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던 폭스바겐 2세대 페이톤

  • 기사입력 2022.07.08 15:07
  • 기자명 모터매거진

폭스바겐이 야심차게 대형 세단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1990년대

말, 페르디난드 피에히(Ferdinand Piëch)는 럭셔리

세단을 만들면서 폭스바겐 내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과 동시에 브랜드의 위상을 좀 더 끌어올리려 했다. 2002년, 길이 5m가 넘는 최고급 세단 페이톤을 공개했는데, 크기에 비해 절제된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크롬과 나무,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했으며 송풍구를 나무 패널로 덮은 것도 특징이었다.

여기에 6기통 엔진 두 개를 W자

형태로 결합한 독특한 엔진을 탑재했다. 페이톤은 그 위상만큼이나 공장에도 신경을 썼는데, 독일 드레스덴 외곽에 있는 전용 공장(Gläserne Manufaktur)은

이름 그대로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졌다. 자연스러운 빛이 가득한 공장에서 직원들이 흰 옷을 입고 페이톤을

손으로 조립했으며, 다수의 직원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공장

바닥은 캐나다에서 가져온 메이플 우드와 독일에서 자란 오크 우드로 장식했다.

그 페이톤은 2016년까지 생산되었지만, 그대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사실 그 뒤에서는 이미 2세대 모델이 개발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이유를

알고 있겠지만, 당시 폭스바겐은 변화가 필요했고 전기 모터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재편을 기획하고 있었다. 그 결과 2016년에 대형 세단은 중단하기로 결정됐고, 거의 개발이 끝나가고 있었던 2세대 페이톤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다시 공장 한 구석으로 들어가게 됐다.

2세대 페이톤의 디자인은 꽤 인상적이다. 전통적인 세단 형태를 갖고 있으며 광택이 흐르는 검은색의 차체와 크롬을 장식된 포인트들이 있다. 그릴은 1세대 모델보다 훨씬 더 낮으며, 조금은 복잡한 형태로 다듬어진 헤드램프가 있다. 그래서 전면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는 아우디 A8의 느낌이 상당히 묻어난다. 후면은

단정한 형태의 범퍼와 LED 테일램프를 갖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아우디 A6를 연상시킨다.

2세대 모델에서 제일 눈길을 끄는 것은 실내 디자인이다. 고품질 소재를 사용하고 첨단 기능을 아낌없이 부여했는데, 센터페시아를

장식하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다. 이 디스플레이는 훗날 폭스바겐 신형 투아렉에 장착되면서 폭스바겐을

고급스럽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리고 디지털 계기판, 화려한

대시보드, 도어와 스티어링 휠을 장식하는 나무, 흰색 가죽, 시트를 장식하는 화려한 패턴도 확인할 수 있다.

2세대 모델은 양산에 실패했기 때문에 정확한 크기나 파워트레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마도 1세대 페이톤보다는 조금 더 긴 차체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며, MLB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PHEV가

준비되었을 것 같다고 추정할 뿐이다. 페이톤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고급스러운 공장은 전기차를 만드는

곳으로 바뀌었고, 한 때는 골프 전기차를 생산하다가 이제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ID. 시리즈를 생산한다. 만약 그 때 2세대 페이톤이 등장했다면 폭스바겐의 역사는 조금 달라졌을까? 그것은

사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글 | 유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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