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스터VS쿠페, BMW Z4 M40i VS 토요타 GR 수프라

  • 기사입력 2022.07.04 10:05
  • 기자명 모터매거진

토요타 수프라를 기다려온 마니아들이 많다. 우리 편집부에도 한 명 있다. 그토록 기다려온 수프라인데 BMW의 힘을 빌려 만들었다. 이에 반발이 심했다. 생각해보면 더 상위 클래스 브랜드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가져오는데 왜 싫어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하튼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두 대를 한자리에 모았다. 뚜껑이 있고 없고 차이가 있고 마지막 손길이 다르다. 하드웨어만 보면 쿠페가 주행 성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우린 실제로 달려 보고 눈으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지금부터 출발한다.
EXTERIOR & INTERIOR
글 | 유일한
같은 크기의 차체를 가졌음에도 다른 차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안에 담긴 비율에 비밀이 있을 것이다. 각 부분을 장식하는 패널의 크기와 덩어리 감, 헤드램프의 형상, 지붕을 구성하는 라인 등 모든 것이 차이를 둔다. 그런 점에서 BMW Z4와 토요타 GR 수프라는 같은 차체를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다르다. 하긴 개발 때부터 차체 크기와 플랫폼, A필러 위치만 공통으로 결정하고 각자 개발에 돌입했으니 그럴 수도 있다.

Z4의 앞모습은 조금 둔하게 보인다. 수프라에 비해 그렇게 보인다는 것인데,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차체에 비해 큰 키드니 그릴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큰 것까지는 좋은데 가로로 긴 형태를 취했고 헤드램프도 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균형이 약간 흐트러져 보인다. 차라리 BMW가 현재 4시리즈에 사용하고 있는 세로로 긴 형태의 그릴을 사용하면 어떨까 싶다. 기왕이면 헤드램프도 동그랗게 다듬어주면 더 좋고.
그 앞모습을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균형이 완전히 어긋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이 차는 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이라는 사실이다. 천으로 된 지붕을 열은 뒤에 측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A필러와 시트 일부분, 롤바만 노출된 완벽한 로드스터의 형태가 드러난다. 도어의 하단 라인도 중간에서 살짝 올라간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으로 인해 뒷바퀴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탑승할 때 걸리적거리지는 않는다.
사진으로는 그리 집중되지 않겠지만, Z4는 오버펜더를 가졌다. 차체보다 휠하우스가 더 튀어나왔다. 마치 처음부터 와이드보디 작업을 한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앞 펜더 하단에 적용한 아가미 등으로 측면에서 심심함을 지워냈다. 후면에서는 BMW만의 독특한 L자 형태의 테일램프가 모습을 마무리해준다. 차체가 워낙 낮고 뒷부분도 낮게 다듬어서 그런지 이 가느다란 테일램프가 꽤나 잘 어울린다. 범퍼 하단을 장식하는 두 개의 머플러가 화룡점정이다.
안으로 시선을 옮기면 여기부터는 익숙한 BMW의 실내 그대로다. 그런데도 이 실내가 다른 BMW와 조금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부근에서 조금 다른 형태로 보이도록 오각형, 사다리꼴 형상을 썼기 때문이다. 컨버터블은 지붕을 열고 달려야 하기 때문에 외형만큼 실내 디자인도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기교를 부렸고, 다행히 그 기교가 잘 통하고 있다. 기왕 기교를 부리는 거, 센터 콘솔의 기어노브도 조금 형상을 바꿨으면 좋았을 것 같다.

도어에서 삼각형으로 멋을 부리는 오디오 스피커가 이채롭고, 도어 손잡이는 아래를 향하는 형태로 다듬어졌다. 삼각형과 사다리꼴을 섞어서 멋을 부린 것이다. 시트는 버킷 정도는 아니지만 착좌감이 꽤 좋고 엉덩이 포지션이 낮아 차체의 움직임을 솔직하게 느낄 수 있다. 지붕을 열었을 때도 트렁크는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데, 작은 짐은 차 안으로 갖고 타도 된다. 필자는 가방을 시트 뒤에 두었는데,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GR 수프라는 이전 세대 수프라(A80)의 그 모습을 조금씩 계승하고 있다. 거대한 헤드램프가 그 증거다. 물론 그 아래에는 긴 LED 주간주행등을 넣어서 멋을 부렸지만, 이 정도는 최신 유행을 따르려는 변화로 받아들여 줄 수 있다. 노즈가 조금 돌출되면서 뾰족한 형상으로 다듬어졌는데, 어색하지 않고 멋으로 느껴진다. 헤드램프 측면에 검은색의 눈물 자국이 있는데, 문득 ‘더 이상 인간이 될 수 없는 가면라이더가 흘리는 눈물’이라는 설명 혹은 설정이 떠오른다.

보닛이 곡면을 품고 부풀어져 있어서 그런지 머슬카의 느낌이 제대로 다가온다. 부풀어 있는 오버펜더가 그 근육과 어우러진다. 클램쉘 형태의 보닛을 열면, 휠하우스가 있는 부분에 수프라의 레터링이 새겨져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차를 즐길 때 꽤 중요한 요소다. 그 뒤로 시선을 옮기면, A필러 뒤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이 있고 탑승객을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더블버블 루프도 있다.
뒷모습도 상당히 부풀어 있다. 사이드미러를 통해 뒤를 보면 부풀은 오버펜더가 먼저 보일 정도다. 이 근육질의 라인은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럽게 다듬어진 테일램프와 만나 멋을 부리는 형태로 바뀐다. 개인적으로는 이전 수프라가 가진 4개의 원을 상당히 좋아했는데, 지금의 GR 수프라가 가진 이 테일램프도 마음에 든다. 뒤 범퍼 하단을 장식하는 디퓨저와 F1에서 영감을 얻은 후진등, 구경이 더 커진 머플러도 인상적이다.
실내는 한 세대 이전의 BMW와 많이 닮았다. 대시보드 상단만 본다면 그럭저럭 이해해 줄 수 있는 구성이지만, 하단과 센터 콘솔은 완벽한 BMW다. 심지어 BMW의 상징인 아이드라이브도 그대로 유지했다. 그래서 싫으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버튼은 BMW의 것인지 몰라도 중간중간에 토요타의 패기가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드라이브 모드 조정 대신 스포츠 버튼 하나만 크게 있다는 것 말이다. 이 차는 스포츠카이니 노멀과 스포츠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는 이야기다.

스티어링 휠 자체는 Z4보다 얇은데 요즘은 이쪽이 더 마음에 든다. 그리고 계기판 너머로 보이는 원형 디지털 회전계가 꽤 멋있다. 도어 트림에는 스피커와 트위터가 있는데, BMW의 하만카돈이 아니라 토요타의 JBL이다. 손잡이도 위로 세워져 있어 대조가 된다. 시트는 본격적인 버킷 시트 형상으로 신체를 잡아주며, 시트 뒤로는 트렁크가 바로 이어져 있어 급하게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낼 때 좋다. 달리는 자동차이지만 어느 정도의 실용성도 챙기고 있다.
PERFORMANCE
글 | 안진욱
매치의 꽃, 달리기 시간이다. 두 대는 같은 플랫폼에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 직렬 6기통 3.0ℓ 터보 엔진에 ZF 8단 자동변속기를 달고 있다. 두 차 모두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51.0kg·m의 파워를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역시 동일하게 4.1초다. 공차중량은 Z4가 1495kg, 수프라가 1520kg이다. 오픈톱 모델이 쿠페보다 살짝 가벼운 이상한 상황이다.  

두 대를 번갈아 보며 타서 그 차이를 느껴 보기로 한다. 시트 포지션부터 차이가 있다. 측정을 해보진 않았지만 Z4가 수프라 보다 낮다. 수프라는 시트가 뚱뚱해서 그런지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나지 않는다. 반면 Z4는 로드스터 특유의 땅에 붙어서 가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시야도 Z4가 더 나은데 이유는 수프라의 대시보드가 너무 높다. 얼마나 높으면 룸미러와 센터 디스플레이가 닿을 정도다. 윈드실드의 중앙 쪽 시야가 좁아 답답하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할 때 시야가 중요하기에 수프라의 이러한 점은 약점이 된다. 측면 그리고 후방 시야 역시 Z4가 더 시원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보자. 직진 가속력은 당연히 비슷하다. 이 정도 힘이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정식 드래그나 롤링을 해 볼 수 없었지만 어느 한쪽이 밀리거나 우세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변속 속도도 비슷한 듯하지만 Z4가 조금 더 빠르고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봐도 힘은 남아돈다. 허나 고속 안정감에서 차이가 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속안정감은 Z4가 더 낫다. 시트 포지션에서 오는 안정감도 있지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가 낮아져 더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 수프라는 차체가 붕붕 떠서 불안한 정도는 아니지만 Z4처럼 깔리는 맛이 없다. 차체 강성에서 불리한 Z4가 서스펜션 조율 실력으로 이 과목을 이겼다.

가장 궁금한 와인딩 능력이다. 아무리 BMW라도 섀시에 스트레스가 많이 가는 와인딩에서 수프라를 이기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테스트에 참여한 다른 동료 기자들도 그랬다. 예상은 빗나갔다. 섀시가 살짝 유연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는지 Z4가 수프라에 밀리지 않는다. 언더스티어의 정도는 Z4가 더 진하고 수프라가 뉴트럴스티어에 가깝다. 허나 진입 속도와 탈출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Z4가 다루기가 더 수월하다. 개인적으로 수프라로 코너를 타면서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은 댐퍼와 스프링이다. 섀시는 너무 강한데 댐퍼 스트로크는 길고 스프링레이트가 약해 스티어링에서 이질감이 든다. 이 감각 때문에 차에 적응되지 않으면 더 깊고 진하게 달릴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내가 수프라를 산다면 애프터마켓의 코일오버 타입을 구매해 적절하게 감쇠력을 맞춰야 할 것 같다.
좌우 롤링도 수프라가 더 심하다. 복합코너를 Z4는 자연스럽게 수프라는 거칠게 빠져나온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넘기는 리듬도 Z4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수프라의 주행감은 살짝 잘 못 튜닝된 M2의 느낌이 난다. 휠베이스가 짧아 안 그래도 예민한 섀시에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물렁한 서스펜션이 달려 운전자가 조종하기 힘들다. 물론 내 운전 실력이 형편없어 그럴 수 있다. 두 대 모두 자세제어장치를 해제하고 탄다면 Z4는 여유 있게 카운터를 잡으면 뒷타이어를 태울 수 있지만 수프라는 재빠르게 카운터를 쳐야 하고 자칫 그 양이 지나치면 리버스 스핀이 일어날 수 있다.
제동 성능도 비슷하다. 브레이킹 기본기가 잘 지켜졌다.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잡았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킹을 걸어 보면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는 것도 훌륭하다. 페달의 답력과 스트로크도 비슷하고 제동 쪽에서는 우위를 가릴 수 없다. 끝을 맺자면 제동을 포함한 전반적인 퍼포먼스를 비교해 보면 Z4가 더 빠르다는 게 아니다. 다루기 쉽고 깔끔한 게 Z4다.
CONCLUSION
안진욱
나의 선택은 BMW Z4 M40i다. 우선 수프라와 달리 오픈에어링이 가능하다. 우리가 스포츠카를 타면서 격하게 타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날씨가 좋아 뚜껑을 열고 달리니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 차체 강성 따질 시간에 여유롭게 밤공기를 마시는 게 낫다. 그렇다고 주행 실력에서 밀리느냐? 내 기호에는 Z4가 더 맞다. 다루기 쉽고 낮은 포지션으로 스포츠카 느낌을 주면 그 것으로 만족한다. 과거 1세대 Z4처럼 긴장하면서 탈 필요도 없다. 그러한 올드스쿨 퓨어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현시대 스포츠카는 이래야 한다. 늘 탈 수 있고 놀고 싶을 때 운전자의 장단을 맞춰 줄 수 있는 그러한 차.
유일한
필자의 선택은 토요타 GR 수프라다. 비록 지붕을 열 수 있는 Z4가 부럽기는 하나, 온전히 달리는 감각을 느끼는 데 있어서는 수프라가 한 수 위에 있는 것 같다. 동일한 엔진과 변속기를 쓰면서도 배기음과 반응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수프라가 조금 더 퓨어 스포츠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도 좋아한다. 또 하나 더! 스티어링이 손에 잡히는 감각이 수프라가 더 좋다. 대중적인 모델을 선뜻 선택하지 않는 필자의 반골 기질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실망스러운 일이 생겼다. 그동안 ‘수프라에 수동변속기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외치며 수동을 갖고 싶으면 2.0을 구매한 뒤 엔진과 변속기를 A80용으로 바꾸라고 말하던 토요타였다. 허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 수동 변속기를 단 GR 수프라를 내놓겠다고 말하고 있다. 나중에 개발자 아저씨를 만나면, 어퍼컷 한 번 날려줘야 될 것 같다.
글 | 안진욱, 유일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BMW Z4 M40i
길이×너비×높이  4325×1865×1300mm  |  휠베이스 2470mm
엔진형식  I6 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98cc  |  최고출력  387ps
최대토크  51.0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RWD
연비  -​  |  가격  9110만원

SPECIFICATION
TOYOTA GR SUPRA
길이×너비×높이  4380×1855×1305mm  |  휠베이스 2470mm
엔진형식  I6 터보, 가솔린  |  배기량  2998cc  |  최고출력  580ps
최대토크  51.0kg·m  |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RWD
연비  -​  |  가격  ​​​7568만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2024 모터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