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성능 패밀리카 매치! BMW M5 컴페티션 VS 아우디 RS6 아반트

  • 기사입력 2022.06.27 16:38
  • 기자명 모터매거진

스포츠카도, 실용성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과거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과제이지만, 이제는 실현 가능하게 됐다. 이제 스타일만 고르면 된다. 차가운 도심을 가로지를 수 있는 세단인지, 아니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왜건인지 말이다.

고성능이라고 무조건 좋다고는 못 말해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라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자동차를 실제로 접하지 못하는, 아니면 접하기 힘든 어린 시절에는 고성능을 발휘하는 스포츠카 또는 수퍼카에 열광한다. 그리고 나이를 먹고 시간이 되어 바로 면허를 따면, 스포츠카를 원하게 된다. 물론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운전자들만(대부분 남자들이겠지만)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만약 스포츠카를 잠시라도 접하게 된다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성능에 도취되고 말 것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그렇게 젊은 시절 스포츠카를 좋아하던 청년들도 이제 나이를 먹고 직업을 가지게 된다.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가는 몸은 이제 젊은 시절과 다르다. 밤을 새워 친구들과 놀아도, 아니면 연인과 뜨거운 밤을 보내고도 지칠 줄 몰랐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이라도 잠을 자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나약한 몸으로 바뀐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
자, 이제 나이도 먹었고 단단한 서스펜션을 가진 스포츠카는 이제 불편해졌다. 어느새 연애가 아니라 결혼을 논해야 할 시기가 되었고(그 시기는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는다), 가정을 꾸려야 하는 때도 왔다. 아이는 어느 새 훌쩍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하고, 잠시 동안 아이를 위해 급하게 마련했던 거대한 공간을 가진 SUV(혹은 미니밴도 좋다)는 이제 넣어두어도 될 시기가 왔다. 잠시 여유가 생겨서일까. 잊고 있었던 고성능 스포츠카의 짜릿함이 그리워진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여유 자금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의 바이러스가 휩쓸고 갔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예상하지 못했던 두둑한 보너스를 챙겼다. 퇴근길에 오르려고 하니 어느새 냄새를 맡았는지 자동차 영업사원들이 회사 앞에서 열심히 팸플릿과 명함을 나눠준다. 대충 두 개의 팸플릿을 받아서 집에 와 천천히 읽어보니, 둘 다 ‘패밀리카의 편안함과 스포츠카의 고성능을 한 번에’라고 말하는 차들이다.
확실히 그렇다. 이제 나이도 먹었고 더 이상 단단한 차체가 좋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야근과 특근에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해 급격히 약해진 이런 몸으로 단단한 스포츠카에 올랐다가는, 도로에서 올라오는 충격 때문에 허리를 못 쓰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은 미련이 남아서 짜릿함을 줄 수 있는 가속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편안함과 성능을 모두 만족하는 차를 사면 될 일이다. 가족에게 핑계를 대기도 좋고 말이다.
그래서 세단인가요, 왜건인가요
두 대 중에 먼저 BMW M5 컴페티션 모델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M5의 외형은 차분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M5와 5시리즈에 M 패키지를 장착한 모델 간의 차이가 크게 없다는 것이다. 앞 범퍼 하단에 마련된 구멍(에어 인테이크)의 형태가 다르고, 프런트 펜더에 아가미가 생겼고, 뒤 범퍼 아래에는 뾰족하게 튀어나온 이상한 구조물(디퓨저)이 있지만, 그걸 한 번에 알아볼 정도라면 필경 자동차 마니아다.

사실 M5를 한눈에 다른 차와 다르다고 알아보게 하는 것은 검은색을 쓰는 방법이다. 본래 은색으로 반짝반짝 빛나야 하는 키드니 그릴이지만, M5의 그릴은 검은색이라 공격적인 느낌이 확 다가온다. 사이드미러도 검은색으로 칠했고 지붕도 검은색이라(카본 파이버를 적용했으니) 이 부근에서 다른 느낌이 온다. 아, 만약 M5를 구매한다면, 검은색은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평소에도 블랙으로 멋을 낸다고 한다면 상관없겠지만.
이 정도면 어쩌면 평범한 BMW의 세단이라고 이야기하며 가족을 속일 수도 있을지 모른다. 단, 그것은 외형만 보았을 때 이야기다. 실내도 뭐 크게 보면 속일 수 있을 것이다. 스티어링 휠에 마치 귀처럼 달린 붉은색의 M 버튼 두 개가 있지만, 기능을 모르겠다며 유야무야 넘기면 된다. 센터 콘솔에 붉은색이 조금 더 많이 보이고 기어 노브도 각을 세운 것이 다른 모델과 좀 다르지만, 그 정도는 뭐 슬쩍 넘어가면 된다.

단, 하나는 절대로 숨길 수 없다. 아니, 보는 순간부터 이 차가 평범한 차가 아님을 알리게 된다. 바로 M5의 로고가 환하게 빛나는 버킷 시트다.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 시트에 앉는 순간 어깨와 허리가 몸에 딱 맞아떨어져 간다는 것을 알게 되고, 조금 헐렁하게 느껴지면서도 편안함을 제공하는 일반적인 세단의 시트와는 다르다는 것을 바로 느낀다. 어쩔 수 없다. 이 차의 성능을 고려해보면, 이 정도의 시트는 있어야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매력적인 부분을 제시할 수밖에. M5의 뒷자리는 편안하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 5시리즈 세단과 뒷자리는 동일하다. 아이들은 물론 연로한 부모님을 모신다고 해도 괜찮다. 엔진음도, 배기음도 없이 무조건 조용한 차를 찾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니면 옵션으로 제공되는 ‘바우어스 앤 윌킨스’ 오디오로 근사한 음악을 재생하고 배기음을 묻어버려도 된다. 트렁크 공간도 생각보다 넓어서 골프백 두 개 정도는 무난하게 들어갈 것 같다.
이제 아우디 RS 6의 차례다. 만약 A6 세단의 형태에 익숙하다면, RS 6를 보자마자 특별한 모델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내에는 아직 A6 아반트가 판매되지 않지만, 아반트 모델도 앞모습, 그리고 B필러 까지는 세단과 동일하다. 어쨌든, RS 6는 누가 보더라도 고성능 모델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검은색으로 전면을 장식하는 거대한 육각 그릴도 그렇지만, 그 옆으로 배열된 날카로운 형태의 LED 헤드램프도 인상적이다.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이 부품은 본래 A6의 것이 아니다. A6와 공유하는 것은 앞 도어와 지붕, 테일게이트뿐이다. 그러니까 차체 외부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부품이 RS 6 전용이라는 것이다. 혹여 전면에서 특별한 모델임을 알아채지 못한다 해도, 측면으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인상적인 스포크 디자인을 가진 22인치 휠 끝에 타이어만 겨우 붙어있는 수준이니 말이다. 한눈에 봐도 ‘달리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알게 된다.
RS 6는 그 외형을 보지 않고 실내로 바로 들어가야 그나마 평범한 왜건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스티어링 휠을 감싸고 있는 소재가 일반 모델과 다르고, 붉은색의 벌집 패턴 스티치를 가진 1열 시트가 있지만, 그 외에는 일반적인 A6의 실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버킷 시트라서 앉는 순간 느낌이 좀 다르긴 한데, 조이는 느낌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어깨 부분에 여유를 조금 두고 있어서 그런 듯하다.

그리고 붉은색의 스티치도 변명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밤에 화려하게 실내를 장식하는 ‘앰비언트 라이트’의 존재다. 물론 M5도 앰비언트 라이트는 갖고 있지만, RS 6의 것은 시각적으로 더 화려하게 보인다. 만약 라이트 색상을 붉은색으로 맞추고 밤에 가볍게 주행한다면, 아니면 터널 안에라도 들어간다면 ‘이것이 아우디의 기본적인 실내 감성이다’라고 말해줄 수 있다. 저절로 고개를 끄떡이면서 ‘철이 없다’ 정도로 용서되지 않을까.
RS 6의 뒷자리는 왜건을 기반으로 한 만큼 당연히 편안하다. 그리고 세단으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광활한 트렁크는 왜건만의 특권이다. 많은 화물을 적재하기도 참 좋지만, 만약 개를 키우고 있다면 이동장에 넣는 대신 트렁크에 태우고 뒷자리 등받이 쪽에 별도의 그물망을 쳐 두어도 좋을 것이다. 아우디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오디오가 아니라 ‘뱅앤올룹슨’의 오디오를 장착하고 있어서, 음악이 꽤 좋게 나온다.
동일한 것은 8기통이 주는 감동
두 모델 모두 8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지만, 세세한 사항은 다르다. 배기량이 다르고 최고출력이 다르고, 소리를 내는 방식도 다르다. 먼저 M5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시동을 거는 즉시 이 차가 고성능 엔진을 탑재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낮은 음색의 배기음이 바로 깔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단의 형태를 취하면서 그 본색을 숨기려 해도, 이 엔진과 배기음만으로 아무래도 들통이 나버리고 만다.

그걸 조금이라도 숨기려면, 시동을 건 뒤 엔진 회전이 조금이라도 안정된 뒤에 차를 꺼내야 한다. 혹시 켜져 있을지도 모를 배기 버튼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그 뒤에는 뭐 가족들을 태워도 불만은 크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만약 조용한 차만 찾는 사람들이라면 이것조차도 시끄럽다고 할 수 있을 테니, 평소에 그리 조용하지 않은 자동차로 익숙해지게 만드는 게 중요하겠다. 가족용 SUV 또는 미니밴을 디젤 엔진으로 사야 하는 이유가 될 것 같다.
아무튼, 달리려면 일단 가족은 타고 있지 않는 것이 전제가 된다. 혼자가 됐을 때, 아니면 자동차를 정말 좋아하는 자녀가 같이 탑승했을 때는 주행 모드를 슬며시 바꾸고 달려보자. 배기음과 엔진의 음색이 운전자를 자극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주행 감각은 굉장히 안정적이다. 의도적으로 엔진 회전을 높여봐도, 높은 출력과 토크를 네 바퀴에 안정적으로 분배해주니 바퀴가 미끄러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겠다.

그렇다고 코너에서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M5는 특히 좌우로 연속된 코너에서 크게 힘을 발휘하는데,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깔끔하게 코너를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다. 자세가 쉽게 무너지지 않으니 자신 있게 스티어링을 돌릴 수 있고, 설령 무너질 것 같다고 해도 그 자세를 다시 다잡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스티어링 조작과 함께 엔진 회전에 신경을 쓰고, 타이밍을 맞춰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변속을 즐기면 된다.
BMW는 언제나 ‘운전의 즐거움’을 외쳐왔다. 그 즐거움은 안정감 위에서 나오고, 안정적으로 출력을 소화할 수 있는 메커니즘에서 발현된다. 조금 서툴러도 출력을 즐길 수 있고, 운전에 익숙해지면 즐거움을 더 추구할 수 있다. 그렇다. 오랜 기간 가족과 함께하느라 스포츠카를 즐기지 못했던, 그래서 고출력을 다루는 방법을 잊어버린 운전자에게 있어 M5는 운전자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관용을 보인다.

그렇다면 RS 6는 어떨까? 이쪽도 시동을 갓 걸었을 때는 시끄럽지만, 금방 조용해진다. 체감상 M5보다 더 조용한 것 같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주행 중에도 조용하다는 것이다. 엔진 회전도 부드럽지만, 소리도 생각만큼 나지 않으며, 도심에서는 3000회전 이상 올릴 일이 거의 없을 테니, 그냥 조금 힘이 센 조용한 중형 승용차를 운전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라면 가족이 같이 탑승해도 불평이 나올 일은 없겠다.
얇은 타이어를 적용했으니 일반적으로는 승차감이 안 좋기 마련인데, DRC(다이내믹 라이드 컨트롤)를 적용하고 있어서 그런지 쾌적한 승차감이 보장된다. 서스펜션이 단단하다고 놀라거나 아이가 갑자기 우는 일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휠 크기를 1인치 낮추고 승차감을 더 챙겨도 좋았을 것 같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도 합격점을 줄 수 있다. 게다가 회전 반경도 예상외로 적다. 스티어링 회전과 속도에 따라 뒷바퀴가 반응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고성능 모델을 운전하고 있으니 성능은 좀 즐겨봐야 한다. 스티어링 휠의 RS 버튼을 눌러 주행 모드를 바꾼 뒤 오른발에 좀 더 힘을 주고 4000회전을 넘기는 순간부터, 숨기고 있던 발톱이 드러난다. 이때부터 레드존에 이르기까지의 가속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이루어진다. 눈앞의 공간이 순식간에 압축된 뒤 바로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 같은, 슈퍼카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그런 가속 감각이다. 이 감각은 미약처럼 운전자를 유혹한다.
이미 계기판의 그래픽이 변해 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엔진 회전에 따라 노란색 그리고 붉은색으로 물드는 계기판은 짜릿한 가속 그리고 신속한 변속을 운전자에게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위험하지 않냐고? 마음속에 준비만 제대로 해 둔다면, 브레이크로 오른발을 옮기고 밟는 즉시 거대한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제 일을 다 한다. 제동 성능도 인상적이지만, 엔진이 상당히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체 앞부분이 좀처럼 내려앉지 않는다.
아마도 이 성능을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도로는 독일의 아우토반, 그중에서도 일부 구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서킷 정도일까. 그렇다고 해도 그 성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RS 6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모습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보여준다. 평상시에는 가족을 태우는 용도로, 혼자서 있을 때는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스포츠카로 그리고 레저를 빠르게 즐기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만드는 용도로 말이다.
CONCLUSION
아마도 고르는 데 있어 결정장애가 올 것이 분명하다. 세단과 왜건, BMW와 아우디라는 브랜드의 차이, 달리는 감각의 차이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머릿속에서 맴돌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족의 조언을 빌리는 게 현명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도 필자에게 단 하나의 모델을 고르라고 한다면, 아우디 RS 6를 고를 것 같다. BMW의 날 것 같이 느껴지는 주행 성능도 좋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아우디의 감각이 더 좋게 느껴진다.
SPECIFICATION
BMW M5 COMPETITION
길이×너비×높이  4985×1905×1475mm
휠베이스 2975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4395cc  |  최고출력  625ps
최대토크  76.5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7.6km/ℓ
가격  1억6120만원
SPECIFICATION
AUDI RS 6 AVANT
길이×너비×높이  4995×1950×1500mm
휠베이스 2930mm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3996cc  |  최고출력  600ps
최대토크  81.6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AWD  |  복합연비  7.0km/ℓ
가격  1억5802만원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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