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찔하다, BMW i4 eDrive40

  • 기사입력 2022.06.22 17:02
  • 기자명 모터매거진

내연기관 플랫폼을 베이스로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만들었다. BMW의 색은 빈틈없이 칠했다.  

이런 날이 오고 말았다. 내연기관과 이별을 앞두고 전기차를 맞이해야 하는데 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받아들이고 있다. 매달 시승하는 차들 중에서 전기차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에 목적을 둔 소비자들은 거의 없다. 내연기관보다 훨씬 조용하고 빠르고 알뜰한 장점으로 대중의 지갑을 열고 있다. 지금 전기차 시장에서 아니 자동차 전체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차는 BMW i4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지만 손에 닿는 모델은 그리 많지 않다. 살 수 있는 가격표를 달고 있어 더욱 인기가 많다. 4시리즈 그란쿠페를 베이스로 전기차 컨버전을 얼마나 완벽하게 완성했는지 이번 기획에서 진하게 타봤다.
화이트 i4가 눈앞에 도착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을 살펴보자면 이제 이 얼굴이 눈에 익은 거 같다. 곰곰이 생각 해봤다. 왜 키드니 그릴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자인의 정답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디자인 잘하는 이들이 모여 있고 세계에서 가장 결정 잘하는 이들이 있는 대기업에서 이런 판단을 하고 시장에 내놓았다는 것은 뭔가 있는 것이다. 과거 크리스 뱅글의 디자인이 그러했다. 당시만 해도 혹평을 받았는데 지금 그가 만진 모델들을 보면서 독설을 내뱉는 이는 거의 없다. 이처럼 이러한 파격 변신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뿐 조만간 디자인 논란은 사라질 것이다. 확실한 것은 멀리서 봐도 최신 BMW가 다가오는 것 같다.
눈매는 날카롭게 빚어 놔 나를 째려본다. 덩치가 생각보다 크다. 요즘 차들이 세그먼트 구분 없이 커지고 있는데 5시리즈 정도 되는 듯하다. 그리고 쿠페형 세단이기에 측면 실루엣이 매끈하다. 실제로도 공기저항계수가 0.24d로 공기를 부드럽게 넘기는 형상이다. 프로포션은 전형적인 BMW다. 극단적으로 짧은 오버행으로 전투적이며 휠 하우스는 기하학적 패턴의 19인치 휠로 채워져 있다. 뒤가 정말 예쁘다. 넓적해 보이고 인상적인 것은 디퓨저를 센스 있게 만들었다. 머플러 커터 자리를 디퓨저로 대체했다. 보통 디퓨저는 중앙에 두고 양옆에 머플러 커터가 자리하는데 전기차이기에 신선하게 배치했다. 외관은 4시리즈 그란쿠페와 거의 같다. 전기차임을 알 수 있는 아이템 몇 개를 제외한다면···.  
묵직한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실내를 구경하러 들어간다. 도어를 여닫는 느낌이 고급스럽다. 프레임리스 도어 특유의 텅텅거리는 느낌이 없어 만족스럽다. 인테리어는 4시리즈와 비슷해 보이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대형 커브드 모니터 하나로 IT 얼리어댑터들이 좋아하는 인테리어로 바뀌었다. 이 모니터는 12.3인치 계기반과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기능이 나눠지지만 몸체는 하나다. 깔끔하고 먼저 그린 그림과 이질감도 들지 않는다. 처음 사용하더라도 쉽게 다룰 수 있게끔 인터페이스를 잘 꾸몄다. 물리적인 버튼은 줄이고 그 기능은 디스플레이 안에서 조절할 수 있다. 요즘 차들은 전부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싫어도 우리가 따라 가야 한다.
스티어링 휠은 두툼하고 직경은 보통 사이즈다. 개인적으로 차를 타면 꼭 확인하는 부분. 시트와 스티어링 휠의 센터 정렬은 잘 맞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이게 안 맞는 차들이 대부분이다.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나만 유독 예민하고 보는 부분인데 이를 가장 잘 지키는 브랜드가 BMW다. 시트 포지션도 괜찮다. 시트를 가장 낮추면 스포티한 차를 타고 있다는 기분은 주니까. 시트 이야기가 나온 김에 논란이 되고 있는 i4의 수동 시트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이 수동 시트 때문에 가격이 착해질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코리아 담당자였다면 선루프까지 뺐을 것이다. 물론 내가 옵션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기본 모델을 좋아하긴 한다. 어차피 시트는 한번 조절해 놓으면 거의 건드릴 일이 없다. 옹호하는 게 아니다. 내 차도 수동인데 신경 쓰이지 않는다. 심지어 이전 차는 자동이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있으니까. 여하튼 이 가격이 유지되면서 자동 시트로 업그레이드된다면 최고지만 가격까지 오를 바에는 이 구성이 절대적으로 낫다고 본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아본다. 성인 180cm 남자가 타면 레그룸은 꽤 여유롭고 헤드룸은 머리카락이 닿지 않을 정도다. 엄청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세그먼트와 후륜구동 차체가 베이스라는 것을 감안하면 납득이 가는 수준이다. 등받이 각도는 조금만 더 누워있으면 하는 바람이 들지만 척추 건강에는 이 각도가 더 좋다. 2열 시트는 분할 폴딩이 가능하고 트렁크 공간은 적당하다. 리어 윈도까지 열리는 타입이라 짐을 넣고 빼기 쉽다. 트렁크는 전동식으로 열고 닫히고 발동작으로 열 수도 있다. 또 생각났는데 시트와 트렁크 중에서 하나만 자동이어야 한다면 무조건 트렁크여야 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트렁크는 자동이어서 천만다행이다. 
본격적으로 시승을 해보자. 타고 있는 모델은 주력이 될 e드라이브40 이다.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힘을 내는 모터 하나가 달렸다. 뒷바퀴만을 굴리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7초, 최고시속은 190km에 묶여 있다. 더 매콤한 것을 원한다면 M50을 택하면 된다. 프런트 액슬에 전기모터가 하나 더 추가되어 최고출력 544마력, 최대토크 81.1kg·m를 자랑한다. 네 바퀴로 달려 0→시속 100km가 3.9초이며 최고시속은 225km다. 주행가능거리는 e드라이브40이 429km, M50이 378km다. 두 트림의 가격 차이는 1800만원 정도 차이 나니 가격과 주행가능거리의 이점은 e드라이브40에게 있다.파란 전원 버튼을 눌러 e드라이브40을 깨운다. SF 영화에서 들어 본 듯한 ‘뷰요오옹’ 하는 소리와 함께 달릴 준비를 마친다. 인터스텔라로 유명한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손길로 완성된 사운드가 캐빈룸을 채운다. 우주선 소리도 아니고 묘한데 오래 들어도 지겹지 않다. 특별한 차를 몰고 있는 기분이다. 최근 전기차에서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경쟁이 붙었는지 서로 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BMW는 점잖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만약 진짜 M 전기차가 나오면 이 결이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세련된 음색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사운드를 들으며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아본다. 파워는 충분하다. 0→시속 100km를 3초대 마크하는 차는 아니지만 순발력에 아쉬움은 전혀 없다. 오히려 제원상 수치보다 더 빠른 것 같다.
저속뿐만 아니라 고속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저속에서 슈퍼카 수준의 가속력을 보여주다 지치는 보통의 전기차가 아니다. 고속안정감도 준수해 더 과감하게 달릴 수 있다. 붕 뜨지 않고 노면을 움켜쥐며 잘 전진한다. 유유히 고속 크루징을 즐길 수 있다. 반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운전자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니 장거리 주행하기 좋다. 차선의 중앙에 자리 잡기 위해 이리저리 부산거리지 않고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발진 가속을 하지도 않는다. 웬만한 코너도 무난하게 타며 교차로처럼 차선이 끊기는 지점도 잘 지나간다. 정체 구간에서 더욱 유용한 이 시스템은 완성도가 정말 높다.승차감은 중후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같은 크기의 3시리즈, 베이스가 되는 4시리즈와 확연히 다르다. 무게가 더 나가서인지 고급스러운 맛이 더 있다. 만약 이 무게에 조촐한 내연기관이 달렸다면 답답했겠지만 파워풀한 전기모터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요철과 방지턱을 넘을 때 진동을 상쇄하는 박자가 빠르고 동글동글하게 재위치한다. 촬영을 하면서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포토그래퍼 자차)와 계속 바꿔 탈 수 있었다. 승차감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 난다. 기호가 아니라 누가 타더라도 i4가 끌릴 것이다. 모델3가 소형차의 승차감이라면 i4는 E세그먼트 세단이다. 그렇다고 몸무게가 훨씬 가벼운 모델3가 i4와 함께 달렸을 때 도망가지 못한다. 직진 성능은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모델3의 제원이 지나치게 쓰였는지 혹은 i4의 제원이 겸손하게 쓰였는지 모르겠다.
고속도로에서 빠지고 산길에 닿았다. i4의 코너링 실력은 어떨까? 하드웨어를 살펴보자. 앞은 코일, 뒤 에어스프링이다. 이러한 세팅은 6 GT나 5시리즈 투어링에서 종종 보여줬다. 승차감은 7시리즈 쪽으로 이끌면서 핸들링은 3시리즈 쪽으로 두려 할 때 이런 방식을 쓴다. 원가 절감은 아니다. X5 M은 X5 시리즈 중에서 가장 비싸지만 오히려 에어서스펜션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하체 쪽으로는 양보가 없는 브랜드가 BMW다. 타이어는 앞뒤가 거의 스퀘어 세팅에 가깝다. 그만큼 코너링 퍼포먼스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통 BMW 모델이 뒤가 앞보다 20mm 이상 넓은 것을 사용하는데 i4는 10mm 차이다. 이렇게 한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배터리 때문에 무거워진 무게에 예리한 코너링을 위해서라면 이 세팅이 최적이었을 것이다.실제로 코너링이 좋다. 2t이 살짝 넘는 공차중량이지만 스티어링 휠과 시트로 전해지는 느낌이 경쾌하다.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지만 이상적인 라인을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다. 무겁지만 무게 중심과 앞뒤 무게 배분이 훌륭해 차를 쉽게 다룰 수 있다. 타이어 스키드 음을 들으며 신나게 와인딩을 탈 수 있다. 복합코너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 스티어링 피드백도 빨라 방향 전환의 명령을 내리면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자연스레 넘긴다. 뒤가 에어스프링이지만 뒷바퀴도 잘 따라온다. M카 정도로 예리하게 탈 순 없지만 M카 보다 무섭지 않아 오히려 더 용기가 난다. 나를 포함한 일반인들은 M카 보다 i4로 와인딩 타는 게 더 재미있다. 낮은 진입 속도에 대한 보상으로 섬세하게 탈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없다. 그냥 안전하게 머리를 들이대고 스티어링 휠이 꺾여 있는 채로 타이어와 섀시 한계를 가늠하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된다. 지체 없이 가속할 수 있으니 얼마나 쉽고 편한지 모른다.
코너를 돌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거동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제동의 기본이 잘 지켜졌다. 브레이크 성능은 무게와 파워를 제압하기 충분하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와 같은 현상을 잘 잡았고 고속에서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페달의 감각이다. 회생제동에서 오는 브레이킹 이질감이 없다. 총 4단계로 회생제동량을 조절할 수 있는데 이를 해제하면 거의 내연기관의 브레이킹과 같은 감각을 전달한다. 내연기관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전기차에 이러한 브레이크 시스템은 필수다.며칠 간의 데이트는 끝났다. 개인적으로 전기차를 선호하지 않는 입장이지만 신나게 탔다. 충전의 귀찮음만 해결된다면 나 같이 보수적인 차쟁이라도 끌리는 차다. 조용하고 빠른 것은 모든 전기차가 그러니 i4만의 매력은 아니다. 저속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닌 고성능 내연기관처럼 고속까지 천천히 보여주는 게 장점이다. 또한 BMW다움을 놓치지 않았다. 랩타임을 위해 밀어붙이는 트랙스타가 아니라 공도에서 재미있게 탈 수 있는 토이. 타이어 스키드 음이 나면 겁이 아닌 신이 나는 그런 차다. 굳이 M이 아니더라도 대중들이 BMW에 거는 기대에 부응하는 i4였다. 다음 기획에서는 고성능 i4 M50과 격하게 놀아보겠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길이×너비×높이  4785×1850×1450mm휠베이스  2855mm  |  엔진형식  전기모터최고출력  340ps  |  최대토크  43.9kg·m 구동방식  RWD  |  1회 주행가능거리  429km가격  6650만원
COMMENT글 | 유일한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한 전기차를 만날 때마다 ‘어떤 방식으로 기존 자동차와 동일한 감각을 낼까’가 머릿속을 맴돈다. 그렇다면 i4는 어떨까? 먼저 알아둘 것은, 기존의 BMW 4시리즈를 생각하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거운 엔진을 앞에 두고 뒷바퀴를 굴리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엔진도 구동도 뒤에 있는 느낌이 살짝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것을 미드십의 감각으로 상쇄시키는 것이 바로 객실 하단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다.가속 감각은 확실히 BMW의 그것이다. 전기모터의 시대가 되어도 BMW는 출력을 바퀴에 그리고 도로에 제대로 전달할 줄 안다. 그 쾌감을 증폭시키는 것이 바로 BMW의 전기차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유의 사운드다. 거장 ‘한스 짐머’가 만든 이 독특한 사운드는 다른 브랜드의 사운드와 궤를 달리하며, 속도와 오른발에 힘을 주는 정도에 따라 소리의 강도를 조절하며 즐거움을 만든다.재미는 차고 넘친다. 만약 실력이 있다면, 드리프트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안전 운전을 위해서는 자세제어 장치는 켜 두는 게 좋다. 오랜만에 E36 시절의 BMW가 생각나기도 한다. 재미와 함께 뒷자리를 챙기는 편안함과 제법 큰 짐을 실을 수 있는 편안함이 공존한다. 가볍게 쓰고 있는 지금도 i4의 그 감각이 손에서, 발에서 그리고 허리에서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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