지만, 곧 잠잠해진다. 할리데이비슨 특유의 말발굽 소리는 이제 느끼기 힘들어졌다. 캬뷰레터 시절에 제일 강했던 소리인데 인젝션 시대를 열면서 조금씩 약해지더니, 새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엔진을 새로 만들면서 조금 더 약해졌다. 특유의 소리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다면 ‘팻 밥’ 등에 탑재된 ‘밀워키 에이트’ 엔진을 골라야 한다. 그래도 스포스터 S는 그 나름의 매력이 충분하다.

할리데이비슨이 고회전 영역을 잘 사용하는 게 조금 이상하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하다. 팬 아메리카 때도 조금은 겪어봤지만, 스포스터 S는 조금 더 신나게 엔진 회전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포장된 도로를 달리고 있기에 조금 더 안심하고 달리기 때문인 것 같다. 오프로드에서는 언제 뒷바퀴가 미끄러질지 몰라서 불안감을 조금 안고 달리니 말이다. 운전 능력이 아직 경지에 오르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다.
직선 가속 능력이 인상적이다. 조금 굵은 소리를 내면서 엔진이 회전하면, 순식간에 속도계의 숫자가 달라진다. 그러나 그 직선 가속 능력보다 더 인상적인 것이 코너링 능력이다. 쉽게 말하면, 앞바퀴가 가는 대로 차체가 그대로 따라간다. 시선을 똑바로 코너에 맞추고 차체를 자연스럽게 기울이면, 웬만한 코너는 하나의 불안감도 없이 통과할 수 있다. 이전 스포스터 때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너링 안정감이 신형 스포스터 S에서 실현되고 있다.

처음에는 앞바퀴가 쓸데없이 두꺼워졌다고 느꼈는데, 코너를 돌아보니 다 이유가 있는 세팅이었다. 두꺼운 바퀴가 주는 놀라운 안정감으로 인해, 초보 라이더라고 해도 꽤 자신감 있게 차체를 기울이고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 부문에서 혼다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할리데이비슨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그 안정감을 따라잡았다. 기울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존 스포스터보다 더 깊게 눕히는 게 가능하다.
스포스터 S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무대는 고속도로보다 산길이 된다. 헤어핀이 있는 깊은 산길까지는 돌아나가기 힘들지만, 완만한 코너가 연속으로 있으며 고속 주행이 가능한 산길이라면 제법 기분 좋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달려나갈 수 있다. 게다가 신세대 할리데이비슨은 브레이크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앞바퀴에 싱글 디스크를 적용하고 있지만, 손가락으로 브레이크 레버를 강하게 쥐는 것만으로 ABS가 걸릴 정도의 강한 브레이킹이 가능하다.

설령 기울어진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걸어도 큰 걱정은 없다. 차체 기울기를 감지해서 ABS가 작동하므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바퀴가 잠기는 일은 없다. 그래서 코너를 고속으로 계속 공략하고 싶은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허벅지로 연료탱크를 제대로 조이지 않는다면, 주행풍 때문에 신체가 뒤로 자꾸 밀려나려고 한다. 이를 조금이라도 극복하려면, 라이딩 자세는 나오지 않아도 옵션으로 제공되는 ‘미드 마운트 발판’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오랜만에 할리데이비슨이 신나는 모터사이클을 만들어낸 것 같다. 스포스터 S는 분명히 새로 태어났지만, 역사를 아는 이들에게는 XR750 또는 XR1200을 떠올리게 하는 역동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것이라기보다는 역사를 받아들이고 리메이크를 단행했다고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팬 아메리카가 오프로드 주행의 혼을 담고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스포스터 S를 타고 와인딩 주행을 즐긴 것을 보니, 필자에게도 아직은 질주의 혼이 끓고 있었나 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라이딩웨어 협찬 | 얼리바이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2270×843×1089mm
휠베이스  1520mm   |  엔진형식  V2, 가솔린
배기량 ​​​1252cc  |  최고출력  ​​121ps
최대토크  12.9kg·m  |  변속기  6단 수동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
가격  2650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